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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배우 이순재가 남긴 가르침

‘영원한 현역 배우’ 이순재 선생은 참으로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솔선수범으로 보여준 가르침들은 배우로서는 물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의 인생 지표가 된다. 힘들고 외로운 타향살이에 시달리는 우리 이민자들에게도 큰 격려와 자극이 되는 교훈들이다. 특히,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 예술가들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따스한 위로의 손길이 된다.   고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기사나 추모글과 영상이 이미 나와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고인의 삶에서 닮고 싶은 덕목, 배우고 싶은 삶의 자세 몇 가지를 되새기고 싶다.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배우 이순재 선생은 많은 면에서 모범을 보여준 좋은 어른이요, 스승이었다. 한국정부가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면서 밝힌 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후학 양성과 의정 활동 등을 통해 예술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문화예술인”이었다.   고인이 남긴 많은 덕목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어진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과 과감한 도전정신이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맡은 역에 최선을 다해 전력투구하는 자세는 많은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귀감이 되었다.   어떤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용기는 예술가에게 꼭 필요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순재 선생은 연극, 드라마, 예능, 시트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평생 4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창조해낸 인간상도 근엄한 임금부터 완고한 아버지, 치매 걸린 노인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했다.   그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사극 〈허준〉의 따뜻한 스승 유의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야동순재, 유럽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의 직진순재 등의 다양한 변신은 도전정신과 노력의 산물이다. 젊은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젊은 정신’은 연극무대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서울대 철학과 3학년이던 1956년 유진 오닐의 연극 〈지평선 너머〉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그는 100여 편의 연극에 출연했고, 노년에도 〈세일즈맨의 죽음〉, 〈늙은 부부 이야기〉, 〈리어왕〉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여줬다.   2023년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수작인 〈리어왕〉의 주연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진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원작을 각색하거나 압축하지 않고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의 공연시간은 200분에 달했고, 리어왕 역의 대사 분량은 살인적이었다. 78세의 노배우 이순재는 그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고, ‘최고령 리어왕’으로 기록되었다. 존경스럽다.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 때는 공연 중 몸이 아팠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무대를 떠나지 않았고, 공연을 마치자마자 응급실로 실려갔다. 그리고, 담당의사의 강력한 휴식 권고를 받고 하차했다. 세상이 말하는 나이의 한계를 넘어서서 힘닿는 데까지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어서 닮고 싶은 것은 철저한 직업정신이다. 그는 늘 “무대에서 죽는 것이 꿈”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워한다.   또 배우고 싶은 것은, 높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자세다. 철학도 출신답게 끊임없이 ‘예술이란 무엇인가?’란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반성과 자기 성찰을 거듭하는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 정말 닮고 싶다.   그는 말했다. “예술이란 영원히 미완성이다. 완성을 향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게 배우의 역할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대배우 이순재 노배우 이순재 이순재 선생 최고령 리어왕

2025.12.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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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배우 이순재, 완성을 향한 열정

존경할 이가 자꾸 늘어난다. 스승이 많아지는 셈이니 반갑고 즐겁고 고맙다.   이번에는 원로배우 이순재 선생이다. 88세의 나이로 지난 6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열연하여 큰 울림을 주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최고령에 리어왕을 연기한 배우로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했다고 한다.   연극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실감하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저 구순을 바라보는 노배우가 무대에 서서 주인공을 연기했다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는 대작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시적 언어가 품은 향취와 문학적 진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원작을 각색하거나 압축하지 않고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공연시간이 무려 3시간 20분에 달한다.   배우들의 대사량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특히 리어왕 역의 대사량은 살인적인데, 구순을 앞둔 노배우가 그 많은 대사를 몽땅 다 외워서 연기했다는 이야기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존경스럽다. 더구나 리어왕 역은 절대 군주에서 정신을 놓은 미친 노인으로 전락하는 폭넓은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고 끝까지 이끌어가야 한다.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젊은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순재 주연의 ‘리어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되었는데 전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호평받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연출하는 등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쉼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배우 이순재는 대한민국 연기 역사의 산증인이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에 서울대 연극반을 재건해 활동하며, 1956년 유진 오닐의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이후 67년째 쉴 틈 없이 연기해왔다. 그동안 출연한 영화도 100편 이상, 연극도 100편 이상이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제14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평균 시청률이 59.6%에 달했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야동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열연해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국민배우’다.   이순재 선생은 젊은 세대들로부터도 진정한 어른으로 평가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후배들이 그를 존경하는 까닭은 완벽한 자기 관리와 완성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모범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 대우나 받으려는 것은 늙어 보이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순재의 후배 사랑도 각별하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연예계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는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역설한다.   한국 연극계에 이런 스승들이 계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지난 2018년 요란했던 ‘미투 운동’으로 지도적 어른 여러 명이 날아간 뒤라 더욱 귀하게 빛난다. 이순재 선생보다 한 살 어린 연기자 신구 선생도 꾸준히 무대에 서며 모범을 보여 정말 고맙다. 이런 어른들 덕에 한국 연극이 튼튼하다.   명배우 이순재 선생이 열연하는 ‘리어왕’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가르침을 얻을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내가 제일 배우고 싶은 것은 완성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다. 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젊고 강하다. 존경스럽다.   “완성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완성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꾸준히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장소현 / 극작가·시인문화산책 이순재 배우 원로배우 이순재 이순재 선생 이순재 주연

2023.06.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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