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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염색약 대신 택한 용기

머리 염색할 날짜를 훨씬 넘겼다. 흰 머리카락은 정수리, 뒤통수, 옆머리와 앞머리를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보였다. 흰머리에 다른 색깔을 입히기 위한 독한 염색약을 바르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은 알고 보니 별일이었다.   개성이랄 게 별다른 게 있나 생긴 대로 사는 게 개성이지.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았다거나 청결하지 않은 것은 문제겠지만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불쾌를 주거나 예의가 어긋나는 일이 내 생활에 있을까. 흰 머리카락을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없지. 생각의 닻을 용기의 바다에 내려보기로 했다.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자르기만 할 뿐이어서 새로운 머리카락은 각자의 색깔대로 용기 있게 자라났다. 6개월쯤 지나니 머리 모양이 이상하게 달라졌다. 위에서부터 하얀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은 위아래 중구난방이다. 바가지를 머리 위에 올려놓은 것 같이 하얀색과 검은색이 반으로 나뉘었다.     “염색 안 하실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을 던진다. 말끝에 매달린 관심들은 흰머리에 대한 일종의 낯섦과 옅은 거부감으로 내게 부딪혀 닿았다. 눈이 파랗고 코가 오뚝한 백인 할머니들은 백발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그 흉내를 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 염색하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도 어른들의 머리카락을 신경 써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 나이에 비해 머리카락은 인위적으로 검은 머리에 별 거부감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은발 머리를 고집하는 것도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나는 얼굴보다 시간을 앞서 달리는 머리카락을 염색 안 할 거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고 나니 생긴 대로 살자던 마음도 휘청거린다. 휘청거리는 마음을 확인하듯 흰 머리카락을 들춰 본다. 옆머리를 보려고 좌우로 눈을 뾰족하게 뜬다. 앞머리에도 가닥가닥 흰 머리카락이 모여 있다. 휘청거리던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진다.   몇 년 전 어느 모임에서 한 분이 은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뒤에서 보게 되었다. 머리카락 색깔도 은빛으로 빛났고 머리카락 영양 상태도 좋았고 머리카락 수도 많아 보기 좋았다. “나이 들수록 예뻐요”, “잘 생겼어요” 보다는 “어려보여요”가 기분 좋은 덕담일 때가 많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젊어 혹은 어려보이길 원한다. 이 사회는 젊고 어린 사람들에게 관대해서일까. 염색으로 흰머리를 감추고 눈가의 주름을 최대한 펴는 시술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허공을 가르지도 못하는 비명이 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늙을 것이고 또 죽을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조금은 완곡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늙어가는 것을 피하지 말고 늙음으로써 새롭게 생긴 외모와 생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나이 듦이라는 단어에 대해 성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면 그 과정은 나이 듦이기 때문이다.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늙을수록 더 필요한 용기 같다. 내 흰머리를 받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고 싫어하는 것들을 구별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양주희 / 수필가이 아침에 염색약 용기 머리카락 색깔 머리카락 영양 머리카락 수도

2025.05.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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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용기있는 한 사람이 만든 미래

중앙일보는 최근 ‘LA한인타운 녹지공간, 맨해튼 비해서도 태부족’이라는 제목으로, LA지역과 뉴욕지역의 공원 및 녹지공간 실태를 비교하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대단히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기획 기사였다.     과거 뉴욕시에서 다년간 거주했다. 맨해튼의 공원에 가 볼 기회가 많아서 뉴욕지역의 공원 실태를 잘 안다. 맨해튼 지역에는 유명한 ‘센트럴 파크’를 비롯해 한국전 참전비가 세워진 ‘배터리 팍(Battery Park)’ 등 크고 작은 공원이 30여개나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시 전체에서 공원국이 관리하는 공원 및 녹지대(Green spaces)는 무려 2000개나 된다.   뉴욕의 공원 시설들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많은 뛰어난 사람들의 공헌에 의해 점차 개발, 발전하여 온 것이다. 그 중에 특히 미래를 정확히 내다볼 줄 아는 한 유명한 ‘주 건설자(master builder)’가 있었었다. 그 천재적인 도시 기획 및 건설자는 당시 뉴욕시 공원국장이었던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 하버드대 박사다.   모제스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뉴욕시와 인근 지역을 현대화하는데 ‘주 건설자’ 역할을 했다.     그는 도시계획의 마술사였다. 뉴욕시에 수많은 공원을 만들고, 해안선도 변경시켰다. 최초로 고가도로를 세웠다. 그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그것을 ‘하늘 길(roadways in the sky)’이라 불렀다.   그의 뛰어난 노력과 감독하에서 35개의 하이웨이망(network) 도로와 12개의 거대한 다리와 수많은 공원 등이 건설되었다. 특히 모제스는 그 누구도 생각지못했던 ‘파크웨이(Parkway·공원도로)’라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당시는 자동차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뉴욕시 의회는 모제스의 하이웨이 건설을 반대했다. 그러자 모제스는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시내에 하이웨이를 건설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방안을 찾아냈다.     ‘Parkway(공원 도로)’라는 이름으로 하이웨이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즉 공원으로 가기 위한 길을 내는 것은 뉴욕시의 공원 국장인 그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며 밀어붙인 것이다. 현재도 복잡한 도심을 가로질러 편리하게 달릴 수 있는 수많은 파크웨이들은 모두 그때 모제스에 의해 건설된 것들이다. 그의 미래를 보는 혜안과 뚝심이 없었다면, 오늘날 뉴욕시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불편한 상황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모제스가 사망했을 때, 뉴욕타임즈의 부고는 그에 대해 이렇게 썼다. ‘로버트 모제스, 주건설자, 도로, 해변, 공원, 교량, 주택의 건설자…한 사람이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는가!(How one man changed it)’   LA시에도 모제스 같은 뛰어난 도시 기획 건설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용기 있는 한 사람이 ‘대부분’을 만든다(One man with courage makes a majority).”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의 명언이다. 김택규 / 트루스역사문제연구회 대표기고 용기 미래 로버트 모제스 공원 실태 하이웨이 건설

2025.04.2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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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용기가 필요해

머리 염색할 날짜를 훨씬 넘겼다. 흰 머리카락은 정수리, 뒤통수, 옆머리와 앞머리를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보였다. 흰머리에 다른 색깔을 입히기 위한 독한 염색약을 바르는 일을 더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은 알고 보니 별일이었다.     개성이랄 게 별다른 게 있나 생긴 대로 사는 게 개성이지. 옷을 단정하게 입지 않았다거나 청결하지 않은 것은 문제겠지만 머리카락이 희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불쾌를 주거나 예의가 어긋나는 일이 내 생활에 있을까. 흰 머리카락을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없지. 생각의 닻을 용기의 바다에 내려 보기로 했다.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자르기만 할 뿐이어서 새로운 머리카락은 각자의 색깔대로 용기 있게 자라났다. 6개월쯤 지나니 머리 모양이 이상하게 달라졌다. 위에서부터 하얀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은 위아래 중구난방이다. 바가지를 머리 위에 올려놓은 것 같이 하얀색과 검은색이 반으로 나뉘었다. 염색 안 하실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말을 던진다. 말끝에 매달린 관심들은 흰머리에 대한 일종의 낯섦과 옅은 거부감으로 내게 부딪혀 닿았다. 눈이 파랗고 코가 오뚝한 백인 할머니들은 백발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그 흉내를 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 염색하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도 어른들의 머리카락을 신경 써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의 얼굴 나이에 비해 머리카락은 인위적으로 검은 머리에 별 거부감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은발 머리를 고집하는 것도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나는 얼굴보다 시간을 앞서 달리는 머리카락을 염색 안 할 거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고 나니 생긴 대로 살자던 마음도 휘청거린다. 휘청거리는 마음을 확인하듯 흰 머리카락을 들춰 본다. 옆머리를 보려고 좌우로 눈을 뾰족하게 뜬다. 앞머리에도 가닥가닥 흰 머리카락이 모여 있다. 휘청거리던 마음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진다.     몇 년 전 어느 모임에서 한 분이 은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뒤에서 보게 되었다. 머리카락 색깔도 은빛으로 빛났고 머리카락 영양 상태도 좋았고 머리카락 수도 많아 보기 좋았는데 그분이 지나가는 얼굴을 보고 어울리지 않는 머리 모양이라고 했었다. 나이 들수록 예뻐요, 잘 생겼어요. 보다는 어려 보여 요가 기분 좋은 덕담일 때가 많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젊어 혹은 어려 보이길 원한다. 이 사회는 젊고 어린 사람들에게 관대해서일까. 염색으로 흰머리를 감추고 눈가의 주름을 최대한 펴는 시술에 정성을 쏟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허공을 가르지도 못하는 비명이 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늙을 것이고 또 죽을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조금은 완곡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늙어가는 것을 피하지 말고 늙음으로써 새롭게 생긴 외모와 생활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모든 일에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나이 듦이라는 단어에 대해 성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면 그 과정은 나이 듦이기 때문이다. 나는 필요에 의한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늙을수록 더 필요한 용기 같다. 내 흰머리를 받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고 싫어하는 것들을 구별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양주희 / 수필가이 아침에 용기 머리카락 색깔 머리카락 영양 머리카락 수도

2025.04.22. 17:49

“산티아고 깨달음이 용기로” 화재 현장 밤샘 활동 진광석씨

진광석(65.사진)씨는 지난 1월 7일 오전 팰리세이즈에서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던 때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인근에 강제 대피 명령이 내려지고 소방차들과 대피 차량으로 꽉 막힌 길을 뚫고 집앞 팰리세이즈 드라이브를 오르고 있었다.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아내와 만난 진씨는 만류에도 결국 남아서 소방관들을 도왔다. 8일 정오까지 그는 방화도로를 넘어선 불길 두 개를 끄고, 시리지(Sea Ridge) 단지 집으로 불이 넘어오는 것을 소방관에 꼼꼼히 알려 진화를 도왔다.     20시간을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뛰던 그는 8일 오후 한인타운으로 옮겨서야 끝내 쉴 수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암투병으로 수술을 세 번하고 항암치료를 해온 그가 어떻게 이런 용기를 낸 것일까.     “투병 중이던 지난해 9월 칠레 산티아고 여행을 혼자 갔어요. 가리온을 지나면서 삶과 죽음은 무엇이며, 왜 사는지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다가 ‘남을 돕는 것’만이 내가 살아 있는 이유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살려놓으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가리온 순례길 풍경이 화마의 한 복판에서 떠오른 것은 일종의 필연 아닐까요. ”     가톨릭 신자인 진씨는 단지 내 두 곳을 제외하고는 불탄 집이 없고,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이 없다는 것에 연거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진씨의 고군분투는 단지 내 주민들이 소통해온 대화방에 소개됐고 찬사가 쏟아졌다.     “칭찬이 거듭되면서 제가 사람을 구했다는 등 과장된 내용이 있었는데 소방작업을 한 것은 목숨을 건 소방관들이 했어요. 저는 뛰어다니면서 상황을 알렸을 뿐입니다. 오해가 없도록 상황이 종료되고 당시 상황을 묘사한 글을 써서 올렸어요.”     진씨 가족이 한인타운서 안정을 취하던 1월 말, 그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처음엔 여자분이 쉰 목소리로 LA 시장이라고 하길래 무슨 스팸 전화인줄 알고 투박한 말투로 응대했는데 듣다보니 정말 캐런 배스 시장인거에요. ‘쓴 글을 읽었다, 구조활동을 도와서 고맙다’고 직접 칭찬해주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개인 번호도 주셨어요. 쑥스럽고 미안한 생각도 들었죠. 목숨걸고 재산과 생명을 지킨 다른 분들도 많은데….”     배스 시장은 지난 7일 진씨 가족이 묵고 있는 LA 한인타운 한 호텔을 직접 방문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연기로 피해를 입은 진씨의 집은 최근 복구 공사를 마쳤지만 대기 속의 재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사의 권고로 당분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숙소로 옮길 예정이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용기 진씨 집앞 진씨 가족 배스 시장

2025.04.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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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행복통신문] 진정한 용기, 도움을 구하는 힘

사람들은 종종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망설인다. 이를 약함이나 실패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움을 구하는 것은 오히려 용기 있는 행동이다. 이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강한 태도다.     우리는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으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 그렇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열린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는 감정적 지능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신의 필요를 인식하고, 협력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도움을 구하는 것은 패배의 신호가 아니라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며,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17년 여름, 용기 있는 한 내담자 김 씨가 있었다. 그녀는 첫 상담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45분 동안 눈물만 흘리다 떠났다. 하지만 매주 돌아왔고, 점차 눈물을 덜 흘리게 되었으며, 마침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늘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딸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운전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운전대에 앉는 것이 두려웠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적응하는 것이 너무 두려워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했다. 늘 “내 인생이 싫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매일 밤 잠들면서 다시는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이러한 감정 때문에 딸에게 화를 내고 원망했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아침에 준비가 늦어지면 왜 빨리 움직이지 못하느냐며 몰아세웠다.     김 씨는 자신이 못된 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몰랐고, 이것이 그녀가 아픔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빠진 김 씨는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았다. 몇 달 후, 딸이 말했다.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엄마가 아프면 나한테 덜 화를 내서 그게 좋아.”   그 말을 들은 순간, 김 씨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부끄러워 땅속으로 숨고 싶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변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딸을 위해서.’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KFAM에서 상담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고,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다. 불안과 두려움, 자기 의심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익혔다. 5개월간의 상담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녀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점점 자기 자신을 믿기 시작했다. 삶에서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 시작했고, 어려움을 기회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그녀의 변화는 딸도 알아차렸다. 어느 날 딸이 시험을 잘 보지 못했을 때, 김 씨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다음엔 잘할 거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엄마가 맞아? 원래라면 화냈을 텐데.” 그 순간, 김 씨는 자신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깨달았다.   김 씨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때 나는 두려움에 마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숨이 막힐 때까지 울기만 했죠. 내 자신이 한없이 작고 무력하게 느껴졌고, 내 실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벗어날 방법을 몰랐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과거의 무게를 담고 있었지만, 그 속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울을 보며 말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도 해냈으니, 나도 할 수 있어.’ 전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겁니다. 이제 나는 내 자신을 믿습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만 말이에요.”   이 고백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와 강인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용기 도움 용기 도움 여름 용기 감정적 지능

2025.03.1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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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지혜를 얻게 한 용기

DMV(가주차량등록국)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사고나 교통 위반 티켓을 받은 적이 없어 이번에도 필기시험 없어 재발급 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70세가 넘으면 무사고 운전자라도 필기시험을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스트레스가 시작됐다.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고 깜빡깜빡하는 건망증까지 심해지는 상황인데 시험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용기를 내어 응시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가. 그런데 그 순간 ‘용기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죽기 살기로 노력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마치 비상상태에 들어간 것처럼 200개가 넘는 예상 문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력이 떨어진 탓인지 아무리 운전면허 시험이지만 쉽지가 않았다.   시험 당일  DMV에 도착해 차례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대기자 대부분이 시니어들이었다. 이미 시험장에 들어가 시험을 치르는 사람 대부분도 시니어였다. 시험 시간에 제한이 없다 보니 시니어들은 시험지를 붙들고 보고 또 보고를 반복했다. 시니어 응시자들의 시험 시간은 한두 시간이 보통이었다. 빈자리가 빨리 나지 않아 다음 순서의 사람들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내 이름이 호명됐다. 교통 표지판에 관한 1차 시험은 컴퓨터로 보는 것이 먼저였기에 몹시 긴장됐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문제 하나하나에 답을 체크하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을 끝내자 바로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자가 떴다. 안도의 숨을 쉬며 2차 필기시험에 응했다.   교통정보에 관한 문항 40개가 있는 시험지였다. 막상 시험지를 앞에 놓고 보니 다행히 마음이 차분해졌다. 일단 답을 알고 있는 문항부터 풀어나갔다. 답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제쳐 놓았던 문제들은 다시 정독하며 기억을 더듬으며 겨우겨우 답을 체크했다. 그리고 모든 문항에 답을 체크했는지 한번 쭉 흩어보는 것으로 마지막 점검을 했다. 모르는 문항은 아무리 읽어도 답하기 어려움을 알기에 시간 낭비 없이 시험지를 제출했다. 그리고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사했던 직원이 내게 오라고 손짓을 했다. 주눅 든 모습으로 다가섰더니 그 직원은 미소를 띠며 “유 패스”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합격이란 말을 듣는 순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의 은혜임에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는 고마움과 감동이 폭발해 눈물이 흘러내렸다,   시험은 생존을 위한 숙명이 아닌가 싶다.  운전면허 시험은 어떤 일에도 용기를 갖고 달려들면 해낼 수 있고, 이룰 수 있다는 지혜를 터득하는 기회였다. 김영중 / 수필가이 아침에 지혜 용기 시험 시간 운전면허 시험 시니어 응시자들

2024.03.12. 19:36

[살며 생각하며] 진정한 용기의 여인, 로자 파크스

1955년 12월 1일 오후 6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한 백화점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42세의 흑인 로자 파크스가 퇴근후 버스에 올라 백인석을 지나 공용석인 11번째 좌석에 앉았다.   운행중 백인석이 손님으로 가득하자 운전수 제임스 블레이크가 파크스가 앉은 좌석에 다가와 백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한다. 다른 흑인 여성 셋은 일어섰지만 파크스는 ‘일어서야 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한다.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해 잡아가게 하는 수 밖에 없다’며 블레이크가 경찰을 불렀고 그녀는 체포되어 끌려 나갔다.   이에 흑인교회 및 WPC(Women‘s Political Council WPC) 등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흑인여성이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생겼다’며 ‘재판이 열리는 월요일, 모든 시민은 항의의 뜻으로 버스 보이콧을 하자’는 전단지를 살포하며 주민을 독려한다.   12월 5일 재판에서 로자 파크스는 벌금 10달러 , 비용 4달러를 합한 14달러의 폭탄선고를 받고 항소하는 한편 흑인사회는 ‘몽고메리 진보연합’을 결성한 뒤 무명의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회장으로 선임, 무려 382일동안 무저항 버스 보이콧 운동을 이어간다.   이에 FBI 후버국장은 킹 목사에 대해 ’흠집을 낼만한 정보를 찾으라‘는 내사지시를 내렸고 지방정부나 수사당국은 흑인에게 택시를 제공하는 운전수는 해고, 택시회사에는 보험금 지불을 거부케 보험회사를 압박하는 등 이제는 전국적인 흑백 인권투쟁으로 번져나갔다.   1년 뒤인 1956년 12월 2일, 연방지법과 대법원이 ‘인종차별 및 분리행위’가 위헌이라 판결하며 백인에게 백기를 안겼지만 들불같이 번진 검은 열풍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역사는 로자 파크스를 1950년대 반공열풍 ‘매카시즘’의 조지프 매카시와 함께 미국을 변화시킨 주역에 이어 20세기 주요 인물 100인 중 하나로, 92세 사망 때는 연방의사당 로툰다홀에 관이 이틀씩이나 안치되는 미 역사상 최초의 민간인으로 기록하였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통해 미국은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국민이 나라의 주인됨을 만천하에 천명한 뒤 1865년에는 수정헌법 13조를 통해 노예제도를 폐지하므로 명실상부 세상에서 가장 자유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섰다. 그러나 내실은 백인독재국이었다.   로자 파크스가 살았던 당시, 남부는 기차, 학교, 병원, 음식점, 호텔, 미장원, 극장, 수돗가, 교회, 신문부고란, 장례식장에서까지 흑·백인이 분리되었고 야간에는 KKK가 행진을 하며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교회나 목사들에게 폭탄을 투하, 킹목사가 시무하던 교회도 3명의 성가대원이 사망하였는가 하면 목사관을 향한 폭탄테러도 자행되었다. 더욱이 1896년 연방대법원이 “공공시설에서 흑인과 백인의 자리를 분리시켜도 좋다는 분리 평등 (Separate but Equal)”을 통해 평등은 있으나 끼리끼리라는 악한 판결로 인해 더욱 노골화했다. 이는 인간은 하나님 안에서 자유하다는 창조 질서를 거슬리는 궤변이자 자유와 평등, 신앙을 찾아 이땅에 건너온 청교도의 건국정신조차 부인한 이율배반으로 지금도 만연한 흑백분란의 단초 중 하나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파크스 용기 로자 파크스 흑인 로자 투하 킹목사

2023.07.21. 18:10

'용기와 위로를 캔버스에 그려보세요' 인아트 3호점 오픈

  지난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부에나파크의 더 소스몰에서 열린 9-12학년 미술 전공 학생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의 전시회가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한 학생들은 아트 스쿨 ‘인 아트(원장 엘리 배)’에서 장래의 미술가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한인 청소년들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의미로 전시회를 기획했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모두를 위해 캔버스에 용기와 위로를 그려냈다.   인 아트는 2000년  LA 한인커뮤니티에서 장래의 미술가를 꿈꾸는 한인 청소년들의 대학 입시에 도움을 주고자 오픈한 입시 전문 컨설팅 미술학원이다.     인 아트는 지난 22년 동안 IVY League 와 미국 TOP 명문 대학의 미술 전공 입학과 일반 입학을 위해  특화된 프로그램과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LA를 비롯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라크라센터에 브랜치를 오픈한 인 아트는 다양한 인종들의 학생들에게 보다 전문적이고 업그레이드 된 미술 이론과 실기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  이번에 부에나파크에 3호점 브랜치를 오픈했다.     특히 지난 주말에 열린 9-12학년 학생들의 전시회는 부에나파크 3호점 오픈을 기념하며  In Art 내에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비영리단체 ‘YS Foundation’ 에서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였다. 현재 YS 파운데이션은 장애인과 시니어들에게 아트를 가르치며 노숙자를 돕는 Heart Share Club LA (회장 – Eric Park , Loyola High 12th)와 벽화를 그리는 Heart Share Club La Crescenta ( 회장 Emily Im, La Canada High School 12th )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돕는 Heart Vision Club  (회장 Hyojin Park, CSART 12TH )으로 조직돼 있다.     이번 전시회는 3개 클럽의  학생들이 미술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새로운 세상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개막했었다.이날 전시회에는 특별히 부에나파크 써니 박 시장이 직접 전시회장을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인아트의 엘리 배 원장은 “ 인 아트 내의  비영리단체 YS 파운데이션을 통한 다양한 활동으로 커뮤니티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예술지망생 배출에 힘껏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캔버스 용기 3호점 오픈 heart share heart vision

2022.08.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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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과거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오래전 영화 ‘귀향(Coming Home)’은 베트남 전쟁 중에 제작됐지만 8년을 기다린 후에야 상영됐다. 영화에서 상이용사 존 보이트는 신체는 불편했지만 다른 환자들을 도우며 보람을 찾는다. 장교 부인으로 병원에서 봉사를 하던 여인( 제인 폰다 분)은 이 상이군인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는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이 전장에서 돌아왔다. 겉으로 상처가 없었지만 그는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거나 사랑을 할 수 없었고 악몽에 시달렸다. 여인은 자신을 멀리하는 남편을 떠나간다. 마음의 상처(trauma)가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됐던 ‘몸은 기억한다(The Body Keeps the Score)’라는 책이 있다. 부제는 ‘두뇌, 마음, 몸의 치유’다.     네덜란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하버드 의대 외상 클리닉(Trauma Clinic)에서 30여년간 연구를 한 베셀 반 데어 콜크 박사가 저자이다. 그가 가장 먼저 진료했던 톰이라는 환자가 저자의 일생 연구진로를 결정해 주었다. 고교를 1등으로 졸업한 톰은 가풍을 따라 해병대를 지원한다. 항상 명랑하고 인기가 많은 그가 베트남전에 나가서도 리더가 된 것은 당연했다. 어느 날, 논을 지나다가 그의 부대는 적군의 기습을 받았다. 그의 휘하에 있던 8명의 전우들이 사망 또는 큰 부상을 입었다.     명예제대 후 법과 대학을 이수한 그는 잘나가는 변호사가 됐고 두 아들과 사랑하는 부인을 둔 가장으로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자신에 대한 끝없는 죄책감과 사소한 일에도 솟아나오는 분노를 조절하기가 힘들었다. 두 아들이 조금만 소리를 내도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집을 뛰쳐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들을 해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밤이면 동료들이 죽는 장면이 생생하게 악몽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시면서 악착 같이 잠을 쫓으려고 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삼촌이 벌컥 화를 내며 아이들과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후에 알았다. 젊은 시절에 아버지는 반나치 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혔던 경험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에게 체포됐던 삼촌은 노동자로 미얀마에 팔려가 고통을 받았다. 새벽마다 골방에 들어가 기도를 하던 아버지와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던 삼촌의 모습을 어릴 적 저자는 보았다.     자신의 경험과 동료들의 연구를 통해 저자는 외상이 두뇌와 육체의 반응을 바꾸어 놓는 것을 알았다. 연기가 나면 스모크 알람이 울리듯이, 두뇌에 있는 경보장치에 이상이 오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생산되며 상관관계를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린 시절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 받았던 사람들, 엄마가 아버지의 폭력에 학대 당하는 장면을 보았던 사람들,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가족을 잃었던 사람들… 하지만 이런 사람 모두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하지는 않는다. 같은 나무에서 떨어져도 흠집이 많이 생긴 사과가 있는 반면 온전한 사과도 있다. 증세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유전이나 환경에 따라 차이가, 사랑하고 염려해주는 보호자의 유무로 상처 크기가 달라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한 상처를 경험했던 사람들 중에 심각한 음주문제나 가정폭력, 자녀학대, 인간관계 문제 등이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PTSD를 치료 받기를 권한다. 자신이 힘들게 겪었던 이야기를 함께 하며, 주위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처럼 좋은 치료는 없다. 저자는 외상 당시의 분노를 몸으로 다시 한 번 경험해 보며, 기억을 떠올려 극복하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고 한다. 용기를 갖고 과거를 마주해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오픈 업 용기 가정폭력 자녀학대 일생 연구진로 유무로 상처

2022.06.02. 18:40

[한마디] “긍정적인 태도는 용기를 이끌어 내 성공의 길로 인도한다.”

“긍정적인 태도는 용기를 이끌어 내 성공의 길로 인도한다.”   로이드 알렉산더·미국 작가 한마디 태도 용기 로이드 알렉산더

2022.06.02. 18:29

[한마디] “용기를 내는 자가 행운도 얻을 수 있다.”

“용기를 내는 자가 행운도 얻을 수 있다.”   베르길리우스·로마 시인한마디 용기 행운 자가 행운 로마 시인

2022.05.25. 17:24

[독자 마당] 진정한 용기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케네디 용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상은 수상자의 행적이 특정 분야에서 정해진 가치 기준의 최상 위에 닿았을 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표시다. 수상의 의미를 널리 알려 모두의 의식을 일깨워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상의 반대 개념인 벌은 타인의 가치를 훼손해 해를 입혔을 때 그에 상응한 반대 급부로 보전케 하는 수단이다. 이 또한 죄의 부당성을 깨우쳐 주기 위한 일벌백계의 목적이 포함된다.     케네디 용기상은 정치적으로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준 공직자에게 주는 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의 명운과 국민의 생존이 걸린 전쟁에서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적군에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우도록 이끌었다.     우크라이나 역사를 보면 수많은 환란 고초를 겪어왔고 최근까지 러시아와 연관된 국지적인 분쟁으로 편안한 날이 없었다. 현재는 나라 전체가 전쟁에 휩싸이고 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요, 승산이 없으면 물러섬이 상위 전략이라 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국주의 강대국 러시아와 자유진영 틈새에 끼어있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적절한 대비책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에 물러서지 않고 완강하게 항전을 하고 있지만 전쟁에 앞서 외교적인 해격책을 모색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젤렌스키의 항전 의지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용감한 행동이 아니라 국민의 복지와 평안을 지켜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의 책무는 유비무환의 부국강병으로 내우외환의 여지를 없애고 예지와 영도력으로 국태 민안을 이루는 일이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용기 케네디 용기상 명운과 국민 우크라이나 역사

2022.05.05. 17:50

[골프칼럼] <2191> 기교가 아닌 용기로 샷을 만들라

샷 메이커(shot maker), 이른바 낮거나 높은 탄도의 구질과 훅(hook), 슬라이스(slice), 페이드(fade)와, 드로(draw) 구질을 스스로 만들어 치는 것을 뜻하는 용어이다.     스윙의 실수로 인한 구질이 아닌 본인이 의도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 치는 샷, 즉 해당 홀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거나 장애물을 피하여 목표물을 공략할 때 샷을 만들어 친다.     이외 앞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백 스핀(back spin)을 걸어, 볼을 그린에 세울 때와 나무 밑에서 낮은 탄도의 구질로 빼내거나 휘어지게 치는 방법 등 응용 방법도 가지각색으로 상황에 따라 클럽 선택이나 그 적용 방법도 다양하다.     만들어 치는 샷은 거리와 방향조절이 쉽지 않고 볼의 구름이나 꺾여 지는 각도를 예측해 볼을 쳐야 하기 때문에 설계를 하듯 정확한 수치와 상상력을 토대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실전과 같은 연습이 필요하고 자신의 구질이 파악돼야 이를 실전에 응용하여 이용할 수 있다.     슬라이스나 페이드 샷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스탠스(stance)와 그립(grip) 형태가 필수적이며 볼의 위치 또한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훅이나 드로우, 즉 왼쪽으로 볼을 꺾이거나 휘어지게 치려면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슬라이스나 페이드 샷과 비교할 때 훅이나 드로우가 까다롭고 어렵다. 특히 왼쪽으로 휘어진 홀(dog leg)을 공략하거나 장타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볼에 구름(run)이 많은 드로우 샷이 적격이다.     드로우 볼을 치기 위해서는 먼저 스탠스를 목표를 향할 때 직각 상태에 있던 양 발 중 오른발을 왼발보다 약간 뒤로 빼내(closed stance)선다.     그리고 임팩트를 한 후 팔로 스루(follow through)가 끝날 때까지 왼발의 무릎 각도를 유지하며 팔로 스루까지 오른발 뒷꿈치를 절대 들지 말아야 드로우 샷이 만들어진다.     이때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은 헤드 업(head up)과 스웨이(sway), 즉 볼을 치는 순간 목표 방향으로 머리나 상체가 딸려 나가거나 시선이 볼을 따라가면 허사로 돌아가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     아이언 샷 역시 그 방법은 동일하다. 이 때 볼 위치는 중앙의 위치에서 왼쪽으로 옮겨질수록 볼에 휘어짐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볼 위치를 정해야 한다.     만약 왼쪽으로 심하게 휘어지는 샷을 구사하려면 클로즈 스텐스와 함께 훅 그립을 쥐어야 왼쪽으로 완전히 휘어지는 샷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훅샷(hook shot)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볼을 치는 순간 자신의 머리위치가 볼 보다 오른쪽에 오랫동안 남아 있어야 의도하는 샷을 만들 수 있고 기교보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샷을 성공시킬 수 있다.     ThePar.com 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과 동아리골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기교 용기 응용 방법 오른발 뒷꿈치 적용 방법

2022.04.18. 17:27

“12명 주인공에서 힘과 용기 얻어”

 “85세 노장의 인간 승리”   미주 한국 소설가협회(회장 홍영옥)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창작력으로 소설집 ‘로라’(도서출판 규장·사진)를 출간한 민원식 작가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미주 한국 소설가협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민원식 작가가 최근 한국 도서출판 규장에서 ‘로라’를 출간했다.     미주 문협 계간지를 통해 시, 수필, 소설 부문에 등단한 민작가는 지난 40년 동안 화가로서도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화가로 활동하면서 문학 활동을 병행한 민작가는 본격적으로 70대 말부터 수필, 시를 쓰다가 문단에 등단했다.     소설집 ‘로라’는 ‘로라’, ‘하얀 새의 둥지’, 그리고 섬세한 묘사와 구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은 제1회 소설문학상 수상 작품인 ‘어둠 속의 빛’ 등 12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다.     발문에서 이윤홍 소설가는 “수필을 쓰면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민원식 작가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정말 기쁘고 놀라웠다.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팔순도 지난 나이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소설을 쓰던 작가도 80세에 들어서면 작품 활동을 중단하는데 민원식 작가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일이 재밌을 것”이라며 소설을 쓰기시작했다.     ‘로라’는 민작가가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지 4년 만에 출간됐다.  ‘로라’의 주인공, ‘로라’, '어둠 속의 빛'의 주인공 '이숙영', '애증의 한계'의 주인공 '수연' 등 민원식 작가가 창조한 12명의 인물이 살아 숨쉬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굴곡지고 어두운 삶을 끌고 나가 마침내 빛으로 들어서는 희망의 주인공들이다.     민원식 작가는 “12명의 주인공의 삶의 투쟁에서 오히려 힘과 용기를 얻고 희망을 발견했다”며 “단편, 중단편 등 아직 발표하지 않은 30여편의 작품이 있다”고 밝혔다. 이은영 기자주인공 용기 주인공 이숙영 주인공 수연 소설문학상 수상

2022.03.27. 19:00

[이 아침에] 정직할 수 있는 용기

 친하게 지내는 아우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들아이가 미술계 학교로 진학하는 인터뷰와 포트폴리오 면접을 보고 실기시험을 치렀는데 순진한 아들 때문에 속상하다는 이야기다.     전말인즉 아이가 제출한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본 면접관이 전부다 너 혼자 한 작품이냐? 묻더란다. 아이는 “제가 다했지만 마지막 손질은 선생님이 도와주셨어요”하고 정직하게 말했단다.   같은 학원에서 준비하던 아이들은 모두 제가 혼자 다 했어요 했는데 눈치 없는 자기 아들만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할 거라며 지레 걱정이다. 나도 그 시간에 맞춰 기도했기에 그 엄마의 노심초사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정직이 최선인데 정직하게 말해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건 정당한 경쟁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땐 “너만 못나게 왜 그랬어”하지 말고 “정직하다. 훌륭해”하고 칭찬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우리 인생에서 받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는 개인적 성취를 위해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에 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직하지 못하다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더 필요한 잠재력. 경험 많은 노 면접관도 그걸 아시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경기도의 한 도시에 있는 여학교에 가정 선생으로 부임을 했다. 그런데 엄마는 남들에게 자꾸 그 도시가 아닌 수원에 있는 학교라고 하신다. 그 이유인즉 그 도시는 기지촌이어서, 그곳에서 교사생활했다고 하면 혼삿길에 지장이 있다는 거였다. 지극히 현실적인 자기 딸을 위한 거짓말에 나는 침묵으로 동의하는 죄를 지었다. 그 학교에 근무하는 7년 동안 마음이 늘 불편했다. 미국에 오려고 학교를 그만두니 얼마나 후련하던지.   거짓말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처럼 시작되지만, 일찍 근절되지 않으면 곤란 지경에 빠질 때까지 계속 힘을 행사한다. 한 번 부정직해서 뭔가 얻는 것이 생기면, 다시 부정직해지고자 하는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그 흔적을 덮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또 다른 부정직한 행동을 하게 된다. 부정직은 어두컴컴한 뒷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여러분 자신이 진실해야 한다. 마치 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 그렇게 진실이 여러분과 늘 함께해야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도 거짓으로 대할 수 없다.”(윌리엄 셰익스피어)   정직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거짓말쟁이에 분노하기보다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좋은 생각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직하게 잘 키운 아들로 인해 아우에게 마음의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며.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정직 용기 미술계 학교 포트폴리오 면접 아우가 근심

2022.02.23. 19:29

[한마디] “모든 사람이 재능을 가졌지만 재능을 용기 있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사람이 재능을 가졌지만 재능을 용기 있게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에리카 종·미국 소설가한마디 재능 용기

2022.01.30. 18:16

요식업계 '투고 용기' 확보 전쟁

요식 업계가 투고 용기 부족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등 영향으로 지난 9월 식당 투고 주문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이처럼 투고 주문 수요는 늘어났지만 공급망 문제로 투고 용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업주들은 물량확보와 가격상승이라는 이중고를 맞고 있다.    특히 커피숍의 경우 주요 물품인 컵, 뚜껑, 기타 포장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죽향 김혜란 사장은 "반찬통을 사러갔다가 그냥 왔는데 가격도 30%나 인상됐다"며 "구입이 가능할 때 많이 확보하고 없으면 대체 용기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내 투고 용기 판매처인 갤러리아마켓 지하 도매관, 롯데 키친마트, 홍루, 광동 등도 물량 확보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주로 대만, 한국에서 주로 수입하는데 주문한 제품이 롱비치 항에서 한 달 이상 대기 중"이라며 "생산지에서 원자재 부족, 컨테이너 부족, 물류비용 급등 등으로 주문량의 20~50%만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는 "업주들이 가격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보내달라고 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규모 식당은 대형 체인 식당과 일회용 용기 확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일식당 업주는 "투고 용기를 판매하는 도매업소를 찾아가도 2주째 선반이 텅텅 비어 있다"며 "음식량에 맞지 않는 용기에 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고가 매출의 30~40% 이상을 차지하는 탕 전문점은 투고 용기 확보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송영 통큰 설렁탕 코리 송 대표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마이크로웨이브용 국그릇 용기는 구하기 힘들다"며 "밥, 반찬 투고 용기도 세 군데 업체를 들려 겨우 확보했다"고 말했다.     투고 용기 부족이 심화되자 식당업계는 직원용 일회용 젓가락 및 식기 사용을 제한하는 등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남가주 한인외식업 연합회 김용호 회장은 "연말 시즌에는 투고 주문이 평균 10~20% 더 증가한다"며 "아직 재고가 있어도 지금 주문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고 용기 부족은 지난 2월 플라스틱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텍사스의 악천후도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텍사스에 불어닥친 얼음 폭풍으로 석유화학 공장이 폐쇄되면서 빨대, 아이스 컵, 케이크 박스 등 생산이 중단되면서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생산지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컨테이너 선적 비용 급증, 노동력 부족 등의 악재가 겹쳐 투고 용기 공급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영 기자요식업계 용기 투고 용기 일회용 용기 투고 주문

2021.11.1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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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못 말리는 딸의 용기

우리나라 속담에 ‘원님 덕에 나팔 분다’란 말이 있다. 나는 딸 덕에 나팔 분 엄마였다. 딸 덕에 무료 비행기를 수없이 타고 다녔다. 한 번은 고국 방문의 기쁨을 안고 한국행 무료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무료 비행기는 일반석으로 좌석 배당을 받는다. 그러나 이날은 일등석 좌석 가운데 빈자리가 생겼다며 승무원이 일등석으로 안내해 주었다.     일등석이라 넓어서 편안하고 아늑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체가 많이 흔들려서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얼마나 많이 흔들리는지 나로서는 처음 겪는 공포였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하면서 하나님께 SOS 신호를 보냈다. 승객들은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기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데 나의 기도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면서 딸 생각이 간절했다. 딸은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있을까, 아니면 오늘은 쉬는 날일까.   딸은 노스웨스턴 항공사 승무원이었다. 독수리가 큰 날개를 펴고 하늘 높이 훨훨 날아다니듯 딸은 청춘의 꿈을 하늘에다 미련 없이 불태우고 있는 낭만의 아가씨였다. 딸은 비행기 타는 것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항공사 승무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딸이 비행기를 타고 다니니 마음이 늘 놓이질 않았다. 어디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라도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딸은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큰 종합병원에 회계사로 취직하여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이 지루하다며 사표를 내고 항공사에 취직해 승무원으로 국내선 국외선 비행기를 탔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테러 범의 비행기 자폭으로 차례로 무너지는 광경을 나는 TV뉴스를 통해 목격하였다. 세계가 망연자실했던 엄청난 광경을 지켜보며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었다. 혹시 내 딸이 저 비행기를 타고 있었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 딸의 안부가 몹시 궁금하였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도 불통이었고 연락이 안 되어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계속 뉴스에 귀 기울이며 두 쌍둥이 건물을 들이박은 비행기 회사의 이름들이 궁금했다. 나는 계속 기도하면서 딸에게 무슨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그동안 딸에게 잘해 주지 못했던 아픈 과거가 생각나면서 딸에게 미안한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처음 이민 와서 부모가 이국 땅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니까 공부만 하던 딸은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자기도 시간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엄마 아빠를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친구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머리를 싸매고 열심히 공부할 시간에 학교 공부를 끝낸 방과 후 몇 시간씩 매일 일을 하겠다며 꽃가게에 취직하였다. 뉴포트비치 부잣집 동네에 있는 꽃가게에서 꽃 배달 일을 맡아 하루에 몇 시간씩 꽃을 배달하고 집에 돌아왔다.   하루는 딸이 일하는 바닷가 부촌에 자리 잡은 꽃가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꽃배달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였고 주인 여자에게도 인사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나는 꽃배달을 한다고 해서 조그마한 6인승 승합차를 타고 다니는 줄 알았다. 한 두어 시간 후 딸이 꽃 배달을 다 끝내고 차를 몰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조그마한 차가 아니라 큰 밴이었다. 딸은 나보다 키가 작고 가냘픈 몸매를 한 조그마한 예쁜 체구였다. 나는 그 큰 밴을 보자 눈이 휘둥그래졌다. 어찌 저리 큰 차를 조그마한 처녀가 운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미국에 30여 년을 살고 있지만, 아직 밴을 운전할 줄 모른다.     나는 그 자리에서 딸을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다. 나는 네가 이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구나. 이제 일을 그만두어라. 교통사고로 다친 엄마 허리가 다 나아 직장에 곧 나가게 될 것이니 그동안 고생이 참 많았구나, 내 딸아.     딸은 계속 일을 하겠다고 우겼지만 내가 그만두게 하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해서 좋은 대학을 들어가게 되어 그나마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딸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계속 시간제 일을 해서 학비를 충당하고 학교에서 장학금을 타면 생활비에 보태라며 나에게 주곤 했었다.     나는 TV 뉴스를 지켜보며 딸의 행방을 알 수 없어서 애간장이 녹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약 3000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조 작업하던 소방관들도 거의 다 죽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비행기 소속 회사를 밝혔는데 딸이 근무하는 비행기 회사가 아니어서 나는 그때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딸에게 항공사 승무원 직업을 그만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딸은 곰곰이 생각한 후에 단호한 결심을 하고 비행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딸은 그 후 곧 결혼하게 되었고 지금은 북가주 새크라멘토에서 사위와 함께 잘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전에 뉴욕시 허드슨 강 위에 비행기가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또 한 번 놀란 일이 있었다. 갈매기가 프로펠러에 빨려 들어가 엔진이 정지되는 사고였다. 비행기 기장의 놀라운 기지로 비상 착륙에 성공하여 많은 사람의 생명을 건질 수가 있었다.         그때에도 아찔한 마음에 딸을 생각하니 직장을 그만둔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딸이 비행기를 타지 않으니 나는 이젠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었을 때 큰 밴을 운전하면서 꽃배달을 하는 모습이 떠오를 때면 참 대견스럽고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독수리가 날개를 접고 암탉이 되어 두 병아리 새끼를 날개 밑에 품고 키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어미의 사랑을 마음껏 베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나 역시 행복 지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희해외동포문학상 수상작〉 김수영 / 수필가수필 용기 비행기 회사 무료 비행기 비행기 소속

2021.10.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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