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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유감’과 ‘사과’

‘유감’은 외교관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遺憾’이라고 적는다. ‘남길 유(遺)’와 ‘섭섭할 감(憾)’으로 구성된 한자어다. 마음에 안 차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을 말한다.   섭섭한 마음 없이 흡족할 때 “유감없다”고 얘기하는 것을 떠올리면 ‘유감’의 뜻이 명확히 와닿는다. 한마디로 언짢다, 서운하다, 아쉽다는 의미다. 우리의 사전적 풀이로 보면 잘못을 사과할 때 쓰기에 알맞은 낱말은 아니다.   ‘유감’이란 말을 외교무대로 끌어들인 건 일본이다. 껄끄러운 국가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감’에 완곡한 사과의 뜻을 담아 사용해 왔다. 지금은 관례상 ‘유감’을 ‘사과’로 이해해도 큰 문제는 없을 정도로 외교용어로 자리 잡았다.   ‘유감’은 사과뿐 아니라 외교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불만을 완곡히 드러낼 때도 사용한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깊은 유감 표명” 등과 같이 쓰인다. 문제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유감’을 광범위하게 쓴다는 점이다.   개인의 일탈로 물의를 빚은 공인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처럼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죄하다 등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우리말 바루기 유감 사과 유감 표명 일탈로 물의 오염수 방류

2022.12.30. 19:24

[시] 세월 유감

철 이른 산포도 익어 가고     빠알간 석류 속살 드러내는     많은 먹거리와   각종 고운 색깔의 계절         새해라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나브로 다가온 눈부신 가을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하루 한주 한 달이 번개같이 달아나고     길게만 생각되던 한해도     한순간 같은 느낌       안개 속 알 수 없는 세월은     멈춤장치 고장난 탄환열차       분별없는 내 마음 왜 이리 서두나         머지않아 그 세월     아프게 그리워하게 될 텐데 박명근 / 시인시 세월 유감 세월 유감 석류 속살

2022.10.06. 19:11

[문화 산책] 파더스데이 유감

지난 19일은 ‘아버지의 날(파더스데이)’이다.   아버지날이라? 이런 생뚱맞은 날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처량하게 쪼그라드는 아버지의 신세를 위로하자는 날인가. 어머니날만 요란스럽게 떠드는 것이 미안해서 아버지날도 만들어주자는 갸륵한 생각인가. 그래서 적어도 이날 하루만은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접하겠다는 뜻인가.   하긴 미국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날, 장인·장모의 날 등 무슨 날이 많기는 하다. 이렇게 많은 무슨 날들이 혹시 업자들의 농간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가 하는 심술궂은 생각도 든다. 제대로라면 1년 365일 모두가 어머니날, 아버지날, 어린이날, 부부의 날이어야 맞는 거 아닐까.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아버지의 신세는 어지간히 처량하다. 죽어라 일해서 돈 벌고도, 아내에게 홀대 받고, 자식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산다’는 구호가 좋은 증거다. 그런 구호가 등장하는 세상은 이미 망가진 세상이다. 아비 신세를 비아냥거리는 유머는 또 얼마나 많은가. 외롭고 처량한 아버지들… 중년의 아버지일수록 더 심하다. 자식들은 저 혼자 다 큰 것처럼 제멋대로고 걸핏하면 유창한 본토 영어로 총알처럼 말 대답해대고, 아내는 측은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따따부따 잔소리 쏴대고, 어디 그뿐인가, 하루가 다르게 기운은 떨어지고, 사회에서는 변두리로 밀려나고, 집안에서는 편안하게 엉덩이 붙일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그렇다고 사랑이라도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 문제다.   그러니 풀밭에 나가 쇠몽둥이 휘두르고, 술에 취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노래나 흥얼거리고…. 화를 풀기 위해 죄 없는 공을 마구 후려치니 제대로 맞을 리도 없다. 골프공도 자존심이 있지, 그런 마음으로 난폭하게 휘두르는 몽둥이에 곱게 맞을 까닭이 없다. 나는 한국 남자들이 골프에 미치는 이유가 외로움과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특유의 가부장주의 가정에서 아버지가 외로운 건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정이나 사랑 표현에 대단히 서툰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거야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거 아니냐고 우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표현 안 하면 모를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아닌가.   아버지와 자식들이 자상하게 정을 나누지 못하고 데면데면 살다가, 돌아가신 뒤에야 뒤늦게 후회하며 ‘걸걸타령’을 늘어놓는 것이 고작이다. 더 잘해 드릴 걸, 사랑한다고 말할 걸, 이랬으면 좋았을 걸… 아버지 미안해요, 용서하세요, 사랑해요!   “아버지가 마시는 술의 절반은 눈물”이라는 유명한 시 구절도 있다. 김현승 시인이 쓴 ‘아버지의 마음’ 중의 한 구절이다. 생각해보면 처절한 이야기다.   오래전 한국에서는 ‘울고 싶은 남자들’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그 책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아들아. 나는 너 때문에 울고 싶다. 남자로 산다는 것… 참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힘겨운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산다는 말에다 “사랑이 있어야 아버지가 바로 선다”는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이상으로 궁상맞은 글 끝! (아, 오해 마시기를 나는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행복한 아버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파더스 유감 어머니날 아버지날 할아버지 할머니날 사실 아버지

2022.06.22. 20:38

[문화 산책] 파더스데이 유감

미국에서는 6월 세번째 일요일이 ‘아버지의 날(파더스데이)’이다.   아버지날이라? 이런 생뚱맞은 날이 왜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날이 갈수록 처량하게 쪼그라드는 아버지의 신세를 위로하자는 날인가. 어머니날만 요란스럽게 떠드는 것이 미안해서 아버지날도 만들어주자는 갸륵한 생각인가. 그래서 적어도 이날 하루만은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접하겠다는 뜻인가.   하긴 미국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날, 장인·장모의 날 등 무슨 날이 많기는 하다. 이렇게 많은 무슨 날들이 혹시 업자들의 농간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가 하는 심술궂은 생각도 든다. 제대로라면 1년 365일 모두가 어머니날, 아버지날, 어린이날, 부부의 날이어야 맞는 거 아닐까.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사실 아버지의 신세는 어지간히 처량하다. 죽어라 일해서 돈 벌고도, 아내에게 홀대 받고, 자식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산다’는 구호가 좋은 증거다. 그런 구호가 등장하는 세상은 이미 망가진 세상이다. 아비 신세를 비아냥거리는 유머는 또 얼마나 많은가. 외롭고 처량한 아버지들… 중년의 아버지일수록 더 심하다. 자식들은 저 혼자 다 큰 것처럼 제멋대로고 걸핏하면 유창한 본토 영어로 총알처럼 말 대답해대고, 아내는 측은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따따부따 잔소리 쏴대고,   어디 그뿐인가, 하루가 다르게 기운은 떨어지고, 사회에서는 변두리로 밀려나고, 집안에서는 편안하게 엉덩이 붙일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그렇다고 사랑이라도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 문제다.   그러니 풀밭에 나가 쇠몽둥이 휘두르고, 술에 취해 혀 꼬부라진 소리로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노래나 흥얼거리고…. 화를 풀기 위해 죄 없는 공을 마구 후려치니 제대로 맞을 리도 없다. 골프공도 자존심이 있지, 그런 마음으로 난폭하게 휘두르는 몽둥이에 곱게 맞을 까닭이 없다. 나는 한국 남자들이 골프에 미치는 이유가 외로움과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자들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특유의 가부장주의 가정에서 아버지가 외로운 건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감정이나 사랑 표현에 대단히 서툰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거야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거 아니냐고 우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표현 안 하면 모를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 아닌가.   아버지와 자식들이 자상하게 정을 나누지 못하고 데면데면 살다가, 돌아가신 뒤에야 뒤늦게 후회하며 ‘걸걸타령’을 늘어놓는 것이 고작이다. 더 잘해 드릴 걸, 사랑한다고 말할 걸, 이랬으면 좋았을 걸… 아버지 미안해요, 용서하세요, 사랑해요!   “아버지가 마시는 술의 절반은 눈물”이라는 유명한 시 구절도 있다. 김현승 시인이 쓴 ‘아버지의 마음’ 중의 한 구절이다. 생각해보면 처절한 이야기다.   오래전 한국에서는 ‘울고 싶은 남자들’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그 책에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아들아. 나는 너 때문에 울고 싶다. 남자로 산다는 것… 참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힘겨운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동지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아버지가 바로 서야 가정이 산다는 말에다 “사랑이 있어야 아버지가 바로 선다”는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이상으로 궁상맞은 글 끝! (아, 오해 마시기를 나는 아이들로부터 존경받는 행복한 아버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파더스 유감 어머니날 아버지날 할아버지 할머니날 사실 아버지

2022.06.16. 18:33

[오늘의 생활영어] What a shame; 섭섭해서 어떡해 유감이다

 (Two friends are talking…)   (친구 둘이 이야기를 하며…)   Marcie: Are you going to the party Saturday night?   마시: 토요일 밤 파티에 갈 거야?   Shelly: No. I hadn't planned to.   셸리: 아니. 그럴 계획 없어.   Marcie: Why? Do you have other plans?   마시: 왜? 다른 계획 있어?   Shelly: No but I'd feel like a fifth wheel because everyone going to the party is married.   셸리: 그건 아닌데 어색해서. 파티에 오는 사람들 다 결혼한 사람들이잖아.   Marcie: But they are your friends.   마시: 그래도 다 네 친구잖아.   Shelly: I know but I'd feel out of place since my divorce.   셸리: 아는데 이혼한 뒤로는 영 어색해.   Marcie: What a shame. Are you sure you won't change your mind?   마시: 섭섭해서 어떡하니. 확실히 마음 안 변할 것 같아?     Shelly: Very sure. I'll probably go to a movie.   셸리: 확실해. 아마 영화 보러 갈 거야.   Marcie: Everyone will be disappointed.   마시: 다들 서운해 할 텐데.   Shelly: Maybe I'll go to the next party.   셸리: 다음 번 파티에나 갈까 싶어.   기억할만한 표현    *feel like a fifth wheel: 어색하다.   "I haven't felt like a fifth wheel around my friends since I've been married." (결혼한 뒤로 친구들과 어울릴 때 어색하지 않아요.)   *out of place: 어색하다.   "I felt totally out of place when I was in China." (중국에 있을 때 얼마나 어색했는데요.)   *change (one's) mind: 마음을 바꾸다.   "She changed her mind about going to Chicago." (그녀는 시카고에 가기로 했다가 마음을 바꿨어.)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shame 유감 party saturday california international your friends

2021.11.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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