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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Turquoise World

올여름엔 특별한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었는데 땡 더위가 기습을 하자 뉴욕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한 지인이 버킷리스트 일 순위로 미국 내 국립공원을 샅샅이 돌아보고 싶다고 한 말이 생각나서 캐나다 로키산맥으로 정했다. 일단 뉴욕에서 시애틀로 날아가 밴쿠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밴쿠버 시내와 브리티시 콜럼버스의 수도인 빅토리아 시티에 페리를 타고 다녀왔다. 이 아담하고 예쁜 도시는 유럽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지금도 캐나다는 영연방과 깊은 관련이 있어 영국풍의 건물, 거리, 시가지가 고풍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운 좋게도 나는 그토록 환상적인 빅토리아시를 수채화로 그리고 있는 화가를 만나 그의 화법에 넘어가 작품 몇 점을 사서 왔다.     다음에 들린 곳은 그 유명한 캐필라노 현수교였다. 이 흔들다리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제일 순위의 관광명소로 알려져 있다. 원주민의 토템으로 시작되는 이 흔들다리는 1889년에 지어졌는데도 관리를 워낙 잘해와 지금도 안전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 다리는 깊은 숲속에 450피트 길이의 아찔한 흔들다리로 지어졌으며 그 주변의 생태학적인 환경을 고려해 지은 교육실습 현장으로 다 돌아보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린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끝없이 펼쳐진 정글 참나무 숲과 계곡이 만나 이루는 광경은 나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밴쿠버에서 다음 코스인 재스퍼 국립공원까지는 8시간 장거리여서 중간에 하룻밤을 쉬고 계속 달려 도착했다. 재스퍼는 밴프와 비교해 볼 때 조금 덜 개발된 국립공원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울울창창한 침엽수림 사이사이로 흐르는 강물이 계곡을 이루고 계곡이 모여 거대한 폭포가 되어 부서진다. 산 위쪽은 빙하가 서서히 녹아 얼음물로 흘러내려 호수를 이루고 호수는 온통 터키옥(turquoise) 색이다. 물색도 날씨의 영향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고 감히 인간이 아니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신비로운 색채다. 가장 근접하게 옥색이나 에메랄드색이라고들 하지만 난 동의할 수가 없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트레일은 숨이 막히는 경관으로 많은 하이커를 유혹한다. 계곡은 계속 옥빛을 품어내 폭포가 되고 찬란한 옥빛 물보라가 되어 춤을 추며 하늘로 올라간다. 폭포 뒤로 보이는 먼 산은 눈에 덮여있거나 빙하로 흰 녹색의 빛이 화창한 햇빛에 반사되어 영롱하다.     재스퍼를 떠나 밴프로 달린다. 밴프는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꼭 꼽히는 곳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구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가 많다. 하지만 사진으로도 매우 아름답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고 할 말을 잃게 된다. 모레인 호수, 루이스 호수, 페이토 호수, 에메랄드 호수 등 가는 곳마다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호수가 많아 세상은 온통 Turquoise World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많이 녹아내렸지만, 설상차를 타고 올라가 빙하 위를 걷는 기분은 지구가 아닌 하늘과 맞닿은 우주를 걷는 듯했다.     자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겸손이다. 이런 무공해의 자연을 벗 삼고 있으면 나의 눈은 정화되고 머리는 맑아지며 가슴은 뻥 뚫리고 마음은 맑은 호수가 된다. 명랑한 하늘에 경이로운 구름이 시시각각 그리는 수채화를 배경으로 황홀한 신록을 뚫고 그 사이사이로 스쳐 나오는 향긋한 바람이 나를 흔들면 나는 비틀거린다. 찬란한 태양 아래 하늘과 구름, 참나무 숲과 바람으로 물든 나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호수 속으로 퐁당 빠진다. 일본인 유키 구라모토가 레이크 루이스를 방문하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작곡한 곡이 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그의 재능이 한없이 부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의 스승인 자연을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안타깝다. 정명수 / 시인삶의 뜨락에서 turquoise world turquoise world 에메랄드 호수 호수 페이토

2025.08.25. 20:21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에메랄드 호수, 만년설의 고향…캐나다 밴프 명소 베스트 7

살아 숨 쉬는 대자연의 감동이 있는 캐나디언 록키스 관광의 중심에는 밴프(Banff)란 도시가 있다. 큰 도시는 아니지만 훌륭한 자연경관과 함께 좋은 식당 호텔 기념품점들이 많다. 밴프 방문시 놓칠 수 없는 자연 명소 7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설퍼 마운틴(Sulphur Mountain)이다. 설퍼 마운틴은 2281m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곤돌라로 올라간 지점에는 식당과 전망대가 있고 계단으로 보도를 잘 만들어 놓아 다니기에 편하다. 전망대에 서면 보우강이 흐르는 밴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밴프 국립공원 주변을 둘러 있는 캐나다 록키의 설산들의 위용을 구경할 수 있다.   설퍼란 산이름은 유황이란 뜻인데 산 아래편에 유황 온천이 발견되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곤돌라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미국 달러로 일인당 70달러 정도다. 곤돌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산을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지만 등반 고도가 약 2300피트(700미터)이므로 쉽지않은 산행이다.   두 번째는 존스톤 계곡이다. 이곳은 협곡에서 맑은 물줄기가 쉼없이 내려오는 곳으로 절벽에 길을 만들어 물길을 내려다보면서 걷게 되는데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아주 특별하다.   얼음처럼 차가워 보이는 시냇가를 따라가면 약 30분 거리에 첫 번째 폭포가 나오고  30분을 더 올라가면 두 번째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입구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는데 하이킹을 하고 난 후 맛보는 아이스크림이 너무 맛나다.   세 번째는 컬럼비아 아이스 필드이다. 이곳 빙원은 캐나다 록키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데 넓이가 230 평방 킬로미터에 가장 깊은 곳은  두께가 365미터나 된다고 한다.   연평균 강설량이 7미터나 되는 지역이어서 여름철 동안 눈이 다 녹지 않기 때문에 빙원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매년 빙원 사이즈가 작아지고 있는데 설상차를 타면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더 깨끗하고 거대한 빙하를 보고 경험할 수 있다.   일반 차량은 아래편에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빙원에 올라갈 수 있다. 빙원을 걸으면서 눈 녹은 푸른 물줄기가 쉼없이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이 지나온 인생길을 보는듯하다.   네 번째는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는 타카카우 폭포(Takakkaw Falls)이다. 타카카우는 원주민 언어로 ‘참 웅장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 크기와 수량이 요세미티 폭포와도 비견될 정도이다. 주차장에서 폭포까지는 약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물보라가 멀리 흩날리므로 가까이 가려면 옷이 흠뻑 젖을 각오를 해야한다.   폭포 인근에 수많은 하이킹 트레일 있어 캐나다 록키의 또 다른 비경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주차장 인근에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있어 폭포를 바라보며 점심을 즐기기에도 좋다.   다섯 번째는 에메랄드처럼 진초록색으로 빛나는 에메랄드 호수(Emerald Lake)이다. 이곳 호수는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멋이 있다. 이곳에서는 카누를 빌려 물결 위로 저어보자. 호수 주위를 한바퀴 돌아오는 전체길이 5마일의 트레일은 키 큰 나무들과 초록의 수풀로 덮여 있어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다.   블루베리 등 열매가 있는 나무들도 있고 쓰러진 고목에서 새로운 생명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과 힐링을 함께 느껴보는 멋진 장소이다. 또한 이곳에는 랏지가 준비되어 밴프를 돌아보는 베이스 숙박지로 사용하여도 좋은 곳이다.   여섯 번째는 모레인 호수(Moraine Lake)다. 10개의 바위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푸른색의 호수 위로 카누가 떠있는 모습은 캐나다 록키를 상징하는 명소로 많이 소개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모레인은 빙하 퇴적물이란 뜻인데 호수의 아름다움에 어울리지않는 이름인 것 같다. 푸른 호수 위로 카누를 띄워 노를 젓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많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보는 듯하다.   등산로가 나있어 호숫가를 따라 하이킹을 할 수 있다. 호수 뒤편에는 맑고 차가운 연못 위로 주변의 산들이 거울처럼 투영되어 보면서도 믿기 힘든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일곱 번째는 루이즈 호수(Lake Louise)이다. 캐나다 록키의 명물로 손꼽히는 레이크 루이즈는 그 자태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터코이즈 색의 호수와 빅토리아 빙원 그리고 만년설로 덮인 산봉우리들의 조합은 그 어디에 견주어도 압권이다.   호수를 마주하며 지어진 패어몬트 샤토 호텔도 너무 멋지다.  여름철에는 호수에서 카누를 타볼 수 있고 겨울에는 인근의 산에서 스키를 탈 수 있다.   루이즈 호수를 제대로 즐기려면 하이킹이 최고이다. 이곳에서는 레이크 아그네스 트레일과 6개의 빙하 평야(Plain of 6 Glacier) 트레일이 유명하다.   약 1시간 정도 걸어 빙원 근처에 도착하면 작은 티하우스를 만나게된다. 이곳에서는 커피, 티, 파이 그리고 스프 등 간단한 식음료를 준비해서 등산객들에게 서빙한다.   빙원으로 가까이 들어서면 양쪽의 커다란 산봉우리 사이로 눈 쌓인 루트가 나타난다. 전에는 이곳으로 마운틴 레프로이와 빅토리아 봉을 올랐다고 한다. 능선 위에 바위처럼 보이는 조그만 집이 있는데 에봇 패스 헛으로 불리는 대피소이다.   돌아올 때는 벌집이란 뜻의 비하이브 트레일을 따라 레이크 아그네스를 거쳐 내려올 수 있다. 원을 그리면서 돌아 나오는 하이킹 코스는 힘들긴 하지만 비하이브 윗편에서 연푸른 색의 루이즈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잊지못할 추억을 경험하게 된다.   이외에도 밴프에는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과 그 앞으로 흐르는 보우 강이 유명하다. 1950년대 마릴린 먼로가 나온 돌아오지 않는 강이 이곳 보우 강에서 촬영되어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밴프는 멋진 자연경관의 보고이며 아름다운 도시이다. 숙박은 호텔과 랏지 그리고 캠프장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하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미리 수개월 전에 숙박장소 예약과 방문지 계획을 세워야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에메랄드 베스트 에메랄드 호수 이곳 호수 밴프 국립공원

2024.08.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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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세상에 없는 신비함을 만나다

캐나다 로키산맥 내  또 하나의 국립공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요호 국립공원이다.     인디언 언어로 '아주 신비한' 혹은 '신난다' 라는 뜻이니까 우리의 '야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곳에 예쁜 호수가 있는데 바로 에메랄드 호수다. 작은 호수이지만 호수의 빛이 에메랄드 색 보석 같은 모습인데,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2시간 정도 돌아보면서 숲 향에 취해 볼 수도, 작은 보트나 카누를 빌려 호수를 가로질러 볼 수도 있는 감동의 장소다.   그런데 이곳에 올때 마다 기억나는 관광객과의 만남이 있다. 벌써 25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많은 관광객을 인솔해 이곳 에메랄드 호수를 평소와 다름없이 찾았는데 그때  관광객 중 3형제가 있었다. 큰형님이 80세 정도, 둘째 형님이 65세정도 그리고 막내가 60세 정도 되신 고객들이었다. 큰형님이 연세에 비해 상당히 건강하고 잘 걸으셨고 둘째 되시는 분이 꼭 아버님처럼 형님을 공손히 부축하면서 모시기에 궁금해서 여쭤 본적이 있다. "형님이라고 하면서 꼭 아버님처럼 모시네요" 그랬더니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북사투리의 억양으로 "네, 형님이 저희에게는 아버님이나 다름 없습네다. 저희에게는 8형제가 있었디요,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큰형님께서 우리를 가르쳐 주시고 길러 주셨디요, 그러니까 아버님이나 다름업디요, 근데 저는 저 형님과 다른 형제들을 못보고 죽는 줄 알았어요"  당시 그렇게 말하는 그분의 눈에는 무언가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궁금증에 다시 물었다. "아니 건강이 좋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분이 다시 "그게 아니고, 사실은 저는 김일성 대학의 교수 였었디요" 김일성 대학의 교수였었다는 그분의 이야기가 왜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는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고 흥분하고 있는 내 마음의 동요도 아랑 곳 없이 다시 그는 "전 김일성 대학의 교수였고, 제 형제들은 전부 남한으로 피난가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형제들의 소식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살아 생전에 만날 수 없으리란 생각뿐 이였지요. 그러다가 제가 동베를린 대학으로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지요. 당시 동독과 서독에는 철의 장막이 가로막고 있던 때였습니다만 어느 날인가 전혀 생각지도 않게 동독과 서독의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그 바람에 남한에 있던 형제들을 만나게 되고 이렇게 여행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도 필자는 에메랄드 색의 호수위에 보트를 타고 흘러가는 3형제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먼 곳, 내나라 내 형제들이 그렇게 만나기를 갈망하면서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장소. 그러나 그들은 독일의 통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호수에서 보트에 몸을 맡기고 있던 것이었다. 에메랄드 호수의 솔향 짙은 숲길에서 바라 본 3형제의 모습은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진한 감동으로 명화의 한 장면처럼 내 추억의 장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여행은 자연이라는 책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곳이며, 공간을 읽는 법을 깨닫는 시간이다.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다시 찾는 것이며,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에메랄드 호수 에메랄드 호수 김일성 대학 호수 주변

2023.05.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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