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하늘이 춤춘다” 오로라의 도시 옐로나이프

캐나다 북부에는 노스웨스트 준주, 유콘 준주, 누나부트라는 세 개의 준주가 있다. 그 중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가 옐로나이프다. 주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구는 약 2만 명 남짓. 도시라기보다 설원 위에 놓인 작은 거점에 가깝다. ‘옐로나이프’라는 이름은 이주민들이 도착했을 당시 이곳에 살던 선주민들이 황동으로 만든 노란 칼을 사용하던 데서 유래했다. 옐로나이프가 오로라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나사(NASA)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오로라 관측지 중 하나로, 북위 62도에 위치한 이 도시는 오로라 오발 바로 아래 놓여 있다. 사방 1000km 이내에 산맥이 없는 평원 지형으로 구름이 적고 시야를 가리는 요소도 거의 없다. 그 결과 3일만 머물러도 오로라를 만날 확률이 약 95%에 이른다. 숫자보다 더 실감 나는 것은 이곳에서는 오로라가 기다리다 운 좋게 보는 현상이 아니라 밤마다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라는 점이다.   엘로나이프 호텔에 도착하면 방한복과 부츠, 장갑을 하나씩 지급받는다. 겹겹이 옷을 입는 그 과정 자체가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몸은 둔해지지만, 마음은 점점 단순해진다. 이곳에서는 빠를 필요도, 서두를 이유도 없다. 밤을 기다리고, 하늘을 기다리는 일만이 남는다. 첫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로라 관측지로 이동했을 때 하늘은 아직 침묵하고 있었다. 별빛만 또렷하고 설원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그러다 갑자기, 저 멀리 눈높이의 하늘가에서 하얀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아, 오로라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처럼 온몸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첫 모습의 오로라는 겨울 아침, 숨을 깊게 내뱉을 때 한 번에 피어오르는 입김 같았다. 작고 희미했지만, 그 빛은 곧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신을 시작했다. 마술사의 손끝에서 실이 서서히 고개를 들 듯 가녀리게 피어오르더니 이내 폭을 넓히며 하늘 위로 치솟았다. 한 번 시작된 오로라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나가 스러지면 다른 쪽 하늘에서 또 하나가 타올랐다.   빛은 재주를 넘으며 휘감아 돌았다. 높이 치솟은 줄기는 옆으로 퍼져 주름진 커튼처럼 늘어지고, 물결치듯 흔들렸다. 어떤 오로라는 처음부터 띠를 이루며 하늘을 가로질렀고,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빛이 동시에 타올라 서로 얽히며 한 몸처럼 커졌다. 들리지는 않지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은 뭉게구름 같은 흰빛이었지만, 이따금 연녹색과 붉은 기운이 섞이며 검은 밤하늘을 은은한 색으로 물들였다.     둘째 날, 셋째 날의 오로라는 또 다른 표정으로 나타났다. 어떤 밤은 은은하게 흐르고, 어떤 밤은 하늘 전체를 뒤덮으며 격정적으로 움직였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이어도 밤하늘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올리고 셔터를 누르던 시간, 신의 숨결이나 천상의 빛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 시간의 옐로나이프는 밤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설원을 가로지르는 개썰매 체험이 대표적이다. 썰매 앞에 선 열두 마리의 개들은 출발을 재촉하듯 앞발을 연신 들어 올렸다. 썰매 운전사의 짧은 신호가 떨어지자, 모든 개가 일제히 땅을 박차고 나갔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연상시키는 순백의 설원을 내달리며, 잠시나마 나이를 잊을 수 있었다.     스노모빌을 타고 가로지를 때도 마찬가지다. 얼어붙은 그레이트슬레이브 호수 위를 스노모빌로 달리자, 속도와 함께 공간의 크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눈 덮인 숲과 툰드라를 지나며 이어지는 질주 속에서, 북부의 겨울은 정지된 풍경이 아니라 움직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옐로나이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오로라는 좀처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밤만 되면 습관처럼 창밖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스마트폰을 켜면 오로라 예보 페이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길게 늘어진 구름이나 유난히 맑은 밤하늘을 마주할 때면, 그날의 침묵과 차가운 공기가 다시 떠오른다. 오로라는 그렇게, 여행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여행팁   엘리트 투어의 ‘옐로나이프 오로라 투어’는 낮에는 개썰매와 스노모빌 체험으로 속도와 리듬을 경험하고, 밤에는 총 3회에 걸친 오로라 뷰잉과 사진 촬영 서비스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짧지만 밀도 높은 구성으로 오로라 여행의 핵심을 압축해 담았다. 2026, 4월 16일 출발하며, 호텔 3박과 식사 3회, 전 일정 교통편, 특수 방한복(상·하의, 장갑, 부츠)이 포함돼 혹한의 북부에서도 부담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문의: (213)386-1818   ━       빌리 장   전 세계 100대 명승지를 무대로 활동하는 여행 사진가이자 엘리트투어의 대표이다. 전 여행 일정 중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행 스토리를 만들어준다.옐로나이프 오로라 옐로나이프 여행 하늘 위로 하늘 전체

2026.01.15. 20:05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빙의

세상은 최고의 것을 위해 목숨 걸고 있소 / 돈과 시간을 들여 죽는 것마저 명품으로 말이오 / 허나 나의 최고는 잠깐씩 머리를 드는 것 뿐이라오 / 그나마 머리를 들 때만 푸른 하늘을 보니 / 그 푸른 하늘 뭉게구름처럼 내 배는 불러오고 있소 /오늘도 난 버려진 것들을 내 배에 채우느라 / 어두워지는 줄도 시장한 줄도 몰랐소 / 그렇게 그림자처럼 사라지는 하루가 지워지고 있소 / 나는 요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소 / 버려진 것들의 조합에서 리사이클링을 분리하고 / 코를 막지 않고도 악취가 향기가 될 수 있다는 / 황당한 이론을 학습하고 있소 / 채바퀴 인생이 너무 슬퍼 내다 버린 행복이란 단어 / 다시 찾고 싶어 구석구석 내 속을 뒤지고 있소 / 늘 뒤죽박죽 이고, 업친 데 겹친 일상이지만 / 하늘을 보려고 내 안은 오늘도 심히 곤두박질 쳐야 하오 / 눈을 크게 뜨면 내 삶이 송두리째 들어날까 봐 / 소리라도 내면 따가운 시선이 온몸에 느껴질까 봐 / 관심을 피할 수 있는 건 나를 잃어 버리는 것 뿐이었소 / 가능한 어둡고 칙칙한 옷에 익숙해지고 / 어두운 곳에서 죽은 듯 서 있는, 그 길 밖엔 / 한 때 나는 없었소 그냥 제자리에 서  있었을 뿐, /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에 젖고, /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는 일상으로 깨어나곤 했소 / 나는 변하지 않았소 아니 변힐리 절대 없었소 / 나 말고 나 아닌 모든 것들은 나보다 다 좋아 보였소 / 무엇이 되려는 꿈을 꾸는 난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 과거와 미래에조차 억매인 나를 벗어나는 일은 / 오로지 현실을 철저히 잃어버리는 일 뿐이었소 / 집 체만한 트럭이 하늘 위로 나를 들어 올린 후 / 나는 허공 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소 / 나는 지금 춤 추고 있소, 나는 자유로이 춤추고 있소 / 누구도 손 내밀어 구원의 손길을 뻗어줄 리 없는 나는 / 내 속에 가득 찬 네가 버린 것들을 마구 쏟아내며 / 나는 한 없이 가벼워지고 있소 / 나는 기어코 나를 다시 사랑할 것만 같소     매주 수요일 아침 청소차가 온다. 마침 수요일은 쉬는 날이어서 차고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을 길 가 드라이브웨이에 옮겨 놓는 일이 하루의 시작이 된다. 일주일 내내 뚜껑을 올리고 온갖 쓰레기를 던져 넣는다. 집 안은 깨끗해지지만 쓰레기통은 온통 뒤죽박죽이 된다.   너를 내다 놓고 나는 눈 내리는 2층 창가에서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 너는 눈을 맞으며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우린 서로 다른 개체일 뿐더러 모양도 기능도 다르다. 누가 더 자유스러운지 묻는다면 무슨 질문이 그러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나는 그날 너에게서 내가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느꼈다. 그 자유는 절제와 속박 속에서의 자유였다. 자세히 드려다 보면 나는 자유 속에서 늘 나를 속박하고 제한 했다. 무엇이 진정한 자유인가? 청소차가 고리를 걸어 순식간에 쓰레기통을 집어 올린다. 뚜껑이 열리고 쓰레기가 쏟아져 내린다. 허공에 흔들리기도 잠시 쓰레기통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눈이 흩날리고 눈이 쓰레기통 머리 위로 쌓인다. 한 발도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점점 쓰레기통이 되어간다. 쓰레기통이 어느 집 이층의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다. 눈은 나리는데….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빙의 쓰레기통 머리 하늘 위로 하늘 뭉게구름

2022.02.14. 15:24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성탄의 계절에

12월의 두번째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는 저녁 내내 비가 내렸고 빗소리를 기억하며 자정이 훨씬 넘어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날이 밝아온다.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참 이상한 겨울날이다. 길 건너 산책을 접고 커피를 내려 창가에 앉았다. 가는 비가 눈으로 바뀌어 하늘 위로 흩날리고 있다. 흔들리는 가지를 보니 바람이 몹시 부나 보다. 모든 것들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그대의 손 끝은 언제나 따뜻하다. 창문을 통해 그대의 포근함을 느끼고 있다. 그대는 내게 멀지 않구나 생각했다. 다시 창밖은 조용하다. 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먼 곳으로부터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내게로 온다. 이 계절도 나를 설레게한다. 언제 어디로부터 올지 모르는, 가슴 가득 채워줄 새로운 길은 시선의 까마득한 원근에 모아진다.   잔잔한 호수 위로   햇살이 은빛으로 부서진다 호수는 밝게 웃으며 은빛 비늘로 화답한다 삶의 뒤안길에서 고개 숙인 눈 속으로 꺼지지 않는 빛이 비친다 풍경은 다시 살아나 기다림에 익숙한 나무처럼 오늘을 산다는 것은 당신을 향한 또 하나의 걸음 세상은 이렇든 모두   눈물 나게 아름답다   집집마다 장식해놓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하나 둘 켜지는 저녁. 오랜만에 동네 호숫가를 걸었다. 초봄 같이 날이 따뜻하다. 노을이 지는 거리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이 뒹굴고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정겨웁다. 허리를 굽혀 낙엽 몇 장을 집어든다. 다른 모양, 다른 색깔의 낙엽을 보다 보니 지난 날들 낙엽을 보듬었을 나무가 떠올라 위를 올려다 본다. 하늘에 잇대어 뻗은 가지마다 노을에 그 빰을 부비고 있다.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기다림에 익숙한 나무는 그야말로 나무답게 그 자리를 지키며 그리움을 견뎌내고 있다. 연두의 봄을 기다리며….   성탄의 계절에, 나도 오실 당신을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의 빛, 꺼지지 않는 불빛은 오랜 어두움을 밝혔다. 그림자가 드리운 땅에, 나에게, 온 마을에 밤마다 불을 밝히는 기다림. 그 빛은 밝음의 강도가 아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빛은 땀과 노력으로 쌓아온 빛이 아니다. 그 빛은 내 삶, 내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게 한다. 때론 두려움으로, 때론 편안함으로 나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빛의 뒤에는 늘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다. 어두움의 배경 속에서 빛의 존재가 살아난다. 그 빛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떤 어두움의 공포 속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우리를 편안케 한다. 그 빛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기에 안개처럼 몰려와 두 눈을 가리는 두려움 속에서도 그 빛은 우리의 길잡이가 된다. 내 삶의 주체가 나로부터 빛으로 오신 당신에게로 바뀌어질 때 비로서 우리의 삶은 행복으로 가득한 당신을 향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은 평생의 삶을 통해 우리의 길을 비추는 우리의 인도자가 될 것이다.   돌아오는 호숫가로 오색찬란한 빛의 향연. 성탄의 계절 오실 당신을 기다리고 참 빛이 되신 당신은 이미 내 마음에 빛으로 오셔서 어둡던 마음을 환히 비추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성탄 계절 호수 위로 하늘 위로 동네 호숫가

2021.12.13. 15:06

썸네일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지금은 고요해야 할 때

지금은   고요해야 할 때 시킨다 하여   고요해 지겠는가 내 안에 갇혀   죽어가는 것이려니 뼛속 깊이 부는   바람이 되어 어찌 고요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고요해야 한다면 그대 곁에 맴돌다   토해내는 숨 혀를 문   침묵이어야 하리 빛나던 별빛 사라진 후 지금은 고요해야 할 때 참으로 고요해 지려 함은 제자리 돌아오는   그림자처럼   그대 뒤에 숨어서   하루가 지고 돌아온 길은   숲이 되어가는데 불그레 얼굴 내미는   마른 나무들 사이로 곁을 스치며 뒤돌아보는   바람의 얼굴 들을 수도 들리지도 않는   적막 속으로 푸른 하늘과 푸른 강이   하나로 만나 경계가 지워지는   풍경 속으로   난 아직   그대를 보내지 않아요 미동 없는 나무처럼   미물같이 그대 곁에 서있는   고요가 차마 서러워       그 해 가을 앞산은 유난히 붉어 고요할 틈이 없었다. 새벽부터 사람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산을 올랐고, 산은 사람들의 그림자에 덮여 어둠에 시달려야 했다. 단풍이 절정이어서 사람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즈음, 그 산을 맴 돌던 고요는 푸른 하늘 위로 떠올라 발갛게 달아오른 산허리를 감고 깊은 눈으로 산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누가 시킨다 하여 고요해지겠는가? 스스로 산 입경에 울타리를 치고 산 아래와 위를 가르는 뼛속 깊은 바람이 되어, 기우는 숲이 되어가는 자신의 긴 그림자에 하루가 저물어 가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목엔 마른 나뭇가지들, 손을 조금만 흔들어도 경계가 무너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산을 돌아 마을 깊숙히 지는 하루. 살며시 고개 드는 노을에 고요가 내려 앉았다. 음표의 뒷모습까지 부를 줄 알았던 나뭇잎들의 유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곁을 스치는 바람의 얼굴은 그대의 얼굴이었다. 푸르샨블루 하늘에 별이 뜨면 푸른 강이 일어나 하늘을 만나고 미동처럼 서있는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안개처럼 내리는 고요. 들을 수도 들릴 수도 없는, 내 안으로 들어와 남겨놓은 시 한 소절. 미물같이 그대 곁에 서있는 고요.     맞아. 그것은 굳이 기억해내지 않아도 코끝이 찡하게 다가오는 것이었지. 세상은 모두 잠들어 아마 모를 거야. 그렇게 깊은 것인 줄, 그렇게 마음 깊이 새겨진 화석인 줄. 몰라도 나의 몸 속 세포들이 고요함을 인지할 때면 자석같이 살아나 때도 없이 당겨지는 힘. 막을 수 없지. 멈출 수 없지. 고요 속에 잠겨가는 먼산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지. 그림자처럼 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는 견고한 그리움 처럼…. 불그레 얼굴 내미는 바람의 얼굴처럼…. 차마 서러운 고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하늘 위로 나무들 사이 발자국 소리

2021.11.08. 14:14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