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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심장이 하나라서!

Chicago

2025.06.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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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

손원임

2025년, 미국의 유명한 여성 팝스타인 케이티 페리(Katy Perry)가 방송인 게일 킹(Gayle King)을 포함해서 5명의 여성들과 함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값비싼 로켓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 말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완전히 ‘사랑’ 천지로 들린다. 그녀는 우주 공간을 경험하면서 이 세상에서 참으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 깨닫게 되었고, 더욱 더 서로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자는 식의 매우 상투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다, ‘사랑은 진짜다, 진짜로 존재한다!’ 즉, ‘Love is real!’인 것이다. 그리고 단연코 인류가 느끼고 행하는 모든 종류의 사랑은 아주 소중하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애인과의 사랑, 자연사랑, 동물사랑 등등 다 포함해서 말이다. 게다가 그 어떤 사랑의 감정과 행태도 확증 편향의 속성을 분명히 갖고 있는 듯하다.  
 
인간이 보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양날의 검으로서, 아집과 편견처럼 악하고 부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랑과 우애처럼 선하고 긍정적인 면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일단 에로스적 사랑의 감정이 싹튼 사람들을 보자. 이들은 자기 확신에 차서 마치 자신들의 눈에 ‘꽁깍지가 씌워진’ 것처럼 행동한다. 매사에 머리보다 가슴이 앞서며, 팔딱팔딱 뛰는 심장으로 정열적이며 불과 같은 열정을 태운다. 즉 강도 높은 확증 편향이 사랑의 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이 로맨틱한 사랑도 일반적으로 3년 정도면 사그라진다고 한다! 아마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가족을 돌보고, 생업에 종사하며, 인류와 지역사회에 봉사하라는, 그런 우주의 더 큰 진화의 원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가 하면 현대인의 결혼관이 다양한 면에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지라, 더 이상 부부가 가정을 유지하고 평생을 해로하며 살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조차 그다지 쉽지 않다. 또한 결혼도 이혼도 더 빨리 결정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보이기도 한다.
 
미국의 어떤 설문조사에서 ‘약혼하기 전에 몇 달이나 데이트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는데, 그 대답이 매우 흥미롭다. 요즘엔 커플들이 약혼하기까지 평균적으로 겨우 15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사람마다 상황마다 변수가 작용하지만, 그래도 그 결정이 매우 빠르게 짧아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또 다른 설문조사의 결과는 그다지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이성 간에 남자는 사랑에 더 빨리 자주 빠지는 반면에, 여성은 처음에는 ‘슬로우 모션’을 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자는 처음에 남성을 선택하고 결정하기 전에 이것 저것 많은 조건 사항들을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보고 생각해보지만, 일단 정하고 나면 남성보다 상대방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훨씬 더 강해진다고 한다. 
 
여하튼 분명히 정보기술 사회에 사는 현대인은 예전보다 훨씬 개방적인 분위기와 환경, 열린 의식하에 다양한 데이팅앱 등을 사용하여 연애도 약혼도 결혼도 이혼도 보다 더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말의 확증 편향에 힘입어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빨리, 쉽게, 그것도 섣불리 미래를 약속하고 또 파기하는 실수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비용과 대가를 치르게 해버린다. 때로는 여성들의 ‘슬로우 모션’이 더욱 돋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마도 애초의 확증 편향을 넘어서서 보다 더 깊고 진실된 사랑을 이루어 나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라.  
 
매우 신비스럽고 특이하며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문어(octopus)는 심장이 3개, 팔다리는 8개, 그리고 파란 피와 9개의 뇌를 지닌 생물이다. 물론 이에는 다 나름대로 생리적, 물리적으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나는 인간이 뇌도 심장도 하나씩 갖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고 큰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인간이 문어 같은 조건이었다면, 너무 에로스적 사랑에만 빠지고 치여서 차마 이렇게까지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하고 문화인으로서 성장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니면 조금 달리 생각해서, 심장이 세 개도 뇌가 아홉 개도 아닌 인간이 세상과 사물, 인류와 우주에 대한 사랑이 폭넓게 풍성히 넘치는 존재라는 데에 매우 큰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사랑이란 고귀한 기쁨을 주기에 인간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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