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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삼복더위엔 보양식 대신 족삼리

Los Angeles

2025.07.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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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

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

삼복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여름철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초복·중복·말복의 삼복(三伏) 기간은, 그 이름처럼 더위에 사람들이 땅에 엎드릴 정도라는 뜻의 ‘엎드릴 복(伏)’ 자를 씁니다.  
 
삼복의 유래는 중국 진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진덕공 2년(기원전 676년), 세 번에 걸쳐 제사를 드리고 고기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특히 농경 사회에서 여름철은 농사일이 많은 시기로, 체력 유지는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에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원리로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했습니다. 이런 삼복더위에 우리는 기운을 보충하고 면역을 다잡기 위한 ‘보양’을 고민하게 되고, 보통 삼계탕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복날 보양식의 역사는 조금 다릅니다.
 
조선시대 궁중 요리서 『시의전서』에는 민어탕이 복날의 일품요리로 기록돼 있습니다. 옛 문헌을 살펴보면, 우리 선조들이 복날에 즐긴 보양식의 종류와 순위가 나오는데, 일품요리는 민어탕(찜), 이품요리는 도미탕(찜), 삼품요리는 보신탕이라 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나 고려시대의 문서, 의궤(儀軌), 궁중 음식 명칭 등을 살펴보면, 공식적인 기록에는 ‘어(魚)’ 자가 붙은 생선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고등어, 연어, 잉어, 농어 등입니다.  
 
그만큼 민어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귀한 생선이었고, 숙종 임금도 송시열의 80세 생일에 민어 20마리를 선물했을 정도로 귀히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장어나 추어 같은 생선이 민어를 대신했던 것입니다.  
 
지금처럼 닭에 인삼, 찹쌀, 대추를 넣어 만든 삼계탕은 인삼이 대중화된 이후에야 자리 잡은, 비교적 근대의 음식입니다. 그러나 삼계탕이나 민어, 장어, 추어 같은 보양식은 모두에게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은 한의학적으로 ‘심화(心火)’가 왕성해지는 계절입니다. 심장의 열기가 외부로 넘치고, 땀으로 진액이 빠져나가면서 자칫 기운이 허약해지고 장부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과도한 냉방과 찬 음식은 오히려 소화기를 차게 하고, 피로나 설사, 식욕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럴 때는 자신의 사상체질을 고려한 맞춤형 보양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상체질(四象體質)은 조선 말기의 한의사 이제마(李濟馬, 1837~1900) 선생에 의해 처음 체계화되었으며, 19세기 후반 고종 시대에 등장한 비교적 근대 한의학 이론입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장어는 ‘오장을 보하고 허로(虛勞)를 낫게 한다’고 되어 있으며, 추어는 ‘기허를 보하고 양기를 북돋운다’고 전합니다. 하지만 체질에 따라 장어나 추어 같은 고단백 보양식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땐 무리한 음식보다는 경혈 자극, 즉 지압, 뜸, 침 치료를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체질과 계절, 경혈과 식단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한의학이 지향하는 건강관리의 핵심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음식 못지않게 중요한 대안이 바로 경혈 자극, 특히 ‘족삼리(足三里)’ 경혈입니다. 족삼리는 무릎 아래 바깥쪽, 약 네 손가락 너비 아래에 위치한 혈자리로, 동의보감에서는 ‘비위를 보하고 정기를 북돋우며, 오래 누운 병자에게 특히 좋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족삼리에 매일 뜸을 뜨면 백세까지 무병장수한다”는 말도 전해질 만큼 예로부터 널리 활용되어 왔습니다. 족삼리를 자극하면 소화 기능이 향상되고 기운이 돌며 면역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단순한 혈자리 하나이지만, 기혈의 흐름을 조절하고 장부 기능을 강화하는 ‘에너지의 관문’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복날처럼 땀과 열기로 몸이 쉽게 지치는 시기에는 족삼리의 효과가 더 도드라집니다.
 
삼복의 더위는 누구에게나 다가와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듭니다. 다만, 이를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살피고, 몸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기운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올 여름, 삼계탕 한 그릇도 좋지만, 한 번쯤은 족삼리 자리를 자극하며 몸과 대화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강병선 / 강병선 침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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