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1월 4일 특별선거에서 새로운 연방하원 선거구 재조정안을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는 텍사스 공화당이 추진 중인 선거구 개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14일 뉴섬 주지사는 LA다운타운에서 캘리포니아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후 연방하원 선거구 재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이르면 다음주 선거구 재조정을 위한 특별선거 법안(Election Rigging Response Act) 발의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번 선거구 재조정은 기존 독립선거구재조정위원회(ICRC) 체제가 아닌 주 의회가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민주당 강세 지역 위주로 선거구가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연방하원 의석수는 435석 중 52석이다. 이중 민주당은 43석, 공화당은 9석이다. 뉴섬 지사는 선거구 재조정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노골적인 공화당 편들기에 맞서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에게 전화해 공화당 5석을 더 만들라고 요구했다”면서 “캘리포니아 인구는 21개 주를 합친 인구보다 많다. 우리는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구 재조정은 2026년·2028년·2030년 중간선거를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고 밝힌 뒤, 2030년 센서스 이후에는 기존 ICRC 체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공화당위원회(NRCC) 서부지부 크리스천 마르티네즈 대변인은 뉴섬 주지사가 민주주의를 짓밟고 대통령 출마를 위한 정치쇼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텍사스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5곳 재조정 법안 표결을 추진 중인 애벗 주지사는 “캘리포니아가 공화당 의석수를 줄이면 우리는 5석이 아닌 10석까지 늘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텍사스 연방하원 의석수는 38석(공화 25, 민주 12, 공석 1)이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선거구 텍사스 기존 독립선거구재조정위원회 텍사스 공화당 선거구 재조정
2025.08.14. 21:33
청소년기였던 80년대 후반,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 미국행은 전적으로 부모님의 선택이었기에 미국에 대한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다만 주워들은 풍월로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미국에 와 처음 정착한 곳은 오클라호마였다. 인종의 용광로와는 거리가 약간 있는 곳이었다. 어린 나이에 처음 겪은 미국사회가 오클라호마다 보니 미국은 의례 백인이 주도하는 사회라는 관념을 갖게 됐다. 어떻게든 영어를 배워야 했고, 백인문화에 빨리 익숙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덕분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미국생활에 적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더 넓은 미국이 보였다. 대학 졸업 후 댈러스(텍사스)로 이주하면서 한인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오클라호마에서는 구경도 못했던 수많은 히스패닉계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영어는 몰라도 스패니시를 알아야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많았다. 오클라호마에서 백인들 사이에서 주눅 들어 살다가 유색인종들이 큰소리치며 사는 곳에 와보니 뭔가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느낌 뒤에 뭔가 찜찜함이 있었다. 히스패닉 밀집지역을 지나다 보면 “내가 지금 미국에 와 있는 거야, 멕시코에 와 있는 거야”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인타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어쩌면 ‘용광로’가 아니라 ‘샐러드 보울(Salad Bowl)’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재료가 한 곳에 섞여 있지만, 각각의 재료가 고유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샐러드 보울 말이다. 더 나아가 미국사회 전체가 샐러드 보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50개 주와 워싱턴 D.C.가 한 국가를 이루지만 각각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특성이 뚜렷하니 말이다. 미국의 50개 주를 흔히들 공화당이 주도하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와 민주당이 주도하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구분한다. 레드 스테이트의 대표적인 주로 텍사스를 꼽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성향으로 본다면 이 두 개의 주가 동일한 국가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르다. 마치 남한과 북한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지난 2일 텍사스 공화당의 맹주라 할 수 있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2025 주정연설이 방영됐다. 올해 시작되는 제89회 주의회 회기에서 공화당이 추진해줬으면 하는 7가지 긴급 과제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파격적인 이민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터라 애벗 주지사 자신이 굳이 논란이 될만한 입법 과제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정연설 내용은 뼛속까지 공화당이었다. 애벗 주지사의 주정연설 직후 사전 녹화된 텍사스 민주당의 반응이 방영됐다. 길베르토 히노요사 텍사스 민주당 의장은 “애벗 주지사는 트럼프나 일론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에게 알랑거리느라 먹고사는 데 여념 없는 주민들을 생각할 틈이 없다”며 “공화당이 텍사스에서 30년간 집권했지만, 주민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반응했다. 객관적인 데이터만 놓고 보면 텍사스 민주당의 이 같은 반박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텍사스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주한 인구가 10만 2000명이 넘어, 그 어떤 주보다 많은 인구가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유입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블루 스테이트에 살던 사람들이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로 이주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30년간 텍사스 공화당의 정책이 실패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미국이 미국답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레드 스테이트는 더욱 붉게, 블루 스테이트는 더욱 파랗게 가는 것이, 미국을 가장 미국답게 만드는 것이다. 샐러드 보울에 섞인 재료들처럼. 토니 채 / 달라스 중앙일보 편집국장중앙칼럼 미국 샐러드 샐러드 보울 텍사스 공화당 텍사스 주지사
2025.02.13.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