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식품협회 하동군 하동군 관계자들
2025.03.16. 17:57
들판은 산자락과 강허리 사이에서 그림처럼 걸려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지리산 형제봉이 흘러내려 섬진강과 만나는 곳, 악양 들판이 펼쳐진다. 반듯 네모난 논들은 서로 다른 색으로 익어가며 한폭의 수채화를 그렸다. 봄에는 청보리로 푸르고, 가을에는 살찐 벼들이 노랗다. 80만 평의 들판은 넉넉하다. 농부들에게는 풍성한 수확을, 나그네에게는 풍요한 풍경을 선물한다.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 10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소설을 낳았다. 고 박경리 선생의 '토지'다. 김화순 하동군 문화해설가는 "토지의 무대를 고민하던 선생이 외동딸과 이 들판을 지나다가 무릎을 쳤다"고 했다. 섬진강이 흐르는 비옥한 평야, 병풍처럼 둘러싼 지리산의 역사적 무게가 토지의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토지는 만석지기 최참판댁의 외동 딸 서희와 그 주변 인물들이 그려내는 우리 민족의 서사시이다. 소설의 무대는 경남 일대와 일본, 만주까지 펼쳐지지만 평사리 악양 들판이 시작이다. 악양들 한복판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마주보고 서있다. 넓은 들판에 섬처럼 보이는 나무들은 토지의 두 주인공 서희와 길상처럼 다정하게 서 있어 '부부송'으로 불린다. 부부송 아래엔 중국 악양의 동정호를 따라 이름 붙여진 동정호가 소담스럽다. 악양 들판은 소설과 현실이 교차하는 곳이다. 김 해설사는 "소설을 실제라고 믿은 독자들로부터 최참판댁이 어디냐는 문의가 오래도록 많았다"고 말했다. 2001년 하동군은 악양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기슭에 소설 속의 최참판댁을 재현해냈다. 9529㎡부지에 들어선 최참판댁은 전형적인 조선후기 반가(班家) 고택이다. 별당과 안채, 사랑채, 문간채, 중문채, 행랑채, 사당 등이 일자형으로 이뤄져 있다. 서희가 머물렀을 별당에는 연못이 고즈넉하다. 개관 이후 10년간 300만 명이 찾아 관광명소가 됐다. 소설 토지를 통해 글의 향기(文香)를 맡는다면, 산기슭에선 차향(茶香)을 고향의 향기를 음미할 수 있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 재배가 시작된 곳이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령이 차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심었다. 지리산 기슭의 야생차밭은 그 이후 1200년간 하동을 지키고 있다. '도심다원'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1000년 넘은 차나무도 우뚝 서있다. 하동에서는 전체 농가 1만 100여 가구 중 1700여 가구가 녹차를 기른다. 재배면적은 500㏊로 전국 차밭의 23%다. 보성녹차와 차이가 있다면 하동의 차는 야생이다. 지리산 이슬을 먹고 자란 야생 녹차는 자연 그대로 은은하다. 글과 차향이 가득한 악양면은 '느린 삶의 미학'을 추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슬로시티로 인증했다. 차 재배지로는 세계 최초의 슬로시티다. 슬로시티는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치타슬로'에서 유래됐다. 인구 5만명 이하의 작은 도시로 친환경정책과 유기농 식품 생산.소비, 전통 음식 및 문화 보존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김 해설사는 "하동에서는 빨리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눈이 바빠 걸음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동을 어슬렁거렸다. 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2014.12.18. 22:34
지난 6월 당선된 윤상기(60·사진) 하동군수는 "마하(Mach) 행정으로 하동을 대한민국의 알프스를 만들겠다"고 했다. 느린 도시는 공무원들이 흘린 땀만큼 편안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LA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왔다는 말에 바쁜 일정을 쪼개 재첩국을 샀다. -재첩국이 시원하다. "맛으로만 끝날 상품이 아니다. 내년에 재첩축제를 확 바꾼다. 금도금한 왕재첩 100개를 섬진강에 고루 뿌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진짜 금재첩으로 바꿔주는 행사를 기획중이다. 하동으로 '골드 러시'를 오게끔 만들겠다." -마하 행정이란. "빠름이 다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번 출장으로 3가지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고, 현장에선 3명 이상의 주민과 소통하자는 효율을 뜻한다. 방향이 정확하고 현장을 꿰뚫고 있다면 속도는 저절로 따라온다." -'부자 하동'을 내세웠다. "금성면 갈사만에 첨단산업단지, 조선농공단지, 두우레저단지, 대송산업단지가 2017년까지 차례로 완공된다. 100년 먹거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앞으로 하동은 관광, 농업, 첨단산업이 융합된 남해의 중심도시로 발전한다."
2014.12.18. 22:27
하동의 멋 하동은 어디든 절경이다. 섬진강은 하동에서 바다로 간다. 강 서쪽은 전남과 맞닿아 있다. 한라산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지리산(1915m)도 하동에서 솟았다. 바다와 강, 산, 계곡이 어우러져 구석구석 절경과 명승지를 빚어 놨다. ▶청학동 청학동은 해발 800m 지리산 중턱에 있다. 삼신봉 남쪽 자락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이다. 가는 길은 굽이굽이 숲길이다. 울창한 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길을 벗어나면 드넓은 계곡이 나온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흐른 산줄기들이 이어오다 다시 높은 봉우리를 빚으니 삼신봉이다. 삼신봉이 양 옆으로 줄기 줄기 흘러내리는 한 가운데 널따랗게 분지를 이룬듯한 계곡에 청학동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청암면 묵계리. 도인촌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는 서당과 학당이 즐비하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명심보감 등을 바탕으로 한 유교의 예법과 한문을 가르치는 수련원 형태의 서당들이다. 한가로운 마을 곳곳에 삐죽삐죽 나온 펜션과 식당 간판들은 생경하다. 김화순 해설사는 "청학동은 지명이라기보다 이상향에 가깝다"면서 "40여년전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는 사람들이 문명에 길들여져 관광지화되고 있는게 아쉽다"고 했다. 청학동에는 '삼성궁'도 있다.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배달민족 성전이다. 신선도를 수행하는 수자들이 산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원을 담아 돌을 쌓죠. 1000개가 넘는 돌탑이 세워져 있어요." 탑들은 신비롭다. 수자들은 새벽 3시에 수련하고 돌을 쌓는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돌탑이 세워지는 곳이다. ▶화개장터 화개장터는 악양들판이 있는 평사리에서 구례쪽으로 10여분 정도 거리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화합의 상징이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기도 하다. 과거에는 전국 7위의 거래량을 자랑할 만큼 번화했지만 지금은 채 50m도 안 되는 거리에 40평에 불과한 작은 장터다. 그래도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300가지에 달하는 각종 약초와 칡즙·호떡·국수 등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또 전통 풀무질로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은 명물이다. 본지 방문 당시 10월의 화개장터는 안타깝게도 지금 없다. 지난달 27일 새벽에 화재로 전체 80개 점포의 절반이 넘는 41개가 탔다. 전국 각지에서 성금이 이어지고 있고 하동군도 장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꽃샘추위가 끝나고 4월로 접어들때쯤이면 화개에는 벚꽃이 만개한다. 십리(4km)를 이어가 '십리벚꽃길'로 불린다. 봄에 눈에 내린 듯 하얀 길이 마치 꿈길과도 같다. 연인이 두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해서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한다. 근처에 있는 남도대교도 유명하다. 경상과 전라를 연결하는 길이 358m의 화합의 다리다. ▶쌍계사 화개장터에서 십리벚꽃길을 따라 지리산 안으로 들어가면 천년고찰 쌍계사를 만난다. 723년 신라 성덕왕 때 의상의 제자인 삼범이 창건했다. 840년 진감국사가 중국에서 차를 가져와 절 주위에 심고 대가람을 중창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32년 중건했다. 절 왼쪽과 오른쪽 계곡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절 근처에서 합쳐지는 지형이라 쌍계사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정구현 기자
2014.12.18.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