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미주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거점이었던 LA 흥사단 옛 본부 건물의 재개관이 2년 연기됐다는 소식에 한인 사회가 답답해하고 있다. 그 과정과 이유에 대한 투명하고 성의 있는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 소유권을 가진 국가보훈부는 지난 20일 옛 흥사단 본부 건물의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외 사정을 고려해 연기 조정됐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심지어 LA총영사관조차 구체적인 사유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하니,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 정부가 소통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역사 사적지의 보존과 복원 사업은 특정 기관이나 정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멀리 타국에 이민온 선조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서려 있는 곳이기에, 이곳을 아끼고 후대에 물려주고자 하는 한인 사회의 염원은 간절하다. 리모델링 연기가 불가피했다면, 먼저 그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인 사회의 이해를 구했어야 마땅하다. 더구나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재개관하겠다는 상징성까지 포기하지 않았나.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렵다면, 건물의 유지 및 관리를 위탁받은 한미유산재단(위원장 이기욱)에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한인 사회에 상황을 알렸어야 했다. 정부 발표 이후에도 지금까지 재단측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정부 사업 계획이 연기될 수는 있다. 특히 그 대상이 역사 사적지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1930년대 건축 양식으로 복원해야 하고 미주 독립운동사적지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철저한 고증과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행정 착오나 소통 부재와 같은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흥사단 옛 본부 건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독립 정신과 미주 한인들의 애국심이 숨쉬는, 미래 세대에 자긍심을 심어줄 귀한 역사적 유산이다. 관계 기관과 단체들은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진솔한 소통을 통해 한인 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사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는 8월 9일 개최될 예정인 리모델링 안내 오픈하우스 행사는 일방적인 발표회가 아니라, 진정으로 한인 사회와 소통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흥사단 개관 흥사단 본부 리모델링 연기 미주 독립운동사적지
2025.07.23. 19:45
흥사단 건물 ▶위치:3421-3423 S. Catalina St ▶규모:대지 2225 sqft, 건평 3550 sqft ▶1932~1978년 흥사단 LA본부로 사용 ━ LA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의 재개관이 2년 후로 미뤄졌다. 단소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한국 정부 측은 “국내외 사정을 고려해 연기 조정됐다”는 입장만 내놨다. 한국 국가보훈부는 20일(한국시간) 2023년 1월에 매입한 흥사단 옛 본부 건물(3421-3423 S. Catalina St) 리모델링 공사를 올해 11월부터 시작해 내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흥사단 독립운동 사적지 개관도 오는 2027년 2월로 조정됐다. 국가보훈부 측은 개관 후 이곳에서 3·1절 기념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흥사단 단소 리모델링 사업은 광복 80주년인 올해 마무리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공은커녕 첫 삽도 못 뜬 셈이다. 국가보훈부 측은 “현재 건물 리모델링 사업은 실시 설계 단계로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다”고만 전했다. 실시 설계는 기본 설계 결과로 구체적인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뜻한다. LA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21일 “국가보훈부에서 리모델링 사업 진행을 LA 현지 업체와 진행하고 있다”며 “완공이 미뤄진 구체적인 사유는 통보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진행 과정에서 한인 사회 여론이 배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한 관계자는 “당초 올해 개관을 하기로 했지만, 예산 배정 등이 미뤄진 것으로 안다”면서 “건물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가보훈부가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한인 사회와 의견을 나누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철거 위기의 단소를 매입한 뒤 개보수를 위해 한미유산재단에 유지 및 관리를 위탁했다. 당시 보훈부가 이 단체의 대표로 선임했던 차만재 박사(캘스테이트 프레즈노)는 “자신은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만 답했다. 본지는 한미유산재단 측 관계자에게 전화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이 단체는 이기욱 씨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문식 흥사단 LA 지부장은 “현재 건물 관리는 한미유산재단이 맡고, 리모델링 공사는 국가보훈부와 공사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며 “흥사단, 미주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 등이 보훈부와 협력하고 있고 한인 사회 여론 수렴을 위해 공청회도 진행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가보훈부는 내달 9일 오전 11시 흥사단 옛 본부 건물에서 리모델링 안내 오픈하우스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흥사단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19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독립운동 단체다. 흥사단 LA 건물은 1979년 단원들이 재정난으로 매각했고, 2020년 부동산 개발회사가 매입해 철거하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인 사회와 국가보훈부가 나서 다시 매입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흥사단 재개관 흥사단 본부 흥사단 단소 흥사단 독립운동사적지
2025.07.21. 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