저소득층 등에 무료 식료품 타운 교회 앞도 수백명 대기 실직·물가상승 생활고 가중 지원예산 줄어 수요 더 늘 듯
지난달 29일 오전 LA한인타운에 있는 임마누엘 장로교회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푸드뱅크 행사가 진행된다. 김상진 기자
LA카운티 주민 4가구 가운데 1가구(약 83만 2000가구)는 끼니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USC 경제·사회 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생활고로 인해 먹는 문제조차 고민해야 하는 저소득층이 많다는 의미다.
LA한인타운에도 이런 실태를 엿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윌셔가에 있는 임마누엘 장로교회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이면 이 교회 앞에는 수 백명이 길게 줄을 선다. 푸드 뱅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식료품을 받으려는 주민들이다.
기자가 교회를 찾은 지난 달 29일 오전 8시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푸드뱅크의 식료품 배급이 시작되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줄은 이미 200명은 넘어 보였다. 한인을 비롯해 히스패닉, 흑인 등 인종도 다양했다. 맨 앞에 있던 리차 리카르도씨는 “오전 5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LA지역 비영리 단체인 푸드뱅크와 함께 식료품 배급 사역을 진행한 지 40년째다.
니암비 렌돈 임마누엘 교회 운영 매니저는 “항상 나눠줄 식료품이 부족하다”며 “너무 빨리 소진돼 문을 일찍 닫아야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렌돈 매니저는 “하루 평균 500명이 온다”며 “보험료 인상, 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주민들의 삶이 더 벼랑 끝으로 몰리다 보니 결식의 위기로 내몰리는 주민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수박, 메론, 토마토, 샐러리, 콩 통조림 등을 나눠줬다. 오전 10시가 되자 수박과 메론 같은 과일은 벌써 동이 났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과일은 구경도 해보지 못했다.
크리스 강(74)씨는 “이곳에 식료품을 받으러 종종 온다”며 “요즘 식료품 물가가 너무 올라서 나 같은 시니어에게는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줄을 서 있던 재클린 키토와는 “최근 실직으로 수입이 끊겨 두 달 전부터 이곳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와서 식료품을 받으면 보통 3~4일 정도 버틴다”며 “이런 도움이 없다면 두 딸을 먹여 살리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7월 기준)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지난 1년 새 3.4%가량 올랐다. USC 경제·사회 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LA카운티 내 저소득층 가구 중 41%는 끼니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연방 빈곤선(FPL)은 2025년 기준 4인 가족 연소득 3만2150달러 이하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42%)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나선 안젤라 레비(64)씨는 “이웃을 돕는 일이 보람 있지만, 매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특히 요즘은 줄이 더 길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원 빅 뷰티풀 빌(OBBBA)’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SNAP) 예산 삭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주에서는 약 300만 가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가주 푸드뱅크 협회 측은 최근 성명을 통해 “푸드뱅크는 결코 SNAP을 대체할 수 없으며 이번 삭감은 감당할 수 없는 공백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수백만 가구가 굶주림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임마누엘 장로교회 측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12시에 식료품 배급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수요일에는 ‘푸드 포워드(Food Forward)’에서 가져온 신선 농산물이, 금요일에는 LA 리저널 푸드뱅크(LA Regional Food Bank)에서 공급하는 통조림 같은 장기 보관 식품을 나눈다. 식료품을 받으려면 이름, 가족 수, 우편번호 등만 적으면 된다.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