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오면 캘리포니아의 들판과 구릉은 색색의 야생화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중에서도 치노힐스 주립공원(Chino Hills State Park)은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차로 단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도심 가까이에서 자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명소다. 봄의 절정에 이곳을 찾으면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대지를 마주하게 된다. 주립공원에서 즐기는 봄나들이 준비사항을 미리 알아보자. ▶광활한 자연 속 생명의 향연 1만4000에이커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을 품은 치노힐스 주립공원은 다양한 토종 식물과 야생 동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다. 특히 3월에서 4월 사이 이 지역은 마치 자연이 준비한 미술 전시장처럼 야생화가 대지를 수놓는다. 언덕을 따라 퍼지는 노란 머스타드 꽃, 주황빛의 캘리포니아 포피, 보랏빛 루핀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초록의 물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흐드러지게 핀 꽃 너머로 펼쳐지는 초록의 언덕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트레일과 함께하는 자연 체험 공원 내에는 총 60마일에 이르는 다양한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어, 하이킹이나 산악자전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난이도별로 코스가 나뉘어 있어서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베인 릿지 트레일(Bane Ridge Trail)은 대표적인 추천 코스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광활한 풍경과 활짝 핀 야생화를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중간중간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어 접근성도 좋다. ▶야생 동물과의 조우 치노힐스 주립공원은 동식물의 보고로도 유명하다. 노새 사슴(Mule Deer), 코요테(Coyote), 붉은꼬리매(Red-tailed Hawk)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때때로 트레일에서 이들과 마주치는 뜻밖의 경험도 가능하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바람을 타고 스치는 미묘한 소리와 흔들림은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입장 안내와 주차 팁 야생화를 보기 위해서는 입구(4721 Sapphire Rd, Chino Hills, CA 91709)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이곳은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인근 주택가에 주차 후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차량을 이용해 공원 내부까지 진입이 가능하며, 약 1마일 정도 들어가면 입장료를 받는 부스가 나타난다. 입장료는 차량 1대당 10달러다. 공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2025년 봄, 특별한 장관 2025년 봄, 치노 힐스 주립공원은 예년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초록빛 들풀 사이로 노란 머스타드 꽃과 하얀 와일드 래디시 꽃이 언덕을 뒤덮는다. 머스타드는 갓김치에 사용하는 ‘갓’의 일종으로, 샛노란 색이 특징이다. 와일드 래디시는 ‘야생무꽃’으로 불리며, 하얀색 또는 연보라색 꽃을 피운다. 이 꽃들은 식용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자연 속 색채로서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하다. 도로를 따라 차량을 몰고 가다 보면 별천지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주차 공간 덕분에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준비 봄철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주차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공원 내 도로는 좁고 굽이진 구간이 많아 안전하게 서행 운전이 필요하다. 트레일을 걷기 전에는 충분한 물, 자외선 차단제, 모자, 편안한 신발을 챙겨야 한다. 간혹 뱀이나 야생 동물과 마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유와 추억이 공존 치노힐스 주립공원은 시의 소음을 뒤로하고 자연의 품에서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야생화를 따라 걷는 길은 단순한 산책이 아닌, 자연과의 교감이자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여도, 혹은 혼자여도 좋다. 치노힐스 주립공원은 누구에게나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는 봄의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주립공원 야생화 주차 공간 야생 동물 자연 체험
2025.05.01. 20:22
LA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20분을 운전하면 샌타모니카 해변이 나온다. 이곳에서 1번 국도인 퍼시픽코스트하이웨이(PCH)를 따라 북상하면 왼편으로는 태평양 바다를 보면서 오른쪽은 샌타모니카 산맥이 나타난다. 나지막한 샌타모니카 산맥은 아담한 구릉에 초장이 펼쳐지고 수많은 등산로가 산재해 있어 처음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특히 봄여름에는 야생화들이 풍성하게 피어올라 등산로를 따라 걷는 재미가 좋다. 이 가운데 무구픽(Mugu peak)으로도 잘 알려진 라호야 밸리는 산 너머로 초장과 연못이 있고 산 전체가 수많은 야생화와 허브들이 피어 올라 가히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불러도 틀리지 않다. 5월을 접어들면서 도심지는 햇볕이 뜨거워지지만 이곳 말리부 인근은 해안에서 형성된 운무로 인해 촉촉하면서도 시원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라호야 밸리를 가장 잘 둘러볼 수 있는 길은 츄매쉬 트레일(Chumash Trail)이다. 수년 전까지는 인근의 레이 밀러 등산로가 가장 유명했지만 산사태로 길이 유실되면서 레이 밀러 등산로 일부 구간이 폐쇄된 상태이다. 츄매쉬 등산로는 1번 국도변에 있는데 주말에는 주차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 등산로는 처음 0.7마일을 조금 가파르게 올라간다. 하지만 초입부터 펼쳐지는 야생화의 물결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숨이 차오르면 잠시 쉬면서 형형색색의 꽃들을 감상해 보도록 하자. 약 30분 정도 오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풍광이 뛰어난 무구픽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며 왼편은 라호야 밸리로 이어진다. 라호야 밸리는 광활한 초장으로 수많을 야생화들과 허브가 지천으로 피어 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사한 꽃들도 있지만 고즈넉하면서도 우아하게 피어오른 야생화와 허브가 대부분이다. 등산로를 따라 1.7마일을 가면 트레일 캠핑장이 나온다. 트레일 캠프는 많이 사용하지 않아 잡풀로 가득하지만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있어 점심을 하거나 잠시 휴식하기에 아주 좋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무구픽을 올라보자. 오르는 길목에 수많은 야생화들이 조화롭게 피어 올라 등산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기회에 일부 야생화 이름을 짚어보자. 무구픽에 오르면 커다란 성조기가 서있다. 미국의 표상인 성조기는 미국인들의 자부심으로 옆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부동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맑은 날 무구픽을 오르면 정상에서 태평양 바다가 훤히 펼쳐지고 아래편 옥스나드 해군기지도 보인다. 무구픽에서 내려올 때는 지름길을 이용해보자. 길이 급하지만 무척 짧다. 트레일 캠프와 무구픽을 돌아나오는 츄매쉬 트레일의 총거리는 약 7마일 정도이다. 조금 힘든 구간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수많은 야생화를 보고 허브의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어 라호야 밸리는 힐링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말리부는 아름다운 해안으로도 유명하다. 1번 국도변에 무구픽 해변, 리오 캐리오 해변, 엘 마타도 해변들이 있어 잠시 둘러보아도 좋다. LA시민들의 아름다운 휴식처 라호야 밸리 방문은 야생화들로 가득한 봄 여름철이 특히 좋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말리부 야생화 야생화 들판 밸리 말리부 일부 야생화
2024.05.16. 19:28
올봄 지천에서 꽃이 만개하는 ‘수퍼블룸(superbloom)’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립공원관리국(California State Parks&Recreation)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봄 남가주 등 가주 전역에서 눈에 띄는 야생화 만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립공원관리국은 올겨울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대지가 충분한 수분을 머금었고, 봄철 개화시기 수많은 야생화가 꽃을 피울 것이라고 전했다. 수퍼블룸은 봄철 일정시기에 야생화가 만발하는 보기 드믄 자연 현상이다. 그동안 가뭄에 시달렸던 가주에서는 수퍼블룸 현상이 손에 꼽힌다. 가주에서는 지난 2017년, 2019년, 2023년 수퍼블룸 현상이 나타나 남가주 등 구릉지대 곳곳에 방문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드넓은 대지에 셀 수 없는 야생화가 만개해 인공위성 사진으로 찍힐 정도. 특히 수퍼블룸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비만 많이 와서도 안 된다. 땅속에 야생화 씨앗이 알맞게 자리를 잡고, 봄날 햇살이 싹을 틔우도록 일정해야 하며, 땅과 대기의 수분 상태도 적당해야 한다. 여러 종의 꽃이 동시에 개화하도록 계절별 기온변화폭도 알맞아야 한다. 주립공원관리국에 따르면 올봄 수퍼블룸 기간(3월 중순~4월 중순) 방문객은 ‘주황색빛 파피꽃, 알록달록한 루피너스, 노란빛 큰금계국, 프림로즈, 사막 해바라기, 사막 백합’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수퍼블룸이 예상되는 명소는 ‘안자보레고 사막 주립공원, 앤텔로프 밸리 파피 보호구역, 레드록캐년 주립공원, 치노힐스 주립공원, 포트 테혼 주립역사공원, 카리조 대평원’ 등이다. 주립공원관리국 아르만도퀸테로 국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주 공공 대지에는 야생화가 장관을 이루는 ‘행운’이 찾아왔다”며 “가주민은 주립공원 등 곳곳에서 위대한 자연현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립공원관리국은 수퍼블룸 기간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며 자연보존을 당부했다. 주립공원관리국 측은 수퍼블룸 예상지 방문 전에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야생화를 꺾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릉지대나 가파른 곳을 오를 때는 낙석 등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웹사이트:parks.ca.gov/WildflowerBloom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수퍼블룸 야생화 올봄 수퍼블룸 올봄 야생화 수퍼블룸 현상
2024.03.05. 19:22
LA 인근 산야에도 3월이 되면 산등성이가 초록으로 변하고 한국의 유채꽃을 닮은 노란색 머스타드 꽃들이 피어오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장소에 따라 보라색이나 오렌지빛 색채가 비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야생화 군락지는 캘리포니아 곡창지대 샌호아킨 밸리 가장 남쪽 끝의 소도시 알빈(Arvin)에서 가까운 곳이다. 알빈은 히스패닉이 도시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곳으로 평범한 시골 도시이지만 가주 농산물의 산지이다. 도시 주변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농장과 과수원들을 보면서 풍성한 우리의 식탁이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을 알게 된다. LA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커피를 손에든 채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 보면 5번 프리웨이에서 99번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테혼 랜치(Tejon Ranch)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테혼 랜치 아울렛으로 내려 소도시 알빈으로 향한다. 알빈을 지나면서 223번 국도를 따라 둥그스름한 산등성이가 오렌지색을 띄고 있는 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면 저절로 환호성이 터질 만큼 만개한 오렌지색의캘리포니아 파피, 보라색의 루핀, 노란색의 피들넥, 그리고 하야 팝콘 플라우어 등이 보는 이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테혼 랜치는 오래전부터 수목이 울창하며 넓은 목초지가 있어 목축업이 활발하고 농장과 포도원이 여럿 있는 곳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토종 야생화 군락지로도 잘 알려져있어 산등성이에 사람의 손길은 전혀 닿지 않았지만 찬란한 봄이 선사하는 야생화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피어오른다. 우리가 캘리포니아 양귀비꽃 자생지로 알고있는 랭캐스터파피 보호구역도 이곳에서 멀지 않다. 테혼랜치 주위로는 철조망이 설치돼있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구경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야생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간절한 사람들이 철망을 뚫고 들어간 흔적이 있다. 사유지이므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찬란한 야생화의 물결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끌어당긴다. 들판에 핀 야생화들은 오래가지는 않는다. 피어있는 기간이 길어야 한두 달 정도지만 매년 봄이 오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꽃들이 피어오르는 것이 신기하다. 올해도 비가 적어 야생화가 있을까 하고 걱정을 했지만 한두 번 내린 많은 양의 비 덕분에 땅속에서 씨를 틔우고 준수한 모습으로 야생화가 피어올랐다. 223번 국도가 인상적인 이유는 야생화 외에도 산등성에 있는 화강암 바위와 오크 나무들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잘 정돈된 랜드스케이프는 무척 공을 들인 정원처럼 그 아름다움이 별천지와 같아 보인다. 223번과 58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베이커스필드 국립묘지가 있다. 나지막한 동산을 배경으로 나란히 배열된 묘비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봄철에 산등성이로 피어오르는 야생화가 그 엄숙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포근하고 부드럽게 한다. 58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 4계절이 있다는 테하차피를 지난다. 고도 4000피트로 지대가 높아 사과 농사를 하는 한인들이 있다는 곳이다. 이곳은 전기동력 풍차로 알려진 바람개비들이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어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58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면서 테하차피를 지나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랭캐스터에 위치한 앤텔롭밸리 파피 리저브는 봄마다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는 캘리포니아 파피(양귀비)로 유명하다. 특히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산 전체가 온통 불바다로 변한다. 올해는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에도 이미 많은 양의 파피들이 피어오르고 있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즐거운 야생화 나들이 장소가 될 거 같다. 이번 여행은 LA 출발 기준으로 약 7시간 정도 소요된다. 특별한 준비 없이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고 간단한 도시락만 챙기면 다녀올수 있는 멋진 당일 여행 코스이다. 테혼 랜치에서는 4월 말까지 많은 야생화를 구경할 수 있으며 제한된 투어가 제공된다. 웹사이트(tejonconservancy.org)에서 야생화 뷰잉을 예약할 수 있으며 프라이빗 소그룹 투어도 전화(661-248-2400)로 예약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김인호 여행작가레저 여행 Week& NAKI 야생화 김인호 박낙희
2022.03.17.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