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엽서처럼,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의 로마를 걷다 서유럽을 여행하던 중 로마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오드리 헵번이었다. 바로 그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 내 로마 여행의 첫 장은 그렇게 영화 속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흑백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앤 공주와 그레고리 펙이 맡은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는 단 하루 동안 로마를 누비며 사랑과 자유, 인생의 선택을 경험한다. 그들이 지나간 로마의 골목과 광장은 지금도 영화의 잔상이 살아 있고, 그 길을 걷는 나는 마치 한 장면 속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I have to leave you now. I‘m going to that corner there and turn. You stay in car and drive away. Promise not to watch me go beyond the corner.” “이제 가야 해요. 저 코너를 돌아 사라질게요. 당신은 그냥 차에 있고, 절 따라오지 마세요.” 이 대사는 앤 공주가 떠나기 직전 조에게 건넨 마지막 말이었다. 그 대사를 떠올리며 로마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이미 마음속에서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스페인 광장 - 로마의 낭만이 시작된 계단 로마 시내 중심에 자리한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은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촬영된 곳이다. 젤라또를 들고 계단에 앉아 아이처럼 웃던 헵번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사랑스러움의 상징이 되었다. 이 계단은 총 13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단 꼭대기에는 '성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로는 분수대 'Barcaccia(작은 배)'가 광장을 장식한다. 현재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계단 위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상상은 자유롭다. 나는 헵번처럼 젤라또를 손에 든 채, 계단을 걸으며 그 하루를 '연기'해보았다. “Rome. I will cherish my visit here in memory as long as I live.” “로마. 난 여기를 기억하며 평생 간직할 거예요.” ▶콜로세움과 진실의 입까지 - 베스파의 흔적을 따라 '로마의 휴일'에서 가장 생생한 장면 중 하나는 헵번과 펙이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도시를 질주하는 장면이다. 그 여정에는 로마의 상징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콜로세움(Colosseo), 포로 로마노,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 그리고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까지. 콜로세움은 고대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가 열렸던 원형 경기장으로, 약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대형 구조물이다. 현대까지도 완전히 붕괴되지 않은 채, 로마의 영광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진실의 입은 6세기경 만들어진 대리석 조각상으로, 입 안에 손을 넣었을 때 거짓말을 하면 손을 잘린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영화에서 조가 장난을 치며 안 공주를 놀라게 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웃음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나도 진실의 입 앞에 섰다. 손을 조심스레 넣고 기다렸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지만, 헵번이 놀라며 웃던 그 순간처럼, 나도 어딘가에서 어린아이 같은 긴장감을 느꼈다. ▶베네치아 광장 -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중심 로마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또 하나의 장소가 '베네치아 광장(Piazza Venezia)'이다. 이곳은 조와 안 공주가 베스파를 타고 지나가던 경로 중 하나다. 광장 중앙에는 로마를 통일한 초대 국왕을 기리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웅장함은 마치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나는 고요하지만 위대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하얀 대리석의 기념관을 바라보다 보면, 로마는 단지 유적이 아니라 삶이 겹겹이 쌓인 도시임을 느끼게 된다. ▶바와 트라토리아에서 만난 나만의 로마 안 공주처럼, 나도 그 하루만큼은 관광객이 아닌 '로마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화려한 레스토랑 대신 골목 어귀 작은 바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천천히 즐기고, 인근 젤라떼리아에서 레몬과 피스타치오 젤라또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걸었다. 달콤하고 상큼한 젤라또 한 입은 여름 햇살 아래 로마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었다. 점심 무렵에는 현지인이 즐겨 찾는 작은 피자 가게에 들어가 로마식 얇은 크러스트에 토마토와 신선한 바질, 모짜렐라가 올려진 마가리따 피자 한 조각을 맛보았다. 그 단순함이 놀라울 정도로 깊고 정직한 맛이었다. 거리에는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어느 노인은 내게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건넸다. 나는 서툰 발음으로 'Buongiorno'라고 웃으며 인사를 돌려주었다. 그 짧은 순간, 영화가 현실이 되고 나는 조도, 안 공주도 아닌 그저 로마를 사랑하게 된 한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마무리하며 - 영화는 끝났지만, 로마는 계속된다 '로마의 휴일'은 단 하루의 이야기지만, 로마는 단 하루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녀는 떠났고, 그는 남았다. 그처럼 나도 이 도시에 작별을 고해야 했지만, 스페인 광장의 햇살, 진실의 입 앞의 웃음, 콜로세움의 침묵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서 반복 재생되었다. “I don’t know how to say goodbye. I can't think of any words.” “작별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무 말도 생각나질 않아요.” 아마도 여행자란 늘 그렇게 이 도시를 떠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로마의 휴일‘을 위해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꼭, 누군가와 함께 베스파를 타고 달리고 싶다. ▶이 영화 속 명소들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면 푸른투어의 서유럽 여행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로마는 물론 파리·런던·스위스까지 이어지는 감성 유럽 여정 속에서 당신만의 '로마의 휴일'을 시작해보자. 박태준 푸른투어 서부본부의 박태준 이사는 25년째 여행 현장을 누비며 가이드, 해외 인솔자, 상품 기획자, 여행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여행 전문가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여행은 물론 미국 전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고품격 여행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문의: (213)739-2222 www.prttour.com ━ 박태준 이사 푸른투어 서부본부의 박태준 이사는 25년째 여행 현장을 누비며 가이드, 해외 인솔자, 상품 기획자, 여행컨설턴트로 활동해온 여행 전문가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여행은 물론 미국 전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고품격 여행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오드리 로마 로마 여행 포로 로마노 고대 로마
2025.06.26. 21:15
올림픽은 스포츠인의 꿈이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오드리 신(21·한글이름 수민)도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목표는 2026년 밀라노 동계올림픽.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국가대표임에도 훈련비 전액을 사비로 부담해야 한다. 연간 7~8만 달러, 얼음 위에 서기 위한 대가다. 신 선수는 원래 싱글 스케이터였다. 2020년 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에서 동메달로 주목을 받았지만, 부상과 슬럼프로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 끝에 지난해 싱글을 떠나 페어 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신 선수는 “새로운 도전이기에 처음엔 두려움도 컸다”며 “하지만 이 도전을 통해 다시 한번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0월 NQS 보스턴 대회 1위, 12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동메달로 미국 페어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올해 1월 미국 챔피언십에서는 쇼트 5위, 프리 3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훈련, 장비, 대회 참가비 등을 사비로 해결해야 한다. 신 선수의 어머니 니콜 신 씨는 “페어로 전향한 뒤에는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 훈련비 마련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오드리는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신 선수는 “국내 대회 출전도 항공료, 숙박비, 코칭비 등으로 수천 달러가 드는데, 스폰서가 없으면 출전을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신 선수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코칭팀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체류하는 동안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그는 “스케이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파트너와 함께 어린 스케이터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하며 부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 선수는 최근 온라인 기부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com/f/AudreyShingofundme)도 개설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협회는 선수들에게 개인 후원을 유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표팀 자켓에 후원 기업 로고를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자켓은 국제 대회에서 관중, 미디어, 방송 등을 통해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노출된다. 하지만 아직 신 선수에게 후원의 손길은 열리지 않고 있다. 신 선수는 “스폰서 로고가 들어간 재킷을 입고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건 후원사에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저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향한 도전은 쉽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다. 그는 “어릴 때부터의 꿈이다. 올림픽은 저의 열정과 희생, 인내의 결실을 보여주는 무대”라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국가대표가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빙판 위에서 저의 문화와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631)662-3318 강한길 기자게시판 오드리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협회 페어 국가대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올림픽
2025.03.19. 19:49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빙판 위를 누비는 오드리 신(17ㆍ한국명 수민·사진) 선수에게 한인들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임에도 사비로 힘겹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본지 보도〈10월14일자 A-2면〉를 통해 알려지면서 신 선수를 돕기 위한 한인들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다. 먼저 LA지역 한 독지가가 신 선수를 위해 2만 달러를 쾌척했다. 신 선수의 아버지 에릭 신씨는 “기사를 보고 LA지역에 계신 한 독지가가 체크를 보내왔다. 본인에 대해 외부에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그 외에도 여러분이 지원을 해주시기로 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버리힐스 지역 유명 파인 주얼리 회사인 ‘베니로(Veniroeㆍ대표 젬마 박)’도 신 선수가 착용할 수 있는 목걸이, 귀걸이 등 보석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고가의 쥬얼리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회사로 지난해 세계적으로 최고 권위를 가진 ‘JCK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베니로 대니 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계 선수가 피겨스케이트로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젬마 박 대표가 흔쾌히 지원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시합이나 인터뷰 때 신 선수가 베니로의 제품을 착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신 선수가 정말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서울메디칼그룹 차민영 회장도 신 선수에게 지원금을 전달 계획을 밝혔다. 차 회장은 “중앙일보 기사를 보고 오드리 신 선수에 대해 알게 됐다.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꼭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며 “모든 미주 한인들이 같은 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드리 신 선수는 현재 콜로라도주에서 연습중이다. 내년 1월 내쉬빌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면 내년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이 확정된다. 한편, 신 선수는 3년 연속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일찌감치 미국 피겨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첫 출전한 시니어 대회(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에서 200점대를 돌파, 본인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빙상계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메달을 목에 건 신 선수를 ‘떠오르는 스타’로 지목했다. 장열 기자오드리 지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한국계 선수 선수 생활
2021.11.04. 22:05
스케이트 날을 더이상 갈 수도 없었다. 그런 헌 스케이트를 타고 세 번이나 경기에 나섰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인 오드리 신(17·한글이름 수민) 선수의 이야기다. 최근 신 선수의 한인 후원회가 결성됐다. 빙판 위에서는 요정이지만 이면에는 남모를 고난과 역경을 보내는 신 선수를 돕기 위해서다. 오드리 신 후원회 이현선씨는 “미국 스포츠 시스템이 한국과 달라서 신 선수는 국가대표 임에도 불구 대부분 사비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부 기업이 지원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지난해 팬데믹 사태로 인해 후원 논의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원회측은 한인사회 및 한인기업을 대상으로 금액 후원과 물품 후원 등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신 선수는 내년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목표로 콜로라도주에서 맹연습 중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올림픽 채널은 최근 “베이징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서 봐야 할 선수가 한인 오드리 신”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신 선수는 주니어 국가대표 때부터 김연아 선수가 뛰었던 살코, 토우, 루프, 러츠, 플립 등 5가지 트리플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할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선보여왔다. 신 선수가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건 6살 때였다. 신 선수의 어머니 니콜 신씨는 “위로 올라갈수록 참 힘들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3년은 정말 빠듯하게 해왔다”며 “주니어가 되면 개인 부담이 벅차기 때문에 후원자를 찾는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열심히 하며 잘해내고 있는 아이에게 꿈을 포기하라고 할 수가 없었다. 이 아이의 꿈이 깨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신 선수는 3년 연속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일찌감치 미국 피겨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첫 출전한 시니어 대회(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에서 200점대를 돌파, 본인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빙상계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메달을 목에 건 신 선수를 ‘떠오르는 스타’로 지목했다. 2세지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신 선수는 “지금의 날갯짓이 작아보이질 모르지만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피겨 선수가 되고 싶다”며 “겸손하면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문의: (213) 595-8777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
2021.10.13.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