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판결 지원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송 적체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 판단의 공정성과 신뢰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에 따르면 최근 민사 법원 판사 6명을 대상으로 AI 소프트웨어 ‘런드 핸드(Learned Hand)’를 활용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2027년 초까지 운영되며 총 3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시스템은 AI를 통해 방대한 소송 서류를 신속히 요약하고 판결문 초안까지 작성한다. 법원은 특히 약식 판결 신청과 집단소송 합의 등 반복적인 문서 검토 업무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 측은 “AI 초안은 반드시 판사가 직접 검토·수정한 뒤 채택하게 될 것”이라며 “판사의 독립적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이며 인력 부족에 따른 법원 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런드 핸드’를 개발한 슐로모 클래퍼 대표는 “AI가 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 검토 부담을 줄여 판단에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라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이미 10개 주에서 사용 중이며, 미시간주 대법원도 항소 허가 심사에 도입했다. 이에 대해 LA타임스는 판결 지원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고 18일 보도했다. 네이선 호크먼 LA카운티 검사장은 “AI가 반복 업무에는 유용하지만 판결문 초안 작성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AI의 잠정 판단이 판사의 사고에 영향을 미쳐 독립적으로 법리를 분석하기도 전에 결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류 가능성도 논란이다. 지난해 LA에서는 변호사가 AI로 생성한 허위 판례를 제출해 벌금을 받았고,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연방 검사가 AI로 작성된 문서를 제출했다가 사임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은영 기자la카운티 판결문 판결문 초안 la카운티 수피리어법원 la카운티 검사장
2026.03.19. 22:20
그는 왜 기자를 찾았을까. 이달 초 낙태권(임신중단 권리)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하려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유출됐다. 전례가 없는 사건이다. 이를 특종 보도한 폴리티코는 ‘사건 관계자’에게 초안을 입수했다고 썼다. 대법원이 수사를 의뢰했으니 제보자가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도 이런 극단적 방법을 택했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판결문의 내용을 보며 유출 이유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초안을 작성한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낙태권의 박탈이 진정한 민주주의 회복이라 설파한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당시 미국 대법관들이 7(찬성):2(반대)라는 압도적 표결로 보장한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법원이 아닌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이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얼리토의 이런 논리는 동성결혼 등 다른 소수자의 권리를 박탈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다. 지금 많은 주의 대표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추종자다. 그와 반대 진영에 있는 이들에겐 견딜 수 없는 법 논리다. 그러니 올해 11월 중간 선거 전 여론을 환기해 ‘판례 뒤집기’를 막으려 했단 것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제보자는 언론에 터트리는 것 외에는 낙태권을 공론화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아닐까. 미국 사회는 낙태와 같은 사회적 쟁점을 해결할 능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정치권은 갈등을 조정하는 곳이 아닌 폭발시키는 곳이 됐다. 미국 의회엔 낙태권을 법으로 명문화할 수 있는 50년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다. 대법원에 기댄 채 수십년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정치인은 없었다. 초안이 유출된 뒤에야 민주당에서 낙태권을 연방법으로 보장하려는 ‘건강보호법안’을 제출했지만 49(찬성):51(반대)로 부결됐다. 부결이 예상된 터라 사실 쇼에 가까웠다. 한국도 상황은 반대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다. 국회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검수완박을 두고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2014년 헌재가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국회는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위헌인 법이 그대로니 실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글픈 코미디다. 우리 정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얼리토 대법관이 말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판결문 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 아닐까. 현실 속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이들은 망가져 버린 지 오래다. 정치가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제보자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테다. 유출만으로도 추락할 대법원의 신뢰 역시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다. 판결문 유출은 망가진 정치가 초래한 예고된 재앙이다. 우리 역시 피해가기 어려운 가까운 미래다. 박태인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판결문 낙태 판결문 유출 낙태 판결문 판결문 초안
2022.05.23.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