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글마당] 집으로 가는 길

New York

2025.10.16 21:0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얼마나 멀리 어디서 헤매다 왔는가
 
가장 깊은 곳에서 부는 바람이여!
 
 
 
삭막한 어느 겨울날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을 걸었습니다  
 
화강암 모래, 황무한 언덕, 건조하고 광활한 땅
 
인간의 어떤 소망이나 희망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심장은 고동칩니다
 
 
 
고요함으로 진동하는 현
 
거대한 침묵 속으로 가라앉는 작은 침묵
 
우리의 시끄러운 세월은  
 
영원한 침묵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작열하는 태양열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알 한알, 한알에 쌓인 수천만개의 기억들  
 
소음 되어 사라지고    
 
지금 막 태어난 것처럼 단순하고 단순하게 가벼워집니다
 
 
 
손을 뻗치면 닿을듯한  
 
새까만 별 무더기들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져 나리고
 
 
 
고독한 방랑자  
 
오늘 밤 영원을 꿈꿉니다.

이춘희 / 시인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