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Domestic Violence Awareness Month)’이다. 이 기간은 폭력의 굴레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강인함을 기리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며, 침묵 속에 학대를 숨기도록 하는 통념에 맞서기 위해 마련됐다. 한인사회에서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게 들린다. 어딘가 멀리서, 혹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폭력은 평범한 가정의 벽 뒤, 평범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인가정상담소(KFAM)에 도움을 요청한 여성이 자신의 사연을 공유했다. 그녀가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낸 사연은 KFAM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2017년 생일 날, 지인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의 밝은 미소와 따뜻한 말투는 한국에서 알던 소년을 떠올리게 했고, 우리는 운명처럼 만났다고 믿었습니다. 3년의 교제 끝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비자 신분이었고 그는 미국 시민이었습니다. 결혼 후 내 인생이 새로 시작된 듯했지요. 처음 몇 달은 행복했습니다. 함께 집을 꾸미고 미래를 이야기하며 가족을 키울 꿈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정했던 그의 말투는 점점 날카로워졌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유리조각처럼 마음을 베었습니다. ‘내가 예민한 걸까, 더 잘해야지’ 그렇게 나 자신을 탓하며 참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한국에서 이주해 오셨습니다. 그때부터 제 세상은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매일 시어머니의 폭언이 이어졌고, 곧 밀치기와 뺨 때리기, 모욕으로 변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제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결혼했다고 비난했고, 남편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한때 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등을 돌렸습니다. ‘영주권을 원하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그는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완전히 고립됐습니다. 두려움과 수치심 사이에 갇혀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거울 속의 나조차 낯설었습니다. 그렇게 삶의 숨결이 멎어가던 중, KFAM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이민 신분 문제를 상담하러 갔지만, 그곳에서 저는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제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상담과 치료를 통해 다시 숨을 쉬고, 제 힘으로 일어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두려움 없이 말하고, 제 가치를 보는 법도 배웠습니다. KFAM은 어둠 속 터널에서 비춰준 빛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누군가가 제 존재를 ‘봐주었다’고 느꼈습니다. 그곳에선 안전했습니다.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이민 여성들이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사연이다. 언어 장벽, 문화적 낙인, 경제적 의존, 추방에 대한 두려움이 침묵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이 생존자들을 고립시킨다. KFAM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매일 마주한다. 상담소는 매년 수백 명의 생존자에게 위기상담, 법률 지원, 긴급 주거, 장기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포 속에서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안전과 신뢰, 공동체의 품 안에서 ‘자기회복’과 ‘자존감’으로 변모해간다. 이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가정폭력은 단지 물리적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통제’의 문제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어도, 마음의 깊은 상흔을 남긴다. 폭력은 두려움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립 속에서 자란다. 임금 통장을 빼앗고, 이민 서류를 인질로 삼고, 상대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것, 바로 폭력이다. 폭력은 침묵 속에서 지속되고, 치유는 용기와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 혼자가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벽 너머로도, 당신을 도와줄 손길은 있다. 이달의 인식 캠페인이 단순한 ‘인식’에 그치지 않고 ‘행동’과 ‘연대’,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상담:(213)338-0472/KFAM 24시간 핫라인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가정폭력 생존자 가정폭력 생존자 가정폭력 인식 최근 한인가정상담소
2025.10.22. 19:17
5월은 가족 관계와 가치를 기리고 소중히 여기는 의미를 담은 가정의 달로 기념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 여럿이다. 한인 가정에서도 이런 날들을 지키려는 전통이 세대와 지역을 이어가며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념 분위기 이면에는 동시에 말 못 할 고통과 갈등을 겪는 가정도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5월은 가족의 치료와 치유에 대해 논의하기 적합한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 한인가정상담소(KFAM)에는 치료를 받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한인 가정이 늘고 있다. 10대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부모, 신뢰 회복을 시도하는 부부, 부모를 이해하려는 성인 자녀, 세대 간 부정적인 패턴을 끊고 싶어하는 상담자 등 사례는 다양하다. 이러한 변화는 한인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한인 사회에서 심리 치료는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집안일은 집안에서 해결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으로 인해 감정적 고통을 드러내기보다 인내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외부의 도움 요청은 약점으로 간주하거나 심지어 가족의 수치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더 많은 한인 가정이 진정한 가족의 사랑이 침묵이 아닌 소통에 있으며, 강한 가족은 고통을 숨기는 대신 함께 치유하는 가정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 KFAM은 지난 42년간 한국어 사용 가정이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역할을 해왔다. 올해에만 치료 요청이 특히 가족 상담 분야에서 30% 이상 크게 늘었다. 이들 가정 중 상당수는 “이제 더이상 아프지 말자”면서 용감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최근에 KFAM에 접수된 상담 사례 중 부모-자녀 간 소통 단절과 갈등이 두드러졌다. KFAM에 온 부모들은 “자녀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호소했고, 자녀들은 부모가 “이해하지 않으며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항상 잔소리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만 말한다”고 토로했다. 치료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은 연결하려는 욕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양측 모두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소통은 단순히 말하고 들리는 것만이 아니라 이해, 공감, 감정적 조율에 관한 것이며, 판단 없이 경청하고 상대방의 경험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포함된다. 세대 차이 또한 갈등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부모들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직면한 압박과 도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기술, 소셜 미디어 등 급변하는 환경의 도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녀들 역시 부모의 경험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관련성이 없다고 느껴 단절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단절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내심, 연습, 그리고 더 깊은 경청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단순히 들리는 말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감정과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해당된다. 공감과 열린 소통의 기반을 재확립해야만 가족들이 커지는 단절을 극복할 수 있다. 치료는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사랑의 행위다.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소통 방식을 개선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해로운 패턴을 끊어낼 수 있으며, 이는 가족 보존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KFAM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것을 제안한다. 선물, 꽃, 나들이로 기념하는 것도 좋지만, 치료, 정신 건강, 정서적 안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솔한 대화, 깊은 경청, 치유 노력을 통해 가족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한인들이 가정의 달에 가족을 진정으로 돌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길 바란다. 비록 치유는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랑이 담긴 과정임을 깨달을 수 있다. 치유는 가족의 소중한 가치다. KFAM은 한인 가정들이 이를 발견하고 실현하는데 기꺼이 동행하고 있다.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가정의 가족 가족 상담 가족 관계 최근 한인가정상담소
2025.05.20.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