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서 자주 거론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포퓰리즘(populism)’이다. 여당과 야당,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의 정책과 주장에 대해 주저 없이 예의 그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쏘아붙이는 정견 발표를 자주 접하곤 한다. 이 표현은 선거용 선동이나 얄팍한 기회주의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고 정치적 경쟁자를 폄훼하기 위한 부정적 언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인기편승주의’ 혹은 ‘대중영합주의’라는 부정적 의미가 대중 속에 강하게 각인되고 말았다. 이러한 정치적 공방 속에서 그 단어가 원래 지닌 좋은 의미마저 해치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포퓰리즘을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행태라는 점에서 쉽게 부정적인 의미로만 보기 어렵다. 현대 사회에는 소수의 권력 엘리트들이 언어 유희와 여론 조작을 통해 국민 주권을 농락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모든 정치 담론을 당리당략에 기댄 흑과 백으로 가른다. 이는 피아 식별에 기반하여 전선을 명확히 하려는, 불온한 포퓰리스트들이 자주 취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정적과 희생양을 지목하여 대중의 적개심을 유발하는 선전, 선동도 일삼는다. 소위 프레임 씌우기다. 프레임이란 ‘틀’이라는 뜻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에 해당한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눈앞의 공약을 남발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엄중한 논리도, 현실에 뿌리 둔 구체적 실현 가능성도 결여하고 있다. 그들이 자주 떠벌리는 ‘민중’ 혹은 ‘대중’도 실제로는 그들의 단기적 실리에 함께 편승해 줄 소모용 대상일 뿐이다. 이러한 포퓰리즘의 연원을 성서에서 찾는다면 아론의 ‘금송아지 사건’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소 숭배는 고대 시대에 널리 성행하던 신앙이었다. 기원전에는 소 숭배의식이 현재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이 포함된 북 지중해 지역에서 널리 행해졌다. 히타이트에서는 난폭한 황소가 비, 천둥, 번개를 지배하는 최고의 신이었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제우스에 비견된다. 이스라벨 백성은 이집트 탈출 이후에도 여전히 소 숭배의식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모세가 시내산에 머무는 동안, 산 아래서 아론은 이스라엘 백성의 요청에 영합해 하나님을 능욕하는 일에 동조하고 금송아지 우상 제작을 주도했다.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출 32:1). 모세는 시내 산에서 내려오면서 금송아지를 신으로 숭배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꾸짖고 훈계했다. 모세는 그것을 불살라 부수어 가루로 만들고 물에 뿌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마시게 하였다. 국회의원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약 30%를 차지함에도 한국 사회의 모든 엘리트 집단 가운데 가장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정치판을 질타하기 전에 교회가 정치집단으로 전락하여 파생된 문제는 아닌지 뼈아픈 반성적 숙고가 있어야 하겠다. 더 이상 늦지 않도록 교회의 세속화를 추동하는 잘못된 포퓰리즘을 심각히 진단해 보아야 할 때다.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성서의 근본 가르침을 떠나는 것이 세속적 인본주의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금송아지 우상을 내세우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하나님의 영광 대신 인간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권위 대신 인간 본위의 권위를 주창하는 모든 것이 우리 안에서 척결해야 할 금송아지이자 포퓰리즘이다. 단언컨대, 기독교 신앙에는 인간 영웅주의가 자리할 여지가 한 치도 없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인간의 공로와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에 있기에, 인간 스스로 영웅이 되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기독교 신앙과 정면으로 대척점에 서 있다. 복음의 본질에서 떠난 교회의 행태가 더욱 추하고 그 선포가 한층 더 공허한 법이다. 세속적 가치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대중을 복음으로 깨우쳐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지향하도록 인도해야 함에도 지도자들이 회중을 이끌고 세속주의에 항복해 버리는 영적 스캔들의 뿌리를 교회 현장에서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우리 공동체 안에 기생하는 여러 형태의 금송아지는 결국 흉포한 사자들로 돌변하여 공동체를 물고 뜯어 삼키고 만다(벧전 5:8). 이상명 /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성서로 세상읽기 포퓰리즘 금송아지 금송아지 사건 부정적 의미 정치적 경쟁자
2025.07.07. 19:36
올해 대통령 선거도 4년 전처럼 경제 문제가 유권자의 최고 관심사로 부상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제 공약이 투표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81%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의 79%에 비해 2%포인트 높아진 비율이다. 지난 몇 년간 지속한 인플레이션으로 주거비용을 비롯한 생활비가 치솟으면서 유권자들은 경제 상황에 더 민감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심성 경제 공약으로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9월 현재 35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공약은 없고 되레 늘리는 공약만 내놓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경제 공약으로 지적되는 것이 자녀세액공제(CTC) 확대와 팁 면세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양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책들이다. 왜일까? 둘 다 선심성 공약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는 좋은 공약일지 모르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재정 적자 폭만 늘리는 나쁜 공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두 공약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은 CTC를 자녀 나이에 따라 대폭 증액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중산층과 저소득층 가구에 연간 6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2~5세 아동 1명당 3600달러를, 6세에서 16세까지는 30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약속했다. 해리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소득 기준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소득과 관계없이 미성년 자녀 1명당 50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현행 2000달러보다 최소 1000달러에서 최대 4000달러나 더 많다. 해리스의 CTC 확대안이 시행되면 향후 10년간 1조6000억 달러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는 게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추산이다. 트럼프 안의 경우엔 이보다 더 많은 10년간 3조2000억 달러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또 양 후보 모두 팁 수입에 의존하는 근로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팁 면세도 약속했다. 특히 경합지역으로 꼽히는 네바다주의 경우 10명 중 2명이 팁 근로자로 알려졌다. 팁 면세는 주요 유권자 그룹으로 부상한 히스패닉계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요식업 종사자 25%가 히스패닉계이기 때문이다. CTC 확대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세제 혜택이 목적이라면 수혜 대상을 좁혀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조세 권익 옹호 비영리단체의 지적이다. 팁 면세 공약도 허점투성이다. 팁 근로자 3명 중 2명은 연방 소득세를 납부할 정도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팁 근로자 3명 중 1명만 팁 면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세무 전문가들은 “올해 연방정부 부채 이자로만 1조1580억 달러를 지출하게 생겼는데 양당 대선 후보는 이를 축소할 수 있는 공약은커녕 선심성 공약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도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며 “포퓰리즘에 기반을 둔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내놓은 각종 공약을 시행하려면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재정 적자가 5조8000억 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해리스의 공약 역시 향후 10년간 2조2400억 달러의 재정 적자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증세인데 오히려 양 후보의 공약은 감세나 세액 공제 내용이 많다. 증세를 통한 재정적자 해결이 아니라면 취약계층 대상의 복지 정책 축소와 정부 지원 삭감 등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다른 취약 계층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양 후보 모두 사탕발림식 공약 남발은 그만하고 국민을 위한, 그리고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경제 공약을 내놓아야 할 때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포퓰리즘 공약 경제 공약 포퓰리즘 경제 재정적자 규모
2024.09.17. 19:09
새로운 포퓰리즘 경제정책이 공화당 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BC는 포퓰리즘 경제정책이 워싱턴 정가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포퓰리즘(Neopopulism)으로 불리는 이 정책 기조는 무역장벽을 높이고 기업에 대해서 강하게 규제를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신포퓰리즘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퍼스는 ▶모든 수입품에 10%관세 부과 ▶미국 회사의 중국 투자 금지 ▶중국 회사들의 미국 자본시장 진입 금지 ▶이민정책에 불응하는 회사들에 대한 징벌적 조치 ▶1000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개발은행 설립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기존 보수 정권이 내세웠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본인의 정책적 방향으로 내세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아메리칸 컴퍼스의 창립자인 오렌 카스는 “가장 큰 정책의 변화는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너진 제조업을 다시 살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 높은 관세와 기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금융계가 벌어들이는 돈이 과연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냐고 반문하며 “생산적인 일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생산적이지 않은 일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정책의 방향을 밝혔다. 본래 친기업적 성향이 강했던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신포퓰리즘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에 대한 불만이다. 과거에는 대기업을 위해 낮은 세율과 적은 규제 등의 혜택을 줬지만 실제적인 이익은 중산층이 아닌 대기업에 돌아갔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낙수효과’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이 보수지지층이 신포퓰리즘으로 몰리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 여기에 대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면서 진보적 아젠다를 시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인식도 반기업적 정서가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아직 전통적인 보수를 표방하는 의원이 많기 때문에 신포퓰리즘이 주류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권자 중에 지지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중론. 특히 트럼프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신포퓰리즘이 경제정책의 뼈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연방 상원의원, JD 밴스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 조시 홀리 미주리주 연방 상원의원, 톰 코튼 아칸소주 연방 상원의원 등이 신포퓰리즘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로 꼽힌다. 이들은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 구성에 주요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저자로 유명한 밴스 의원은 최근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용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신포퓰리즘 정책과 민주당에서 내세우는 진보적 정책들이 공통점을 보여 ‘예상치 못한 동맹’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밴스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쉘든 화이트하우스 의원과 협력해 ‘기업합병 보조금 폐지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페이스북과 왓츠앱의 합병이나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이 진행될 때 받은 면세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퓰리즘 성향의 의원이 좌우에 가리지 않고 뭉쳐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공화당 출신의 팻 투미 전 상원의원은 “많은 사람이 공화당을 떠날 수 있고 좌파에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 정당도 만들 수 있다”며 “이는 공화당에 아주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희 기자포퓰리즘 낙수효과 포퓰리즘 경제정책 상원의원 조시 트럼프 행정부
2024.06.18.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