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극심한 폭염이 점점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전 연령층에 건강의 위협이 되지만, 특히 고령층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005년 뉴올리언스를 휩쓴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사망자의 75%는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2021년 폭염이 태평양 연안 북서부를 강타했을 때 워싱턴주 사망자의 4분의 3이 65세 이상이었다. 2023년 하와이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사망자 중 3분의 2 이상이 60세 이상이었다. 고령층은 젊은층보다 상해, 질병, 사망에 훨씬 더 취약하다. 이러한 통계는 극단적인 기후와 환경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된다. 재난 때 고령층의 피해가 큰 것은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신체 반응 속도와 환경 대처 능력 모두 느리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극단적인 날씨가 잦아지는 미래는 노년층에게 더 큰 위협적일 것으로 보인다. 예일 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온이 상승하면 전 세계 50개국에서 고온과 저온 관련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위기와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국제적 협업 기구인 '랜싯 카운트다운'이 2023년 발간한 기후변화 보고서는 2041년~2060년 65세 이상 인구의 고온 관련 사망률이 1995년~2014년 대비 37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체는 나이가 들면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발한 기능이 떨어져 땀을 흘리면서 자연스럽게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신체 반응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갈증이나 체온 상승을 곧바로 알아채지 못하기도 한다. 심장병이나 당뇨병, 신장 질환 등 만성 질환은 체온 조절 기능을 더 약하게 만든다. 이뇨제나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등 특정 약물을 복용하면 체온 조절이나 체내의 수분 유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해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신체 능력 떨어지는 고령층은 폭염 경보의 상황이 아닌데도 다양한 증상과 질병이 생길 수 있다. 고령층은 신체 적응력 저하 외에도 여러 가지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인지장애=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로 위험 상황을 모르거나 늦게 인지해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이동성 저하= 보행기나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운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피나 외출이 어렵다. -의존성과 고립= 혼자 거주하거나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경우 폭염 등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더욱 필요하다. 재난 발생을 대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는다. 주변에 상황이 비슷한 고령층이 있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핫라인을 만들어 놓는다. -경제적 어려움= 고정된 연금 생활자는 전기료나 냉난방비, 약값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주변에 고령자가 있으면 시원한 곳으로 갈 수도 있도록 한다. -의약품 접근성 제한= 약국이나 병원에 가기 힘들면 약을 준비하기 어려워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폭염이 오는 시기에는 꼭 필요한 약은 수량을 늘려 받는 것이 좋다. 연방정부는 허리케인 등을 대비해 필수 약품은 30일 치를 준비하라고 권장한다. -높은 전기 의존도= 고령층은 의외로 전기 의존도가 높다. 산소호흡기나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품, 심장 모니터 등을 사용하면 전기가 필수적이다. 정전이 오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폭염 때 조심해야 할 열 질환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보다 고온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폭염의 위험성을 잘 이해하고 증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온에 노출되면 인체는 단순히 불편을 느끼는 정도에서 생명이 위급한 응급 상황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열 발진=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생긴다. 목과 가슴, 사타구니 등에 작고 붉은 뾰루지가 난다. -열 경련= 너무 뜨거운 날씨에 운동을 하면 팔이나 다리, 복부 통증성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열 탈진= 땀을 심하게 흘리면 나타난다. 피부가 창백하고 축축해지며 어지러움과 구역질, 두통 증상이 온다. -열사병= 체온이 103도(섭씨 39.4도)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의식을 잃거나 두통, 구토 등이 나타나는 응급 질환이다. 즉각적인 응급처치가 필요하며 뇌와 주요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열 관련 질환은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 열 발진의 경우 우선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있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를 건조하게 유지하고 헐렁한 면 소재의 옷이 좋다. 필요하면 항히스타민제나 칼라민 로션(Calamine lotion)을 사용한다. 열 경련이나 열 탈진이 나타났을 때는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장소로 가 물이나 스포츠 음료를 섭취해야 한다. 1시간 이내에 증상이 완화하지 않으면 병원을 가는 게 좋다. 열 탈진은 느슨한 옷을 입고 냉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열사병 증상이 보이면 즉시 911에 신고하는 게 좋다. 그사이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젖은 수건이나 냉수로 체온을 낮추되 음료수는 마시면 안 된다. 만성 질환을 가진 고령자는 개인별로 맞춤 대처 계획이 필요하다. 복용하는 약이 체온 조절이나 수분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미리 주치의에게 확인해 폭염 기간에 건강관리 계획을 세워둔다. 이뇨제나 베타 차단제, ACE 억제제, 항우울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은 탈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특별히 조심한다. 질병에 따른 주의사항도 미리 알아둔다. 심장질환 환자는 더운 시간대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냉방이 되는 장소에 머무른다. 의사가 수분 섭취를 제한하지 않았다면 갈증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물을 마시면 좋다. 폐질환 환자는 폭염 시간대에는 외출을 자제한다. 대기질 지수를 확인하고 흡입기를 항상 소지하는 것이 좋다. 신장 질환자는 수분이 부족하면 신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진한 소변이나 어지럼증, 입 마름 등 탈수 증상이 느껴지면 일찍 대처한다. 카페인과 고염분, 고당분 음료는 피해야 한다. ━ 폭염 대처 4가지 기본원칙 -밝고 헐렁한 옷을 입는다. -날씨 앱을 확인해 더위가 극심한 시간대인 오전 10시~오후 4시에는 외출을 피한다. -냉방이 어려우면 쇼핑몰이나 도서관, 쿨링 셸터 등을 이용한다. -실내 온도가 너무 높으면 선풍기로는 부족하다. 젖은 수건을 함께 사용해 체온을 낮춘다. 안유회 객원기자고령층 폭염 기후변화 보고서 체온 조절 기후 변화
2025.07.20. 19:00
덥고 습할 때 지나친 야외활동은 위험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수분, 염분 손실로 인해 근육 경련이 생기거나 무력감, 피로가 몰려오게 된다. 극심한 더위를 견디지 못하여 우리 몸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을 상실하면 열사병으로 이어져 심장, 간, 신장, 장의 손상 위험이 매우 커진다. 게다가 이러한 온열질환에는 약이 없다. 해열제는 시상하부에서 체온을 높이는 신호가 되는 물질(프로스타글란딘 E2)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감염이나 염증으로 인해 열이 오를 때 해열제를 먹으면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원리이다. 하지만 열탈진(일사병), 열사병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몸을 식히는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인체가 과열되면 식히는 방법은 땀밖에 없다. 땀을 흘리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 땀이 표면에서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해야 피부 체온이 낮아진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고 줄줄 흘러내린다. 피부로 혈액을 보내어 식힌 다음 내부 장기의 열을 제거해야 하는데 피부 온도 자체가 내려가질 못하니 긴급 상황이다. 몸이 끈적끈적한 여름날일수록 더 괴로운 이유다. 이럴 때 우리 몸은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주변부로 혈액 공급을 늘린다. 결과적으로 혈압이 내려간다. 그래서 더운 날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질 위험도 커지니 앉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뇨제, 혈압약, 조현병 치료제,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경우는 더위에 더 취약하게 될 수 있다. 약이 탈수를 촉진하거나 땀을 내는 기능에 영향을 주어 체온 조절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복용 중인 약을 끊으면 안 된다.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한 일이다. 더운 날씨에 몸이 과열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더 현명한 대책이다. 무더위에 약은 없지만 다행히 물리적으로 몸을 식힐 수는 있다. 물을 자주 마셔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고 더운 날 야외활동을 삼가야한다. 가능하다면 이른 아침, 밤 시간처럼 기온이 낮아질 때로 바깥 활동을 제한하는 게 좋다. 외출할 때는 가벼운 옷차림을 추천한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그늘을 자주 찾아 쉬어야 한다. 폭염에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물, 그늘, 휴식이 필수적이다. 더위를 이겨내라고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직장에 편한 복장으로 출근하는 것을 허용하고 실외 작업장에서 폭염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게 고용주의 의무이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을 켜서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해줘야 한다. 집에 에어컨이 없을 때는 에어컨이 작동하는 공공장소나 무더위 쉼터를 찾아서라도 몸을 식혀줘야 한다. 폭염을 이겨내는 진정한 지혜는 주변의 누구도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 돌보는 것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무더위 약도 무더위 쉼터 피부 체온 체온 조절
2024.07.04.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