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집으로 가는 길
얼마나 멀리 어디서 헤매다 왔는가 가장 깊은 곳에서 부는 바람이여! 삭막한 어느 겨울날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을 걸었습니다 화강암 모래, 황무한 언덕, 건조하고 광활한 땅 인간의 어떤 소망이나 희망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심장은 고동칩니다 고요함으로 진동하는 현 거대한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 작은 침묵 우리의 시끄러운 세월은 영원한 침묵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작열하는 태양열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알 한알, 한알에 쌓인 수천만개의 기억들 소음 되어 사라지고 지금 막 태어난 것처럼 단순하고 단순하게 가벼워집니다 손을 뻗치면 닿을듯한 새까만 별 무더기들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져 나리고 고독한 방랑자 오늘 밤 영원을 꿈꿉니다. 이춘희 / 시인글마당 화강암 모래 사하라 사막 머리 위로
2025.10.16.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