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가족 사망’ 참극이 미주 한인사회에서 잇달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민사회에서 가정 문제를 상담할 창구가 전무하고 가족 구성원을 본인과 분리된 인격으로 보지 않는 사고가 비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존스크릭 시에서 아내(52)와 딸(15)을 살해한 한인 치과의사 최씨(52)가 자택에서 숨친채 발견됐다. 그가 남긴 문자에는 “홀로 남겨질 아내와 딸이 안쓰러워 함께 떠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불과 8일 전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70대 한인 보석 사업가가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와 딸을 총격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 방법을 택할 때까지 절망적 상황과 하소연을 들어줄 곳이 없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시안아메리칸리소스센터(AARC)를 설립하고 30년째 조지아주에서 가정상담을 이어온 지수예 씨는 “일순간 감정이 폭발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 뒷편엔 오랜기간 쌓인 우울과 분노가 있기 마련”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가족끼리 극단적 고립을 경험하면서 가정 내 정신건강 문제가 고착화됐다. 한인회에서 상담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한 것이 벌써 수년 전 일”이라고 짚었다. 미국 성인 29%가 진단 경험이 있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가족 관계, 건강, 재정 문제로 우울증을 앓더라도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아예 병원을 찾지 않거나 약 복용을 거부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노크로스 라이스(R.I.C.E) 상담교육 연구소의 한 상담사는 “신체적 학대가 아니더라도 정서적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한인 가족 사례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 억눌린 감정을 방치하다 극단적 폭력, 징계로 표출되는 상황”이라며 “평소 상담을 통해 본인 정서를 살피는 훈련을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둘루스 라이트오브호프 카운슬링의 김미영 상담사는 “사춘기 아이를 둔 가족의 경우 자녀와 부모간 갈등이 부부간 갈등으로 번지기 쉽고, 그렇게 가족 구성원간 대화가 끊기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겪기 쉽다”며 “자녀들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30대에 접어들면 스스로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한인 부모는 개인 또는 가족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잘못된 시각도 문제다. 이는 “부모인 내가 우울하니까 자녀도 우울할 것”이라는 오판을 낳는다. 김 상담사는 “차라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은 자신과 자식의 삶을 분리하지 못한 결과”라며 “힘든 이민생활을 애써 견디는데 가족들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때의 좌절감이 반복되면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아시아태평양계(AAPI) 비영리단체 P.E.A.C.E.(피스) 상담전화 404-509-1941, 404-512-0886을 통해 전문가의 한국어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일가족 살해
2025.09.02. 15:19
호주 시드니 지역 인근에서 발생한 한인 일가족 살해 사건〈본지 2월21일자 A-4면〉과 관련, 유력 용의자인 태권도장 사범 유광경(사진)씨가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유씨는 그동안 각종 이력을 허위로 꾸며 태권도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지역 언론은 뉴사우스웨일(NSW) 경찰국 발표를 인용, 경찰이 유씨를 3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니 도허티 형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씨는) 살해할 의도를 갖고 무고한 세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며 “태권도장에서 숨진 여성과 아이는 교살로 추정되며 이후 볼크햄힐스 지역으로 가서 남편인 스티븐 씨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용의자 유씨의 허위 이력도 논란이다.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유씨는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을 시드니 지역 맥쿼리 대학교의 선임 교수로 소개했다. 또한 석좌 교수에 지원했다는 내용과 현재 시드니 대학에서 스포츠 과학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 맥쿼리대학 측은 “학교 데이터베이스에 유광경씨에 대한 기록은 없다”고 밝혔다. 시드니 대학 측 역시 “유씨가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라는 기록은 없다”고 전했다. 유씨는 이력만 속인 게 아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라이언스 태권도장 웹사이트를 통해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다고 주장했지만, 호주 태권도 협회 역시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가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한인 학부모들은 현재 충격에 빠진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 사범은 매우 좋은 사람처럼 보였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며 “그런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사건으로 숨진 남편 스티븐 조(39)씨와 아내 조민(41)씨 가족은 평소 단란한 가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지인은 20일 본지에 이메일을 통해 “이번 사건이 치정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와 두 사람이 별거 중이었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편 조씨는 시드니 인근 지역 건설업계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해왔다. 조씨가 다니던 회사(리처드 크룩스 건설) 측 관계자는 “조씨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며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일을 너무 잘해서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았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시드니 한인 일가족 일가족 살해 호주 태권도 미주중앙일보 장열 LA 로스앤젤레스 호주 일가족 살해 사건
2024.02.2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