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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저울] 마두로 체포와 국제법

2026년 1월  3일, 미국은 ‘확고한 결의(Operation Resolute Determination)’라는 군사 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뉴욕으로 압송했다. 한 나라의 현직 국가원수가 자국 수도에서 미국 군대에 체포되어 미국 법정에 서게 된 상황은, 국제 사회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질서와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이 사건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국제법은 외국 군대가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해 압송하는 행위를 허용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국제법의 전통적 원칙에 따르면, 현직 국가원수는 외국의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책된다. 이 원칙은 특정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근대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가 간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정착된 관행이었다. 군주가 국가 그 자체로 인식되던 시대에, 타국 군주를 재판에 세운다는 발상은 곧 전쟁을 의미했다. 사법의 이름으로 분쟁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었다.   만약 현직 국가원수가 외국 법정에 소환된다면 외교는 사법 분쟁으로 대체되고, 외교적 갈등은 곧 형사 책임 공방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위험을 인식한 국제 사회는 국가원수 면책이라는 관행을 통해, 불완전하더라도 질서 유지라는 현실적 선택을 해왔다.   그러나 이 원칙이 절대적 규범은 아니다. 특히 마약·테러등 범죄와 연루되거나 정당한 국가원수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는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마두로 체포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내세우는 첫 번째 논리는 외교적 승인 문제다. 미국은 오랫동안 마두로 정권을 합법적인 베네수엘라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부정선거와 민주주의 훼손을 이유로, 마두로를 ‘불법으로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로 규정해 왔다. 이 논리에 따르면, 마두로는 국가원수의 지위를 갖지 못하며, 면책특권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두 번째 논리는 범죄의 성격이다. 미국은 마두로를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을 보호한 범죄자로 기소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전례가 떠오른다. 미국은 1989년 파나마를 침공해 마누엘 노리에가 대통령을 체포했다. 노리에가는 미국으로 압송되어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프랑스와 파나마로 신병이 인도됐다. 그는 2017년 파나마 교도소에서 복역 중 사망했다. 미국 법원은 당시 “외국 국가원수라는 지위는 형사 범죄에 대한 자동 면책 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 보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국제법은 ‘누가 범죄자인가’만을 묻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체포가 이루어졌는가도 따지기 때문이다. 유엔 헌장은 무력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안보리 승인 없는 군사 작전은 엄격히 제한된다. 설령 마두로가 범죄자라 하더라도, 타국의 군대가 주권 국가의 수도에 진입해 현직 지도자를 체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많은 국제법 학자들은 노리에가 판결을 ‘보편적 규범’이 아니라, 냉전 말기 미국의 압도적 힘이 만들어낸 정치적 선례로 평가한다. 강대국이 ‘범죄’를 명분으로 언제든지 약소국 지도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마두로의 운명은 법과 정치가 분리될 수 없다는 국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노리에가처럼 마두로 역시 ‘국가원수’가 아닌 ‘형사 피고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이 사건도 질문 하나를 남긴다. 국제 사회는 어디까지 국가 주권을 존중하며 국제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마두로 체포는 그 균형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그리고 법이라는 이름이 때로는 질서를 지키는 도구이자, 동시에 힘의 논리를 포장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한신 / 변호사·한미정치경제연구소 이사장디케의 저울 마두로 국제법 마두로 체포 현직 국가원수가 니콜라스 마두로

2026.01.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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