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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아이의 꿈

New York

2025.07.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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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옆 텃밭으로 아이가 간다
 
부드럽게 윤이 나는 진보라 가지꽃맺이들
 
이슬 머금은 오이 꽃맺이들도
 
태양의 발아래 손가락 내밀고 웃고 있다
 
 
 
아이는 허리를 구부려 드려다 본다
 
뾰쪽뾰쪽 보라색 가시가 번들거린다
 
무섭지 그래
 
네 살배기 목덜미도 번들거린다  
 
 
 
아이는 그렇게 몇 날을 그곳에 가곤 했다
 
두 무릎 옹색하게 쭈그리고  
 
다섯 손가락 오므렸다 폈다 엉거주춤
 
눈 안으로 쏘는 햇볕도 가시만큼 성가시다
 
눈으로는 딸 수 없고 서면 보이질 않아
 
 
 
어찌 주저앉아버린 놀란 눈이  
 
코끝에 닿는 순간이다  
 
혀 내밀고 당당히 깨물었다
 
 
 
그랬다
 
아이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보고서야  
 
텃밭 꽃다지처럼 씨앗이 되어갔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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