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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영화계 ‘리부트의 해’….화제작 속편 줄이어

지난주 소개한 기대되는 2025년 상반기 개봉작 5편에 이어 하반기에 개봉 예정인 화제작 5편을 소개한다.     20세기 센추리 스튜디오 탄생 90주년을 맞는 영화계의 2025년은 리부트의 해다. 지면에 소개한 영화들 외에도 ‘위키드’, ‘카라데 키드’, ‘캡틴 아메리카’, ‘배드 가이즈’, ‘패딩턴’ 등 속편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모두 차지한 배우 르네 젤위거가 21년 만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속편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로 빅스크린에 다시 돌아온다.   미션: 임파서블 ? 더 파이널 레코닝(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제목에 보이는 ‘Final’(최종)이 정말 시리즈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일까. 62세 톰 크루즈의 나이 때문은 아니다. 시리즈 8번째 작품인 ‘더 파이널 레코닝’이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작사의 은근히 계산된 마켓팅 전략으로 보인다. 해리슨 포드가 70대의 나이에도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톰 크루즈의 IMF 정보원 이선 헌트는 아직 젊다. 시리즈의 전편 ‘데드 레코닝’의 속편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2022년 3월 영국에서 시작, 몰타, 남아프리카, 노르웨이 등지를 돌며 촬영을 마쳤다. 약 4억 달러의 역대급 제작비가 들어갔다. 5월 23일 개봉.   발레리나(Ballerina)   ‘존 윅’과 본드걸의 만남! 현존하는 최고의 핫한 여배우 애나 데 아르마스가 ‘존 윅’의 세계관에서 파생된 첫 번째 스핀오프 ‘발레리나’를 이끈다. 2021년 007시리즈 ‘노 타임 투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했던 아르마스가 범죄 조직 루스카 로마 소속의 발레리나이자 킬러 이브로 출연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한다는 내용. ‘존 윅 3: 파라벨룸’에서 암살용 발레리나들을 양성하는 디렉터로 출연한 우 안젤리카 휴스턴, 전설적 킬러 존 윅 역에 키아누 리브스, ‘워킹 데드’의 노만 리더스가 출연한다. 아직 알려진 세부 사항이 많지 않다. 그간 수차례 개봉을 미루다가 6월 6일로 개봉일이 확정됐다.     주라식 월드 리버스 (Jurassic World Rebirth)   전작 ‘월드 도미니언’에서 지난 시대에 작별을 고했던 시리즈는, ‘윌드 리버스’를 통해 캐릭터들을 모두 갈아 치운다. 스카렛 요한슨과 마허샬라 알리가 올스타 캐스트를 이끈다. 2025년 개봉작 중 최대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직 예고편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수퍼볼 게임 중 예고편이 최초 공개될 거라는 소문이 있다.   ‘월드 도미니온’ 이후 5년이 지났다. 지구의 온난화로 선사 시대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왔던 공룡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겨우 3마리가 살아남는다.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유전 인자가 필요하다.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캡틴 던컨(마허살라 알리), 그리고 생물학자 헨리(조나단 베일리)가 공룡으로부터 유전 인자를 추출하기 위해 파견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고질라’(2014)의 개러스 에드워즈가 감독을 맡았다. 원작 ‘쥬라기 공원’의 작가 데이비드 코엡이 다시 극본을 맡았다. 7월 2일 개봉.   수퍼맨 (Superman)   수퍼히어로의 상징 ‘슈퍼맨’은 ‘배트맨’, ‘원더우먼’과 함께 ‘DC 트리니티’로 불린다. 1938년 만화 시리즈로 세상에 처음 나온 이후 현재까지 약 6억부의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만화 판매량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DC 확장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의 수장 제임스 건이 내어놓는 ‘수퍼맨’은 어떤 모습일까. 건은 최근 그의 새로운 버전이 더 이상 ‘파시스트 적 환상’의 반복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고전의 현대화, 그러나 수퍼맨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치중했다는 뜻이다. 예고편에서 수퍼맨이 누워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장면은 수퍼맨의 선함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수퍼맨 역에 데이비드 코런스웻, 로이스 레인 역에 레이첼 브로스나한이 ‘수퍼히어로 커플’로 확정된 후, 2024년 1월 촬영에 들어간 ‘수퍼맨’은 7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이 커플은 앞으로 최소 10년간 시리즈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파이어 앤 애쉬 (Avatar: Fire and Ash)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카메라는 미지의 어두운 곳으로 향한다.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2편 ‘물의 길’의 속편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샘 워싱턴(제이크 설리), 조 살다냐(나이티리), 시고니 위버(키리), 스티븐 랭(마일 쿼리치)등 아바타 전작의 많은 출연진이 돌아올 예정이다.   윈시족이지만 고도로 진화한 나비 족의 고향,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행성인 판도라. 나비 족의 하이브리드 애쉬족이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25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투여됐다. 9번이나 개봉을 연기하다 12월 19일로 확정했다. 아직도 2029년과 2031년에 개봉 예정인 2개의 후속작이 남아 있다.   머티리얼리스트 (Materialists)   셀린 송과 다코타 존슨의 만남.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면서 단번에 할리우드의 주류 감독 대열에 들어선 한인 1.5세 감독 셀린 송이 ‘50가지의 그림자’, ‘마담 웹’의 스타 다코타 존슨 등의 호화 캐스팅으로 삼각관계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다.   탁월한 각본가로 평가되어온 셀린 송이 각본을 쓴 영화는 소니 픽처스가 투자를 담당하고 A24가 배급권을 가져갔다. 미국 개봉에 앞서 유럽의 영화제를 통해 데뷔할 예정이다.   뉴욕시를 배경으로, 부유한 사업가(페드로 파스칼)를 만나 여유로운 삶을 사는 중매업자(다코타 존슨), 그녀의 옛 애인(크리스 에번스)과 다시 관계를 이어간다. 그녀는 가난한 무명 배우, 웨이터로 일하는 그를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한다. 영화 제목 ‘머티리얼리스트’는 물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그리고 있는 듯. 개봉일은 미정.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영화계 화제작 상반기 개봉작 아카데미 작품상 화제작 5편

2025.01.2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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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침체 속 새해 대작 줄고 흥행 노린다

오는 3월 8일 아카데미상 시상을 끝으로 2024년의 영화계는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2025년은 ‘기생충’(2019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의 봉준호 감독과 2023년 작품상, 각본상 후보작 ‘패스트 라이브즈’의 셀린 송 감독이 돌아오는 해이다.     2025년 개봉 예정인 영화 중 10편을 선정했다. 이번에 상반기 개봉작 5편을 먼저 소개한다.     백 인 액션(Back in Action)   2014년 은퇴를 선언한 캐머런 디아즈의 11년만의 복귀작.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었던 그녀의 마지막 작품 ‘애니’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제이미 폭스가 디아즈의 컴백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백 인 액션’은 가정을 위해 CIA 요원의 삶을 떠났던 전직 정보원 부부 에밀리와 맷의 이야기를 다룬 액션 코미디. 부부는 가정을 위해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자들이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부부와 자녀들의 뒤를 쫓는다.     예고편 오토바이 추격 장면이 압권인데 런던 템즈강에서의 촬영 도중 폭스가 스턴트씬을 촬영하다 응급에 실려 가는 일까지 발생했다. 카일 챈들러, 글렌 클로즈 등 출연. 오는 17일 개봉     미키 17(Mickey 17)   17번째 죽음을 앞둔 일회용 인간 미키17.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미리 세상에 나온다. 로버트 패틴슨이 죽을 때마다 이전의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이 재생되는 ‘소모품’으로 출연해 얼음으로 뒤덮인 미지의 행성을 식민지화하려는 임무를 수행한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기생충’ 이후 첫 번째 작품이자 그의 8번째 장편 영화다. ‘괴물’, ‘설국열차’, ‘옥자’에 이은 4번째 SF이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영화로 봉준호의 영화 중 최고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복제 인간을 소재로 한 SF 소설을 봉준호 감독에게 선물했고 봉 감독은 소설이 출판되기 전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예측불허의 복제인간 스토리다. 디스토피아 SF에 봉준호식의 풍자가 가미됐다. 나오미 애키,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출연. 3월 7일개봉.     블랙 백 (Black Bag)   스티븐 소더버그 연출, 마이클 패스벤더,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스파이 스릴러. 주인공 부부가 모두 정보 요원이라는 설정이 액션 코미디 ‘백 인 액션(Back in Action)’과 유사하다.     전설적인 스파이 조지 우드하우스와 아내 캐서린은 그들의 사생활과 스파이라는 직업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갈등한다.     국가의 1급 비밀이 유출되고 두 사람은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는 임무를 맡는다. 그런데 아내가 의심을 받게 되자 조지는 결혼과 국가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두 주연 배우 외에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한다. 3월 14일 개봉.     알토 나이츠 (Alto Nights)   라이벌 갱 비토 제노베세와 프랭크 코스텔로, 1950년대 미국의 이탈리안 마피아의 최고 보스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중 비토는 프랭크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프랭크는 다행히 생명을 건지지만, 부상이 심해 은퇴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거장 베리 레빈슨 감독의 갱스터 영화로 ‘언터처블’, ‘굿펠라스’, ‘아메리칸 갱스터’ 등의 수준급 범죄 물로 기대된다. 할리우드 최고의 팀들이 모여 그들의 방식으로 폭력과 음모를 다루고 미국의 범죄 역사를 재해석한다.   라이벌 갱 비토와 프랭크를 한 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지상에서 이 두 배역을 1인 2역으로 소화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배우, 로버트 드니로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캐서린 나르두치, 데브라 메싱, ‘쇼군’의 코스모 자비스가 함께 출연한다. 3월 21일 개봉.   백설공주(Snow White)   ‘백설공주’는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쫓겨나지만 일곱 난쟁이의 도움으로 구제되고 이에 분노한 새어머니가 자객을 보내 공주를 죽이려 한다는 16세기 독일의 민담에서 시작됐다. 그림 형제에 의해 1812년 최초로 동화로, 1937년 디즈니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라는 제목으로 최초의 영화가 발표됐다. 2016년 리메이크 기획에 들어간 이래 9년 만에 선을 보인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캐릭터 백설공주 역에, 그리고 앤드류 버냅이 매력적인 왕자 역을 맡는다. 갤 가돗(원더우먼)이 아름다우나 질투심에 휩싸여 백설공주를 죽이려는 사악한 왕비 역에 캐스팅된 것이 흥미롭다.     공주를 지켜주는 일곱 난장이는 그간의 이미지에서 완전 탈피, 디즈니의 CGI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바비’를 쓴 그레타 거윅과 ‘세크리터리’의 에린 크레시다 윌슨이 각본을 썼다. 3월 21일 개봉.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영화계 흥행 봉준호 감독 아카데미 작품상 작품상 각본상

2025.01.1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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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이야기에 담은 '사람 향기' 영화계 매료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 자신의 이야기다.     한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 있다. 한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고 다른 한 남자는 어린 시절의 남자 친구이다. 세 사람이 뉴욕의 어느 바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눈다. 세 사람 사이의 어색한 기류, 이상한 느낌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다.   이들 세 사람을 다르게 구분하는 건 그들의 문화와 자라온 환경, 그리고 다른 언어이다. 그러나 그 무언가가 이들을 하나로 연결한다.     “서로 만날 이유가 없는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들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죠. 그 순간이 마치 공상과학처럼 느껴졌어요. 문화와 시간과 언어를 초월하는 … .”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두 남자, 그들은 남편 아서와 첫사랑 해성이다. 그들 사이에 노라가 있다. 노라는 셀린 송 감독의 자화상이다. 서로의 다른 세계가 한 곳으로 모이는 그곳에 노라, 아니 셀린 송 감독의 스토리가 있다.     송 감독은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이루어 내기 힘든 놀라운 업적이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고, 이어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아 스크린데일리 평점 1위를 기록했다.   많은 평론가들은 송 감독이 감독상 후보군에서 제외된 사실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여성영화평론가협회는 송 감독을 베스트 스토리텔러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베스트 영화로 선정했다. 시애틀평론가협회 등 다수의 평론가그룹이 송 감독을 최우수 감독으로 거론했고 전미비평가협회는 지난 9일  ‘패스트 라이브즈’에 작품상을 안겨줬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자들의 삶을 뼛속 깊이 이해하는 1.5세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둔 애틋한 이야기이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으로 여기는 한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배어 있는 전통적 정서에 꽤나 진지하게 접근한다.   “살던 곳을 떠나도 그 자리에 그 사람의 일부가 남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해성은 한국을 떠난 노라가 남겨 놓은 흔적을 23년 동안 붙들고 있다가 마침내 멀리 뉴욕으로 그녀를 찾아오죠.”     송 감독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현재로 끌어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두드려 본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게 사랑을 투영시킨다. 분명 노라가 결혼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만나야만 했던 해성과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노라 사이의 괴리감, 인연에 대한 집착, 열정 없는 설렘, 사랑일지도 모르는 화학작용 혹은 조용한 욕망이 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그들은 곧 헤어져야 한다. 노라와 해성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자제하고 얼굴만 쳐다보며 그렇게 며칠을 보낸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송 감독은 12세에 캐나다 토론토로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가 다시 뉴욕으로 이주, 20대에 극작가가 되어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해성이 그녀를 찾아왔던 순간의 영감을, 그리고 그 인연을 끝내 한 편의 예쁜 영화로 탄생시켰다.     해성과 노라의 재회라는 핵심 사건에 세 명의 주인공들은 의문을 던지고 갈등한다. 그러나 그들은 논쟁을 하지도 질투와 불안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사랑과 존중의 톤을 잃지 않으며 서로에게 관대하다. 그래서 늘 ‘어색함’이 있다. 쉽게 단어로 형언할 수 없는 이 어색한 분위기, 송 감독이 얘기한 ‘공상과학’과도 같은 느낌, 그 안에서 그녀는 사랑을 사유한다.   “아서는 성인이 된 노라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지난 삶에는 해성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지요. 노라와 해성 외에 아서의 사랑에 대해서도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모든 걸 포용하는 사랑이 참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노라와 해성 사이에 우정 이상의 감정이 미묘하게 꿈틀거린다. 아서는 해성이 노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이 부부 사이를 불편하게 한다. 20년 전 어린 시절 결혼할 사이라고 선언했던 해성과 노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들은 여전히 친구 사이일까.     송 감독이 그리는 사랑은 비극도 코미디도 아니다. 멜로드라마는 더더욱 아니다. 노라와 해성은 그들의 떨어져 있는 삶 속에서 인연이라는 뿌리 깊은 친밀감을 찾아낸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누군가를 구속하고 또는 구속당한다. 해성이 23년 만에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노라는 그 관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관계가 지속하여 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송 감독은 해성 역의 유태오와 노라 역의 그레타 리를 첫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만나지 못하도록 떼어 놓았다고 털어놓았다. 두 주연 배우는 첫 장면을 촬영할 때 비로소 처음 만난다.     “해성과 노라가 2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의 그 특별한 감정을 최대한 포착하려는 의도였어요. 두 배우가 리허설 없이 처음 만나 대화하고, 첫 포옹을 하는 장면의 떨림과 설렘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싶어서였지요.”   영화는 때로는 떠난 곳을 뒤돌아보는 향수처럼, 때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연가처럼 느껴진다. 조용한 갈망 또는 갈등의 감정을 통해 다른 시대의 자신을 보게 한다. 누구나의 인생에는 과거의 어느 한순간 하지 못했지만 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 또는 반대로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어요. 중요한 건 어느 순간이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나의 인생으로 들어와 준 그 누군가 … 과거에 스쳐 지나갔던 또는 앞으로 스쳐 지나갈 그 누군가.”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말미의 긴 여운 그리고 넉넉한 여백은 내게서 너에게로 넘어가는 길이다. 이번 생에서는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노라와 해성의 인연. 인간은 사랑을 욕망하지만 또한 절제하는 존재들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영화계 이야기 패스트 라이브즈 감독상 후보군 해성은 한국

2024.02.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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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영화산업 "잘나가는 이유 있었네"

조지아 주정부가 영화산업 유치를 위해 연간 13억달러에 달하는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세금 감면 혜택만큼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아주립대(GSU) 재정연구센터가 주 상원 재정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의 의뢰로 영화산업 세제혜택에 대한 경제성을 평가한 결과, 지난 20년간 주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고 있지만 정작 영화산업의 고용창출 효과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GSU의 영화 세액공제(Film Tax Credit)에 대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정부가 올 회계연도에 영화업계에 제공한 세금 공제액은 올해 13억 5000달러에 달한다. 또 공제액은 매년 증가해 2029년 14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막대한 세금 감면을 통한 직·간접 일자리 창출은 영화제작, 관광, 건설 등을 합쳐 관련업계가 주장하는 6만개의 절반인 3만 4354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납세자들은 영화산업 일자리 하나를 창출하기 위해 5만 9455달러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조지아에서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 영화제작사들은 세액공제의 97%를 주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제액의 대부분은 개인 납세자들이 세금 절감에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영화제작사가 조지아에서 330만달러의 제작비를 쓰고 관련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면 30%에 해당하는 100만달러의 크레딧이 쌓인다. 그러나 영화제작사는 대부분 조지아에 법인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세금 납부 의무가 없어 100만달러의 크레딧을 80만달러에 판다. 결과적으로 100달러의 크레딧을 산 조지아 납세자는 20만달러의 이익을 거둔다.   보고서는 "영화산업에 제공하는 혜택을 산업 전반으로 분배한다면, 수천 개의 일자리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화산업 세제혜택에 대한 이같은 감사 결과는 내년 1월 주 의회의 정기회기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부터 주 의회의 상·하원합동위원회는 주정부가 제공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세제혜택 전반에 걸쳐 평가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회는 영화산업 세액공제 규모를 연간 9억달러로 제한하고, 해당 사업에 대한 감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공화당 지도부의 지지를 받지못해 채택되지 못했다. 관련업계의 로비도 치열하다. 영화산업협회는 세제 혜택이 없으면 조지아에서 진행되는 영화 제작의 92%(연간 44억달러)가 이탈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화산업에 대한 세제혜택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의회를 움직이는 공화당의 정치적 셈법은 복잡하다. 공화당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많아지는 것을 꺼려하면서도 영화 촬영 장소 대부분이 공화당 의원들의 지역구인 메트로 애틀랜타를 벗어난 교외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어 적극적인 반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세금감면책 영화계 영화계 유관 영화산업 종사자 특별 세금감면제도

2023.12.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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