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은 LA타임스 5월20일자 “Undersea volcano off the Northwest may erupt soon” 기사입니다. 태평양 연안 약 700마일 떨어진 바다 밑, 샌프란시스코 북서쪽 심해 약 1마일 지점에 위치한 ‘액셜 시마운트(Axial Seamount)’라는 해저 화산이 올해 말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이 화산은 1980년대에야 처음 존재가 알려졌으며, 이후 꾸준히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오리건 주립대 지질학자 빌 채드윅(Bill Chadwick)에 따르면, 액셜 시마운트는 1998년, 2011년, 2015년 총 세 차례 분출했다. 다행히도 이 화산은 폭발성 분출이 아닌 용암이 천천히 흘러나오는 형태로, 캘리포니아나 오리건, 워싱턴 주민들에게 해일 위험은 없다. 채드윅은 “세인트헬렌스산, 레이니어산, 후드산, 크레이터레이크 같은 화산들은 가스 함량이 높고 폭발성이 강하지만, 액셜은 하와이나 아이슬란드의 화산처럼 점성이 낮은 마그마가 천천히 흘러나오는 유형이라 위험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육지에서는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분출하지만, 해저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분출 시 바닷속에서는 최대 약 800미터 높이로 열기 기둥이 솟아오르지만, 수면까지 도달하지는 않는다. 표면에서는 급속히 식은 용암이 껍질을 형성하지만, 내부는 오랜 시간 동안 용암 상태로 남아 있다. 워싱턴대 해양학 교수 윌리엄 윌콕(William Wilcock)은 “용암이 천천히 흘러 나오는 일부 지역에서는 열이 오랫동안 유지되며, 미생물 군락이 자라 마치 해저에 눈이 쌓인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화산 주변에 설치된 과학 장비는 용암에 의해 파손될 위험이 있으며, 바닷속 생물 일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고래 같은 해양 포유류는 수면 가까이 서식하기 때문에 분출로 인한 직접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규모 9.0 지진과의 연관성은 일부 우려처럼 액셜 시마운트의 분출이 카스카디아 섭입대(Cascadia Subduction Zone)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모 9.0의 대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그 이유는 액셜 시마운트가 해당 지각 단층대와 물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 화산 활동의 80%는 해저에서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액셜 시마운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관측되고 있는 해저 화산이다. 이는 이곳이 후안 데 푸카 판(Juan de Fuca Plate)과 태평양 판(Pacific Plate)이 벌어지는 지점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지하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치솟는 '지질학적 핫스팟(hot spot)'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해저 화산, 드문 기회 채드윅과 동료 과학자들에게 액셜 시마운트는 지진 및 화산 예측 실험의 완벽한 무대다. 그는 “다른 많은 화산들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잠잠하다가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액셜은 연구를 시작한 이후 항상 활발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분출 사이 화산은 천천히 팽창하며 해저가 융기하고, 마그마가 분출되는 순간에는 해저가 다시 가라앉는 ‘팽창-수축’ 주기를 보인다. 이 패턴을 활용해 과학자들은 분출을 수개월 전 예측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실제로 채드윅과 스콧 누너(Scott Nooner) 박사는 해저 팽창 속도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고 2015년 분출을 7개월 전에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예측은 쉽지 않았다. 2019년부터 예측 창을 시도했지만, 해저 융기 속도는 점점 느려졌고, 2023년 여름에는 거의 멈췄다. 그러다 2023년 말부터 다시 융기가 시작됐고, 2024년 들어서는 일정한 속도로 팽창 중이다. 이에 따라 두 과학자는 2024년 7월 블로그를 통해 올해 말까지 분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으며, 해당 전망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 지진 활동 수치는 낮은 상태다. 채드윅은 “2015년 분출 전과 비교해 보면 현재는 지진 발생 빈도가 높지 않다”며 “내일 당장 분출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당장 급박하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예측은 하나의 공개 실험”이라며, 과거 데이터에 근거해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예측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화산에도 적용될까 채드윅은 “이번 예측이 적중할 경우, 더 위험한 육상 화산에 적용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육상 화산은 반복 가능한 패턴이 드물어 예측이 훨씬 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해저 화산 예측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동태평양 해저에서 특정 지점의 열수 분출구 온도 상승과 세 차례의 분출 간 시간 간격 사이에 반복적 패턴이 관찰됐으며, 해당 지역에서는 실제로 분출 당시 촬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액셜 시마운트의 분출을 촬영할 기회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학재단(NSF)이 지원하는 해양관측네트워크(Ocean Observatories Initiative)에서 설치한 센서로 분출은 감지할 수 있지만, 촬영을 위해서는 원격조종 수중 탐사선이나 잠수정을 준비해야 한다. 채드윅은 “분출은 길어야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배와 장비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장비들은 1년에서 1년 반 전에 미리 예약돼 있어, 분출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액셜 시마운트 현장을 다녀온 것이 2024년이며, 다음 탐사는 2026년 여름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예측이 적중한다면, 그는 그 전에 이 수수께끼 같은 해저 화산이 이미 조용히 분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롱공 린 2세태평양 분출 폭발성 분출 화산 주변 워싱턴대 해양학
2025.05.21. 18:00
LA에서 태평양을 따라 샌타바버라를 지나 북쪽으로 약 4시간(200마일)을 달리면 아늑한 항구 도시, 모로베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상징인 모로바위(Morro Rock)는 높이 약 200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로, 약 2700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 자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직접 등반은 불가능하지만, 수많은 해조류와 물개, 바다사자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모로 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백사장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일몰 시각에는 황홀한 석양이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한다. 이곳은 상업용 어선이 정박하는 항구이기도 하며, 갓 잡은 해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미식의 도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클램 차우더와 바삭한 크랩 케이크는 방문객들이 꼭 맛봐야 할 별미로 손꼽힌다. 또한, 해양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카누, 낚시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으며, 인근 모로베이 주립공원(Morro Bay State Park)에서의 하이킹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모로베이 주립공원은 습지, 산림, 해안선 등 다양한 생태계를 품고 있어 하이킹, 캠핑, 카약, 조류 관찰 등 야외 활동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공원 내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지역의 생태와 역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초보자부터 숙련된 하이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트레일이 마련되어 있으며, 특히 블랙 힐 트레일(Black Hill Trail) 정상에 오르면 모로베이와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인근 명소로는 허스트 캐슬과 샌루이스오비스포가 있다. 허스트 캐슬은 모로베이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허스트 캐슬은 1930년대 미디어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지은 대저택이다. 화려한 건축물과 세계적인 예술품들로 가득한 이곳에서는 가이드 투어를 통해 내부를 둘러볼 수 있으며, 언덕 위에서 펼쳐지는 태평양의 절경도 감상할 수 있다. 모로베이에서 남동쪽으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샌루이스오비스포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과 현대적인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시다. 다운타운에는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다양한 상점, 레스토랑,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어 여유롭게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다. 특히,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는 신선한 농산물과 수공예품, 다양한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곳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21곳의 가톨릭 성전 중 하나로, 1772년에 지어진 ‘미션 샌루이스오비스포 데 톨로사(Mission San Luis Obispo De Tolosa)’가 있어 캘리포니아 초기 역사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 4시간의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LA 유니언 역에서 기차를 타고 샌루이스오비스포 역까지 이동한 후, 택시나 우버를 이용해 모로베이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차 여행 자체가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으며, 태평양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태평양 보석 허스트 캐슬 랜돌프 허스트 자연사 박물관
2025.03.06. 18:51
OC를 중심으로 10년 넘게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코암(KOAM)사진클럽(회장 준 이)은 지난 10일부터 2박3일 간 봄철 정기 출사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작가 이정필씨를 비롯한 21명의 회원이 참가한 이번 출사 여행은 샌시미온과 모로베이를 중심으로 해안을 따라 진행됐다. 회원들은 태평양 절벽 일출과 일몰 장면, 바다사자 서식지와 등대, 난파선, 야생화 군락지 등을 위주로 촬영 행사를 가졌다. 코암사진클럽은 매년 봄과 가을 정기 출사 여행, 월 1회 근교 야외 촬영을 실시한다. 3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코암사진클럽은 기존 작가는 물론 사진에 취미를 가진 신규 회원의 가입을 환영한다. 문의는 전화(714-515-2534)로 하면 된다.출사여행 태평양 태평양 해안 태평양 절벽 신규 회원
2024.04.16. 22:00
이명렬 작가가 첫 산문집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선우미디어)’를 출간했다. 작가는 은퇴 후 지금까지의 삶, 신앙, 부모님을 회고하고, 자신의 삶의 철학을 소재로 써온 글들과 서예작품과 그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씨는 “대학 시절 기차로 통학하며 글을 쓰곤 했다”며 “보잉에서 거의 40년간 방위업체 원가계산일을 하다가 55세부터 붓글씨를 배웠다”고 밝혔다. 첫 산문집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에는 이씨가 20대 유학생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첫발을 디딘 이야기, 유학생의 삶, 한인과 미국인의 견해 차이, 은퇴하며 회사 문을 떠나는 이야기 등 산문 57편, 시 41편, 영문작품 6편, 그림과 서예작품이 담겨있다. 산문집은 1부 상심자 차를 마시며, 2부 기차 통학, 3부 태평양 건너 언덕 위에서, 4부 로마의 휴일, 5부 Age is Beauty, 6부 또 올게요[시 時], 7부 English Esaay로 구성됐다. 이 씨는 작가의 말에서 “ 그동안 마음속의 작품들을 만들며 희열을 느끼기도 울기도 했다”며 “이 글들이 지난날의 일기장이기도 하면서 내일을 바라보는 마음의 준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상업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다 1970년대 미국으로 유학 와 보잉사에서 37년 근무 후 은퇴했다. 글·사진=이은영 기자태평양 이명렬 태평양 건너 이명렬 작가 이야기 유학생
2022.12.18. 16:33
미국 정부가 아시아 정책을 설명할 때 반복해서 쓰는 핵심어가 몇 개 있다. 우선, 이 지역을 아시아라 하지 않고 ‘인도·태평양(인·태)’으로 부른다. 지난 2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집대성한 문건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이름으로 발표됐다. 미국이 지난 5월 도쿄에서 발족한 경제협의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다. 자유롭고 개방된, 평화와 번영,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 항행의 자유 같은 표현도 있다. 중국을 견제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한다는 의미다. 뜻밖에도 이런 용어와 개념의 ‘원조’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다. 2007년 8월 인도 의회에서 한 연설 ‘두 바다의 교차점’이 출발점이다. 아베는 1655년 무굴제국 왕자가 쓴 동명 저서를 인용해 “태평양과 인도양은 자유와 번영의 바다”로서 경계를 허물고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표현인 ‘아시아·태평양’에 속한 중국을 빼고,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를 넣는 ‘인도·태평양’ 개념을 설계했다. 인·태 개념을 미국 정부가 정책으로 채택한 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개념을 발표했다. 아베가 인도 연설을 한 지 10년이 지난 뒤였다. 매슈 포틴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 문구를 아베로부터 “빌려왔다”고 전한다. 트럼프 정책 지우기에 열중한 바이든 행정부도 인·태 전략만큼은 유지했을 뿐 아니라 더욱 키웠다. 역시 아베가 영감을 제공한 미국·일본·인도·호주 4국 협의체 ‘쿼드’는 트럼프 때 시동을 걸어 바이든 때 정상회담으로까지 발전했다. 일본과 미국이 의기투합한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의 부상과 위협을 억제할 필요성 때문에서다.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 직접 나서는 데 한계가 있는 현실도 한몫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를 선언하면서 대외정책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기로 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중동과 유럽에 매달리느라 여력이 없는 미국,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희토류 분쟁으로 중국의 위협을 체득한 일본의 국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내 것을 추구하되 내 것만 추구해선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인·태 개념은 국익을 극대화하고, 일본을 글로벌 선도 국가로 올려놓겠다는 한 정치가의 신념과 의지, 지략이 빚어낸 결실이라고 본다. 아베를 잃고 안타까워하는 워싱턴 사람들을 보며 넓게, 멀리 보고 다른 나라와 윈윈하는 판을 짤 수 있는 지도자를 한국은 가졌는지 돌아보게 된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미국 태평양 태평양 정책 아베 인도 태평양 전략
2022.07.17. 19:00
21세기 국제 질서를 규정하는 세 흐름이 있다. 먼저 힘의 이동. 지난 20년간 미국과 서방이 이끈 단극화 세계가, 인도·중국 등 비서구 국가 및 한국·인도네시아 같은 중견국이 큰 역할을 하는 다극화 세계로 바뀌고 있다. 두 번째는 중국·러시아·이란 같은 강대국이 실지회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강압을 행사하는 국제정치로의 복귀 흐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다. 세 번째는 테러,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처럼 비국가적 요인으로 세계적 혼란이 커지는 흐름이다. 이런 흐름을 통제하려는 세계 정상들의 노력이 최근 다양한 회의에서 이어지고 있다. 28일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동맹국 간 연대의 과시로, 아시아 지역에 주는 상징성도 크다. 평화롭던 유럽 한복판에서 러시아가 벌인 잔혹한 전쟁으로 국수주의적 독재자가 얼마나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한지 세계는 알게 됐다. 대만 해협, 동·남중국해,태평양 연안, 심지어 히말라야에서까지 불안을 야기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나 미사일 도발의 빈도·강도를 높이는 북한 김정은이 좋은 예다. 시진핑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등의 대러 제재 동참을 보며 아시아의 미 동맹국에 무력을 쓸 경우 나토 동맹도 그냥 있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냉전식 동맹의 부상을 의미한다고 우려한다. 시진핑이 거듭 주장하는 바다. 그러나 아시아 정상들의 참석 결정 한참 전인 지난 2월 시진핑과 푸틴이 종일 만난 뒤 ‘한계 없는’ 파트너십을 공표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시진핑의 암묵적 지지 하에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중국은 대러 금융제재에 발을 빼고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 외교적 지지도 스스럼없이 보낸다. 중·러의 전략적 연합이 미국의 유럽· 아시아 동맹국을 뭉치게 했다. 이런 범 대서양-태평양 동맹 간 연계 강화는 역내 안보를 더 강화한다. 유럽이 아시아 안보에 관심을 더 두면 힘으로 대만을 통일하고 남중국해의 영토권을 밀어붙이려는 중국의 셈법을 복잡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태평양과 대서양 동맹에 더 의존할수록, 중국의 공세에 함께 맞서면서도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요구하는 동맹국들의 목소리는 힘을 더 얻는다. 이번 나토회의에서 동맹국들은 전례 없는 국제 연대를 과시했지만, 완벽하게 결속한 블록은 아니란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계속 삐걱대고, 터키와 헝가리가 겉돌고, 프랑스와 미국 내 반 나토, 반 유럽 정서도 있다. 그러나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연합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는 불확실한 국제 질서를 그나마 안정시키는 요인이다. 이게 다는 아니다. 일주일 전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브라질·인도·중국·남아공의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은커녕 언급도 안 했다. 모디 인도 총리는 5월 말 쿼드 정상회의에 열성적으로 참석했다. 인도·태평양 내 중국의 강압성에 분명한 시그널을 보낸 회의다. 인도는 무기와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많은 인도 국민은 러시아가 반서방을 대표하는 개도국으로 여기고 있다. 나토 회의에 참석한 민주 국가 간 마찰보다 인도·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더 크고, 나토보다 브릭스의 응집력이 약해서 점차 인도가 대러 의존도를 줄여갈 것 같다. 하지만 브릭스 인구는 전 세계의 40%나 된다. 향후 지정학은 명확한 블록이 아닌 다자적 협의체나 그룹별 승부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민주주의와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인도 같은 국가들을 다룰 때의 기민성까지 함께 갖춘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외교력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키신저 석좌시론 대서양 태평양 아시아 동맹국 해태평양 연안 태평양 지역
2022.06.28.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