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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심장이 하나라서!

2025년, 미국의 유명한 여성 팝스타인 케이티 페리(Katy Perry)가 방송인 게일 킹(Gayle King)을 포함해서 5명의 여성들과 함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값비싼 로켓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 말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완전히 ‘사랑’ 천지로 들린다. 그녀는 우주 공간을 경험하면서 이 세상에서 참으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 깨닫게 되었고, 더욱 더 서로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자는 식의 매우 상투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다, ‘사랑은 진짜다, 진짜로 존재한다!’ 즉, ‘Love is real!’인 것이다. 그리고 단연코 인류가 느끼고 행하는 모든 종류의 사랑은 아주 소중하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애인과의 사랑, 자연사랑, 동물사랑 등등 다 포함해서 말이다. 게다가 그 어떤 사랑의 감정과 행태도 확증 편향의 속성을 분명히 갖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 보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양날의 검으로서, 아집과 편견처럼 악하고 부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랑과 우애처럼 선하고 긍정적인 면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일단 에로스적 사랑의 감정이 싹튼 사람들을 보자. 이들은 자기 확신에 차서 마치 자신들의 눈에 ‘꽁깍지가 씌워진’ 것처럼 행동한다. 매사에 머리보다 가슴이 앞서며, 팔딱팔딱 뛰는 심장으로 정열적이며 불과 같은 열정을 태운다. 즉 강도 높은 확증 편향이 사랑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이 로맨틱한 사랑도 일반적으로 3년 정도면 사그라진다고 한다! 아마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가족을 돌보고, 생업에 종사하며, 인류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라는, 그런 우주의 더 큰 진화의 원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현대인의 결혼관이 다양한 면에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라, 더 이상 부부가 가정을 유지하고 평생을 해로하며 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조차 그다지 쉽지 않다. 또한 결혼도 이혼도 더 빨리 결정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어떤 설문조사에서 ‘약혼하기 전에 몇 달이나 데이트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는데, 그 대답이 매우 흥미롭다. 요즘엔 커플들이 약혼하기까지 평균적으로 겨우 15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사람마다 상황마다 변수가 작용하지만, 그래도 그 결정이 매우 빠르게 짧아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또 다른 설문조사의 결과는 그다지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이성 간에 남자는 사랑에 더 빨리 자주 빠지는 반면에, 여성은 처음에는 ‘슬로우 모션’을 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처음에 남성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전에 이것 저것 많은 조건 사항들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생각해보지만, 일단 정하고 나면 남성보다 상대방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훨씬 더 강해진다고 한다.    여하튼 분명히 정보기술 사회에 사는 현대인은 예전보다 훨씬 개방적인 분위기와 환경, 열린 의식하에 다양한 데이팅앱 등을 사용하여 연애도 약혼도 결혼도 이혼도 보다 더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말의 확증 편향에 힘입어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빨리, 쉽게, 그것도 섣불리 미래를 약속하고 또 파기하는 실수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비용과 대가를 치르게 해버린다. 때로는 여성들의 ‘슬로우 모션’이 더욱 돋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마도 애초의 확증 편향을 넘어서서 보다 더 깊고 진실된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매우 신비스럽고 특이하며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문어(octopus)는 심장이 3개, 팔다리는 8개, 그리고 파란 피와 9개의 뇌를 지닌 생물이다. 물론 이에는 다 나름대로 생리적, 물리적으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나는 인간이 뇌도 심장도 하나씩 갖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고 큰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인간이 문어 같은 조건이었다면, 너무 에로스적 사랑에만 빠지고 치여서 차마 이렇게까지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하고 문화인으로서 성장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조금 달리 생각해서, 심장이 세 개도 뇌가 아홉 개도 아닌 인간이 세상과 사물, 인류와 우주에 대한 사랑이 폭넓게 풍성히 넘치는 존재라는 데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사랑이란 고귀한 기쁨을 주기에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심장 뇌도 심장도 에로스적 사랑 사랑 자연사

2025.06.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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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성숙한 사랑의 진미'를 찾아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는 단순하고 간단히 대답하기에는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이지만, 이성 간이나 파트너 사이에 일어나는 ‘아주 뜨겁게 불타오르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 비교적 이해가 쉬워진다. 우리의 삶에서 인간 사이의 사랑의 정서와 느낌 자체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감정이다. 이 열정적이며 심장이 멎을 것 같으면서도 가슴을 마구 뛰게 하는 ‘나와 타자’와의 사랑은 인류를 지속시키는 아름답고 애틋한 감정이다.     오래된 팝송 중에 1979년, 미국의 하드 록 밴드인 KISS가 부른 노래인 〈I Was Made For Lovin’ You〉가 있다. 이 노래에서 반복해서 들리는 주요 후렴구(코러스) 가사는 다음과 같다.     I was made for lovin' you, baby / You were made for lovin' me / And I can't get enough of you, baby / Can you get enough of me? 이를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해, 자기 / 너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존재해 / 그리고 나는 너를 더 원해, 자기 / 너는 (이대로) 만족할 수 있니?”   이처럼 당연히 사랑의 감정은 매우 정열적인, 친밀한 신체적 접촉을 원한다. 사랑의 깊은 ‘늪’에 빠져 서로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워지고, 좋은 것만 골라보게 되고, 쉽게 흥분하며, 재미있게 눈 먼 달콤한 ‘로맨스’를 펼쳐간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지만 결혼하거나 가정을 꾸린 후에도 낭만과 로맨스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부부 간에, 파트너 간에 서로가 이런 ‘낭만적’인 사랑을 보다 더 ‘성숙된’ 사랑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행복한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관건이다.     나는 여기서 성숙된 사랑에는 구속과 집착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은 칼릴 지브란의 시집 ≪예언자≫에 실린 내용인데, ‘성숙한 사랑의 진미’를 잘 담고 있다.(참고로 나는 이 시를 버지니아 사티어의 책인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에서 인용했다.)       함께 있더라도 그 사이에 공간을 두라.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출 수 있도록. 서로를 사랑하되 사랑으로 구속하지 말라.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를 바다가 춤추며 흐르도록. 서로의 잔을 채우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에게 자기 빵을 건네되 한쪽의 덩어리만을 먹지 말라.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즐거워하되 각자 홀로 오롯하라. 한 가락 음률을 위해 함께 떨리는 류트의 현들조차도 서로 떨어져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건네되 서로의 마음에 가둬두려 하지 말라. 오로지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온전히 품을 수 있으니. 함께 서 있되 서로 너무 가까이 있지는 말라. 신전의 기둥들조차도 서로 떨어져 서 있으며,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에서는 자라지 못하니까.     결국 우리가 사랑과 행복을 유지하려면, 처음에 “우리는 천생연분이다!”라고 강하게 믿었던 감정을 여러 차원으로 차곡차곡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사실 누구나 결혼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안전한 안식처(safe haven)’를 찾아 안주하기를 원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에로스적 사랑에 플라토닉 러브, 그리고 ‘거리두기’가 모두 필요하다! 정도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지나친 구속과 집착에서 벗어나, 서로가 독립된 인간으로서 설 수 있도록 선과 거리를 지켜주고 인격을 존중해주는 데에 있다. 우리는 좀 더 승화된, 성숙된 “사랑의 진미를 찾아” 노력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여기에 행복한 사랑과 결혼 생활의 참된 열쇠가 있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사랑 에로스적 사랑 위스콘신대 교육학 교수 교육학

2025.02.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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