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노스밴쿠버에 위치한 캐필라노 대학교 BlueShore Financial Centre for the Performing Arts 공연장. 무대의 막이 오르자, 캐나다 국가 선율 위에 한국의 아리랑이 겹쳐 울려 퍼졌다. 익숙한 듯 낯선 두 음악이 한 공간에서 만나자 객석은 순간 숨을 고르듯 조용해졌다. 한국과 캐나다, 서로 다른 역사와 정서가 무대 위에서 교차하며 이날 공연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선보인 작품은 한국과 캐나다 청년 예술가들이 함께 만든 뮤지컬 ‘링크(R;Link)’다. 한국전쟁 가평 전투를 모티프로 삼은 이번 작품은, 캐나다 국민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의 ‘아이스 링크(Rink)’와 ‘연결(Link)’라는 상징을 결합해 양국의 역사의 순간을 무대화했다. 단순한 재현을 넘어, 캐나다가 ‘도와준 나라’라는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이 세계 각국의 연대와 희생 덕분에 성장했음을 일깨웠다. 오늘의 청년 세대는 이를 바탕으로 “왜 지금 우리가 함께 평화를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 앞에 던졌다. 가평 전투에서 출발한 국제 합작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캐나다 방문이었다. 전쟁기념관을 찾은 장관은 가평 전투 이야기를 듣고 “양국 청년들이 함께 뮤지컬을 만든다면 역사적 의미가 크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교류사업본부 상호문화팀이 주관을 맡아 구체적인 실행에 나섰다. KOFICE는 참여 대학을 공모했고 최종적으로 한양대학교가 선정됐다. 한양대학교 조한준 교수와 협력진의 역할 이번 공연은 KOFICE의 국제 교류 사업의 일환이었으며, 실제 무대화하는 과정은 한양대학교가 담당했다. 조한준 교수는 캐필라노 대학교와의 파트너십을 성사시키고, 인디저너스(Indigenous) 예술가와의 협업을 연결하며 국제 공동 작업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무대를 실제로 완성시킨 주역은 안준환 협력연출과 배우들이었다. 언어와 정서의 차이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작은 질문과 대화가 결국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됐다”는 말처럼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갔다. 리허설 현장에서는 캐나다의 날씨에서 한국의 음식까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았고, 장면 해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릴 때마다 대화와 협업으로 합의점을 찾아갔다. 이런 과정이 쌓여 결국 무대 위 화합으로 이어졌다. 인디저너스 문화 반영의 고민과 의미 작품은 한국과 캐나다의 관계를 넘어 캐나다의 인디저너스(Indigenous, 캐나다 원주민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으로 퍼스트 네이션·메티스·이누이트를 포함) 문화를 무대에 함께 담았다. 캐나다가 오랫동안 인디저너스를 억압하고 ‘캐나다화’하려 했던 역사는 한국이 전쟁과 식민의 과정을 겪으며 남긴 상처와 맞닿아 있다. 인디저너스는 땅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며 지나가는 존재라는 세계관을 전한다. 이는 전쟁이 남긴 인간의 소유욕과 폭력성을 반성하게 만들며,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안준환 연출은 “온전히 알지 못한 문화를 무대화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고 당시 어려웠던 점을 말했다. 이러한 한계는 인디저너스 대학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인디저너스 출신 작가와 배우가 참여하며 보완됐다. 끊임없는 교수진과 연출진의 자문 속에서 조심스럽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가며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이 작품은 한국과 캐나다의 협력 관계를 넘어, 한국이 이끌며 캐나다와 인디저너스 간의 관계를 함께 조명한다는 점에서 높은 문화외교적 성과를 남겼다. 광복절의 울림과 국제 교류의 의미 이번 공연은 광복절을 앞둔 시기에 열려 더욱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한국전쟁 속 함께 싸워준 캐나다군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작품이기에, 광복절과 맞물려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한국-캐나다 수교 60년을 넘어 미래 세대가 함께 이어갈 협력과 평화를 약속하는 무대였다. 이 같은 무대가 가능했던 것은 국제 교류 사업을 통해 청년 예술가들이 만나고 협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낸 과정은 그 자체로 문화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링크(R;Link)'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앞으로의 세대가 평화를 지켜갈 이유를 일깨운 상징적인 무대였다. [밴쿠버 중앙일보=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광복절 청년 한국전쟁 가평 교류사업본부 상호문화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2025.08.26. 9:34
한미 친선교류 증진과 한국 문화 홍보를 위해 지난 21일 LA에 도착한 한국 학생예능단이 오는 29일까지 문화 공연과 글로벌 영어 리더십 캠프를 진행한다. 이 행사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사단법인 세계예능교류협회(회장 구임수) 주최로 매년 2월과 8월 LA에서 열리고 있다. 42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서 학생들은 할리우드 고등학교를 방문해 미국 학생들 앞에서 스피치, 무용, 음악 공연, 미술품 전시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한다. 행사 후에는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리더십 캠프에 참가한다. 이번 행사에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참가했으며, 학생들, 학부모들, 행사 관계자 등 총 126명이 LA를 방문했다. 22일 본지를 찾은 학생예능단은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잠실중학교 1학년 오유주 양은 케이팝의 영향에 관해 이야기하며 “케이팝은 언어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화합하게 할 수 있다”며 “한국의 음악과 멋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촌초등학교 6학년 황재훈 군은 “부산의 해운대, 국제시장, 그리고 시장에서 파는 한식을 소개해 많은 사람이 부산을 방문하고 싶어하도록 만들고 싶다”며 “부산을 자주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객의 시각에서 느꼈던 점들을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광초등학교 4학년 조민준 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가난했던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발전에 대해 알렸다”며 “이번에는 한국의 항공 역사와 항공사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파일럿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임수 회장은 “LA를 방문한 학생들은 한국에서 열린 영어 스피치 대회 및 예능 경연대회 수상자들로, 우수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라며 “미국 청소년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 학생들에게는 견문을 넓히고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윤재 기자한국 학생예능단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학생예능단 한국 학생들
2024.08.23. 19:49
“미국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러 왔어요.” 한미친선 교류 증진 및 대한민국 문화홍보를 목적으로 미주에서 매년 공연해 온 대한민국 학생예능단(단장 홍성태)이 14일 본지를 찾았다. 예능단원들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사단법인 세계예능교류협회(회장 구임수)가 전국 규모로 개최하는 영어 스피치 대회 및 예능 경연대회 수상자들이다. 수상자들에게는 한미 친선교류를 위한 목적으로 해외 공연 및 방문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데 올해로 38회째다. 올해 47명으로 구성된 예능단은 오는 19일까지 LA 방문 일정동안 그라나다 힐스에 있는 ‘밸리 아카데미 오브 아츠 앤 사이언스 고등학교’를 방문해 미국 학생들 앞에서 스피치와 무용, 음악 공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린다. 이번이 첫 미국 방문이라는 서아인(신대림초 5)양은 “한국의 판소리, 풍물, 정악 등 전통음악과 아름다운 한복을 소개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의 언니와 오빠들이 왜곡된 한국 문화가 아닌 올바른 한국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대한 스피치를 준비했다는 김태희(고천중2)양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전할 예정이다”며 “보통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경복궁을 주로 방문하는데 우리나라의 자랑인 제주도가 더 많이 알려져 국제적 관광지로 인기몰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을 몰고 온 K팝과 K드라마에 대해 전한다는 권서연(학동초 4)양은 “이미 BTS, 블랙핑크 등 한국 가수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류가 더 뻗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피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구임수 회장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어느 곳에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 청소년들에게는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좋은 기회를 주게 되는 보람된 공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학생과 학부모 등은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잉글리시 리더십캠프와 UCLA 견학을 마치고 19일 귀국한다.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학생예능단 한국문화 대한민국 학생예능단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한국 전통문화
2023.02.16.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