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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팔만대장경이 미국에 주는 교훈

실로 압도적인 광경이었다.   필자는 인생의 대부분을 디트로이트와 뉴욕에서 보냈다. 두 도시에는 산이 없으며, 고대 불교 유적지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몇 년 전 첫 한국 여행에서 필자는 한국의 가야산에 서 있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장엄한 풍경에 이미 넋을 잃은 상태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숨이 멎을 듯한 광경 앞에서 말을 잃었다. 1200년의 역사를 지닌 터 위에 세워진 200년 된 불교 사찰, 바로 해인사였다. 그곳은 예술 작품을 품은 공간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었다.   사찰 안에는 금빛으로 그려진 석가모니 부처를 중심으로 한 3미터 높이의 ‘영산회상도’가 걸려 있었다. 벽면의 불화들뿐 아니라, 사찰의 문마다 신화적 상징으로 가득한 화려한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1491년에 주조된 국가 지정 보물인 대형 범종을 비롯해 아름다운 청동 종들이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고, 곳곳에는 불교 조각의 걸작들이 숨 쉬고 있었다.   그러나 해인사의 진정한 보물은 사찰 한켠 장경판전에 보관된 수많은 목판들이다. 13세기에 조성된 이 국보를 보존하기 위해 15세기에 특별히 지어진 이 건물 안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선반 위로 수천 권의 목판이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완전한 불교 경전, 팔만대장경(Tripitaka Koreana)이다.     8만 1350장의 목판 위에 5000만 자가 넘는 글자가 새겨졌으나 단 한 글자도 오류가 없다. 필자는 이 지고한 업적, 그리고 인류의 가장 위대한 사업 중 하나를 만들고 지켜온 이들의 강렬한 헌신과 대조되는 그곳의 고요함에 절로 숙연해졌다. 또한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해 고안된 장경판전의 통풍과 온도 조절 구조는 15세기의 과학적 지혜를 증명하는 놀라운 성취였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시대에 몽골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켜 달라고 부처에게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상상을 초월한 학문적 헌신은 이후 한국인의 근면성과 학구열의 근원이 되어왔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한국 학생들에게서도 그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그들은 비록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팔만대장경의 정신, 그리고 세기마다 이어져 온 한국의 문학과 과학적 업적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1234년에 이미 금속활자를 사용했던 나라,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200년 앞섰던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지금 미국은 학력 저하라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국가교육평가(NAEP) 역사상 처음으로 8학년 학생들의 기초 독해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12학년의 무단결석률은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SAT 점수 또한 역대 최저다.   미국과 한국의 건국 세대는 완전무결하지 않았지만, 두 나라 모두 학문에 대한 사랑과 지식 탐구의 열정을 공유했다. 한국은 그 정신을 세대를 거쳐 지켜냈지만, 미국은 그 전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물론 미국은 기술과 예술 분야에서 세계적 혁신을 이뤘고, 전 세계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일반 대중 교육에서는 너무 많은 학생을 놓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의 해법을 단순히 첨단 기술에서만 찾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미국에도 팔만대장경과 같은 정신적 유산이 있다.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위대한 지적 전통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팔만대장경이 남긴 유산에서 우리 모두가 다시 영감을 얻어야 한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미국 팔만대장경 한국 학생들 이후 한국인 불교 사찰

2025.10.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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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제2의 한국인 NBA리거를 기원하며

3년 전부터 한인 농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오는 23일 미프로농구(NBA)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이현중(21) 선수다.   이현중이 58명을 뽑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면 2004년 하승진(2라운드 46번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이후, 한국인 중 2번째로 NBA에 진출하는 선수가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데이비슨칼리지에서 지난 3년간 좋은 활약을 보인 이현중은 3학년 시즌을 맞은 2021~2022시즌 팀의 주득점원으로서 경기 당 평균 15.8 득점을 올리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 애틀랜틱10 올컨퍼런스 퍼스트팀에 뽑히며 주목을 받았다.   기세를 몰아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3월의 광란’에도 진출했지만 아쉽게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낙담할 틈도 없이 NBA 드래프트 도전을 발표한 이현중은 최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NBA 팀들과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리그 최고의 인기 팀 중 하나인 LA레이커스와 브루클린 네츠와도 워크아웃을 가졌다.   LA 또는 뉴욕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운동 선수가 지역사회에 끼칠 영향력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는 LA다저스에서 활약했던 박찬호, 류현진이 한인사회에 몰고 왔던 열풍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박찬호의 활약은 IMF 외환위기로 시름에 빠져있던 모든 한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류현진의 활약은 이민 1세대는 물론, 미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은 이민 2·3세대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세대 간 유대감 형성에 일조했다.   냉정하게 보면, 현시점에서 이현중의 NBA 진출 가능성은 반반으로 평가된다. 인기팀·비인기팀, 찬밥·더운밥을 가릴 처지는 아니라는 소리다.   이현중은 좋은 사이즈(6피트 8인치)와 슈팅 능력(대학 통산 3점 성공률 37.3%)을 가졌지만, 상대적으로 평범한 운동능력이 괴물들의 리그인 NBA에선 큰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현중이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서머리그나 마이너리그인 G리그를 통해서라도 NBA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아시안 선수들에게는 불모지 같은 NBA에서 꼭 살아남길 기대한다.   2012년 뉴욕 닉스에서 ‘린새니티’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뉴욕은 물론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대만계 제레미 린도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언드래프티’였다.   NBA는 “Where Amazing Happens”(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이현중이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서 활약하며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심종민 / 편집국 기자취재일기 한국인 기원 한국인 운동 이후 한국인 드래프트 도전

2022.06.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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