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화계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선구자로 평가받아 온 한국계 크리스틴 최(사진) 감독이 지난 7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상하이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세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후 1960년대 뉴욕에서 민권운동을 직접 경험하며 사회 정의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이후 사회 정의와 소외된 공동체, 특히 유색인종의 현실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 집단 ‘서드 월드 뉴스릴(Third World Newsreel)’ 설립에 참여했다.
고인은 1982년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 살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Who Killed Vincent Chin?)’의 제작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89년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으며, 2021년에는 문화적·역사적·미학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됐다.
고인은 감독·제작·촬영 등 다양한 역할로 85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다수의 작품에서 소외된 공동체와 구조적 인종차별의 영향을 조명했다. 또한 1988년부터 뉴욕대학교 티시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그는 애티카 교도소 폭동을 다룬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라(Teach Our Children)’, 여성 교도소의 삶과 비인간적 환경을 조명한 ‘인사이드 우먼 인사이드(Inside Women Inside)’, 뉴욕 차이나타운의 사회운동과 조직화를 담은 ‘못에서 축으로(From Spikes to Spindles)’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을 연출하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