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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용 탈출 가방 준비…탈출 제대로 하려면 '튼튼한 가방'부터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중국은 30년마다 난리가 났다고 한다. 너도 나도 황제하겠다는 영웅호걸이 많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지금도 중국은 30년마다 난리다. 문화혁명도 있었고 천안문사태도 그런 것중 하나다. 최근의 팬데믹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미국도 땅이 넓다보니 난리가 많다. 피난 갈 일이 의외로 많다. 언제나 선정되는 유력 은퇴 후보지인 캘리포니아는 우선 지진을 시작으로 때마다 산불까지 탈출해야 할 일이 많다. 다른 곳은 지진대신 토네이도가 있다. 세계 최강의 선진국임에도 이렇게 피난 갈 일이 있을지 미국 이민 올 때는 몰랐다. 전국은퇴협회에서 내놓은 탈출 키트를 소개한다. 휴가나 친지 방문 같은 여행 가방하고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자.   미국이 넓다는 것은 날씨 뉴스를 보면서, 혹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뉴스를 보면서 실감할 때가 많다. 연말에 미 동부에 눈사태로 며칠째 출근을 안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일상이 됐다. 북가주 산속 집에 은둔해 있던 시니어들이 갑자기 번진 산불때문에 미처 피난을 못해서 타계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제 허리케인, 토네이도, 산불, 산사태, 홍수가 흔해짐에 따라 미국 시민들은 긴급 상황에 대비해 집을 나서 피난을 해야 할 때 필요한 물건을 가방 하나 또는 여러 개에 챙겨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조앤 김씨는 지진으로 인해 급히 대피해야 했을 때 처음으로 비상용 가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씨는 캘리포니아 말리부에 있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대피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재난 대비 키트에 대한 권장 사항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그는 주머니가 많은 대형 백팩을 찾아서 손전등과 배터리부터 생수까지 필수품을 가득 채웠다.   지난해 1000개가 넘는 토네이도, 하와이 마우이에서 100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산불, 대서양 연안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7개 등 자연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 중 하나가 플로리다에 상륙하여 남동부 전역에 홍수를 일으켰다.   70대의 강두원씨는 비상 사태 대책의 하나로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 있는 자신의 집에 발전기를 두고 있다. 그는 또한 예상하지 못하게 떠나야 할 경우 가방을 챙기고 한 시간 안에 준비할 수 있다. 은퇴한 저널리스트인 그는 30만 장이 넘는 사진과 중요한 정보를 책 한 권 크기의 외장 하드 드라이브 몇 개에 백업했다. 이 저장장치와 컴퓨터, 약 , 옷, 기타 몇 가지 품목만 챙기면 출발할 준비가 된다. 그는 책 세 권을 챙겨서 집을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제 자연 재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예전보다 현명한 재난 대비 계획이 필요하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많은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시간을 투자해두는 것이 좋다.     재난 대비를 위해 비상 가방을 챙기는 것은 필수다.     1.가방   당연히 튼튼한 가방이 필요하다. 필수품을 담을 만큼 크고 튼튼해야 하며, 이동 중에 들고 다닐 만큼 작아야 한다. 백팩이 그래서 안성맞춤이다. 가방이 무거워진다면 바퀴 달린 더플백이 좋다.     2.중요 서류   여권, 출생 증명서, 운전 면허증, 소셜 카드, 의료 보험 카드, 결혼, 입양, 귀화 증명서, 소유권 문서, 임대 문서, 보험 서류, 크레딧 카드 정보를 포함한 필수 중요 문서의 사본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방수 지퍼백에 보관해서 가방에 미리 넣어두도록 한다.     3.음식과 음료수   다급한 경우 흔히 언급되는 것이 바로 단백질 바, 인스턴트 오트밀, 견과류와 씨앗과 같이 가볍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다. 또한 한명당 하루에 최소 1갤런의 물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수동 캔 오프너와 다용도 칼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휴대용 가방에는 최소 3일 분의 음식과 물이 들어 있어야 한다. 만약 반려동물이 있다면 따로 준비해야 한다.   4.상비약 및 처방약   대피 경고가 있을 경우 약국에 전화해 추가 약물 리필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처방약 목록과 약국 및 의사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주사기, CPAP 기계, 산소 탱크와 같은 휴대용 특수 의료 장비도 필요하다. 사전 통보 없이 대피해야 하는 경우라도, 재난 지역에서 접근 가능한 약국을 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     5.RSV, 독감 및 코로나19 대비   고령 시니어에게 독감, RSV, 코로나를 겪은 우리 인류에게 마스크는 이제 필수적인 아이템이 됐다. 마스크는 또한 화재로 인한 재를 걸러내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N95 마스크만이 천식이나 앨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화재 입자를 걸러낼 수 있다. 최소 60%의 알코올이 포함된 손 세정제, 비누, 항균 물티슈 및 온도계도 중요하다.   6.개인 생활용품   여행용 세면도구와 구급상자를 구입해야 한다. 따뜻한 방수층을 포함한 갈아입을 옷과 여분의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및 용액)를 챙기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이동 가방에 넣어야 할 다른 품목으로 비상 담요, 가위, 덕트 테이프, 작업용 장갑, 수건, 성냥 등을 꼽는다.     7.전자제품   평소에는 밖에서 절대 필요 없는 것이 바로 전화충전기, 손전등, 스마트폰 충전용 배터리 등이다. 미리 가방에 넣어놔야 한다. 또한 아마존에서 20달러면 구입할 수 있는 핸드 크랭크 휴대용 라디오를 구비하면 좋다. 재난으로 인해 모든 통신 회선이 끊어졌을 때 AM/FM 라디오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소스다. 배터리가 없어도 크랭크를 돌려서 사용할 수 있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8.현금   자연 재해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면 크레딧 카드나 데빗카드를 사용하여 물건을 살 수 없을 수 있으므로, 가방에 현금을 미리 준비해 둔다. 시니어 부부 2명의 경우, 개솔린, 음식, 기타 마지막 순간 필수품을 충당하기 위해 수백 달러가 있어야 한다. 자판기에서 음식이나 물을 사야 할 경우를 대비해 소액 지폐와 25센트 쿼터 동전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탈출 가방은 어디에 둬야 하나. 탈출 동선상에 있는 현관 옷장이나 차고와 같이 접근이 쉬운 곳에 두어 문을 나설 때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하면 이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물론 탈출 가방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존재한다. 장병희 기자탈출 가방 비상용 가방 비상 가방 가방 하나

2024.10.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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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탈출 속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4가지 힘 가운데 중력이 가장 약해서 그런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중력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산다. 사실 그 이유는 우리가 지구 중력에 맞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만약 갑자기 중력이 없어진다면 그 즉시 지상의 모든 것은 하늘로 날아갈 것이고, 달도 지구를 떠날 것이며, 지구도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사라질 것이다.   나무에 달린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 중심부에서 잡아당기는 힘, 즉 중력 때문이다. 밀물과 썰물은 달의 중력이 지구상의 바닷물을 잡아당기는 증거다. 물론 달도 지구가 붙들고 있어서 항상 그 자리에서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그렇다면 태양의 중력은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아보자.     태양이란 별에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포함해서 총 8개의 행성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 모두 태양의 강한 중력에 붙들려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중력은 그 주위의 행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카이퍼 벨트라고 불리는 해왕성 바깥의 소행성 집단에도 작용한다. 더 나아가서는 태양 빛이 1년 정도 가야 나오는 오르트 구름까지 미친다. 어쩌다 그 중 작은 덩어리 하나가 태양의 중력에 끌려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는데 이런 천체를 혜성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엇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 나게 표현할 때 '쏜살같다'라고 한다. 쏘아놓은 화살 같다는 말인데 시위를 떠난 화살은 1초에 약 60m쯤 난다. 거기 비해 총알은 그 열 배나 빨라서 초속 약 600m 정도 된다. 참고로 소리는 공기 속을 1초에 약 340m 진행한다.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 속력을 탈출 속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늘을 향해서 사과를 던졌을 때 그 사과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우주까지 가려면 적어도 탈출 속도만큼 속력을 높여 솟구쳐야 한다는 뜻이다. 지구를 떠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속력은 초속 11.2km인데 이는 총알보다 약 20배나 빠른 속력으로 이것이 탈출 속도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수많은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냈는데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인공위성은 1992년에 연습 차원에서 띄운 우리별 1호였다. 그리고 3년 후 방송과 통신 목적으로 무궁화 1호를 궤도에 올렸고, 1999년에는 지상과 해양 관측을 위한 아리랑 1호, 그 후 2010년에는 통신과 기상 관측을 하기 위해서 천리안 위성을 띄웠다. 하지만 그런 위성을 지구 궤도까지 운반하기 위해서는 미국,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의 발사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는 잘 돌아가는데 사지가 약해서 기동할 수 없는 꼴이었다. 우리가 약하다고 우습게 봤던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가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1993년 한국 최초의 발사체를 시작으로 2012년 러시아와 협력하여 제작한 발사체 나로호가 첫 시도에서 실패했다. 땅바닥에 떨어진 못 위에 자석을 대면 바로 튀어 올라붙는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훨씬 세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렇게 허약한 중력 때문에 우리의 나로호가 애를 먹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 두 번째 발사에 성공했고 결국, 2022년 6월 이번에는 순 우리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누리호가 성공했다. 그리고 2023년에 누리호는 우리 손으로 만든 인공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제 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았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세계 제7대 우주 강국의 대열에 끼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탈출 속도 한국형 우주발사체인 탈출 속도 지구 중력

2023.09.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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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해발 6000피트 호수로 폭염 탈출

남가주에서 가장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6759 피트 (2060m) 고도의 빅베어 호수는 여름철에는 시원한 공기가 흐르는 숲 속에서 하이킹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호수에서는 유람선 여행뿐 아니라 패들보드 카약 낚시 보트 등 모든 장비를 빌릴 수 있다.   호수를 한바퀴 돌아오는 순환 도로는 자전거 타기에도 좋고 산속으로 거미줄처럼 나있는 비포장 도를 따라 오프 로드를 즐길 수 있다.   숲 속 시원한 그늘 아래 멋진 캠핑장들이 있으며 타운에는 수많은 캐빈과 호텔들 그리고 전통적인 미국 식당들을 비롯하여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많아 하루 혹은 며칠 피서를 지낼 곳으로 손색이 없다.   일 년 내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데 가을 주말에는 옥토버페스트가 열려 독일 맥주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잠시 짬을 내어 당일로 다녀올 예정이라면 다음 장소를 찾아보면 좋다.    ▶보울더 베이팍(Boulder B-ay Park)에서 피크닉 즐기기   18번 도로 선상에 위치한 보울더 베이 공원은 빅 베어 호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는 멋진 곳이다. 보울더 베이 공원은 2010년에 새로이 단장했는데 푸른 잔디 위로 가제보가 달린 피크닉 테이블들이 마련되어있고 물놀이 낚시 카약 등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가을이 되면 날씨가 선선해지고 공원의 무성한 녹지가 단풍으로 멋지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빅베어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가 된다. 봄 여름은 따사로운 햇살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호수를 따라 하이킹을 하거나 고요한 물 위에서 카약이나 카누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된다.   언제 방문하든 보울더 베이 파크에서 즐기는 피크닉이나 휴식은 빅베어가 유럽의 알파인 산속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단지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므로 조금 일찍 서둘러 도착하는 게 좋다.    ▶블러프 호수 (Bluff Lake Reserve) 둘러보기   빅베어 호수에서 많은 야외 활동이 가능하지만 초록의 수초가 가득하고 세쿼이아 숲 기분이 나는 랏지폴 소나무 숲 속을 호젓하게 걸어 볼 수 있는 블러프 호수 방문도 좋은 방문지이다.   오래전부터 서부 개척자들의 보금자리였고 보이스카우트나 YMCA 야영장으로 각광을 받던 자리였다. 이곳은 시즌에 따라 형성되는 호수가 있었고 1900년대에 이곳에 캐빈 리조트가 형성되면서 둑을 조성하여 잔잔한 푸른 물결이 아름다운 호수가 만들어진다.   블러프란 허세를 부린다는 의미인데 오래전 이곳 주인이 호수에 물이 없었음에도 물이 가득 찬 호수가 너무 아름답다고 허세를 부리는 바람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영리 단체 소유로 되어있는데 낚시나 수영은 금지되어있고 5월에서 10월 사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하다.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 (Cougar Crest Trail) 산행하기   빅베어 주변에는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등산로가 여러 군데 있지만 쿠거 크레스트 트레일만큼 파노라믹한 경관을 제공하는 곳은 드물다. 뭉게구름 하늘 아래 초록으로 산을 덮고 있는 피뇬 파인과 주니퍼 사이로 청량한 공기가 감도는 이곳은 창조주가 등산을 위해 마련해놓은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 등산로는 넓고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어 초보자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단지 등산로 마지막 부분인 버르타 픽(Bertha Peak)의 급경사는 옵션으로 오를 수 있다.   등산로 시작점에서 높이 자란 파인트리 사이로 잠시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 길로 올라가도록 한다. 오른편 포장도로는 디스커버리 센터(Discovery Center)로 연결이 되는데 이곳은 샌버나디노 국유림(U.S. Forest Service)의 방문자 센터이며 자연보호 교육관의 역할도 겸해 각종 지도와 책자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등산로의 처음 1마일 정도는 길이 넓고 완만하다. 이후로는 지그재그로 산기슭을 따라 올라가게 되는데 이 즈음해서 빅베어 호수와 주변의 리조트 시설들이 더욱 넓게 시야로 들어온다.   약 2.2 마일 지점에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과 만나면서 이 등산로는 끝이 난다. 여기서부터는 우측으로 PCT를 따라 1마일 정도 거리에 있는 8201 피트의 버르타 픽(Bertha Peak)에 도전해 보자.   버르타 픽으로 올라가는 도중 등산로 아래로 펼쳐지는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결과 주변경치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호수 너머 웅장하게 솟아 있는 샌버나디노 산맥(San Bernardino Mountains)의 고고함이 그 멋을 더해준다. 샌버나디노 산맥에는 남가주 최고봉인 샌고고니오 산(1만1502피트)이 있으며 많은 봉우리들이 1만피트(3000미터)가 넘는다.   버르타 픽 정상에서 호수 반대편으로는 수목이 울창한 홀콤 밸리(Holcomb Valley)와 모하비 사막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야외활동을 구가할 수 있는 빅베어 호수는 남가주 최고의 휴양지가 아닐 수 없다. 위에 설명한 장소들은 구글 지도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 갈 수 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호수 탈출 빅베어 호수 호수 방문 이때 빅베어

2023.08.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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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탈출…그곳에 가고 싶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어디 이뿐인가.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불과 몇 개월 새 껑충 뛴 음식값에 주저하게 된다.  올라도 너무 오른 물가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물가 싼 타지역으로 이사라도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 터전 잡고 살았던 이들이 하루 아침에 타주로 이사를 결심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솔루션은 가주 또는 가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부 해안가 도시들 중 주거비와 생활비가 저렴한 도시를 찾아 보는 것. 최근 US뉴스가 소득 중간값, 평균 주거비, 생활비, 세금, 공과금 등을 토대로 선     정한 ‘전국 150개 도시 중 가장 살기좋은 도시’(이하 살기 좋은 도시)들 중 물가싸고 생활비가 저렴한 서부 지역 도시들을 추려봤다.     ▶앵커리지   서부 지역에서 가장 생활비가 싼 곳은 앵커리지로 나타났다. 이 지역 평균 연소득은 6만2610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6000달러 이상 높다. 주택 중간값은 26만5300달러. 그러나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4.4% 정도여서 서부지역 생활비 저렴한 곳 1위에 올랐다. 앵커리지는 전국 150개 대도시 지역 중 생활비가 83번째로 저렴한 도시로 서부지역에서 연소득 중간값의 25% 미만 생활비로 생활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다.     ▶세일럼(Salem)   오리건주 수도인 세일럼은 ‘살기 좋은 도시’ 123위를 차지했다. 이 지역 평균 연소득은 5만2760달러, 주택 중간값은 30만4333달러. 그러나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5.65% 정도여서 서부지역 생활비 저렴한 곳 2위에 올랐다. 저렴한 생활비와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인구는 2016년에서 2021년 사이에 3.43% 증가했다.   ▶포틀랜드   서베이몽키(SurveyMonkey)가 전국 3500명을 대상으로 ‘2022~2022년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설문조사에서 7위를 차지한 포틀랜드는 ‘살기 좋은 도시’ 22위, 서부지역만 놓고 보면 3위를 차지했을 만큼 주거환경이 뛰어난 도시. 주택 중간값은 60만1399달러. 평균 연소득은 6만1860달러,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6.29%다. 비교적 높은 연소득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한 고용시장으로 인해 최근 신규 유입 인구가 많은 곳이다.     ▶샌호세   주택 중간값이 140만달러로 전국 150개 대도시중 가장 높지만 샌프란시스코처럼 높은 연소득이 높은 주택값을 상쇄하고 있다. 고소득을 올리는 하이테크 기업 종사자들 및 대기업 직장인들이 대거 몰려 있는 이곳의 평균 연소득은 9만3450달러.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6.5%로 일반 대도시와 비슷한 수준.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문화 환경도 잘 조성돼 있어 도시 생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도시다.     ▶시애틀   서부 해안가에서 가주 이외 지역은 비교적 생활비가 저렴하다. 그중 ‘살기 좋은 도시’ 36위에 랭크된 시애틀은 샌프란시스코, 샌호세와 마찬가지로 하이테크 기업들이 밀집돼 있어 평균 연소득이 7만4330달러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주택 중간값은 73만6721달러이며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6.65%. 또 시애틀은 전국 150개 도시들 중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 19위에 올랐다.     ▶모데스토(Modesto)     ‘살기좋은 도시’ 146위에 랭크된 모데스토 주민들의 평균 연소득은 5만1962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3000달러 이상 낮다. 그러나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7.47%로 LA, 산타바바라, 새크라멘토, 베이커스필드보다 적게 든다. 또 주택 중간값도 31만1360달러 수준으로 가주 내 여타 도시들 중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유진(Eugene)   만약 소도시 생활을 계획한다면 오리건 주 소재 유진을 고려해 볼만하다. ‘살기 좋은 도시’ 랭킹 119위인 유진은 전국 150개 대도시 중 가장 적은 인구 수를 가진 도시다. 주택 중간값은 32만3000달러. 평균 연소득은 5만770달러로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7.89%다. 유진은 극장과 갤러리 등 예술 자원이 풍부해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거주하기 좋은 도시로 유명하지만 하이킹과 자전거 등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잘 갖춰져 있어 은퇴지로도 고려해볼 만하다.     ▶베이커스필드   ‘살기좋은 도시’ 147위에 랭크된 베어커스필드는 평균 연소득이 5만4310달러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낮지만 가주 여타 도시들보다 생활비는 저렴한 편이다. 주택 중간값은 32만3117달러이며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7.9%를 나타냈다.     ▶새크라멘토   ‘살기 좋은 도시’ 122위에 선정된 가주 수도인 새크라멘토는 2016~2021년 사이 인구 증가율 2.46%를 기록하는 등 최근 꾸준히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인구 수는 230만명. 이 지역 평균 연소득은 6만2820달러로 전국 평균인 5만6310달러보다 6000달러 이상 높고 주택 중간값은 62만5014달러. 그러나 가구당 생활비는 가구 연소득 중간값의 28.06% 정도여서 서부지역 생활비 저렴한 곳 10위에 올랐다. 이주현 기자고물가 탈출 연소득 중간값 서부지역 생활비 가구당 생활비

2022.10.05. 17:26

“확찐자 · 마기꾼 탈출” 외모 가꾸기 열풍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한인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이 뜨겁다.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를 했던 직장인 정지은(47)씨는 지난달 말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게 되면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고 성형외과에서 레이저 시술도 받았다. 정씨는 “2년 새 확찐자(팬데믹 동안 체중이 늘어난 이를 일컫는 신조어)가 돼 운동을 시작했다”며 “다음 주엔 미용실에서 펌도 하고 화장품과 의류도 쇼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스크를 벗고 대면 접촉이 늘어나자 정씨처럼 외모 가꾸기에 돌입한 한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브라이언 최(42)씨는 “마스크를 벗었을 때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을 합친 신조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턱선 되살리기 다이어트 중”이라며 “스킨케어 회원권도 끊어 팬데믹 동안 소홀했던 피부 관리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LA한인타운 피트니스센터, 성형외과, 미용실, 레이저 클리닉 등은 엔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타운 내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크로스핏, 요가, 필라테스 스튜디오 회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최대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킥복싱과 크로스핏 클래스를 운영하는 태조 킥복싱(관장 케빈 김)은 회원 수가 100% 늘었고 타운 내 일부 요가,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경우엔 개인 레슨을 잡으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만큼 성업 중이다.     D&A플라잉요가 션림 원장은 “팬데믹 동안은 클래스가 5개였는데 최근엔 8개 이상으로 늘었다”며 “또 개인 레슨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 대기자 명단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타운 성형외과와 레이저 클리닉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 클리닉에서는 시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짧은 보톡스나 레이저 시술 등 ‘쁘띠 성형’이 인기다. 미라클 레이전센터 숀 김 매니저는 “1년 전보다 고객들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마스크를 벗고 대면 접촉이 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예뻐지려는 고객 문의가 다른 주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과 남성 고객 비율이 7:3 정도라는 이곳에선 여성은 미백과 주름 제거 레이저가, 남성 고객은 이마 필러, 팔자 주름, 검버섯 제거 시술이 인기다.       타운 미용실도 한인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운 내 미용실들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엔 주로 커트 고객들이 많았던 데 비해 최근엔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펌이나 염색 등 고가 서비스 예약이 늘고 있다. 김선영 미용실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며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말엔 예약이 꽉 차는 등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네일샵, 화장품 판매점, 의류매장 등 타운 뷰티·패션 업종들도 최근 고객들이 늘고 있어 팬데믹 이전 수준의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타운 뷰티 업체 한 관계자는 “올해 추수감사절과 연말엔 대면 모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동창회와 각종 파티를 준비하는 한인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탈출 외모 la한인타운 피트니스센터 미용실 레이저 타운 성형외과

2022.08.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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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 탈출, 가주서 제일 많았다

팬데믹 이후 높은 지방세율로 인해 고소득자들이 가장 많이 떠난 주는 가주였다.     금융 사이트 스마트에셋(smartasset.com)의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 가구의 50개주(워싱턴DC포함) 전출입 보고서에 따르면, 가주에서 3만6751 가구가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이는 두 번째로 전출 가구 수가 많았던 뉴욕(2만9562 가구)보다 7000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표 참조〉 다만, 고소득 가구의 전출입을 모두 고려했을 때, 고소득 가구를 가장 많이 잃은 주는 뉴욕주로 집계됐으며 가주는 2위를 차지했다.     뉴욕 주는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고소득자 1만9912 가구를 잃었다. 이 기간 2만9562 가구가 전출하고 9650가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는 같은 기간 1만7522 가구가 새로 이사를 오면서 2위를 차지했다.     뉴욕과 가주에 이어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주가 팬데믹 동안 고소득 가구 수가 줄어든 상위 5개 주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에셋의 이번 조사에 포함된 세금 항목은 주별 재산세와 개인소득세, 판매 및 소비세 등이다.     개인금융사이트 월렛허브(wallethub.com)에 따르면 고소득자들의 유출이 많은 주일수록 주정부 소득세율 및 지방세 세율이 높았다. 이 주들의 개인 세금 부담은 세율이 낮은 주와 비교했을 때 거의 두 배 수준이었다.     고소득자들의 이주가 많았던 주들의 개인 평균 세금 부담은 10.77%였으며 뉴욕주는 12.75%로 50개 주 중 가장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개인 세금 부담은 8.63%. 50개 주 중 플로리다는 개인 세금 부담이 5.75%로 가장 낮았는데 덕분에 동기간 2만 여 고소득 가구가 증가했다. 그러나 고소득 가구가 많이 유출된 주일수록 소득 수준도 높아 이들 주들의 가계 중간소득은 7만4000달러로 전국 가계 중간 소득인 6만5712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처럼 지방세가 높은 주를 떠난 고소득자들이 가장 많이 이주한 곳은 남부 선벨트 지역. 고소득 가구 유입이 가장 많은 곳으로 나타난 10개 주 중 8개 주가 이 선벨트 지역에 위치해 있다. 특히 플로리다, 텍사스, 테네시, 네바다 주는 주정부 세금이 징수 되지 않아 개인 세금 부담이 낮다는 것이 고소득자들을 불러 들인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또 선벨트 지역은 적은 세금 부담 뿐만 아니라 온화한 기후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은퇴한 고소득자를 불러들이기에 매력적인 요인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주현 기자고소득자 탈출 사이 고소득자 고소득 가구 주정부 소득세율

2022.08.1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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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탈출하는 장기들

 한날한시에 아기 고양이와 5살짜리 개가 병원을 급하게 찾았다. 그런데 그 둘의 방사성 촬영 사진은 이상하게도 닮아있었다. 복강에서 보여야 할 장기는 위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소장의 모양은 대부분 흉강 내에서 발견되었다. 두 마리의 병명은 똑같이 횡격막 허니아(Hernia). 다만 길거리에서 구해온 아기 고양이는 선천성 횡격막 허니아, 5살 개는 후천적으로 갑자기 발생한 경우였다.     ‘탈장’이라고 불리는 허니아는 반려동물에게서 꽤 자주 발생한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횡격막에 생긴 구멍으로 복강 내 장기가 흉강으로 왔다 갔다 이동하거나, 아예 흉강 장기에 자리를 잡는 횡경막허니아(Diaphragmatic Hernia)가 있다. 횡경막허니아는 선천적인 경우도 많고 사고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제대 허니아(Umbilical Hernia)는 탯줄이 연결되었던 부위의 구멍이 출생 후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그 구멍으로 지방이나 장 등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상태이다. 제대 허니아를 가진 어린 반려동물은 서혜부 허니아(Inguinal Hernia)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사타구니라 불리는 서혜부의 복벽이 약해져서 생긴 구멍으로 지방이나 복강 장기가탈출해 나온다. 회음 허니아(Perineal Hernia)는 항문 주변의 회음부 근육 틈으로 직장 등의 장기가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보통 보호자가 “우리 강아지 엉덩이가 불룩해졌어요” “항문 주변에 혹이 났어요” 하면서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선천적인 경우보다 후천적으로 노령의 수컷에서 자주 발생한다.     횡경막허니아의 증상은 횡경막에 존재하는 구멍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구멍이나 찢어진 정도가 작을 경우 몇 년 동안 아무 증상 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큰 구멍의 경우 많은 장기가 흉강으로 이동하여 폐의 정상 팽창이 방해를 받아 기침하거나 빠른 호흡을 하는 등 호흡곤란을 겪는다. 또한 흉강 내 자리 잡은 소장에서 음식물의 이동이 원활치 않아서 구토나 역류 등이 자주 발생한다. 소장 등에 혈류공급이 제한됨으로써 소장 일부가 괴사하기도 한다.     횡경막허니아 중에서 특히 ‘복막 심낭 횡경막허니아(peritoneal Pericardial Diaphragmatic Hernia, PPDH)’는 더 심각하다. 어린 개·고양이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복강과 심낭 사이 횡경막의 결손상태로 태어나 복강 내 장기가 심낭(심장과 심장 외막 사이의 공간)으로 들어와 버린 형태다. 이 경우 심장 기능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식도 열공허니아(hiatal hernia)’는 식도가 통과하는  횡격막에 있는 구멍 주변 근육이 약해지면서 위의 일부가 흉강 내로 들어오면서 발생한다.   제대 허니아는 어린 강아지에게 꽤 흔하게 발생한다. 보호자들이 흔히 배꼽부위로 무엇인가가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한다고 말한다. 살짝 누르면 쏙 들어가고 또다시 나오길 반복한다. 대부분은 결손난복벽 틈으로 지방이 나와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가끔 구멍이 클 경우 복벽 밖으로 나와서 갇혀버린 소장이 혈액공급이 안 돼 괴사하기도 한다.   이런 대부분의 허니아들은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어릴 때 신체검사를 통해 발견된 제대 허니아와 서혜부 허니아는 보통 중성화 수술을 하면서 한꺼번에 교정한다. 횡경막 허니아는 호흡곤란과 심장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때가 많으므로 임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수술해야만 한다. 제대 허니아나 서혜부 허니아, 회음 허니아는 그 구멍의 크기와 탈출하여 나온 장기에 따라 그 위험 정도가 다르니 일단 의심스러운 경우 바로 병원진찰을 받아보길 권한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웰컴 투 펫팸 탈출 장기 umbilical hernia 선천성 횡격막 구멍 주변

2022.04.20. 20:03

[이 아침에] 위대한 탈출을 꿈꾸며

생의 지표가 달라졌다. 오래 살다 보니 탈출의 기회가 온 거다. ‘대량 퇴직(Great Resignation)’의 대열에 나도 합류했다. 꿈 같은 일이다. 죽을 때까지 일에 매달려 허덕거리며 살 생각을 했다.     앞만 보고 달리던 표지판을 치우니 나아갈 길이 훤히 보인다. 벼랑 끝에 몰려도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어 안달했다. 남부럽지 않은 ‘잘난 인생’을 살기 위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룩하는 것이 성공이라 믿었다.     화랑을 경영하며 얻은 자신감으로 큰 도시로 가서 한판 벌여 볼 생각으로 이사 갈 준비를 착착 진행했다.     근데 웬 날벼락, 근사한 화랑 오픈할 장밋빛 꿈이 코로나로 무참히 박살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사 갈 준비하며 몇 년 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고 도매업으로 바꾼 것. 이사 간다며 화랑 건물을 처분해 경영상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다시 낙향(?)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원래 있던 화랑 근처에 새 건물 짓기 위해 팔방으로 설쳐댔다. 애들이 “이제 좀 편안하게 살아요. 나이도 있는데 화랑은 그만 하세요”라고 말렸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를 속으로 열창하며 일축했다.     그래도 화랑 단골 고객들은 ‘돌아온 탕자’를 쌍수로 환영했다.     온라인 장사는 소매상보다 운영이 편하고 투자금도 적고 시간도 절약된다. 이참에 소매 사업을 접을까 말까, 어디까지 축소할까 마음을 굳힐 때까지 하루에 백번도 더 왔다갔다 했다.     결심은 쉽지 않았다. 결국은 물질적인 것보다 비물질적인 것, 만질 수 있는 것보다 만질 수 없는 것, 실체가 없는 것들을 추구하기로 작정했다.   ‘대량 퇴직’은 산업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노동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자발적인 퇴직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고 인생의 중요도가 바뀌었다. 일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은 워커홀릭도 코로나로 인해 건강과 가족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회사나 직업에 인생을 걸지 않는다. 펜데믹으로 삶의 우선 순위를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없어 스트레스 받을 지경이다. 소매 화랑 다시 오픈할 생각 접고 반백수로 사는 일이 너무 즐겁다.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있어 좋다. 종횡무진 서두를 일 없고, 흡입식으로 삼키던 식사도 우아하게 먹는다. 초저녁에 취침해 눈 붙이고 한밤중에 일어나 칼럼 쓰고 아침에 늦잠 자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는다. 허겁지겁 도시락 싸들고 화랑 문 열 시간 맞춰 출근할 일 없으니 시간은 항상 내 편이다.     ‘세상은 고수들에게는 놀이터고 하수들에게는 지옥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틀린 말인지 모른다. 모든 것을 누리는 고수가 되면 스스로를 일 지옥에 가둔다. 하수들은 포장마차에서 순대 한 접시 소주 한잔에 인생을 논한다. 편하게 쉽게 사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다. 절벽에서 점프 안 하고 되돌아 설 줄 아는 사람, 위대한 대탈출을 꿈꾸는 자는 고수다. 이기희 / Q7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탈출 화랑 건물 소매 화랑 화랑 단골

2021.12.2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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