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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오늘의 어휘

New York

2025.07.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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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경희대학교 교수

오늘 아침,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나요? 나도 모르게 손전화로 손이 향하고, 온갖 복잡한 소식에 머릿속이 멍해진 채로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시작부터 나를 가라앉게 합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좋은 사람을 떠올리고, 좋은 어휘를 떠올리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에는 애쓰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좋은 어휘가 일상의 시작입니다.
 
 어휘는 그냥 말이 아닙니다. 어휘는 세상을 잇고 있습니다. 단어와 단어를 잇고, 단어와 생각을 잇고, 단어와 사람을 잇습니다. 그러고는 기어코 사람과 사람을 잇습니다. 우리가 동물과 달리 말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이어져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말입니다. 말이 없다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서로를 사랑하지 못할 것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생각을 담을 수 있고, 생각을 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말에는 그 에너지가 더욱 큽니다. 조상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우리가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말은 우리 속 무형의 유전자이며, 문화입니다. 말이 곧 사람이고, 말이 곧 가치인 셈입니다. 말에서 힘을 느껴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휘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쓰고, 듣고, 살아갑니다. 표면적인 뜻에만 관심이 있고, 그래서 표면적인 관심에 휘둘리게 됩니다. 드러나 있는 의미를 만나 감정의 폭풍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위험한 어휘의 세상입니다.
 
어휘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다른 깊은 정신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어휘를 공부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내 속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어휘를 통해서 내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종종 내 삶이 안쓰러워지기도 할 겁니다. 하루를 바둥거리면 살고 있음에 한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좋은 겁니다. 자신을 마주하는 일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한참을 마주하고 나면, 자신이 더 귀하게 느껴질 겁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귀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귀하다는 말은 드물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드물지 않으면 귀하지 않습니다.
 
 어휘는 나를 깨우기도 하고 나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토닥여주는 거죠.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 순간 행복해집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기쁩니다. 기쁜 마음은 즐거운 마음과 통합니다. 그래서 짜증과 미움을 멀리해야 하고, 귀찮음을 주의해야 합니다. 서로를 고맙게 생각해야 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서로 함께하는 삶이 좋아야 합니다. 같이 미리내도 바라보고, 어깨춤도 추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좋은 일이 많기 바라고, 슬픈 일이 적기 바랍니다. 어쩔 수 없이 닥친 힘든 일이라면 잘 넘길 수 있기 바랍니다. 세상은 살아가는 곳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곳입니다. 오늘 하루도 어휘를 생각하며 행복하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바라는 일이 많고, 궁금증이 많은 삶이면 좋겠습니다. 웃음꽃 피는 하루를 기원합니다. ‘오늘의 날씨’처럼 오늘의 어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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