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도를 듣는다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을 것이다.” 『논어』 이인(里仁)편 제8장 구절이다. 공자님 말씀치고는 적잖이 과격하게 들린다. ‘사생유명(死生有命)’ 즉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천명(天命)’이라고 한 공자가 불쑥 죽음을 거론하며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고 했기에 과격하게 들리는 것이다. 대부분 “그만큼 공자는 바른 도를 듣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라는 의미로 풀이하지만, 일부 연구자는 이 말이 공자의 의지를 표명한 말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웅을 자처하는 자들이 날뛰고 하극상이 발생하여 도가 땅에 떨어진 당시 상황을 한탄하며 ‘도다운 도’ ‘말다운 말’을 들을 수만 있다면 오늘 저녁에 죽어도 한이 없겠다는 탄식을 한 것으로 이해하자는 주장이다. 의지 표현이든 탄식이든, 분명한 것은 당시에 도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요즈음 우리도 도를 담은 바른말 듣기가 쉽지 않다. 사술(邪術)이 도로 둔갑하고, 편견이 정론인 양 퍼지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난세일까. 진실은 제구실을 못하고,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으니 우리는 어느 아침에나 도를 들을 수 있을까. 이진위사(以眞爲師)! 파사현정(破邪顯正)! 진실을 스승 삼고, 삿됨을 깨뜨려 바름을 드러내자! 김병기 /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필향만리 석사가 조문 공자님 말씀 바른말 듣기 오늘 저녁
2023.10.01. 17:36
꽃무늬 물음표를 달고 박제된 동물 같은 적막이 홀로 피어있던 큰 길가 돌담 집에 오늘 저녁 환하게 불이 켜졌다 어둠을 끌어다 한뼘씩 대궐 같은 집을 늘려가던 살찐 거미한 마리 캄캄한 절벽으로 낙하한다 빈 마당에 꽉 들어찬 저 막막함으로 마른세수를 하던 풀들의 굽은 등이 물방울 업고 펴지는 밤 촛불마저 끄고 떠나버린 바람의 가슴에도 지금쯤 다시 불 들어왔을까 태연하게 밤을 견디는 저 달빛 속엔 아직 첫 울음도 터뜨리지 않은 생의 물음표들 알알이 박혀있다 윤지영 / 시인·뉴저지글마당 소식 꽃무늬 물음표 길가 돌담 오늘 저녁
2022.08.05.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