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주름이 닮았다
붉고 실한 캘리포니아 대추가 바람에 실려 왔다. 고것 참 꿀맛이다. 햇볕이 찐했나! 바람이 달콤했나 아니면 농부의 간절함이 통했나! 캘 대추는 한 계절을 옹골지게 살아냈다 대추는 주름으로 생을 마감한다 주름 하나에 고통 한 조각 주름 둘에 상처 한 움큼 주름 셋에 아픈 기억 한 겹 켜켜이 쌓인 주름진 생애 캘 땡볕에 덴 상처투성이 천둥번개 폭풍우에 아슬아슬했던 생명줄 견뎌낸 것은 기적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날 때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 쪼글쪼글 대추 닮았다 대추는 제 몸을 말려서까지 향과 당을 만들기에 진심이다 대추 닮은 나는 내 속에서 무엇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하는 걸까 정명숙 / 시인글마당 주름 주름 하나 캘리포니아 대추 천둥번개 폭풍우
2025.06.26.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