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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비석

누군가   비석 앞에 놓고 간 시든 꽃 한 송이   잿빛 하늘에 보낸 눈길   쇠락한 시간은 멈추어 있고   되돌아올 세월은 없어   바람이 그들 곁을 떠나면   적막 속에 묻어둔 빛바랜 사연들   잊혀진 발길이 남긴   적멸의 공허함만이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다   어쩌다 찾아온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에   온몸을 기대어 보지만   흐려져 가는 남겨진 이름   시든 꽃송이로 지워지고 있다 양기석 / 시인·퀸즈글마당 비석 잿빛 하늘

2025.06.12. 17:59

[글마당] 돌아온 명동거리

잿빛 하늘로 덮친 팬데믹 혀끝   잃어버린 태양의 탄식만 얼어붙어   붉은 와인 한 잔의 맛도 빼앗긴 날들이었다   먼 길 돌아 다시 돌아온 발길   암울했던 거리에 되살아난   명멸하는 환락의 불빛에   서로의 살 냄새에 취한 욕망의 심장은 뛰어   수많은 언어의 꽃을 피워내고 있다   어제를 잊은 하루의 삶이   물결로 흐르고 있다 양기석 / 시인·퀸즈글마당 명동거리 잿빛 하늘

2023.09.01. 21:51

[독자 마당] 여름이 남긴 애증

메인 주의 사우스브리스톨, 쪽빛 하늘엔 흰 구름이 한가하고 푸른 바다엔 하얀 돛단배가 있던 한폭의 그림 같던 피안의 언덕은 어디로 숨었는가?   야누스의 두 얼굴, 이곳 메인은 온화함은 사라지고 무서운 얼굴로 성내고 있다. 높푸른 하늘, 온화한 태양은 어디로 갔는지….   온통 우울한 잿빛 하늘에 간헐적으로 찬비 뿌리고 잔잔했던 바다는 악어처럼 커다란 입을 벌리고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삼킬 듯 달려들고 있다. 관광객이 떠난 빈 도시엔 인자한 미소, 따뜻한 얼굴도 찾아볼 수 없다. 텅 빈 고독만 찌푸린 하늘 아래 우울증 환자처럼 스산한 바람과 동무하고 몰려다니고 있다.   내가 만일 이곳에서 홀로 겨울을 지낸다면 얼마나 힘겨운 고통일까 생각해본다. 언제나 가족이 기다리는 LA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은 나를 들뜨게 한다. 창밖은 겨울을 재촉하는 차가운 빗줄기가 또 한차례 세찬 바람을 타고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들이 비바람에 하나둘씩 힘없이 떨어지는데 집안 벽난로에선 주홍의 불길이 호젓한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있다.     난로 위 주전자에서는 물 끓는 소리가 금속음과 어울려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있다. 조금 있으면 향기로운 한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즐거움이 비바람에 찢긴 마음을 달래준다. 가을을 떠나보내는 자연의 질서란 얼마나 엄숙한 것일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유독 이 가을이 더 힘든 것은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리라. 이 비 지나가 버리면 총총걸음으로 겨울은 달려 올 테고, 또 한해가 옛이야기 속으로 잠들고. 계절이 떠나가도 세월은 언제나 말이 없다.         *야뉴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문지기로 앞뒤를 볼 수 있는 두 개의 얼굴과 네개의 눈을 가진 신.  이산하·노워크독자 마당 여름 애증 잿빛 하늘 집안 벽난로 얼굴 이곳

2022.11.08. 19:13

[글마당] 가을엔

 가을엔 흐린 잿빛 하늘이 비에 젖은 단풍잎이 고즈넉하지요   가을엔 외로운 여자가 고독한 남자가 아름답지요   가을엔 정통으로 세월을 맞아 쓰러진 고목이 시간보다 빠르게 살아 나이보다 늙수그레한 사람이 아름답기도 하지요~ 고현석 / 시인·뉴저지글마당 가을 잿빛 하늘

2021.10.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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