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중앙칼럼] 은퇴에도 나만의 티샷이 있다

골퍼라면 누구나 골프에 대한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 스코어를 낮추기 위해 차곡차곡 노력해가는 것도 즐겁고 의미 있지만, 어떤 이들은 벗과 4시간 이상 대화하며 우애를 나누고, 새로운 동반자와 서로를 알아가는 매력에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주말골퍼라면 프로 골퍼를 따라 하는 전형적인 스윙이나 공략법도 중요하지만, 바로 자신만의 독특한 준비 동작, 스윙 예열, 퍼팅 라인 읽기 노하우 등이 골프의 매력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결국 모든 골퍼가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가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체형과 스타일에 맞춰 습득한 스윙과 스코어 관리방식이 필드에서 의미 있는 스코어로 돌아온다면 그 뿌듯함은 매우 클 것이다.   우리가 모두 언젠가 해야 하는 ‘은퇴’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인들이 자주 접하는 신문, 방송, 블로그와 SNS 등을 보다 보면 마냥 재단된 은퇴 시기와 방식을 소개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소셜연금 신청 시기, 메디케어 선택 사항, 은퇴 연금 인출, 상속과 양도의 방식 등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다.   은퇴 시기부터가 그렇다. 가장 많은 연금을 받고 가장 혜택이 많을 때 은퇴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지인 중에는 70세 중반이 넘어섰지만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보고 정기적으로 출장에 나서는 분이 있다. 건강이 허락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고 목표를 정해 일해가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내가 즐겁고 편하면 그것이 바로 은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선출직으로 일했던 한 한인 1세는 이미 메디케어를 시작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후배들을 만나고 참여와 투표를 주창한다.   이제 좀 쉬어도 되는 연배가 아니냐는 질문에 솔직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래서 좀 쉬어보려고도 했는데 2~3개월 손주들보고 여행 다녀오니 다시 좀이 쑤셔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은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경계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으로 성공해 사우스베이 저택에서 살던 한 지인도 경제 활동은 끝나도 ‘인생 활동’을 멈출 수 없다며 그림과 사진을 배워 늦깎이 예술가가 됐다. 관련된 모임에 나가 더 많은 이들과 만나고 배움을 이어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던 한 분은 60대 초반에 경제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 봉사 길에 올랐다. 그는 쉽지는 않겠지만 힘겨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젊을 때의 각오를 드디어 실천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돈을 벌지 않으니 은퇴했다고 해야 하지만, 비영리 봉사를 시작해 또 다른 커리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참고로 각종 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미국인들의 평균 은퇴 시기는 60~62세 사이다. 62세에 소셜연금을 조기 인출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민사회 한인들의 은퇴는 ‘정답이 없는’ 시대가 됐다. 은퇴의 시기와 방식, 성격과 조건은 모두에게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에는 모두 이유와 배경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누가 더 잘한 은퇴인지 판단하는 것도 무색하다. 각자의 상황과 조건에 맞춘 최선의 선택일 것이니 말이다.   간혹 티박스에서 멋지게 공을 날리고 그린 근처까지 잘 가서 버디나 파를 눈앞에 두고 마지막 칩샷에서 생크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더블이나 트리플을 적기도 하는데, 은퇴도 마찬가지 아닐까. 잘 가꿔온 인생과 가족이어도 은퇴를 앞두고는 여러 불편함과 위기가 도사릴 수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해 불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즐겁고 편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과 시기가 답이 아닐까. 은퇴한 한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여러 경로로 잘 소개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중앙칼럼 은퇴 티샷 은퇴 시기 은퇴 인출 평균 은퇴

2025.10.06. 19:02

썸네일

누구든지 은퇴 초기에는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 [ASK미국 보험-송상협 재정전문가]

▶문= 이제 곧 은퇴를 해야 하는 예비 은퇴자입니다. 은퇴 초기의 생활비가 은퇴 후기의 생활비 보다 더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답= 은퇴 초기에 많은 생활비가 필요한 이유는 은퇴를 맞은 대부분의 시니어 분들이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하고 활발한 상태에서 더 많이 여행하고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은퇴 초기를 영어로 "Go-Go Years"라고 합니다. 여행을 많이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생활비는 자연스럽게 더 필요하게 됩니다.   또한 은퇴 초기에는 많은 자유 시간이 확보됩니다. 이로 인해 은퇴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예전에는 무시하던 불편한 점들이 눈에 띄게 됩니다. 따라서 은퇴 초기에는 오래된 가구를 새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주방, 화장실 등을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새로운 취미나 다양한 활동에 더욱 투자하려는 욕구가 높아져서 지출은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은퇴 초기의 다음 시기인 은퇴 중기에는 이전보다 일상생활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 시기를 영어로 "Slow-Go Years"라고 합니다. 여행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적 덜 바쁜 시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은퇴 후기를 맞이합니다. 영어로는 "No-Go Years"라고 하며 많은 분들이 건강 상태에 따라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렇게 은퇴 초기에 발생하던 추가 지출이 은퇴 시기에 따라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최근 은퇴 시기에 따라 생활비를 지원하는 연금상품이 미국에 출시가 되어서 많은 은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원금을 시중의 이자율 보다 높은 연 10% 이자로 불려주고 가입자가 원하는 지급 시기에 따라서 매달 또는 매년 약속한 생활비가 지급되며, 원금이 생활비로 인해서 모두 소진되어도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혜택을 보장합니다. 생활비가 가장 많이 필요한 은퇴 초기에는 가입자의 지급 나이에 따라 최대 9%의 생활비 지급률을 보장하고 은퇴 중기 또는 후기부터는 최대 5%의 생활비 지급률을 유지합니다.   ▶문의:(213)800-4256 송상협 재정전문가미국 재정전문가 은퇴 초기 생활비 지급률 은퇴 시기

2023.08.08. 21:43

[삶의 뜨락에서] 은퇴도 창작이다

큰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 남들은 다 잘하고 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은퇴 결정이 힘이 드는가. 나도 젊었을 때는 20~30대에 돈을 많이 벌어 놓고 40이 되면 조기 은퇴해서 삶을 멋지고 우아하게 즐기자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은퇴 시기가 훨씬 넘었는데도 전혀 불편함 없이 일을 즐기고 있다. 남들은 어떤 기준으로 은퇴 시기를 정하는지 궁금하다. 욕심이 많은 나는 계속 은퇴를 미루면서 ‘그래 더는 은퇴 시기에 대해 고민하지 말자. 언젠가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힘이 든다고 생각되면 그때 그만두자’라고 마음을 정리했다.     많은 이들이 그동안 일 많이 했으니 인제 그만 쉬고 인생을 즐기라고 조언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즐기지? 하고 되묻는다. ‘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해봐’ 이런 충고는 적어도 나에게는 신선하지 않다. 나처럼 여행 많이 하고 취미 생활하는 사람도 흔하지 않다. 평생 일을 해온 나로서는 항상 일을 중심에 두고 ‘나 찾기’ 작업을 추구해왔기에 그런대로 내 삶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왔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인 일이 빠지면 나는 균형감각을 잃고 방황하며 서성댈 것이다. 나는 이 균열이 두렵다. 사실 나처럼 일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형 병원(8만7000명의 고용인)의 중환자실에서 30년 넘게 근무해오고 있다. 하루하루가 생로병사의 현장이다. 누구나 거쳐 가야만 하는 생의 마지막 대단원이다. 생의 신비와 숭고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엄한 현장이다. 모든 가식과 허영을 벗어던지고 생의 진솔한 민낯들이 만나는 유일한 곳이다. 최고의 이성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휴머니즘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여기서 30년 이상 보고 배운 체험은 나를 이루는 근간이다. 항상 예리하게 깨어 있어야 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깨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나와 같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환자와 가족들의 부당한 요구나 행패, 처참하게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기 힘들어하는 동료들, 전혀 가망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전으로 의료시설 낭비의 부당성에 견디기 힘들어하는 동료들도 많이 있다.     모든 일에는 적성이 맞아야 하고 적임자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고로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다고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아둔한 자는 나처럼 떠날 때를 모르는 이일 것이다. 나의 졸저 ‘잘 죽는 법’은 잘 죽는 법이 결국 잘 사는 법이라는 메시지였다. 당하는 죽음에서 준비하는 죽음을 말하고자 했다. 은퇴 당하지 말고 준비하자는 지론이 나를 툭툭 치고 들어온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불편으로 스스로 은퇴를 강요당하기 전에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겠다.     ‘박수받으며 떠나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이 자존감을 높여주지 않을까. 시간 관리적인 차원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때가 온 것이다. 평생 일을 해오고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외의 어휘에는 익숙지 않다. 당연히 은퇴를 서서히 준비하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몸도 마음도 은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없이 서툴 것이다. 한없이 헤매고 하루하루 절뚝거리며 지는 해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다 별빛이 어둠을 몰아낼 때가 되면 나는 사색에 젖어 나의 내면으로 침잠할 것이다. 운이 좋은 날에는 내 빈곤한 내면에서 빛을 뿜는 언어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은퇴도 창작이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my own time! 은퇴 후의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과 확신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해보자. 열정과 창의력으로 사회참여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내, 이 가난하고 두려운 내면을 즐거움으로 채워주는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설계해보자. 은퇴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니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은퇴도 창작 은퇴 시기 은퇴 생활 은퇴 결정

2023.06.16. 17:4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