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익 쇼어 드라이브(Lake Shore Drive)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호변을 따라 난 도로다. 시카고의 북쪽과 남쪽 끝을 연결하는 자동자 전용 도로다. 얼마 전 공식 명칭이 변경돼 시카고에 거주한 첫번째 비원주민의 이름에서 딴 장 밥티스테 포인트 듀세이블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길고 정확한 이름이다. 이 도로의 동쪽은 미시간 호수와 모래사장이고 주변에 공원과 동물원, 미술관, 박물관 등의 공공시설이 즐비하다. 보통 시카고를 언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호수와 건축물, 바둑판처럼 촘촘하게 구획된 블록을 떠올리는데 이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호수와 도시를 나누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20년부터 시작돼 1930년대 크게 확장된 레익 쇼어 드라이브는 한때 S 커브로 악명을 떨친 때도 있었다. 1930년대 자동차 전용 도로가 확장되면서 다운타운 시카고 강과 만나는 곳에 큰 S자 모양의 커브가 생겼던 것이다. 정확한 지점은 네이비피어 남쪽,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곳 인근으로 웨커 드라이브와 레익 쇼어 드라이브 다리가 만나는 곳이 거의 90도로 두 번이나 틀어야 하는 구간이었다. 이로 인해 레익 쇼어 드라이브를 상징하는 구간으로 여겨졌지만 운전자들에게는 엄청난 고난이었다. 이 구간에 들어서기만 하면 교통 정체가 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1980년대에 들어서야 이 커브 구간이 없어지고 직선 구간으로 변경됐다. 여전히 시카고 주민들은 레익 쇼어 드라이브의 S 커브 구간을 언급하기도 한다. 도로명을 약어로 줄이면 LSD가 되는데 이는 악명 높은 마약과 같은 이름이라 많은 혼동을 주는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는 비행기가 이착륙을 한 기록도 남아 있다. 물론 지금도 종종 뉴스에 올라오곤 하는 비행기의 비상 착륙이 아니라 예정되고 계획된 항공기 이착륙이 적어도 2회 있었던 것으로 시카고 역사에 기록돼 있다. 그리고 이 기록은 시카고 남부 잭슨 파크에 위치한 산업과학박물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때는 1983년 7월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4대의 비행기가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 착륙했다. 잭슨 파크 인근 59가와 63가 사이의 도로가 임시 활주로로 사용됐다. 경력이 풍부한 조종사라면 콘크리트로 매끈하게 포장된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은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많은 차량이 운행중인 자동차 전용 도로에 4대의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비행기 착륙은 박물관과 시카고 시청의 합의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당시 산업과학박물관이 개관 50주년을 기념하던 때였는데 박물관이 항공기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명 전시물이 많아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이벤트로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을 계획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시카고에 본사를 둔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으면서 고전 항공기 수집이 취미였던 조종사를 섭외했다. 당초 계획은 이 항공기들을 다운타운 필드 뮤지엄 인근의 메이그스 필드에 착륙시킨 뒤 차량을 통해 박물관까지 수송하려고 했지만 이럴 경우 양발 날개를 가진 항공기를 분해했다가 조립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를 꺼려 한 항공기 소유주가 레익 쇼어 드라이브 착륙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도로의 전면 통제와 운송 에스코트를 책임져야 하는 시카고 경찰이 난색을 표했다는 점. 경찰은 이벤트성으로 계획된 자동차 전용 도로의 비행기 착륙과 운송에 반대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난관을 직접 해결한 인물은 당시 시카고 시장이었던 해롤드 워싱턴. 시카고 최초의 흑인 시장이었던 워싱턴은 이 계획을 전해듣고 흥미를 가졌으며 자신이 직접 나서 경찰과의 문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전 조율로 비행기가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 착륙할 수 있었다. 이 4대의 비행기는 1930년대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전투기와 연방 우정국이 우편물 배달에 사용했던 것으로 사전에 복원된 것이었다. 4일 후에는 레익 쇼어 드라이브를 잠시 차단한 뒤 이 4대의 비행기가 다시 이륙했다. 이런 특별한 이벤트가 박물관측은 맘에 들었는지 4년 뒤인 1987년 같은 행사를 다시 마련했다. 그 때에는 박물관측에서 개봉하는 옴니맥스 극장의 새 작품 ‘Flyers’ 홍보를 위한 특별 이벤트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니까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비상사태가 아닌 비행기의 이착륙 활주로로 이용된 것은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는 이런 용도로 같은 지점의 레익 쇼어 드라이브가 사용되기에는 힘들어졌다. 59가와 63가 사이의 도로에 ㄱ 모양의 가로등이 설치가 됐는데 이 구조물로 인해 항공기의 이착륙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항공기 조종사들의 견해다. 조종사들은 소형 항공기의 경우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넓이의 도로만 있으면 어디든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현재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 설치된 가로등과 전화용 장대가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레익 쇼어 드라이브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보기 어려워진 것이다.(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쇼어 드라이브 항공기 이착륙 웨커 드라이브
2025.12.10. 14:57
복잡한 시카고 다운타운의 도로에 정점을 찍고 있는 길이 있다. 바로 로워 웨커 드라이브(Lower Wacker Drive)다. 웨커 드라이브 지하 구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길은 말 그대로 지상의 웨커 드라이브 아래에 난 길을 뜻한다. 웨커 드라이브는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미시간 호수와 시카고 강이 만나는 곳을 따라 난 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다운타운 길과 달리 남쪽에서 출발하면 오른쪽으로 휘는 곡선 모양을 갖고 있다. 시카고 강 노스와 사우스 브랜치 길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울프 포인트에서 남쪽 브랜치 방향으로 웨커 드라이브는 달린다. 이 길을 따라 걷거나 운전을 하다 보면 시원한 시카고 강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산책을 위해 조성된 리버 워크가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으로 펼쳐진 것을 볼 수 있다. 강 건너편으로는 옥수수 빌딩을 포함해 트리뷴 타워, 더 마트, 구 IBM 본사 건물, 시어스 타워, 시빅 오페라 하우스, 레오 버넷, 런던하우스, 333 웨커 등과 같은 시카고를 상징하는 건물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격하게 얘기하자면 로워 웨커 드라이브는 지하 도로가 아니다. 도로 이름에 로워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지만 지상의 웨커 드라이브 밑에 있을 뿐 지하 도로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시카고의 태생적인 특징에서 연유한다. 즉 시카고는 일종의 큰 늪지대에 세워진 도시였기 때문에 애초 지하 깊숙히 땅을 파고 도로는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 수위보다 높게 도로를 내고 건물을 세워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시카고 강변에서 바라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시카고강 북쪽에서 남쪽의 웨커 드라이브를 바라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웨커 드라이브는 일반 도로와 같은 선상에 자리잡고 있어 일종의 2층 도로고 로워 웨커 드라이브는 강 수면 약간 위를 따라 도로가 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로워 웨커 드라이브의 탄생은 미시간 호수와 시카고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시카고의 지리적인 특징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로워 웨커 드라이브의 탄생은 1893 시카고 박람회를 설계했던 다니엘 번햄과 에드워드 베넷에 의해서다. 번햄이 20세기 초에 발표한 1909 시카고 플랜에 로워 웨커 드라이브가 포함돼 있었다. 시카고 플랜은 미국 최초의 도시 종합 발전 계획으로 현재의 시카고를 만든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이후 1920년 공사를 시작해 지금도 흔히 불리고 있는 더블 데커(double-decker) 도로가 생겨났다. 이후 조금의 변화는 있었지만 더블 데커의 본래 취지는 유지됐다. 즉 지상은 깔끔하고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지상 아래로는 실용성을 갖추는 것이다. 지금도 로워 웨커 드라이브를 통해 대형 트럭의 배달과 운반 작업, 쓰레기 수거, 주차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다른 도시의 일반적인 터널이나 지하 도로와는 상반되는 점이다. 로워 웨커 드라이브는 지상과의 분리를 통해 미각적인 측면도 확보했고 실용적이기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웨커 드라이브를 따라서는 대형 트럭을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쪽 구간에서는 트럭은 로워 웨커드라이브를 통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로워 웨커 드라이브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배트맨 다크 나이트와 블루스 브라더스다. 이 영화는 모두 로워 웨커 드라이브에서 추격신을 찍어 유명해졌다. 배트맨 다크 나이트는 그 유명한 배트모빌이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 도로다. 배트맨이 이 차를 타고 로워 웨커 드라이브를 타는 장면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블루스 브라더스 역시 검은색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오래된 시카고 경찰차를 개조한 차량으로 어두컴컴한 로워 웨커드라이브를 달리는 모습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로워 웨커 드라이브가 비록 지하는 아니지만 자연광이 들지 않은 곳이다보니 조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예전에는 초록색 조명을 비춰 운전자의 시선을 돕고자 했지만 요즘에는 노란색 조명으로 교체됐다. 어둠이 짙게 내린 도로 위를 노란색 조명이 비추고 있으면 다소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이런 음흉한 분위기가 1년 365일 펼쳐지는 곳이 바로 로워 웨커 드라이브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노숙자들이 종종 이곳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곤 한다. 그리고 어둠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범죄의 소굴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악명 높은 마약 거래상이었던 쇼마리 레겟이 시카고 경찰 로 바우어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이 곳에서 시작됐다. 이후 시카고 경찰은 해당 지역을 폐쇄하고 노숙자들이 진입할 수 없도록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이전까지는 하루 200여명이 넘게 노숙을 했었으나 요즘은 하루 20여명으로 줄었다는 것이 관련 시청 부서의 통계다. 물론 로워 웨커 드라이브를 따라 운전하다 보면 당황해할 때도 있다. 일단 어둡고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며 교통 신호도 많지 않아 일반 도로에서 운전할 때와는 사뭇 다른 점을 느낀다. 또 요즘엔 필수인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2018년 내비게이션 업체가 GPS 수신기를 로워 웨커 드라이브에 설치해 이를 해결해보고자 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워 웨커 드라이브를 통해 시카고의 역사와 문화, 건축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시카고만의 독특함은 이런 배경을 통해 창조되고 시카고언들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드라이브 웨커 드라이브 시카고 다운타운 시카고강 북쪽
2025.05.28.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