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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신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강조

기원후 410년에 로마가 고트족에게 함락되자, 이교도의 관점에서 재난의 원인을 '주피터'를 외면한 것에서 찾았다. 이에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이교도들의 논증에 답을 해야 했고, 이것이 '신국(412~427)'을 저술하게 된 배경이다. '신국'은 중세 내내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으로, 특히 교회가 세속 군주들과 투쟁할 때 영향력을 발휘했다. '신국'은 로마가 고트족의 점령으로 약탈당하는 동안 발생한 문제점을 고찰하면서 시작됐고, 그리스도교가 전파되기 이전 시대에 일어난 훨씬 더 참혹한 사건을 보여주려고 기획되었다. 우선, 아우구스티누스는 로마가 약탈당하는 동안 고트족이 그리스도 교인들에게는 경의를 표하고, 침범하지 않은 교회가 많았다고 한다. 즉, 고트족은 절대로 야만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되레, 다른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약탈보다도 참혹하지 않았던 것은 그리스도교의 영향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로마의 약탈 동안, 능욕당한 독실한 처녀들의 문제를 거론했다. 그 숙녀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즉, 다른 사람의 육욕이 그들을 더럽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절은 마음의 덕이므로, 능욕당한 것으로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간음죄를 지으려는 의도로 잃게 된다고 했다. 만약, 능욕을 피하려고 자살했다면, 그것이 더 사악하다고 했다. 자살은 언제나 죄를 짓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단, 그들은 능욕당하는 것을 즐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만약 즐긴다면 죄를 짓는 행위라고 한다. 마치 마조히즘을 통한 쾌락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는 플라톤에게 공감을 표하면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치켜세웠다. 다른 철학자들은 모두 플라톤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가령, 탈레스는 물과 함께, 아낙시메네스는 공기와 함께, 스토아학파는 그들이 말한 불과 함께, 불은 이전에 헤라클레이토스도 주장한 바 있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들과 함께 떠나라고 했다. 즉, 플라톤에 대한 극찬이다. 여기서 언급한 철학자들은 모두 유물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플라톤은 관념론자다. 유물론은 훗날 마르크스에 의하여 공산주의 이론으로 탈바꿈한다. 플라톤은 신이 어떤 신체도 갖지 않은 존재이지만, 만물이 신 때문에 존재함을 이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플라톤학파가 '육화'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비판했다. 또한 플라톤은 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 신을 숭배하지 않은 점은 비판했으나, 감각계는 이데아 세계보다 열등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신국의 본성에 대해서 그는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라고 한다. 신에 대한 지식은 오로지 그리스도를 통해서 얻는다고 하면서, 더 높은 종교적 지식을 얻으려면 성서에 의존해야 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세계가 창조되기 전의 시간과 공간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창조 이전에는 시간과 장소가 없었다고 무에서 유를 신이 창조했음을 강조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당시의 회의주의(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인식론을 전파했다. 당시에 외부의 경험 세계에서 인식을 시작하던 회의주의자들과 달리 그는 내면의 영혼에서 진리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이성으로 확증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는 '독백'에서 이성과 대화하는 목적에 대해서 말했는데, 하느님과 인간(영혼)을 알고 싶어서, 지혜를 포착하기 위하여, 인간 영혼은 과연 불사불멸한 것인지 스스로 터득하고 싶다고 했다. 이성은 답하기를 "진리는 외치고 있고, 그 안에 자기가 거처하고 있다고. 자기는 불사불멸한다고. 자기가 거처하는 처소는 신체의 그 어느 죽음에 의해서도 박탈되지 않는다"라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과 사람의 왕국을 비교하면서 신의 나라는 그리스도교적 가르침을 따라가는 나라이고, 사람의 왕국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얼룩져있는 나라라고 차별화했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창조 아우구스티누스 그리스도교적 가르침 창조 이전 모두 플라톤

2025.07.0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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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경쟁이 만든 위대한 창조

최근에 다녀온 이태리 휴가에서 피렌체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래 성당의 두오모 관람은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갈 정도이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에서 주인공이 올라갔던 성당의 돔 꼭대기 장면은 인상깊게 남아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성당이 그 당시에 어떻게 지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거기에는 두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경쟁이 있었다.   1401년, 피렌체는 유례없는 예술 공모전으로 들썩였다. 바로 피렌체 세례당의 청동 문을 장식할 작가를 뽑는 경쟁이었다. 주제는 구약의 ‘이삭의 희생’. 이 공모전에 두 명의 젊은 예술가가 이름을 올린다. 로렌초 기베르티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이 경쟁은 단순한 예술 대결이 아니었다.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요구한 창조성과 도전 정신의 전환점이었다.   기베르티는 조각의 명인으로, 인간의 감정을 정교하게 묘사한 부조 작품으로 심사위원단의 선택을 받는다. 한편 브루넬레스키는 건축가도 원래 금세공사였으며 예술보다 기하학과 구조, 수학적 조형미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공모전 결과에 불복한 그는 “예술가는 조각에 갇히지 않는다”며 건축의 길로 방향을 튼다. 이 순간이 바로, 훗날 피렌체의 상징이 될 두오모 대성당의 돔이 탄생하게 되는 시발점이었다.   당시 대성당은 이미 오랫동안 지어지고 있었지만, 돔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해법이 없었다. 기존 기술로는 너무 거대했고, 내부에 지지 구조를 세울 수도 없었다. 모두가 주저할 때, 브루넬레스키는 지지대 없는 돔, 즉 자중으로 버티는 혁신적 설계를 제안한다. 그는 실제로 기중기, 도르래, 타일 쌓는 순서, 인부 분업체계까지 모두 스스로 설계했다. 이는 예술가가 아니라 발명가, 공학자, 조직가, 리더의 역할까지 겸한 르네상스형 인재의 전형이었다. 1436년, 거대한 돔이 완공되자 피렌체 시민들은 감탄했고, 이는 서양 건축사상 가장 위대한 공공 건축물 중 하나로 남는다.   지금도 또 하나의 르네상스 시대이다.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AI와 로봇으로 인해서 점점 인간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브루넬레스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야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창의성, 기술과 예술, 조직과 리더십을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 이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때 시작하는 도전정신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무에서 유를 상상하는 창의성,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실천력은 사람만이 갖는다. 이 시대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어떤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도전할 용기를 가졌는가’이다. 오늘날 우리는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점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창의성’, ‘도전정신’, 마지막으로 인류를 섬길 수 있는 ‘사랑’을 가진 리더들을 키울때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경쟁 창조 두오모 대성당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예술 공모전

2025.07.07. 19:13

[문화산책] 예술 창조의 정점은 생명 탄생

미술가들이 남긴 좋은 말씀을 골라서 우리 동네 미술가들에게 보내는 일을 여러 해 동안 계속해왔다. 그런 명언이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구체적인 교훈이 되고, 자극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었다. 깊은 사색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말씀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No Brain)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받아 읽는 이들에게 얼마나 보탬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좋은 공부가 되었으니 보람을 느낀다. 보내줄 말씀을 고르면서, 예술과 삶의 본질을 찌르는 말씀에 감탄하고 자극을 받는 때가 참 많았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기도 하고, 옷깃을 여미기도 한다.   가령 윤형근 화백(1928년-2007년)의 이런 말씀도 그렇다. “예술은 만드는 것이 아니요, 낳는(生)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든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생각에서 몸짓으로 해서 손으로 이루어질 때 그것은 그 사람이 낳는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의 미는 자연이 낳는 것이요, 인간의 미는 인간이 낳는 것이다.”   “예술은 낳는(生) 것이다”라는 말, 대단히 근본적인 뜻을 가진 말씀이다. 생명의 참뜻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예술 작품의 탄생을 산고(産苦)에 비유한다.   예술은 곧 생명이라는 생각, 우리 옛 선비나 예인(藝人)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난초를 그린다’가 아니고 ‘난초를 친다’고 하는 것이다. 새끼를 ‘친다’는 말과 같이 생명을 ‘낳는다’는 말이다.   위대한 예술가 중 가장 많은 명언을 남긴 사람은 단연 반 고흐일 것이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700통에 가까운 편지를 비롯해 가족, 친구 등 여러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의 생각, 꿈, 삶과 예술철학을 빼꼭하게 담아 보냈는데, 그 안에 보석처럼 빛나는 말씀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고, 함께 생각해보자며 손을 잡는 명언들이다.   고흐는 죽는 날까지도 “자신의 그림은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인 자녀들을 돌보면서 가정생활을 하는 노동자와 농부의 소명보다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도 그런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 해, 어느 책에선가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자연스럽고 훌륭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윤형근 화백의 생명 존중보다 한결 적극적이고 종교적이다. 반 고흐는 ‘생명의 탄생이 예술적 창조의 정점’이라고 선언하고, ‘일상적인 삶의 거룩함’을 소중하게 강조했다.   그런 고흐는 안타깝게도 평생 독신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명 탄생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동생이자 예술적 동지인 테오의 아이, 즉 조카가 곧 태어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너무도 기쁜 마음으로 ‘아몬드 꽃나무’(1890년작)를 그렸다. 아기방에 걸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그림은 소원대로 아기방에 걸렸고, 고흐는 죽었다.   ‘첫 걸음마’(1890년작)도 그런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아기의 첫 걸음마 순간을 바라보며 감격하는 농부 부부의 모습을 통해 ‘삶의 거룩함’을 노래한 이 작품은 고흐가 평생 스승으로 모신 밀레의 그림을 베낀 것이다.   생명을 낳고 기르는 일이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소중하다는 믿음 자체가 거룩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상의 거룩함이나 종교적 영성의 세계를 추상미술로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관점으로 로스코 채플, 윤형근 화백의 작품,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바라보면 다른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예술 창조 예술작품인 자녀들 생명 탄생 예술적 창조

2023.08.2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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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모방과 창조

 모방은 ‘최상의 존경’이라는 말이 있다. 또 모방은 창조와 같다고도 한다.     ‘Monkey See, Monkey do’라는 말도 있다. 원숭이 새끼는 어미나 다른 원숭이들이 하는 짓을 흉내내면서 생존 기술을 배운다.     한국이 지금처럼 잘 살게 된 것은 한국인의 근면성 덕분이지만 모방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 한국은 먼저 시작한 것이 거의 없다. 한국 제1의 수출품은 반도체다. 옛날 나는 한국에서 페어차일드라는 회사에 다녔다.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는데 당시로서는 최첨단 회사였다. 그때 품질관리 과장이었던 나는 회사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에게 생산과 품질관리 과정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한국이 처음에는 반도체 기술을 모방했지만 지금은 발전시켜서 세계 최고가 됐다.     한국의 자동차 회사가 초창기에 독일의 벤츠를 사다가 분해와 조립을 1000번도 더 했다는 얘기도 있다.     공산품 뿐만 아니다. 예체능 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골프, 축구, 야구 등의 분야에서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음악에서는 BTS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가장 최근은 영화와 영상 매체이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었고 ‘미나리’도 성공했다. 지금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100개국에서 시청률 1위에 올랐다. 미국 TV에서도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폭력적인 내용으로 인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오해를 할까 봐 걱정도 된다.     어쨌든 한국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특유와 근면성과 끈기, 그리고 모방 기술까지 갖춰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됐다.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서효원 / LA독자 마당 모방과 창조 모방과 창조 모방 기술 반도체 기술

2021.10.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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