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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85세 노인의 인터넷 잔혹사

샌루카스 지역 아파트에 15년간 거주하며 전화와 인터넷은 줄곧 AT&T를 이용해왔다. 그러던 지난 4월8일, 갑작스러운 인터넷 불통 사태가 발생했다. AT&T에 문의하자 구리선 절도범들이 전선을 끊어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문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로 닥치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 선진국인 미국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AT&T는 새로운 구리선 설치와 복구 작업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4월 20일에나 개통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은행 업무부터 관공서 일까지 모두 인터넷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2주 가까이 인터넷이 끊긴다는 말에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앞집에 부탁하여 스펙트럼(Spectrum) 인터넷을 잠시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T&T의 약속은 번번이 어겨졌다. 4월20일 개통 예정일은 5월10일로 연기됐다. 5월에도 한두 번 더 연기가 거듭되면서, 결국 인터넷은 두 달간 ‘먹통’ 신세가 되었다. 더 이상 앞집에 미안해서 인터넷을 빌려 쓸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5월20일 서울에서 온 손녀가 스마트폰 개인용 핫스팟으로 노트북을 연결하는 법을 알려주어 잠시나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비디오나 유튜브는 데이터 소모가 커서 길게 쓸 수 없었다. 서울 같았으면 금방 해결될 일이 두 달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라니, 고통스럽고 답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6월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젊은 사람이라면 진작 해결했을 일이지만, 85세 노인에게는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다. 다행히 친구의 조언을 받아 AT&T 윌셔 매장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ALL-Fi gateway라는 새로운 인터넷 연결 방식을 알게 되었다. 비록 좀 더 비쌌지만, 이를 설치하자 드디어 인터넷이 개통되었다!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새로운 계정은 계약 기간이 없어, 예전 인터넷이 복구되면 즉시 해약하고 장비는 반품하면 된다고 안내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 27일, 아파트 앞에 통신사 차량이 와서 배선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기술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3개월에 걸친 길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오늘 아침, 장비를 반납하고 계정을 폐쇄하는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3개월은 인터넷 ‘먹통’ 잔혹사 그 자체였다. 김영훈·샌루카스독자 마당 인터넷 잔혹사 인터넷 잔혹사 인터넷 연결 인터넷 불통

2025.07.08. 20:49

‘브루탈리즘’…건축 양식과 삶 연결한 잔혹사

흥행을 목적으로 하는 지금의 스튜디오 시스템하에서 3시간 35분짜리 영화가 극장가에 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스탠리 큐브릭,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같은 감독들이 제작사로부터 전권을 부여받았던 시대에나 가능했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면 왜 이 영화가 왜 올해 가장 강력한 오스카 작품상 수상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디지털 시대의 필름메이커가 이루기 힘든 업적이다.   2024년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브루탈리스트’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브래디 코벳 감독(복스 룩스)의 픽션이다. 독특하고 장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영화로 시대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70mm 필름으로 촬영됐다.     20세기 중반 등장한 ‘브루탈리즘’은 거칠고 꾸밈없는 건축 양식을 말한다. 가공하지 않은 재료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로 콘크리트가 노출되어 요새처럼 보이는 건축물들이 그 대표적 예들이다. ‘야수적인, 잔혹한’이란 뜻이 담겨 있는 프랑스어 ‘Beton brut’에서 유래됐다.     영화는 건축 예술에 대하여 진지하게 접근해 간다.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이 영화에 담긴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건축이 사람들과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깊은 영향을 탐구하면서 건축가와 2차 대전 사이의 트라우마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만큼 건축 예술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영화는 드물다.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 라슬로 토트(애드리언 브로디)는 브루탈리스트 건축가이다. 2차 대전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그는 부다페스트에 아내 에르제베트와 조카딸 조피아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건너간다.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먼저 이민 온 사촌 아틸라와 그의 미국인 아내 오드리의 집에 머무른다.     라슬로와 아틸라는 대부호 해리슨 리 밴뷰런(가이 피어스)의 아들 해리로부터 아버지의 사설 도서관 재건축을 의뢰받는다. 출장에서 돌아온 해리슨은 아들의 경솔한 결정에 분개하며 라슬로와 아틸라를 쫓아낸다. 라슬로와 오드리 사이를 불편해하던 아틸라는 라슬로에게 집을 떠나라고 말한다.     수년 후 노숙자 수용소에서 룸메이트 고든과 가난하게 살고 있는 라슬로. 고든은 라슬로가 헤로인 중독에 빠져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라슬로가 작업한 도서관 디자인이 건축계의 극찬을 받자 해리슨은 라슬로를 다시 찾아와 그를 고용할 생각으로 제법 큰 액수의 돈을 놓고 간다. 라슬로와 고든은 그 돈을 헤로인으로 소진해 버린다.     유럽에서 뛰어난 건축가로 활약했던 라슬로의 과거가 밝혀지고 해리슨은 고인이 된 어머니를 기념하는 커뮤니티 센터 건축을 의뢰한다. 해리슨의 도움으로 아내와 조카를 헝가리에서 데려온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내와 벙어리가 된 조카와의 6년 만의 재회. 센터 건축과 관련, 해리와 마찰이 잦아지고 결국 해고당한다. 조피아를 성희롱하는 해리.     또 수년이 지났다. 라슬로는 필라델피아의 건축 회사에 취직해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된 조피아는 유대교 남편을 만나 임신을 하고, 라슬로 부부에게 새로 건국한 이스라엘로 가서 살자고 제안한다. 부부는 조카의 제안을 거절한다.     해리슨이 찾아와 또 다시 대형 프로젝트 설계를 제안한다. 두 사람은 카라라 대리석을 구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날아간다.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해리슨과 라슬로는 파티를 벌이고 술에 취한다. 해리슨은 자신의 우월감을 보여주기 위해 라슬로를 강간한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 라슬로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미국은 브루탈리스트 건축가 라슬로에게 가혹했고,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다. 영화는 전후 미국을 잔인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미국인들에 의해 라슬로가 지속해서 처하게 되는 예술가의 곤궁을 잔혹하게 그린다. 가난한 예술가 라슬로에게 40년대의 미국은 브루탈(brutal) 그 자체였다. 코벳 감독이 왜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양식을 라슬로의 삶과 연결하려 했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다.       코벳 감독은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 사조와 반유대주의를 플롯의 중심에 깔고 유대인 건축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전쟁에 얽힌 서사를 ‘잔혹하게’ 풀어간다. 라슬로의 아메리칸 드림과 예술에의 열정은 어둠과 편견에 갇혀 있다.   라슬로는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수많은 이민의 혼합체이다. 그들은 특권을 가진 자들에게 무자비하게 착취당한다. 그리고 그들의 빈곤은 늘 모욕을 동반한다. 라슬로는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헤로인 중독에 빠진다.     해리슨은 부의 상징적 캐릭터다. 그는 라슬러에게 호의를 베풀지만, 그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호의를 베푸는 건지, 베푸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늘 모호하고 자비로운 것 같으면서 인색하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2002년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작 ‘피아니스트’에서의 연기를 능가하는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배우가 캐릭터에 녹아 들어간 듯한 그의 연기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라슬로처럼 모든 걸 잃어버리고 헝가리를 떠나야 했던 그의 어머니가 모티브가 됐다. 유대계인 브로디는 자신의 개인사에서 어머니를 상기하고 그 이미지를 허구적 캐릭터 라슬로에 반영했다.     ‘LA컨피덴셜’(1997)과 ‘메멘토’(2000)로 기억되는 배우 가이 피어스는 호감과 비호감을 동시에 표출하는 캐릭터 해리슨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대립적인 두 중심 캐릭터를 연기하는 브로디와 피어스는 각기 오스카 남우주연상과 조연상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라슬로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은 사실 세트 디자이너 주디 베커의 작품들이다. ‘캐롤’과 ‘아메리칸 허슬’로 잘 알려진 그녀의 프로덕션 디자인 역시 오스카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다. 영화는 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시카고비평가협회에 의해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잔혹사 건축 유대인 라슬로 건축 양식 도서관 재건축

2024.12.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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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파크 2지구 한인 후보 잔혹사 끝낼 터"

“부에나파크 2지구 한인 후보 잔혹사를 내가 끝내겠다.”   내달 5일 열릴 부에나파크 시 2지구 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최용덕 후보는 “남은 캠페인 기간, 최선을 다해 반드시 당선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후보는 막판 캠페인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2지구 내 유권자 가정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며 주요 현안을 파악하는 한편, 친밀감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최 후보는 “주 4회, 하루 4시간씩 1000여 가구를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다. 집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고 아파트는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유권자 반응은 호의적인 편이다.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게 투표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지구는 ‘라티노를 위한 선거구’로 불릴 만큼 라티노가 강세를 보이는 선거구다. 유권자 약 9000명 중 47%가 라티노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는 17%에 그치며, 백인은 29%다.   부에나파크 시가 지역구 선거제를 도입한 2018년 이후 2지구에선 지금까지 두 차례 선거가 열렸다. 두 선거 모두 한인이 출마했지만 잇따라 패했다.   2018년 선거엔 정재준 당시 시 도시계획위원회 커미셔너가 출마했다. 3명의 후보가 나선 당시 선거에서 정 후보는 27.3% 득표율로 현직이었던 베스 스위프트 시의원(38.9%)과 이안 맥도널드 후보(33.8%)에게 밀리며 3위로 처졌다.   4년 뒤인 2022년엔 한명수 당시 OC한인축제재단 부회장이 호세 카스타네다, 카를로스 프랑코와 3파전을 벌였다. 이 선거에서 한 후보는 23.5%를 득표하며 3위로 낙선했고, 카스타네다가 시의원에 당선됐다. 카스타네다는 46.2%, 프랑코는 30.3%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서 최 후보는 2년 전 선거에서 낙선한 프랑코 후보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올해 2지구 선거는 지난 5월 카스타네다가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기 때문에 열리는 보궐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후보는 2년 동안 카스타네다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다. 4년 임기 시의원 선거는 2026년 11월에 열린다.   최 후보는 2지구에서 대통령 선거와 함께 열리는 첫 선거인 만큼 약 2000표를 받으면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후보는 “한인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상환 기자잔혹사 한인 2지구 한인 프랑코 후보 최용덕 후보

2024.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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