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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풍성한 식탁이 미안할 때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매년 여름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로 팀을 꾸려 아이티의 고아원을 찾았다. 하루에 한 곳씩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함께 춤추며 어울렸다. 학생들은 이 짧은 만남을 위해 약 8주 동안 악기 연주와 노래를 연습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진 이 여름 사역은 아이티 고아들에게는 생소한 기쁨이었고, 참여한 학생들에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생전 처음 악기 연주를 듣는 고아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사이, 학생들은 고아들의 삶을 통해 가난한 이웃을 품는 사랑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리는 환경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몸소 깨달았다.   현장에서 고아들을 마주한 학생들은 종종 미안함에 말을 잇지 못한 채 슬쩍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사리 같은 손을 꼭 쥐고 놓지 못하고, 아기를 품에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일주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학생들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티에 다녀온 뒤로 반찬 투정을 안 한다”라며 놀라워했다. 물론 그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혹은 한두 주가 지나면 학생들은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그 여름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학생들 마음 깊은 곳에 남았다. 그때 팀으로 참가했던 학생 중 일부는 이제 성인이 되어 아이티 고아원의 든든한 후원자로 살아가고 있다.   아이티를 다녀온 뒤 한동안 밥을 잘 먹지 못하는 학생들처럼, 아이티를 자주 오가는 우리에게도 비슷한 후유증이 있다. 아이티에서 돌아온 뒤 일주일쯤은 식욕이 사라지고, 풍성한 식탁을 마주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아이들의 맑은 얼굴이 떠오르고, 닭 다리 하나 놓인 도시락을 깨끗이 비우던 아이의 환한 웃음과 눈망울이 자꾸 마음을 붙잡기 때문이다. 치안 문제로 발길이 묶인 요즘도 이 증상은 반복된다. 매일 아이티 소식을 검색하고 현지 스태프와 연락을 주고받다 보면, 오래된 상처가 덧나듯 마음이 아려온다. 그래서 지인들을 만날 때면 우리의 사역임에도 고통스러운 아이티 이야기를 애써 피하려 할 때도 있다.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삶이 여전한 그곳의 아이들을 떠올리면, 풍성한 식탁 앞에서도 감사의 기도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맑은 눈과 환한 웃음이 생각나면 목이 멘다. 하나님께서는 이 남겨진 마음의 상처를 오직 아이들을 다시 만나고, 먹이고, 가르치는 현장에서만 치유해 주실 것 같은데, 지금은 만나러 갈 길조차 쉽지 않다.   최근 아이티에서 갱단의 움직임이 잠시 잦아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미국 군함이 포토프린스 항구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상황을 바꾸기에는 부족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이 아직 남아 있다는 작은 신호로 느껴진다. 정치적 혼란과 폭력 속에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좋아지다가 비행 금지 조치가 풀려, 올봄에는 우리가 다시 그 땅을 밟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따뜻하고 기름진 음식을 앞에 두고 나는 다시 아이티에 가고 싶어 가능한 비행기의 경로를 검색하고, 비용을 따져보고 있다. 다녀오면 또 한동안 밥을 넘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아이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아이들을 만나 손잡아보고 싶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식탁 미안 아이티 고아원 아이티 고아들 아이티 이야기

2026.02.12. 20:57

[삶과 믿음] 관심에서 행동으로

어쩌다 만나는 분 중에 아직도 아이티에 다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렇다고 하면 위험해서 어찌하느냐고 염려하기도 하고, 수고한다고 하기도 하고, 아직도 다닌다는 것을 꽤 신기한 일인 듯 여기기도 한다. 많은 분이 우리의 아이티 고아 지원 사역에 관심을 두거나, 우리를 만나면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메일로 보내드리는 소식을 읽는 분들은 자주 안부를 묻기도 하고 뉴스에서라도 아이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생각이 난다며 연락을 하는 분들도 있다.   선교하는 일만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겠지만, 그런 관심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 중에 우리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는 분들이 있고, 그 기도가 우리가 아이티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큰 힘이 되고 능력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관심을 두고 물어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힘이 날 수밖에 없다. 관심은 사랑을 품고 있고 관심이 있을 때 기도하게 된다. 기도 자체가 관심이기 때문이고, 우리 사역 또한 따듯한 관심 속의 기도로 힘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성도는 세상의 많은 일에 관심을 둬야 한다. 그리고 그 관심은 기도로 이어지고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관심을 두고 살펴야 일이 많다. 기후 문제가 그렇고, 여러 나라의 전쟁이 그렇고,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 같은 정치가 그렇다. 자기가 태어나고 살아가던 땅을 떠나 떠도는 난민이나 아이티 고아들처럼 나라가 아무리 갱단의 폭력으로 두려움의 땅이 되어도 떠날 곳도 떠날 수도 없는 사람도 관심을 두어야 할 대상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도 우리의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 모든 것에 깊은 관심과 기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관심에서 비롯된 기도는 한 발 더 나가 행동으로 이어져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관심은 아이티 고아이다. 우리는 관심을 두고 기도하며 도와주는 분들의 뜻을 모아 고아들이 먹고 배우며 자라는 일을 돕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기도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물질을 희생하는 분들을 통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아이들이 위험하고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도 자란다.   예수님은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셨다.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직접 다가가셨고, 그들의 필요를 채우셨다. 예수님은 행동하셨다. 성경은 언제나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로 대표되는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일을 하나님을 믿는 자들의 삶의 우선순위에 두고 가르친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품사는 동사라고 한다. 사랑이란 단순히 마음에 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과 발을 움직여 행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도 그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큰 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는 많은 기회를 만난다. 가난한 이들의 필요를 생각하고 돌보는 것은 단순한 관심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난과 고통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안타까워하며 한탄하는 것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관심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 가까이에 사는 가난한 이들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적극적인 행동으로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우리 이웃이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처럼, 헐벗은 형제자매에게 말로만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라고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야고보서 2장 15~16절) 이제는 관심에 머물지 말고, 행동으로 나설 때이다. 조 헨리 / 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관심 행동 아이티 고아들 아이티 이야기 기도 자체

2024.11.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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