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미당] 그늘
가로수 길을 걷는다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으로 대지를 딛고 선 내 발 애정을 샘 솟게 하는 흙 겨울철 플라타너스 큰 줄기에 헐벗었던 흰 반점들도 여름 햇볕에 미끈한 파란색으로 변했다 잎사귀의 아픔을 내어주는 나무들 작열하는 불비 속에서 서두르는 그림자 타기 직전의 열기 속에서 심호흡을 한다 은빛 철갑을 두른 푸른 잎 위로 어릴 적 첫사랑의 그리움이 번진 크고 작은 나무들의 향기 속으로 모든 부속물을 갖춘 별장 같은 그늘 나무들의 외침에 서늘해진 귀 타는 태양 볕 아래 그늘을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손을 뻗어 다정한 행복감을 움켜쥔다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글미당 그늘 겨울철 플라타너스 은빛 철갑을 여름 햇볕
2025.09.18.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