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여름철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초복·중복·말복의 삼복(三伏) 기간은, 그 이름처럼 더위에 사람들이 땅에 엎드릴 정도라는 뜻의 ‘엎드릴 복(伏)’ 자를 씁니다. 삼복의 유래는 중국 진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진덕공 2년(기원전 676년), 세 번에 걸쳐 제사를 드리고 고기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농경 사회에서 여름철은 농사일이 많은 시기로, 체력 유지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에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원리로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했습니다. 이런 삼복더위에 우리는 기운을 보충하고 면역을 다잡기 위한 ‘보양’을 고민하게 되고, 보통 삼계탕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복날 보양식의 역사는 조금 다릅니다. 조선시대 궁중 요리서 『시의전서』에는 민어탕이 복날의 일품요리로 기록돼 있습니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이 복날에 즐긴 보양식의 종류와 순위가 나오는데, 일품요리는 민어탕(찜), 이품요리는 도미탕(찜), 삼품요리는 보신탕이라 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의 문서, 의궤(儀軌), 궁중 음식 명칭 등을 살펴보면, 공식적인 기록에는 ‘어(魚)’ 자가 붙은 생선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고등어, 연어, 잉어, 농어 등입니다. 그만큼 민어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생선이었고, 숙종 임금도 송시열의 80세 생일에 민어 20마리를 선물했을 정도로 귀히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장어나 추어 같은 생선이 민어를 대신했던 것입니다. 지금처럼 닭에 인삼, 찹쌀, 대추를 넣어 만든 삼계탕은 인삼이 대중화된 이후에야 자리 잡은, 비교적 근대의 음식입니다. 그러나 삼계탕이나 민어, 장어, 추어 같은 보양식은 모두에게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은 한의학적으로 ‘심화(心火)’가 왕성해지는 계절입니다. 심장의 열기가 외부로 넘치고, 땀으로 진액이 빠져나가면서 자칫 기운이 허약해지고 장부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과도한 냉방과 찬 음식은 오히려 소화기를 차게 하고, 피로나 설사, 식욕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자신의 사상체질을 고려한 맞춤형 보양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상체질(四象體質)은 조선 말기의 한의사 이제마(李濟馬, 1837~1900) 선생에 의해 처음 체계화되었으며, 19세기 후반 고종 시대에 등장한 비교적 근대 한의학 이론입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장어는 ‘오장을 보하고 허로(虛勞)를 낫게 한다’고 되어 있으며, 추어는 ‘기허를 보하고 양기를 북돋운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장어나 추어 같은 고단백 보양식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무리한 음식보다는 경혈 자극, 즉 지압, 뜸, 침 치료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체질과 계절, 경혈과 식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한의학이 지향하는 건강관리의 핵심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음식 못지않게 중요한 대안이 바로 경혈 자극, 특히 ‘족삼리(足三里)’ 경혈입니다. 족삼리는 무릎 아래 바깥쪽, 약 네 손가락 너비 아래에 위치한 혈자리로, 동의보감에서는 ‘비위를 보하고 정기를 북돋우며, 오래 누운 병자에게 특히 좋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족삼리에 매일 뜸을 뜨면 백세까지 무병장수한다”는 말도 전해질 만큼 예로부터 널리 활용되어 왔습니다. 족삼리를 자극하면 소화 기능이 향상되고 기운이 돌며 면역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혈자리 하나이지만, 기혈의 흐름을 조절하고 장부 기능을 강화하는 ‘에너지의 관문’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복날처럼 땀과 열기로 몸이 쉽게 지치는 시기에는 족삼리의 효과가 더 도드라집니다. 삼복의 더위는 누구에게나 다가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듭니다. 다만, 이를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살피고, 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운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올 여름, 삼계탕 한 그릇도 좋지만, 한 번쯤은 족삼리 자리를 자극하며 몸과 대화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삼복더위 보양식 고단백 보양식 여름철 무더위 민어 장어
2025.07.16. 19:41
미국내 대도시들의 여름철 무더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텍사스 주내 도시들이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립적인 싱크탱크인 ‘국제 환경 및 개발 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Environment and Development/IIED)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세기 동안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50개 도시가 모두 더워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텍사스 주내 대도시가 특히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IIED의 수석 연구원인 터커 랜데스먼은 “여름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도시 전체에서 평균 최고 기온이 화씨 3도 정도 더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도시를 건설하는 방식도 도시의 온도를 높이는 주원인의 하나다. 도심 거리, 포장도로,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 복사열이 상당함을 누구나 느낄 수 있으며, 수많은 콘크리트 건물들에서도 열이 발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열섬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트 워스는 1976년 화씨 95도 이상의 무더위가 5주간 지속됐으며 2023년에는 거의 2배나 더 늘어났다. 알링턴은 무더위 지속기간이 6.5주에서 11주 이상으로 늘어났고 달라스는 극도로 더운 날수가 57%나 증가했다. 도시의 열섬현상은 기온을 최대 화씨 20도까지 높일 수 있다. 텍사스 북부 전역의 개발자들이 주택과 사업장을 위한 가용 토지를 차지함에 따라 루이스빌시는 이같은 열섬현상을 줄이기 위해 녹지 공간을 보존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루이스빌시의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국장인 스테이시 아나야는 “차양막(canopy)을 보호하고 대초원 풍경을 보호하는 것은 아마도 에어컨 시스템과 그것을 견딜 수 있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모든 인공 시스템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도시는 2035년까지 모든 주민이 공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내에 살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아나야 국장은 “우리는 루이스빌의 모든 주민이 녹지와 가까운 곳에서 사는 혜택을 누리고 자연을 가능한 한 현관에 가까이 두고 싶다. 우리의 목표가 텍사스 북부의 다른 커뮤니티를 위한 청사진이 됨과 아울러 건강한 인프라가 루이스빌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정말 번영하는 지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랜데스먼 수석 연구원은 “사람들이 증가하는 기온을 완화하고 적응할 방법을 알아내도록 영감을 주는 데이터를 원한다. 행동하지 않는 것의 결과는 생각만 해도 두렵다. 기온 상승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의 웰빙과 인간의 삶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손혜성 기자〉 텍사스 여름철 텍사스 도시들 텍사스 북부 여름철 무더위
2024.08.29.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