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아이의 꿈
울타리 옆 텃밭으로 아이가 간다 부드럽게 윤이 나는 진보라 가지꽃맺이들 이슬 머금은 오이 꽃맺이들도 태양의 발아래 손가락 내밀고 웃고 있다 아이는 허리를 구부려 드려다 본다 뾰쪽뾰쪽 보라색 가시가 번들거린다 무섭지 그래 네 살배기 목덜미도 번들거린다 아이는 그렇게 몇 날을 그곳에 가곤 했다 두 무릎 옹색하게 쭈그리고 다섯 손가락 오므렸다 폈다 엉거주춤 눈 안으로 쏘는 햇볕도 가시만큼 성가시다 눈으로는 딸 수 없고 서면 보이질 않아 어찌 주저앉아버린 놀란 눈이 코끝에 닿는 순간이다 혀 내밀고 당당히 깨물었다 그랬다 아이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보고서야 텃밭 꽃다지처럼 씨앗이 되어갔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발아래 손가락 텃밭 꽃다지 보라색 가시
2025.07.24.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