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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미당] 그늘

New York

2025.09.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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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길을 걷는다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으로
 
대지를 딛고 선 내 발
 
애정을 샘 솟게 하는 흙
 
 
 
겨울철 플라타너스 큰 줄기에
 
헐벗었던 흰 반점들도 여름 햇볕에
 
미끈한 파란색으로 변했다
 
잎사귀의 아픔을 내어주는 나무들
 
작열하는 불비 속에서 서두르는 그림자
 
 
 
타기 직전의 열기 속에서 심호흡을 한다
 
은빛 철갑을 두른 푸른 잎 위로
 
어릴 적 첫사랑의 그리움이 번진
 
크고 작은 나무들의 향기 속으로
 
모든 부속물을 갖춘 별장 같은 그늘
 
 
 
나무들의 외침에 서늘해진 귀
 
타는 태양 볕 아래
 
그늘을 드리운 나뭇가지 사이로
 
손을 뻗어 다정한 행복감을 움켜쥔다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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