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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오늘의 어휘

오늘 아침,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나요? 나도 모르게 손전화로 손이 향하고, 온갖 복잡한 소식에 머릿속이 멍해진 채로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시작부터 나를 가라앉게 합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좋은 사람을 떠올리고, 좋은 어휘를 떠올리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는 애쓰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좋은 어휘가 일상의 시작입니다.    어휘는 그냥 말이 아닙니다. 어휘는 세상을 잇고 있습니다. 단어와 단어를 잇고, 단어와 생각을 잇고, 단어와 사람을 잇습니다. 그러고는 기어코 사람과 사람을 잇습니다. 우리가 동물과 달리 말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말입니다. 말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를 사랑하지 못할 것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생각을 담을 수 있고, 생각을 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말에는 그 에너지가 더욱 큽니다. 조상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말은 우리 속 무형의 유전자이며, 문화입니다. 말이 곧 사람이고, 말이 곧 가치인 셈입니다. 말에서 힘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휘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쓰고, 듣고, 살아갑니다. 표면적인 뜻에만 관심이 있고, 그래서 표면적인 관심에 휘둘리게 됩니다. 드러나 있는 의미를 만나 감정의 폭풍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위험한 어휘의 세상입니다.   어휘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다른 깊은 정신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어휘를 공부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내 속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어휘를 통해서 내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종종 내 삶이 안쓰러워지기도 할 겁니다. 하루를 바둥거리면 살고 있음에 한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좋은 겁니다. 자신을 마주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한참을 마주하고 나면, 자신이 더 귀하게 느껴질 겁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귀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귀하다는 말은 드물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드물지 않으면 귀하지 않습니다.    어휘는 나를 깨우기도 하고 나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토닥여주는 거죠.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 순간 행복해집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기쁩니다. 기쁜 마음은 즐거운 마음과 통합니다. 그래서 짜증과 미움을 멀리해야 하고, 귀찮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서로를 고맙게 생각해야 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서로 함께하는 삶이 좋아야 합니다. 같이 미리내도 바라보고, 어깨춤도 추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좋은 일이 많기 바라고, 슬픈 일이 적기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닥친 힘든 일이라면 잘 넘길 수 있기 바랍니다. 세상은 살아가는 곳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곳입니다. 오늘 하루도 어휘를 생각하며 행복하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바라는 일이 많고, 궁금증이 많은 삶이면 좋겠습니다. 웃음꽃 피는 하루를 기원합니다. ‘오늘의 날씨’처럼 오늘의 어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어휘

2025.07.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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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어휘의 하루

하루의 일과를 정리해 보는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하루는 늘 어휘와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어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와 함께합니다. 언어라고 말해도 되겠지만 구체적으로 살피자면 어휘라는 표현이 좋습니다. 어휘는 말의 묶음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어휘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휘는 인간이고, 삶이고, 우리의 생각입니다. 어휘의 하루를 살펴볼까요?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해가 일찍 뜨는 하지가 가까워지니 새벽에 눈을 뜨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새벽’이라는 말은 해와 관련이 있는 말로 보입니다. 햇빛이 창틈으로 들어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요. 해가 밝아지는 때가 새벽입니다. 새벽의 ‘새’는 해와 관련이 됩니다. ‘새롭다’는 말도 해와 관련되는 말로 보입니다. 해가 뜨면 모든 게 새로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새롭습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을 의미하는 ‘새다’라는 표현에서 ‘새’도 해와 관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는 새와도 관련이 됩니다. 새롭다는 의미로 해를 쓰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햅쌀, 햇곡식, 햇것’은 모두 올해 새로 나온 것을 의미합니다. ‘햇병아리’라는 표현에서도 ‘해’는 새로움을 의미합니다. 해가 흰색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실 ‘희다’라는 말도 ‘해’에서 온 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해오라기’라는 새는 흰 새입니다.   아침이라는 말도 재미있는 말입니다. 아침밥이라고 하지 않고, ‘아침을 먹는다’고 표현하면 놀라는 외국인도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해 보면 어색함을 알 겁니다.     저녁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을 먹었냐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낮은 안 먹는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하루에 두 끼만 먹는 습관을 반영한 게 아닌가 합니다. 낮이라는 말 대신에 점심이라고 하는데, ‘점심(點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불교에서는 배고플 때 조금 먹는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딤섬’을 한자로 쓰면 점심인 점도 흥미롭습니다. 딤섬으로 배부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이 사이에 음식을 먹습니다. 그것을 참이라고 합니다. 사이에 먹는다고 해서 새참이라고 합니다. 일을 많이 하면 새참을 여러 번 먹기도 합니다. 저녁을 먹고도 배가 고프면 밤에 군것질을 하게 됩니다. 그때 먹는 것을 ‘밤참’이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야식’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밤참이나 야식이나 배 둘레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유혹 그 자체입니다.   잠자리에서는 특별히 먹지는 않습니다만, 물을 마시기는 합니다. 어른들은 자다 깨면 물을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준비해 두는 물을 ‘자리끼’라고 합니다. 부모님의 잠자리에 자리끼를 준비해 드리는 것은 효도의 시작입니다. 효도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효도는 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옵니다.     어휘 이야기로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놀라는 일도 있습니다. 우리말에 외래어, 외국어가 정말로 많이 쓰인다는 점입니다. 하루 종일 외래어 홍수 속에서 삽니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샤워를 합니다. 물론 샴푸와 린스가 필요하죠. 드라이를 하고, 티셔츠를 입고,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를 마십니다. 티브이를 보고, 노트북을 들고,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외래어의 홍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어휘로 시작해서 어휘로 끝나는 하루입니다. 어휘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하루가 참 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어휘 어휘 이야기 사실 어휘 외래어 홍수

2025.05.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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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삶] 어휘의 의미 확장

슬픈 시를 쓰려고 배고프다, 썼는데 배곺으다라 써졌다/ 곺 뒤에 커서를 놓고 백스페이스키를 누르자 정말 배가 고팠다// (…) 그래, 슬픔은 늘 고프지/ 어딘가가 고파지면 소리 내어 울자, 종이 위에 옮겼다// 세면대 위에 틀니를 내려놓듯 덜컥, 울음 한마디 내려놓고 왔습니다// 그뿐인가 했더니/ 옆구리 어디쯤에 쭈그리고 있던 마음, 굴절되어 있네요   -이선락 시인의 ‘반려울음’ 부분       반려(伴侶)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로 인생을 함께하는 배우자를 반려자라고 하듯이 마음을 나누고 의지하는 관계에서 쓰인다.     요즈음 반려동물, 반려식물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반려동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인 개, 고양이, 새 따위를 일컫는다.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언젠가부터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빈도 높게 쓰인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의 일환으로 보는 까닭이기도 하고 애완동물에서 ‘완’이 완구처럼 유희의 대상 같은 뉘앙스를 갖는다며 대체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반려식물은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을 아우르는 말일 것이다. 지인 한 분은 다육식물인 다육이를 키우고 있다. 다육이는 건조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잎이나 줄기 혹은 뿌리에 물을 저장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선인장과의 식물이다. 실내에서 기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팬데믹으로 집 안에서의 생활이 늘어나는 요즘 다육이를 키우는 일은 적적함을 달래주기도 하고 무료함을 해소할 수 있어 정서의 안정을 준다고 한다. 식물도 말을 알아듣는다고 믿는 그는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은 개나 고양이는 배반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을 가까이 하다 보면 이런저런 연유로 상처를 받곤 하는데 개나 고양이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결코 주인을 섭섭하게 하지 않고 의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가까이에 두고 기르는 동물이나 식물에 반려라는 명사를 앞세워 우대하게 이른 것은 동·식물의 가치적 이해가 달라진 것도 있겠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동일하다는 인식변화의 결과인 듯하다.    현대인들이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보다 더 크게 의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이는 것 아닌가 싶다. 사람 사이의 단절이 늘어나는 우환이 잦은 시대에 심리적으로 기대고 의지할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시 ‘반려울음’은 올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이다. 울음을 반려로 삼고 가겠다는 말인 듯하다. 이쯤 되면 시인이 지닌 내공이나 시적 중력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울음도 짝이 되고 동무가 될 수 있다면 내칠 이유가 없다. 인생을 울리는 울음이나 웃게 하는 웃음이나 동무로 삼고 보면 마음을 담아내는 감정의 다름일 뿐이다. 울음과 웃음이 불행이나 행복의 차원을 넘어선다. 시인의 정서적 담력이 남달라 보인다.   ‘반려고통’ ‘반려상처’ 뭐 이런 말들도 나올법하다.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의 윤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고수들이란 누구라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울음을 꺼내 해학의 옷을 입힐 줄 아는 자들이다. 아무리 두려운 적수라도 친구가 되고 나면 내 편이 된다. 울음도 내 편이 되고 보면 예쁜 구석이 많이 보이고 한계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정표의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어휘 의미 의미 확장 울음과 웃음 사전적 의미

2022.01.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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