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아빠
2024.12.24. 14:38
‘오빠’라는 낱말이 한동안 한국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었다. 논쟁의 핵심은 오빠라는 호칭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 친오빠냐 남편이냐 하는 것이었는데, 이러쿵저러쿵 시끄러웠다. 우리말에 부부 사이의 호칭이 참으로 애매하고 느슨해서 생긴 희비극이었다. 지난 시절에는 남편을 ‘아빠’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한동안 유행했었는데, 이는 자신의 친정아버지를 부르는 것인지 남편을 부르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일본식 어법으로 알려진 말이므로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우리말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아빠’가 ‘자기’를 거쳐 ‘오빠’로 진화(?)한 모양이다. 요새 젊은 아내들 사이에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연애 시절에 부르던 호칭을 결혼 후에도 그냥 자연스럽게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호하게 말해서, 아빠건 오빠건 그건 명백한 ‘근친상간’이다. 그러니까,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는 세상이 된 셈이다. 보통은 ‘여보’, ‘당신’이 일반적 호칭이지만, 어쩐 일인지 안 쓰는 부부가 많은 모양이다. 특히, 신혼의 젊은 부부들은 매우 어색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개 씨, 아무개 아빠, 저기요, 이봐요, 나 좀 봐요 등으로 얼버무린다. 남편을 부르는 가장 보편적인 호칭어가 ‘여보’인데, 이 말이 부부간의 호칭어로 정착된 것은 뜻밖에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세기 초, 중반에도 그리 보편적이지 않았다. 한편, ‘오빠’라는 호칭은 조용필, 나훈아, 남진 같은 가수들을 열광적으로 따르는 ‘오빠부대’에서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 지금을 K-팝 열풍 덕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어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편이 오빠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럽게 알맞은 호칭을 찾았으면 좋겠다. 이에 대해 우리말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해서, 전문가가 권하는 표준안 하나를 예로 살펴본다. (출처: 한국다문화사회연구소) 남편을 부르는 호칭 △신혼 초- 여보, ○○씨, 여봐요 △자녀가 있을 때- 여보, ○○ 아버지, ○○아빠 △장년, 노년- 여보, 영감, ○○할아버지 아내를 부르는 호칭 △신혼 초- 여보, ○○씨, 여봐요 △자녀가 있을 때- 여보, ○○엄마, ○○어머니 △장년, 노년- 여보, 임자, ○○엄마, ○○할머니 아무튼, 흔히 쓰는 자기, 오빠, 아저씨 등은 안 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같은 주장이다. 말 나온 김에 한 마디 더 보태자면, 자기 아내를 ‘와이프’라고 부르는 것을 흔히 보는데, 이런 호칭도 어딘가 어색하다. 이런 식의 문제에 부딪힐 때면 떠오르는 것이 우리말을 지극히 사랑한 선구자들이다. 백기완, 이어령, 소설가 김동성 같은 분들…. 이어령 선생은 자신이 이룬 숱한 업적 중에서 가장 보람있게 여기는 일로 ‘갓길’이라는 낱말을 정착시킨 것을 꼽은 바 있다. 백기완 선생의 우리말 사랑은 참으로 지극하여, 글을 쓰고 말을 할 때도 한자어와 영어, 일본어 같은 외래 어휘를 삼가고 달동네, 새내기, 동아리, 모꼬지 등의 순우리말을 살려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우리말 사랑은 김지하, 김민기, 전인권 등 많은 문화예술인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었다. 우리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어서 배우기 쉽다고 하는데, 사실은 깊이 들어갈수록 정말 어렵고 속 깊은 언어다. 호칭이나 존댓말 등도 그렇다. 잘 찾아보면, 부부간의 호칭도 아름답고 정겨운 순우리말이 있을 것 같은데….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아빠 오빠 아빠 오빠 아무개 아빠 우리말 전문가들
2024.11.21. 20:48
지난 16일은 파더스데이였다. 가족과 함께 패서디나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전달의 마더스데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는 서둘러 3주 전에 예약했는데도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마더스데이를 위한 새 메뉴를 내놓는 식당도 많았다. 그러나 파더스데이에는 5일 전에 예약했음에도 쉽게 자리를 잡았다. 파더스데이 특별 메뉴를 선보인 식당도 마더스데이보다 턱없이 적었다. 아예 당일 점심에 문을 닫은 식당도 꽤 됐다. 한가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 사이의 인지도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이 특별한 두 기념일은 기사와 광고 숫자, 광고 디자인과 문구의 소구력, 소비 지출 규모 등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본지도 마더스데이 특집 섹션은 거의 매년 만들지만 파더스데이 섹션을 만든 기억은 거의 없다. 또 업체들의 본격적인 광고도 마더스데이 시즌에는 한 달 정도 전부터 시작되지만, 파더스데이의 광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온라인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작년에 진행된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 광고들을 비교해보니 마데스데이 광고 디자인이 훨씬 예쁘고 눈에도 잘 띈다. 심지어 한 광고의 경우, ‘당신의 넘버원에게 멋진 선물’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에 반해 파더스데이 광고를 보니 ‘행복한 파더스데이 주말’이라는 문구가 전부였다. 아예 광고 문구에 담긴 메시지도 없다. 마지못해 억지로 광고를 하는 것처럼…. 마케팅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니 지난해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 소비자 예상 지출액의 차이가 111억 달러나 됐다. 전국소매협회(NRF)가 추산한 마더스데이 소비 지출 규모는 335억 달러(1인당 254.05달러)인데 비해, 파더스데이의 경우엔 224억 달러(1인당 189.81달러)에 불과했다. 또 올해 마더스데이를 기념하겠다는 응답률은 파더스데이의 75%보다 9%포인트가 높은 84%나 됐다. 마더스데이와 파더스데이의 이런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가설은 많다. 첫 번째가 역사적 격차다. 파더스데이는 마더스데이(1914년)가 연방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거의 60년이 지난 1972년이 돼서야 기념일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가설은 친밀감의 차이다. 자녀는 아들이든 딸이든 모두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육아 또한 주로 엄마가 담당하기에 아빠보다는 엄마에게 더 친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마더스데이를 더 챙기게 된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과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다 보니 자녀들이 경제력이 부족한 엄마를 더 챙기게 됐다는 가설이다. 이 밖에 문화적 편견이나 미디어와 기업의 상업용 목적에 의해 마더스데이가 더 주목받게 됐다는 가설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앞에서 열거한 가설들이 모두 부분적으로 작용한 것 아닐까 싶다. 아빠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파더스데이를 챙기는 자녀가 늘고 소비 지출액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NRF의 연간 조사를 보면, 2014년 파더스데이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액은 113.80달러였지만 올해는 189.81달러로 67%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자녀들과 함께 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부터는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부쩍 눈에 띈다. 앞으로는 파더스데이를 챙기는 자녀들이 더 많아지고 소비 지출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앞으로는 마더스데이 못지않게 파더스데이 마케팅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소매 업계의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한인 업계도 ‘파더스데이 특별 상품’이나 ‘파더스데이 특선 메뉴’를 선보이는 것은 어떨까.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엄마 아빠 소비 지출액 광고 문구 광고 디자인
2024.06.18. 20:05
흥 많은 우리 민족에게 노래가 빠질 수 없다. 다가오는 가정의 달에는 부모님의 애창곡을 '직관'하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동안 갈고닦은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가족 전체가 '떼창'을 부르며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꼭 노래방에 갈 필요도 없다. 'SK1000N 블루투스 스피커 듀얼 마이크' 하나만 장만해두면 우리 집이 곧 프리미엄 노래방이 된다. SK1000N 블루투스 스피커 듀얼 마이크는 가정용 노래방 기기 시장에서 이미 유명한 제품이다. 고출력의 선명하고 실감 나는 사운드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고해상도 음장/음향 효과에 에코 조절, 총 5가지 음성 변조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거기다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해 집뿐만 아니라 각종 모임이나 파티, 캠핑장 등에서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노래할 수 있는 듀얼 마이크 시스템을 통해 부모님의 '듀엣곡'을 들어볼 수 있는 것도 특장점이다. 내구성과 디자인 면에서도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세련된 디자인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으며 어느 공간에도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연결도 쉽고 빠르게 가능하여 누구나 어렵지 않게 사용이 가능하다. 해당 제품은 무선 연결을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와 호환한 후 사용하면 된다. 현재 중앙일보 '핫딜'에서 마더스데이를 맞아 20달러 할인된 149.99달러에 만나볼 수 있다. 음악의 힘으로 부모님께 새로운 취미와 즐거움, 행복을 전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효도선물이 될 전망이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 핫딜 엄마 아빠 엄마 아빠
2024.04.28. 16:18
영상 가족 아빠
2024.03.12. 15:56
영상 아빠 동화 동화 작가
2023.05.12. 15:47
“골프채에 맞고, 코뼈가 주저앉고, 팔이 골절됐지만, 아빠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지난 1일 대낮에 LA다운타운 자바시장 대로변에서 절도범들의 흉기에 피살당한 한인 업주 두 이(Du Lee·56)씨의 외동딸인 이채린씨는 5일 ‘고펀드미’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다시 한번 끔찍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망설여진다”는 문구로 글을 시작한 이씨는 아빠 토미(영어이름)가 20년 가까이 장사를 해왔고 최근 5년 동안 심각한 절도 피해를 연거푸 당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아빠는 가게를 지키기 위해 항상 상처를 입고 집으로 돌아왔고 그럴 때마다 ‘그냥 훔쳐가게 둬요. 너무 위험해’라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씨는 “사건 발생 후 아버지 가게를 찾아갔더니 주변 상인들은 아버지가 영웅이라고 했다”면서 “상인들은 아버지가 본인을 위해 싸운 게 아니라 모든 업주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한번 훔쳐가게 두면 계속 와서 절도 행각을 벌이니 막아야 한다는 것이 숨진 이씨가 절도범들에게 맞선 이유였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웃 상인들과 건물주들은 평소 아버지가 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날 반겨주고 위로해줬다”면서 “그분들과 친구들 덕분에 기운을 차리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이라도 집에 가면, 전화가 오면 ‘공주님’하고 아빠가 반겨줄 것 같다”며 “내게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환경을 주려고 가족도, 친척도 없는 미국에서 홀로 열심히 살았던 아빠와 함께 지낸 지난 7년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동딸로, 미국에 남은 유일한 가족으로 아빠를 평화롭게 보내드려야 한다”며 “나는 홀로 남았지만, 아빠의 사랑과 용기로 버텨낼 것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장례식을 준비 중인 이씨는 아버지를 화장해 한국 할아버지 묘지 옆에 모실 계획이다. 이씨는 현재 고펀드미(검색어 ‘My father gave his life protecting what was his’)를 통해 5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중이고 이날 오후 현재 2만4752달러가 모였다. 한편 유족의 슬픔 한쪽에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용의 여성이 체포 당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순찰차에서 수갑을 찬 채 라이브에 임한 이 여성은 욕설을 섞어 쓰며 “손목에서 수갑을 뺄 수 없다”며 “순찰차 안에 카메라가 있어 말할 수 없다. 누군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책임이 LA경찰국(LAPD)으로 향하는 가운데 한·흑 시민단체들은 오늘(6일) 오전 10시 사건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한인 비영리단체 FACE와 프로젝트 이슬라믹 호프 등이 주축이 된 회견으로 이들은 이날 공개된 공동선언문에서 “선량한 업주가 소중한 목숨을 잃은 끔찍하고 허용될 수 없는 사건”이라며 “모든 시민이 분노해야 한다. 다운타운에는 더 많은 경찰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정일 기자골프 아빠 아빠 토미 한국 할아버지 la다운타운 자바시장
2022.10.05. 21:30
샌퍼난도밸리 지역의 채츠워스에서 아빠와 아들이 차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LA경찰국은 지난 28일 오후 8시 25분쯤 신고 전화를 받고 윌리엄텔애글러 고등학교 인근 플러머 스트리트 21000블록으로 출동했다. 가족들에 의해 발견된 아빠 호세 로모게라(35)와 아들 마이클 로모샌도발(10)이 차량 뒷좌석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28일 오전 실종 신고가 되어있었다"며 "아빠가 아들을 살해 후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디지털부가능성 아빠 자살 가능성 아들 마이클 아빠 호세
2022.06.29. 16:30
내가 교꼬를 처음 만난 것은 27살 때였다. 교꼬는 23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생활 1년차. 그녀를 만난 지 딱 24시간 만에 그녀의 아빠를 만났다. 교꼬와 나는 당시 미국 국적의 컴퓨터 회사 직원이었다. 나는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그녀는 일본 지사 직원이었다. 회사의 대외관계를 다루는 신생 부서의 일을 맡게 되어 업무 수습차 가는 출장길. 일본 지사의 같은 업무를 하는 부서의 책임자는 상무급, 직원이 60여명 있었다. 한국 지사에는 달랑 나 혼자. 그래도 아버지 뻘이 되는 담당 임원은 나를 자신의 상대역으로 깍듯이 대해 주었다. 금요일 오후 날 보고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에 관해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본으로 뭔가 배우러 갔는데 입사 1개월짜리 보고 모회사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 강의를 하라니. 어쨌든 강단에 올랐다. 40여명의 부서 직원들이 모였고 앞줄에 열댓 명의 여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때 눈에 띈 여인이 교꼬였다. 모두 명찰을 달고 있어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내 전화 번호부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교꼬상, 내가 일본이 처음인데 주말에 뭘 할지 모르겠어요. 주말에 안내를 좀 부탁할까요?” 당시 일본 지사는 주 5일 근무였다.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할지.” 교꼬의 망설임, 이해가 가는 대답이었다. 저녁에 호텔로 전화가 왔다. “저는 주말이면 부모님을 뵈러 가요. 효도행이라고 하지요. 내일 같이 가실래요?” 황당한 나의 요청에 더 황당한 제안. 속으로 ‘Why not?’ 기내에서 산 12년 시바스 리갈도 한 병 있겠다, 갑작스러운 손님 노릇 준비가 되어 있었다.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가나가와에 있는 교꼬의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일본의 고도 가마쿠라에 내려서 하루 종일 놀면서, 배스킨로빈슨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마쿠라 큰 부처님도 보고. 저녁에 교꼬의 집에 도착했다. 2층짜리 아담한 일본식 가옥.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교꼬의 부모가 기다렸다. 아버지는 아마 50 전후.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둘이 대작을 했다. 정종잔을 주거니 받거니. 반 시간도 안 되어서 그는 술이 취해 누워 버렸다. 교꼬의 어머니는 조용히 차를 따라 주기만 했다. 그날 밤 교꼬의 집에서 묵었다. 1층에는 부모가 쓰는 방, 2층에는 교꼬의 방 그리고 그녀의 오빠 방이 있었다. 오빠는 취직을 해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내가 그의 방을 차지했다. 그 이튿날은 후지산을 구경하고, 도쿄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바빠서 다시 교꼬 아버지와 대작을 할 기회는 없었다. 세월이 지나 나도 딸의 아버지가 되고 난 다음 가끔씩 교꼬 아버지가 생각난다. 딸이 불쑥 집으로 데리고 온 첫 남자가 한국인, 불편한 상황이었을 터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술이 취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딸의 남자를 처음 만날 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순간이다. 내가 교꼬 아버지 입장이었다면 어찌했을까? 딸 바보 아빠는 아마도 술기운을 빙자해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겠지.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아빠 남자 바보 아빠 부서 직원들 한국 지사
2022.06.06. 19:57
내가 교꼬를 처음 만난 것은 27살 때였다. 교꼬는 23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생활 1년차. 그녀를 만난 지 딱 24시간 만에 그녀의 아빠를 만났다. 교꼬와 나는 당시 미국 국적의 컴퓨터 회사 직원이었다. 나는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그녀는 일본 지사 직원이었다. 회사의 대외관계를 다루는 신생 부서의 일을 맡게 되어 업무 수습차 가는 출장길. 일본 지사의 같은 업무를 하는 부서의 책임자는 상무급, 직원이 60여명 있었다. 한국 지사에는 달랑 나 혼자. 그래도 아버지 뻘이 되는 담당 임원은 나를 자신의 상대역으로 깍듯이 대해 주었다. 금요일 오후 날 보고 ‘우리’ 회사의 경영 철학에 관해서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본으로 뭔가 배우러 갔는데 입사 1개월짜리 보고 모회사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 강의를 하라니. 어쨌든 강단에 올랐다. 40여명의 부서 직원들이 모였고 앞줄에 열댓 명의 여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때 눈에 띈 여인이 교꼬였다. 모두 명찰을 달고 있어서 이름을 알 수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사내 전화 번호부를 찾아서 전화를 했다. “교꼬상, 내가 일본이 처음인데 주말에 뭘 할지 모르겠어요. 주말에 안내를 좀 부탁할까요?” 당시 일본 지사는 주 5일 근무였다. “갑작스러운 말씀이라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할지.” 교꼬의 망설임, 이해가 가는 대답이었다. 저녁에 호텔로 전화가 왔다. “저는 주말이면 부모님을 뵈러 가요. 효도행이라고 하지요. 내일 같이 가실래요?” 황당한 나의 요청에 더 황당한 제안. 속으로 ‘Why not?’ 기내에서 산 12년 시바스 리갈도 한 병 있겠다, 갑작스러운 손님 노릇 준비가 되어 있었다. 토요일 새벽 기차를 타고 가나가와에 있는 교꼬의 집으로 향했다. 중간에 일본의 고도 가마쿠라에 내려서 하루 종일 놀면서, 배스킨로빈슨 아이스크림도 먹고, 가마쿠라 큰 부처님도 보고. 저녁에 교꼬의 집에 도착했다. 2층짜리 아담한 일본식 가옥.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교꼬의 부모가 기다렸다. 아버지는 아마 50 전후. 말이 잘 통하지 않았지만 둘이 대작을 했다. 정종잔을 주거니 받거니. 반 시간도 안 되어서 그는 술이 취해 누워 버렸다. 교꼬의 어머니는 조용히 차를 따라 주기만 했다. 그날 밤 교꼬의 집에서 묵었다. 1층에는 부모가 쓰는 방, 2층에는 교꼬의 방 그리고 그녀의 오빠 방이 있었다. 오빠는 취직을 해서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서 내가 그의 방을 차지했다. 그 이튿날은 후지산을 구경하고, 도쿄로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 바빠서 다시 교꼬 아버지와 대작을 할 기회는 없었다. 세월이 지나 나도 딸의 아버지가 되고 난 다음 가끔씩 교꼬 아버지가 생각난다. 딸이 불쑥 집으로 데리고 온 첫 남자가 한국인, 불편한 상황이었을 터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술이 취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딸의 남자를 처음 만날 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순간이다. 내가 교꼬 아버지 입장이었다면 어찌했을까? 딸 바보 아빠는 아마도 술기운을 빙자해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겠지.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아빠 남자 바보 아빠 부서 직원들 한국 지사
2022.05.22. 19:00
‘아빠-You have been a wonderful father to us. Thank you for bring us to this wonderful country and raising us. Father Abraham! Love, Your children and Grandchildren.’ 70회 생일을 맞이한 아빠에게 딸이 적어 보낸 카드 내용이다. 성경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자 이민자의 대부로 할 수 있다. 조카 롯과 함께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를 떠나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듣보잡의 가나안으로 터전을 옮긴 인물로, 성경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좀 어리석고 생각이 짧아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뭇별처럼 많은 자손을 약속하셨으나 25년 동안 침묵하시다 100세에 달랑 아들 하나를 주신 뒤 한때는 그마저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셨다. 아브라함은 순종했고 하나님은 그의 믿음만 받으신 뒤 의롭게 여겨 후손들을 통해 약속을 이뤄가셨다. 구체적으로 이집트에 종으로 팔려간 증손자 요셉을 그 나라 총리로 만드신 뒤 아버지와 전 가족초청 이민시켜, 430년 동안 생육과 번성만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셨다. 때가 차자 모세를 통해 출애굽 시켜 아브라함에게 주신 땅으로 불러들이셨다. 성경은 출애굽 한 이스라엘을 장정만 60만이라고 하나 아내, 부모, 자식들을 계상하면 적어도 300만도 더 되는 대민족으로 말이다. 40년 전 1981년 여름, 아빠는 생후 9개월 된 딸을 안고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왔다. 작은 신발회사 주재원의 신분이다 보니 공항에서 픽업해 줄 친인척 한 사람 없는 미미한 시작이었지만, 83년 85년 각각 아들이 태어나면서 금방 다섯 식구가 되었다. 당시 한국산 신발이 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주재원의 삶은 비교적 순조로워 쉽게 안착했다. 40년 아빠의 미국생활 중 이변은 신앙이었다. 한국에서는 교회 출석조차 하지 않았지만, 무엇에 씐 것처럼 미국 도착 첫 주부터 출석한 교회를 출장이나 여행을 제외하고는 개근 중이고 아이들 또한 교회에 맡겨 키우다 보니 3남매 모두 사춘기는 낌새조차 없이 넘겠다. 살면서 5번 정도 이사했는데 처음 시작한 동네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지금도 살고 있고 한번 시작하면 못 바꾸는 나쁜 버릇은 여전하여 지금도 매일 새벽기도 후 집 근처 WaWa에 들러 아이리시 크림을 섞은 16온스 커피와 골프가 예약된 날 점심용으로 주문하는 Roast Bee←←f 샌드위치는 10년간 한결같아 주위의 놀림을 사고 있다. 비록 3남매가 석·박사는 못 되었을지라도 자기들이 원하는 대학에 조기 입학하여 졸업과 동시 취직한다 했더니 30살이 채 안 된 연령에 짝들을 찾아 가정을 만들어 벌써 총 7명의 손주를 안겨주니 아브라함의 축복이 따로 없다. 지난주 3남매가 아빠 70회 생일을 함께 보내자며 Crystal Spring Resort에서 3개의 호텔 방이 통문 되는 스위트룸을 빌려 2박 3일간 대식구들로 북적대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좋아하는 골프 등 여러 이벤트와 먹거리들도 흡족했지만, 그중에 제일을 꼽으라면 자식들을 빼닮은 7 손주와 함께 40년, 아니 400년 후를 상상하면서 아브라함의 축복을 계산해보는 호사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아브라함 아빠 아빠 아브라함 여름 아빠 교회 출석
2021.10.22.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