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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주름이 닮았다

New York

2025.06.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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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실한 캘리포니아 대추가  
 
바람에 실려 왔다.
 
고것 참 꿀맛이다.
 
햇볕이 찐했나!
 
바람이 달콤했나
 
아니면 농부의 간절함이 통했나!
 
캘 대추는 한 계절을  
 
옹골지게 살아냈다
 
대추는 주름으로 생을 마감한다
 
주름 하나에 고통 한 조각
 
주름 둘에 상처 한 움큼
 
주름 셋에 아픈 기억 한 겹
 
켜켜이 쌓인 주름진 생애
 
캘 땡볕에 덴 상처투성이
 
천둥번개 폭풍우에 아슬아슬했던 생명줄
 
견뎌낸 것은 기적
 
 
 
매일 아침에 잠에서 깨날 때
 
거울에 비치는 내 얼굴
 
쪼글쪼글 대추 닮았다
 
대추는 제 몸을 말려서까지  
 
향과 당을 만들기에 진심이다
 
대추 닮은 나는 내 속에서  
 
무엇이 만들어지고 있기는 하는 걸까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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