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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앤트맨…'어벤져스' 영웅들 내 손 거쳤죠

영웅들 스타일 만들어 캡틴 마블 의상 타이트해 바꿔 토르역 헴스워스, 숏컷 호평 UCLA 다니다 만화가로 대학 2곳 4년 다녀도 학위 없어 공부보다 작품이 더 중요 만화·영화세대 연결 요즘은 만화보다 영화 선호 10대와 중년의 다리 역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열풍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 뒤에는 마블 코믹스 80년 역사의 수많은 영웅들을 만화책 속에서 끄집어내 우리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콘셉트 아티스트가 있다. 마블 스튜디오의 유일한 한인 아티스트로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구현의 선봉에 서 있는 앤디 박(Andy Park.44) 비주얼 디벨롭먼트 디렉터를 만났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언제부터 일했나. "2010년부터다. '어벤져스'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 팀을 꾸린다는 제안을 받고 마블 코믹스 골수팬으로서 너무 좋았다. 그 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등 마블의 거의 모든 시리즈에 콘셉트 아티스트로 참가했다." -콘셉트 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하나. "시나리오가 나오면 프로듀서.감독.작가들과 함께 등장 캐릭터를 어떻게 가져갈지, 즉 원작 만화(혹은 이전 작품)와 얼마나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갈지 의논한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디자인을 하고 다시 모여 최종 시안을 결정한다. 주요 장면인 '키 프레임'도 제작한다. 실제 영상으로 이렇게 나와야 한다고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엔드게임' 결말을 '인피니티 워'가 나왔을 때 이미 알았다. 친구들이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물었을 때 난 그냥 '기다려 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콘셉트 아티스트의 비애다. (하하)" -일이 많겠다. "정말 많다. 시나리오는 계속 바뀌고 캐릭터의 특징도 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회의와 수정 작업이 계속 이어진다. 미술팀 및 의상팀과는 지속적으로 디테일을 논의한다. '캡틴 마블'의 경우 의상을 멋지게 디자인했는데 배우가 '너무 타이트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어요'라고 하는 바람에 다 바꿨다. '앤트맨'의 헬멧은 원래 메탈이어야 하지만 그러면 너무 무겁기 때문에 가벼운 재질에 메탈처럼 보이도록 색을 칠했다" -만화책과 달라지는 경우도 많겠다. "사실 만화책에서는 색들이 컬러풀하게 많이 나오는데 영상에서는 색이 너무 많이 나오면 초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의 감독인 루소 형제는 영상의 톤을 다운시키길 원했다. 반면 '토르:라그나로크'의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원작처럼 색채가 풍부하게 하였다." -만화와 어떻게 차별화 하나. "마블의 만화들은 1930~40년대부터 시대별로 계속 변모해왔다. 캐릭터마다 만들어진 시기도 다르다. 70년대 만화 속 모습 그대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첨단 자동차도 지금 보면 빈티지카다. '앤트맨과 와스프'에 나오는 앤트맨이 입는 수트는 처음에 행크 핌이 1970~80년대에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디자인을 그대로 현대에 가져오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다. 나는 그런 것을 촌스럽거나 우습게 보이지 않으면서 현대적으로 멋지게 반영하는 일을 한다.한마디로 말해 커스텀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고 싶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토르가 짧은 머리로 나온 것은 누구 아이디어인가. "작가들의 아이디어였다. 사실 토르역의 크리스 헴스워스는 배역이 지루하다며 이미지 체인지를 원했는데, 숏컷으로 호평받고 즐거워 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지나치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야했는데, 이 역시 재미있어 했다." -마블 코믹스의 골수팬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마블 작품은 뉴욕 같은 대도시를 배경으로 고민 많은 주인공들이 등장해 현실적이었다. 반면 DC 코믹스의 '수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은 배경도 우주나 가상의 도시인데다 주인공도 신적인 존재들이어서 공감이 잘 안 갔다." -만화 그리는 것도 좋아했나. "어릴 적부터 아주 좋아했다. UCLA에 진학해 아트를 전공했는데, '눈이 보는 것을 그리지 말고 마음이 보는 것을 그려라'는 말씀에 나는 순수예술과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2학년 때 그동안 그려놓은 포트폴리오를 들고 샌디에이고 코믹콘 만화 축제에 갔다가 유명 출판사인 '이미지 코믹스'의 롭 라이펠드 대표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만화 '데드풀'의 원작자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의사였던 아버지는 73년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는데, 교육에 관심 많은 전형적인 한국 부모님이다. 나는 3남매 중 막내인데, 변호사로 일하던 누나와 사업을 하던 형이 나 대신 부모님을 설득해주었다. 대학은 나중에 갈 수 있지만 이건 놓치면 후회할 기회라고. 덕분에 꿈이 이루어졌다." -만화가 생활은 어땠나. "즐겁게 일했다. 그런데 기왕 시작한 일, 보다 체계적으로 그림을 배워보고 싶었다. 출판사를 나와 패서디나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에 들어가 캐릭터 연구.드로잉.페인팅 등을 기초부터 배웠다. 그런데 당시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던 비디오 게임 '툼 레이더'를 만화로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래서 또 학교를 관뒀나. "그렇다. 나에겐 학위가 아니라 어떤 작품을 했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툼 레이더'는 1999년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이 됐다. 대학 2곳에서 4년이나 공부했는데 학위는 없다. 하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다른 분야다. 아무리 박사 학위가 있어도 포트폴리오가 시원치않으면 대접받지 못한다." -콘셉트 아티스트는 또 어떻게 됐나. "당시는 인터넷이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페인팅이 뜨기 시작할 때였다. 환상의 세계를 자신만의 스타일과 색채로 리얼하게 구현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러려면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나는 비디오 게임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2005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갔고 '갓 오브 워(God of War)' 시리즈 같은 비디오 게임 아트워크를 여럿 했다. 그러다가 마블의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만화와 비디오 게임을 두루 거친 경험을 높이 산 것 같다." -마블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뭔가. "2007년부터 제작담당 사장으로 있는 케빈 파이기(Kevin Feige.46) 덕분이다. 스티브 잡스에 비견되는 리더다. 그는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비전도 제시한다. 게다가 리스크도 짊어질 줄 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가 히트하고 나서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마블이 계속하여 어벤져스 시리즈를 이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케빈이 그래픽 아티스트들한테 와서 하는 말이 '우린 이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만들어보자'였다. 모두가 당황했지만, 케빈은 마블 세계관을 우주로 확장해 나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의 도박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였다." -아이들과도 마블로 소통하나. "내가 만화책으로 읽던 마블을 요즘 10대들은 영화로 이해한다. 하나의 작품으로 다른 세대가 소통하게 된 것이다. 만화책을 영화로 만들며 내가 소통의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딸이 11살이고 아들이 6살인데, 하늘을 나는 포즈를 취하면서 수퍼맨처럼 팔을 앞으로 쭉 뻗지 않고 아이언맨처럼 몸에 착 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 웃었다." 정형모 전문기자 ·이재림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2019.05.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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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17일 북미 개봉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 라미란과 충무로의 라이징스타 이성경의 '걸크러시' 콤비로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화 '걸캅스(Miss & Mrs. Cops)'가 오는 17일 북미 전역에서 개봉한다. '걸캅스'는 전설의 형사 미영(라미란 분)과 현직 꼴통 형사 지혜(이성경 분)가 여성을 대상으로 끔찍한 디지털 악행을 저지르는 범죄조직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시누이.올케 사이인 두 형사가 사건 신고 접수를 위해 민원실에 방문했다가 차도에 뛰어든 여성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경찰 모든 부서들이 절차.인력부족을 이유로 수사를 미루자 직접 비공식 수사에 나서는 것.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사에 직접 나선 두 여성의 활약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액션 트레이닝을 거쳐 탄생한 라미란의 통쾌한 '백드롭'과 이성경의 날렵한 '가위차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까지 범인들을 추적하는 이들의 거침 없는 액션은 관객에게 속시원한 재미를 선사한다. LA와 부에나파크에서 10일 선개봉한 '걸캅스'는 뉴욕·뉴저지 등 북미지역에서 17일 개봉할 예정이다. 극장정보와 상영시간은 웹사이트(CJ-ENTERTAINMENT.COM)에서 볼 수 있다. 김아영 기자

2019.05.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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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토르 떠난 자리, 여성·흑인 영웅이 채운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하 '어벤져스4') 이후로 마블 영화 세계(MCU)는 어떻게 될까. 바로 다음에 등장할 마블 신작은 7월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다. 2년 전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주연 배우 톰 홀랜드와 존 왓츠 감독이 다시 뭉친 '스파이더맨' 시리즈 2편이자, 마블 스튜디오의 23번째 영화다. 유럽에 여행을 간 스파이더맨이 정체불명의 인물(제이크 질렌할)과 뒤얽히는 이야기다.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이 영화는 '아이언맨'부터 11년간 이어져 온 마블 영화 1~3단계를 마무리 짓는 작품. 이전까지의 마블 영화가 우주의 기운을 응집한 여섯 개 보석 '인피니티 스톤'을 둘러싼 이야기라면 이후로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 방향성은 이번 '어벤져스4'에서도 엿볼 수 있다. 출연 계약이 만료된 아이언맨·캡틴 아메리카·토르 등 1세대 히어로가 주로 백인 성인 남성이었다면 바통을 이어받는 캐릭터는 보다 젊고, 다채롭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 흑인 등 마블이 최근 '블랙 팬서' '캡틴 마블'을 통해 강조해온 다양성 기조가 선명하다. 특히 그동안 조력자로 활약해온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스칼렛 요한슨)가 단독 주인공을 맡는 새 영화는 장차 마블 영화 4단계를 열어젖힐 작품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스칼렛 요한슨 외에 플로렌스 퓨, 레이첼 와이즈 등이 캐스팅됐다. 연출은 호주 독립영화 감독 케이트 쇼트랜드가 맡았다.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등장할 '이터널스'도 제작이 확정됐다. 한국 배우 마동석의 출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바로 그 영화다. 수백만 년 전 실험을 위해 지구에 온 외계인에 의해 탄생한 초인적 종족 얘기로, 그리스 신화 속 마녀캐릭터에 기반을 둔 주인공은 안젤리나 졸리가 맡는다. 메가폰은 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가 잡는다. 마블 스튜디오 제작팀장 빅토리아 알론소는 여러 외신 인터뷰에서 앞으로 시리즈에 성 소수자 캐릭터가 나올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토르' 시리즈의 여성 캐릭터 발키리(테사 톰슨)로 보인다. 마블은 중국계 쿵푸 마스터가 나오는 영화 '샹치'로 아시아계 히어로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마블은 원작인 마블 코믹스 만화에 이미 수천 개의 캐릭터가 있는 만큼, 확장 가능성도 크다. 그중에는 아마데우스 조 등 한국계 히어로도 있다. 마블은 또 디즈니가 올해 11월 미국에서 시작하는 OTT 플랫폼을 통해 호크아이, 로키, 스칼렛 위치 등의 별도 시리즈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이번 '어벤져스4'를 끝으로 시리즈를 이끌던 메인 캐릭터 상당수가 빠지게 됐지만 이미 새로운 캐릭터들도 시리즈와 많은 연결고리를 만든 상태"라며 "세계관이 공고히 지켜지는 한 마블 영화의 흥행은 큰 명암 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원정 기자

2019.05.03. 19:54

영상미ㆍ액션 뛰어난 퓨전 삼극지

섀도(Shadow) 감독: 징예모 주연: 덩차오, 손려, 정개 장르: 액션, 드라마, 아트 하우스 상영시간: 116분 맷 데이먼, 유덕화, 윌렘 데포가 출연했던 장예모 감독의 2016년작 '더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보기 드문 실패작이었다.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엄하고 화려한 스펙타클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에서의 허술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장예모 특유의 영혼을 파고드는 휴머니즘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문화혁명 시기 부부의 가슴 아픈 이별을 그린 2014년작 '5일의 마중(Coming Home)'은 사랑과 영혼으로 가득 찬 영화였지만 스펙터클과는 무관한 영화였다. 3일 미국에서 개봉한 '섀도'는 영혼과 스펙터클을 겸비한 미장센의 달인 장예모의 야심작이다. 빛과 색채, 몽타쥬 등의 시각효과를 통해 새로운 영상 언어와 영상 미학을 추구해온 그가 '더 그레이트 월'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완성도 높은 무협 영화를 들고 돌아왔다. 삼국시대 중국, 패국의 장군 '도독'은 몇 해 전 적국 장수와의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었고 그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는 암살 등 일신의 위험을 대신 감당할 대타로 써먹기 위해 어릴 적 데려온 하인 경주를 그림자 무사로 기용해 도독의 권력을 지키고자 한다. 경주는 실로 도독을 많이 닮은 용모를 지니고 있다. 도독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독과 주군, 도독과 그의 그림자 경주, 경주와 그의 아내 사이에 미묘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들의 관계에 권력과 야망, 음모와 배신, 사랑과 애욕이 개입된다. 경주는 자신의 본체인 도독의 자리를 노린다. 팽팽한 신경전, 긴장감 끝에 두 남자는 목숨을 건 한 판 승부를 향해 달려간다. 권력자의 그림자, 대역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걸쳐 적지 않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카게무샤'(그림자 무사)가 대표적인 예다. 한국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설정과 유사하다. 장예모는 각기 다른 야망을 추구하는 본체와 그림자의 운명적 대립으로 설정한다. 그가 줄기차게 추구해 온 인간 욕망의 충돌은 이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섀도는 무협 액션은 역시 중국이 단연 최고봉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해주는 영화다. 할리우드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디테일에 숨이 멎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최고의 무술감독과 스태프가 동원된 액션은 차라리 고도의 훈련과 테크닉으로 안무된 무용 작품을 보는 듯하다. 피 튀기는 전쟁 장면의 섬세한 연출은 황홀하고도 아름답다. 컬러 영화임에도 영화의 모든 장면들의 세팅은 철저하게 흑백 대비로 구성, 편집되어 있다. 수묵화의 느낌으로 채색된 이 영화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스타일리스트'임을 포기하지 않는 장예모의 일면을 다시 한번 접할 수 있다. 줄곧 내리는 비는 역사의 현장들에서 일어났던 비극을 암시하는 듯 하다. 도독, 경주의 1인 2역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낸 배우 덩차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영화의 후반부를 거의 혼자 이끌고 나간다. 각기 자신의 주군에게 오로지 충성으로 복종을 하는 동안에도 마음에 주군에 대한 복수심을 쌓아온 이들의 설욕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두 남자의 운명의 혈전은 어떤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 결말부의 반전이 압권이다. 김정·영화평론가

2019.05.0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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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흥행 신기록

화제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각종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어벤져스'는 개봉 3일간 북미지역 3억 5000만 달러를 포함 전세계에서 12억 달러의 입장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록은 개봉 첫 주 기록으로 최고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시리즈의 피날레 답게 앞으로 각종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2019.04.28. 20:28

마약과 낙태의 암울한 그림자

리틀 우즈(Little Woods) 감독: 니아 다코스타 출연: 테사 톰슨, 릴리 제임스 장르: 드라마, 스릴러 등급: R 상영시간: 103분 북중부 노스다코타주의 가장 북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 리틀 우즈(Little Woods)는 미국과 캐나다가 만나는 국경 지대에 위치해 있다. 숲으로 뒤덮여 있는 이곳을 이용해 마약거래가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이 영화는 이곳에 사는 두 자매 올리와 데브의 이야기다. 올리(테사 톰슨ㆍ토르 라그나로크)는 국경을 넘나들며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을 운반하다 체포돼 형을 살고 나왔다. 그녀는 건설 현장에서 음식과 커피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열흘 후면 집행 유예기간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그녀는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싱글맘으로 웨이트리스 일을 하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데브(릴리 제임스ㆍ베이비드라이버)는 자신이 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감해 한다. 낙태를 하려 해도 수술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보험료를 지급하지 못해 보험이 끊긴 지 벌써 오래다. 서로 연락 없이 지내던 이들은 얼마 전 세상을 뜬 어머니 소유의 집이 압류당하게 되자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만난다. 절실하게 돈이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구할 데라곤 한군데도 없다. 동생의 낙태 수술과 은행 압류를 해결하지 못하면 올리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데브의 낙태 수술을 위해서는 캐나다로 국경을 넘어가야 한다. 모든 문제를 한방에 끝내고 지긋지긋한 리틀 우즈를 떠나겠다는 심산으로 올리는 다시 마약 운반을 계획한다. 두 여성이 함께 헤쳐나가야 할 한 순간 한 순간이 애처롭다. 암담하고도 절박한 상황과 그 곤경 속에서 헤어나오려는 두 여자의 몸부림이 지속하면서 긴장감이 더해간다. 미국의 빈곤층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약물중독과 낙태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미국이 내버려 두고 있는 외딴 지역에서의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뉘앙스가 짙다. 극본을 쓰고 연출한 니아 다코스타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미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그녀는 '캔디맨'의 리메이크 감독으로 벌써 내정돼 있다. 다코스타 감독은 '오늘날 미국인들이 영위해야 할 미국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류 사회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의 실상은 참으로 우울하다. 마약이 온통 어지럽혀 놓은 이곳에는 기본적인 삶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선택의 여지 없이 살아가는 인생들이 너무 많다. 냉정한 낙태금지법은 철저히 지켜지면서 곤경에 처한 임산부를 도울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저예산 영화의 한계, 신인 감독의 미숙함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하게 살아 있다.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시선을 끌고 있는 두 명의 여배우가 노스다코타 빈민층의 어두운 삶을 실감나게 연기한 덕분이다. 상영은 할리우드 래미 노호(Laemmle Noho), 샌타모니카 모니카필름센터, 샌타애나 프리다 시네마(The Frida Cinema). 김정·영화평론가

2019.04.2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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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포트비치 영화제 내일 개막

오렌지카운티 최대 규모의 영화제 '뉴포트비치 필름 페스티벌(이하 NBFF)'이 내일(25일) 개막한다.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NBFF는 매년 5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영화제다. 올해는 세계 50개 국가에서 출품된 300여 편의 작품이 뉴포트비치 시내 리도, 에드워즈 빅 뉴포트, 트라이앵글 시어터, 더 랏 시어터 등 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막작은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학생 루스 에드가의 이야기를 다룬 '루스(Luce, 2019)'다. 줄리어스 오나가 감독을 맡았고 팀 로스와 나오미 와츠가 루스의 양부모로 열연했다. 캐나다의 한인 여배우 안드레아 방(사진)도 출연했다. 내달 1일은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영화가 상영되는 '퍼시픽 림(Pacific Rim) 쇼케이스 데이'다. 코리안 스포트라이트 필름(Korean Spotlight Film)은 2018년작 '목격자(감독 조규장)'다. 이성민, 김상호, 진경, 곽시양 등이 출연한 목격자는 모두 잠든 새벽,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한 평범한 가장이 범인과 눈이 마주친 뒤, 그의 표적이 되고 끝내 그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폐막작은 지난 2014년, 구조 활동 중 순직한 구조대원 벤 칼슨(당시 32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파트 오브 워터(Part of Water)'다. 영화제 기간 중 매일 저녁 리셉션, 갈라쇼, 감독과의 만남,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티켓은 각 극장 매표소나 웹사이트(newportbeachfilmfest.com)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선 상영 스케줄 및 상영관 등 자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임상환 기자

2019.04.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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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신과 함께' 무료상영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이 오는 25일 LA한국문화원에서 상영된다. 김용화 감독,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주연의 '신과 함께'는 김자홍(차태현)이 삼차사와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7개의 재판을 받으며 자신의 죄질을 되돌아본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12세 관람가이며 영어자막 서비스가 제공된다. 관람은 무료지만 예약을 해야한다. ▶예약:(323)936-3018, www.kccla.org

2019.04.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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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꿈꾸는 10대 소녀의 역경기

틴 스피릿 (Teen Spirit) 감독: 맥스 밍겔라 주연: 엘르 패닝, 레베카 홀, 즐라코 부릭 장르: 뮤지컬, 드라마 상영시간: 92분 폴란드계 이민 가정에서 자란 바이올렛은 영국의 작은 섬마을(Isle of Wight)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인 그녀는 틈틈이 선술집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어머니를 돕는다. 내성적인 성격의 바이올렛은 선천적으로 노래에 특출한 재능을 지녔다. 팝스타가 되는 게 그녀의 꿈이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없다.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과 집착이 오히려 방해 요소이다. 어머니는 노래는 교회 성가대에서 부르면 된다는 식이다. 영국의 인기있는 TV쇼 '틴스피릿'의 오디션 광고를 보고 어머니 몰래 참가하기로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험난하기만 하다.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의 허락은 엄두조차 못 낼 일이다. 한때 오페라 가수로 화려한 경력을 지녔지만 시골구석에서 초라한 삶을 살고 있는 블라드가 선술집에서 노래를 하는 바이올렛의 재능을 알아보고 보호자로 나서준다. 바이올렛은 블라드의 도움으로 오디션 결선까지 진출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승을 놓치고 만다. 잠시 좌절의 시간이 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그녀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온다. 오디션 우승자의 부정이 발각되어 대신 바이올렛이 틴스피릿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이다. 바이올렛 일행이 런던에 도착한다. 며칠간의 호화로운 호텔 생활을 배경으로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의 심리와 그들의 탤런트 뒤에서 흥행을 노리는 기획사의 상술이 개입되면서 바이올렛과 블라드 사이에 미묘한 충돌이 일어난다. '보헤미안 랩소디', '스타 이즈 본' 등에서 보았던 그랜드 피날레의 감동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은 영화지만 최근 영화가에 불고 있는 새로운 장르 '인디 뮤지컬'의 영화로서 나름의 감동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젊은층에 어필하는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로 치장되어 있고 10대의 감수성 묘사에 연출자의 배려가 엿보인다. 이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맥스 밍겔라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감독 앤서니 밍겔라(2008년 타계)의 아들이다.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이 영화로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 초대되어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신인 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언니 다코다 패닝의 동생으로만 알려져 있던 엘르 패닝은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이들 부부의 딸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출신의 유망주다. 2010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썸웨어(소피아 코폴라 연출)'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스타의 입지를 굳힌 이후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가고 있다. 레베카 홀이 기획사 임원으로 잠시 카메오 출연을 한다. 블라드 역의 크로아티아 출신 배우 즐라코 버릭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의 유머와 인간미가 무대에 오르는 예비 스타의 긴장을 훈훈히 녹여준다. 한인타운 인근 그로브몰의 퍼시픽시어터, AMC 극장 등에서 상영중이다. 김정·영화평론가

2019.04.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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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엔드게임' 흥행 신기록 도전한다

"어려운 결말이었죠. 사실 영화에서 악당이 이기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그와 달리 현실에선 악당들이 이기고, 그 대가는 고통스럽죠. 전편에서 악당 타노스가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어요. 시대적으로 국수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지금, 중요한 건 공동체란 개념입니다. 별개의 히어로 캐릭터들이 모여 공공의 적을 상대한다는 메시지가 중요했습니다. 이 점이 글로벌한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제 감독 안소니 루소와 조 루소는 지난해 선보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어벤져스 3)를 이렇게 돌이켰다. 두 사람은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어벤져스:엔드 게임'(어벤져스4)의 개봉을 앞두고 출연진과 함께 지난 1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4편처럼 이들이 공동연출했던 3편은 악당 타노스(조쉬 브롤린)에 의해 세상의 절반이 파괴당하는 충격적 결말로 끝났다. 지난 11년간 마블 영화에서 어벤져스로 활동해온 수퍼 히어로의 절반 역시 사라졌다. 허를 찌르는 결말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4편은 마블 영화 사상 최고 흥행을 거두리란 전망이 나온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기자회견장에서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고, 내내 농담과 익살스러운 포즈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는 2008년 마블 수퍼 히어로 영화의 첫 작품 '아이언맨' 1편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 방한이다. "처음 한국에 올 땐 마블 영화 세계관(MCU, Marvel Cinematic Universe)이 갓 움트고 있을 때였죠. 그땐 저를 위해서 (아이언맨을)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 문화적인 현상을 직접 겪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장르가 얼마나 커졌는지, MCU에 애정을 가진 여러분 덕에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선 폭발적인 시너지가 있었죠." 한국에서 애칭 '로다주'로 불리는 그는 히어로들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이번 영화를 끝으로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와 나란히 하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강남 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추는 등 내한 때마다 보여준 그의 친근한 모습은 한국에 마블 팬덤을 키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지금껏 마블 영화가 한국에서 동원한 누적 관객 수는 무려 1억 600만여 명. '아이언맨'부터 2013년 '어벤져스2' '아이언맨3',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닥터 스트레인지',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8년 '앤트맨과 와스프'등은 전 세계 가운데 한국에서 북미와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아이언맨2'는 북미와 영국 다음이었다. 이번 영화와 이후 시리즈에 대해선 배우들도 아직 영화를 못 봤다며 말을 아꼈다. 조 루소 감독은 "러닝타임이 (역대 가장 긴) 3시간 2분이라 너무 마시거나 먹지 않아야 화장실로 인한 불상사가 안 난다"며 "전작 21편을 복습하고 오시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크리넥스를 가져와야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관람 도중 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원정 기자

2019.04.19. 20:34

빛나는 작품 속에 숨겨진 시인의 삶

와일드 나이츠 위드 에밀리(Wild Nights with Emily) 감독: 마들렌 올넥 출연: 몰리 섀넌, 에이미 세이메츠, 수잔 지글러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PG-13 특유의 내성적 성격으로 은둔의 삶을 살면서 사랑과 죽음, 이별, 천국 등을 소재로 한 주옥같은 시들을 남긴 19세기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천재성은 불행하게도 그녀의 죽음 이후 세상에 알려진다. 그러나 아직도 그녀의 삶은, 은둔으로 살았던 생애만큼이나 미스터리한 부분들이 많다. 오늘 날 특별히 세인의 관심의 끌고 있는 부분은 그녀의 시에 담겨있는 그러나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사랑과 그 사랑의 대상에 관한 호기심이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그녀의 곁에는 늘 수잔 길버트라는 여인이 있었다. 수잔은 바로 에밀리의 오빠 오스틴 디킨슨의 아내이며, 자신의 시와 편지 등의 글에서 그토록 아름답게 묘사했던 사랑의 대상이다. 영화 '와일드 나이츠 위드 에밀리'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이 두 여인의 관계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이다. 레즈비언적 관계는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적절한 행위였지만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제 3자의 가벼운 시각에서 바라본 일상적 관계로, 그리고 재미와 유머가 넘치는 코믹 터치로 그려냈다. 영화는 1830년 에밀리가 5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세상에 공개된 1775편의 시들과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들을 바탕으로 생전에 에밀리의 시를 출판하려 했던 출판업자 메이블 타드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한동안을 자신의 방안에 칩거하며 수잔과 나누었던 열렬한 우정과 그 '특별한 관계'가 매우 희극적으로 묘사된다. 저예산 영화인 관계로 시대극용 세트와 로케이션의 사용을 최소화시켰음에도 19세기 초 미국 상류사회의 일상을 깔끔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천재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매끄럽게 구성했고, 오늘날 게이 커뮤니티가 주창하는 성적 성향의 자유에 관한 이슈들도 당시의 시대 상황에 비춰 은유적으로 다뤘다. 웨스트우드 랜드마크극장에서 볼 수 있다. 김정·영화평론가

2019.04.1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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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박스오피스 정상 오른 돈 북미에서도 흥행

영화 '돈'이 누적 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순항중이다. 특히 영화는 '어스'나 '덤보' 같은 쟁쟁한 헐리웃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흔들림 없는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다. 개봉 4일째 100만, 개봉 9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더킹, 택시운전사, 독전 등에서 꾸준히 높은 흥행 타율을 기록한 배우 류준열. 그의 흥행 파워와 연기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입증됐다.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는 완전히 '원톱주연'으로 활약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작사에 따르면 이번 영화에서 류준열은 67회 촬영 중 60회에 출연했다. 다이나믹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완벽하게 극을 이끌어 간다. 영화 '돈'은 부자가 되고 싶어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분)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 (유지태분)를 만나고 엄청난 거액을 건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평론가들은 번호표 역의 유지태가 찰진 연기력으로 극을 살렸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끝까지 쫓아붙는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한지철(조우진분)도 극을 빛내주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 되는 극은 이 셋이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이다. 돈은 현재 LA와 부에나파크의 CGV에서 상영중이다.

2019.04.10.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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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에 떠나는 자아 회복의 여정

다이앤(Diane) 연출: 켄트 존스 출연: 메리 케이 플레이스, 잭 레이시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96분 2018년 트라이베카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조용히 팬들의 관심을 끌어온 '다이앤'이 미 전역에 개봉했다.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사건 이후 뉴욕의 부흥을 기원하며 2002년 로버트 드 니로 등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영화제다. 매해 성장을 거듭하며 최근에는 '동부의 선댄스'로 인식되어 가고 있다. 매사추세츠의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다이앤은 죽음에 관한 영화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어두운 영화는 아니다. 다이앤이 주는 감성은 시 한편을 읽고 시에 담긴 은유적 의미를 캐고자 함과 유사하다. '맨체스터 바이 더 시(Manchester by the Seaㆍ2016)'에서 보았던 미국적 소도시의 아름다운 겨울과 그 영화가 지녔던 중량감이 연상된다. 영화는 노년기에 접어든 다이앤의 하루 하루의 일과를 쫓으며 그녀의 일상 안에서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라는 전제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 같지만 조금씩 말라 가고 있는 우물처럼 우리의 삶 역시도 매일 조금씩 소멸돼 간다. 다행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끝을 볼 수 있는 능력 밖에 존재한다. 평범한 소시민 다이앤의 잠재 심리를 따라다니며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언젠가 닥칠지 모르는 죽음의 문제들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다이앤은 은퇴를 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일로 하루의 일상이 늘 분주하다. 임종을 앞둔 사촌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커뮤니티홀에 들러 빈민들의 식사를 돕고 동네 노인들을 돌봐주는 일들이 그녀의 주된 일과이다. 자신의 일보다 남의 일로 하루 하루가 고되기만 하다. 어쩌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고심에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 특별히 마약중독에 빠져있는 아들에 대한 걱정이 언제나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젊은 시절, 바람을 피웠던 일이 그녀의 마음 깊이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자기 때문에 아들이 잘못 됐다는 자책감으로 안쓰럽기만 하다. 그녀는 가끔 환영을 보기도 하고 그녀 스스로 환상 속으로 빠져들며 꿈과 현실을 오간다. 다행히 기독교로 귀의한 아들과 구원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압권이다.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장면을 코믹하게 처리했다. 이미 구원을 받았으며 하나님과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하는 다이앤에게, 아들은 어머니가 구원받지 않았음을 전제로 피곤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자기식의 아집을 신앙으로 착각하고 있는 그릇된 종교관을 시니컬하게 풍자했다. 역량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켄트 존스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주인공 다이앤의 잠재 심리 안에서 죄의식,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고독, 구원의 문제들을 심리극적 연출 방식으로 무게감 있게 다루었다. 70대에 들어선 노배우 메리 케이 플레이스의 내면 연기는 단연 이 영화 최고의 볼거리이다. 연말 영화가에 시상 시즌이 다가오면 여우주연상 후보로 그녀의 이름이 자주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메릴 스트립, 제시카 랭처럼 스타 대열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숨은 보석처럼 빛나는 그녀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인생의 연륜이 듬뿍 담긴 노배우의 가슴 저미는 연기가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웨스트LA의 랜드마크리전드, 렘리스모니카, 렘리스플레이하우스7에서 상영한다.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구글플레이에서도 유료로 볼 수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2019.04.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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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마다 않는 테러리스트들의 성전

호텔 뭄바이(Hotel Mumai) 연출: 앤소니 마라스 출연: 아미 해머, 데브 파텔, 제이슨 아이삭스 장르: 드라마, 스릴러 상영시간: 123분 아미 해머, 데브 파텔, 제이슨 아이삭스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2008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자행한 실제 연쇄폭탄 테러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인도의 대도시 중 하나이며 세계적 관광 명소인 뭄바이에서 충격적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10여 명의 무슬림 10대 청년들은 뭄바이에 도착하자마자 역과 식당 등지에서 무차별 총격을 난사한다. 이들은 테러에 투입되기 전 알라신의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들의 죽음도 마다 않는 성전(Holy War) 의식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극렬 테러단체의 단원들이다. 이들이 분산되어 자행하는 무차별 살상이 이루어지면서 영화는 곧 뭄바이의 유서깊은 명소인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의 테러 현장으로 이동한다. 이제 막 호텔에 체크인을 한 관광객 중에는 데이비드(아미 해머)와 그의 인도인 아내 자라가 있다. 이들은 둘만의 로맨틱한 디너를 즐기기 위해 함께 온 보모에게 아기를 맡기고 호텔 식당으로 내려간다. 그러나 총격 테러가 식당에서 발생하자 이들 부부는 호텔 방에 두고 온 아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한다. 극한 상황에서도 손님을 신으로 여기는 신념의 주방장과 웨이터(데브 파텔)가 등장한다. 손님들을 테러에서 보호하고 구해내려는 이들의 의인적 행동과 극한 상황에서도 서로 공감하며 정을 나누는 휴머니즘이 이들의 연기에 메시지로 담겨있다. 그러나 영화는 감동적이고 애처로운 인간적 사연들보다 극한 대립과 살상의 긴장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스릴러용 볼거리에 치중하느라 주제에서 많이 이탈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로브몰내 퍼시픽극장, 선셋 불러바드에 있는 아크라이트, AMC 선셋 5 등에서 상영 중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2019.03.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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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빼닮은 누군가가 갑자기 공격해온다면…

2년 전 개봉해 200만 넘는 관객을 모은 '겟 아웃'은 공포영화 같지 않은 공포영화, 공포영화 이상의 공포영화였다. 흑인 청년이 백인 여자친구의 가족을 만나서 겪는 기이한 일은 미국의 오랜 인종차별, 흑인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공포영화란 장치를 빌려 통렬하게 그린 풍자극 같았다. 조던 필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쓴 이 연출 데뷔작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고, 작품상·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지난 27일 개봉한 그의 신작 '어스(Us)' 역시 단순한 공포영화는 아니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흑인이지만, 초점은 인종 문제가 아니다.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여름 별장에 온 애들레이드(루피타 뇽)는 어린 시절인 1986년, 가까운 해변의 놀이공원에서 섬뜩한 일을 겪었다. 부모가 한눈을 파는 사이 혼자 다니다가 자신과 꼭 같은 누군가와 마주친 것. 그 트라우마 때문에 지금도 해변에서 보내는 시간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날 밤, 빨간 작업복 차림에 날카로운 가위를 든 네 사람이 나타나 가족을 공격한다. 그 움직임은 보통 사람과 확연히 다른데, 생김새는 각자 애들레이드 가족과 똑 닮은 도플갱어들이다. 애들레이드와 도플갱어 레드, 1인 2역을 맡은 루피타 뇽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다. 정말 같은 배우일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확실하게 차별화하는 동시에 각각의 개성을 충실히 표현한다. 전반부가 공포영화의 연출에 충실했다면 후반부는 어려서 발레를 배운 애들레이드의 공연장면과 발레의 몸놀림을 녹인 듯한 격투 장면을 교차하는 등 창의적인 연출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겟 아웃'의 명쾌함과 통렬함을 이번 영화에서 그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도플갱어 외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은 영화만으로는 그 의미를 단박에 알아내기 쉽지 않을 뿐더러(설명하자면 '예레미야서 11장 11절'은 재앙을 예고하는 내용이고, '핸드 어크로스 아메리카'는 1986년 미국에서 노숙자·빈곤층을 돕기 위해 손에 손 잡고 인간 띠를 만든 캠페인이다), 이를 영화 전체와 하나로 꿰는 고리도 잘 보이지 않는다. 전반부의 탄탄한 구조에 비하면 레드의 말을 통해 전개되는 후반부는 긴장감도 느슨해진다. 좋게 보면, 모호한 상징은 풍부한 해석을 자극한다. 미국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서 미국의 분열된 현실이나 교육·음식 등 하층민의 열악한 처지에 대한 비유를 읽어내기도 한다. 적어도 한 가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플갱어가 '우리/그들'의 이분법에 반기를 드는 설정이란 점이다. 영화의 제목(Us)은 '우리'이자 '미국'(US)처럼 보이기도 한다. 감독은 '자신의 가장 큰 적은 자신'이란 말을 인용하며"나는 이 영화에서 진짜 적이 우리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적이 외부인이라는 것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2019.03.2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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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스크린 부활' 한인 배우가 맡았다

영화 '킬빌' '펄프픽션' 등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새 영화에 한인 배우 마이크 모(Mike Moh·35)가 이소룡 역할로 출연한다. 엔터테인먼트 전문매체 피플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새 작품 '원스어폰어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에 관해 소개하며 모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영화에는 브래드 피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주연으로 나오며,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 퀸 역을 맡았던 마고 로비도 출연한다. 영화는 1969년 LA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경력에 위기를 맞은 TV 스타 릭 달튼(디카프리오 분)과 그의 친구이자 스턴트 배우인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는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범죄집단 맨슨 패밀리가 여배우 샤론 테튼을 살해했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마이크 모는 지난해 8월 타란티노 감독에게 캐스팅됐다. 연예매체 피플은 마이크 모가 이소룡과 외모가 닮았을 뿐만 아니라 무술도 할 수 있다며 '모에 대해 알아야 할 점 다섯가지'를 꼽았다. 첫째, 마이크 모는 검은띠 유단자다. 모는 14살 때 태권도 검은 띠 5단을 받았다. 시작한 지 2년 만에 세계 태권도 챔피언에 올랐다. 둘째, 여러 TV쇼에 출연해 관객들에게 친숙하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는 폭스 인기 드라마 엠파이어(Empire)에 스티브 조 역할로 9편 출연했다. ABC 방송국의 SF 액션 드라마 인휴먼스(inhumans)에서는 외계종족 트리톤 역할로 나왔다. 셋째, 중국 영화배우 성룡을 뒤따르고 있다. 그는 11년 전 스턴트맨을 할 때 홍콩에서 성룡을 만났다. 넷째, 아내와 아이도 무술을 한다. 모는 어렸을 때 무술을 통해 아내를 만났다. 결혼해서 남자아이 2명과 여자아이 1명을 낳았다. 모두 모의 도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다섯째, 모는 2015년 이소룡 헌정 영상을 만들었다. 모는 4년 전 7월, 이소룡 42주년을 기념해 헌정 영상을 만들었다. 영화 '원스어폰어타임 인 할리우드'는 7월 26일 개봉한다. 황상호 기자 [email protected]

2019.03.2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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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슬픈 역사 치유하는 '음식의 힘'

라멘샵(Ramen Teh) 감독: 에릭 쿠 출연: 사이토 다쿠미, 이라하 쓰요시, 재닛 아우 장르: 드라마 상영시간: 90분 에릭 쿠(Eric Khoo) 감독은 90년대 일어난 싱가포르 영화 르네상스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싱가포르 영화계의 대표격인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거론되었고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등에 출품되어 왔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쿠 감독의 최신작 '라멘샵(Ramen Teh)'은 우리의 마음을 감동으로 채워주는 가족 드라마이다. 그 감동은 음식으로 대입된 흥미로움, 가족 간의 애틋한 사랑으로 표현된다. 에릭 쿠는 1995년 국숫집 주인 남자와 매춘부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 그의 첫 장편 영화 '면로(Mee Pok Man)'로 싱가포르 영화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다. 당시의 싱가포르는 연간 고작 4, 5편 정도의 영화가 제작되는 영화 미개발국이었다. 쿠의 이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으면서 싱가포르 영화 산업 부흥의 계기가 되었다. 쿠의 영화에는 음식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쿠는 음식을 통하여 오늘의 싱가포르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혼자 앉아 있는 식탁, 그 장면에서 보이는 주인공들의 고독은 그가 주로 사용하는 영화의 모티브다. 라멘샵에서는 아예 음식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마사토(사이토 다쿠미)는 삼촌(벳쇼 데쓰야)과 함께 아버지(이하라 쓰요시)의 라면 가게 일을 도우며 소시민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평생 라면밖에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난다. '라면의 장인' 이었던 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늘 슬픔에 잠겨 있었다. 마사토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하다가 20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재닛 아우)의 일기장과 사진들,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외삼촌의 편지를 발견한다. 마사토의 어머니는 싱가포르 여성이었다. 아버지가 싱가포르에서 지낼 때 만나 결혼했고 마사토가 열살 때 세상을 떠났다. 마사토는 외삼촌(마크 리)과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사토는 현지에 거주하는 일본인 맛집 블로거 미키(마쓰다 세이코)의 도움을 받아 싱가포르 전통 음식인 '바쿠테(Bak Kut Teh)'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외삼촌과 할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일본 요리사였던 아버지와 싱가포르의 전통 맛집의 딸인 어머니의 가정 사이에 얽혀 있던 슬픈 사연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20년 동안 단절되었던 외가 식구들과의 사이에 다소의 갈등의 빚어지지만 마사토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두 가정의 화해를 이루겠다는 마음을 키우며 삼촌으로부터 열심히 바쿠데 레시피를 배운다. 마사토에 의해 라면과 바쿠테가 하나로 혼합되고 융화되면서 갈라섰던 가족들은 조금씩 서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음식에 가족의 혼이 더해지고 마음의 벽들이 허물어지면서 다시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라멘테(라면과 바쿠테의 합성어)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두 가정의 영혼이 담겨있는 음식이 매개체 역할을 해내고 과거의 상처들이 치유된다. 쿠의 영화에 등장하는 음식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패밀리 레시피다. 냉랭했던 마음을 녹이고 채워주는 사람의 혼이 담겨 있기에 '소울푸드'란 표현이 어울린다. 영화는 음식을 통해 가족의 사연을 그려낸다. 음식은 잃어버린 가족 관계를 회복시켜 주는 화해와 소통을 이루어낸다. 라멘, 바쿠테, 칠리크랩, 피시헤드커리 등의 '등장 인물들'은 일본과 싱가포르라는 두 나라 간의 새로운 교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음식을 통해 '맛의 천국'을 자처하는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며 지난 세월과의 화해를 시도한다. 배경인 싱가포르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북미회담 때 보았던 싱가포르의 화려함에 대비되는 서민적 정취와 인간미가 영화를 한껏 살린다. '라멘샵'은 일본과 싱가포르의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다. 김정·영화평론가

2019.03.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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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감독·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변신

농장에서 백합을 길러 내다 팔던 사업은 망했다. 가족에게는 진작부터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왔다. 이런 남자에게 손쉽게 큰돈을 벌 기회가 생긴다. 트럭을 몰고 마약을 배달하는 일이다. 장거리 운전에 능숙한 데다, 평생 교통위반 딱지 한 번 떼본 적 없는 87세 백인 남자 얼(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막대한 물량을 연이어 배달하면서 마약밀매조직 두목이 주목하는 '우수 배달원'이 되어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얼, 아니 연출과 동시에 주연을 맡은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존재감이다. 1930년생이니 내년이면 구순을 맞는다. 그가 앙상한 고목 같은 손으로 직접 운전대를 잡는 장면부터가 묘한 긴장감을 부른다. '노인=약자'라는 건 이 영화에선 쓸데없는 편견이다. 나이만큼이나 세상 이치에 빤하다. 가족은 늘 뒷전이었던 얼이 손녀의 결혼 비용을 대는 등 마약 배달로 번 돈을 요긴하게 쓰는 과정이, 해괴한 노래를 부르며 운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범죄는 범죄. 단속기관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얼이 배달 경로에서 이탈하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다. 이스트우드는 60년대부터 큰 인기를 누린 배우이자 그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을 쌓아온 감독이다.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모두 받은 문제작을 여럿 연출했다. 영화 제목은 '더 뮬(The Mule)'. 노새를 가리키는 말이자 마약 배달원을 뜻하는 속어다. 87세 마약 배달원의 실화를 다룬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기사가 영화의 바탕이 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개봉했지만 한국에서는 '라스트 미션'이란 제목으로 올해 개봉됐다. 넷플릭스, 훌루 등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이후남 기자

2019.03.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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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서 펼쳐지는 영국과 독일 남녀의 사랑

디 애프터매스 (The Aftermath) 감독: 제임스 켄트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제이슨 클락,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장르: 드라마 등급: R 미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4개국이 분할해 점령하고 있던 종전 직후의 1946년 독일. 대령 남편을 둔 영국인 여인과 아내를 전쟁에서 잃은 독일인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패전후 적개심과 비탄에 빠져 있던 독일인들의 내면을 살펴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레이첼(키이라 나이틀리)과 영국군 대령인 남편 루이스(제이슨 클라크)는 함부르크의 재건설 프로젝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독일로 파견된다. 루이스 부부에게 귀족가의 풍모를 지닌 함부르크의 한 대저택이 주거지로 배정된다. 이 집에 도착하면서 레이첼은 저택의 주인인 스테판(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이 아직도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레이첼은 이들과 함께 앞으로 저택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다. 이들의 공존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추되는 사실, 바로 레이첼과 스테판의 불륜이다. 루이스는 자주 집을 비우고 이 둘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영화는 레이첼과 스테판의 미묘한 시선과 이끌림에 초점을 맞춘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의 전쟁물 '청춘의 증언(Testament of Youthㆍ2015)'을 연출했던 제임스 켄트가 또다시 전쟁물로 컴백했다. 청춘의 증언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를 주제로 한 전쟁 회고록이다. 전쟁 영화임에도 대치 상황으로 전개되는 전쟁 신을 배제하고, 전쟁의 폐허 속에서 4명의 등장 인물들을 통해 아름다운 청춘과 사랑을 그렸던 켄트의 감성은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재연되지 않는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멋진 전쟁 영화의 외형을 갖추고 있음에도 영화는 미리 예견되는 멜로드라마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켄트 감독 특유의 감정 이입이 이 영화에서는 왠지 와 닿지 않는다. 레이철과 스테판이 주고 받는 시선으로 시작되는 불륜의 스릴에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불안하고 불편한 첫 키스신은 앞으로 전개될 두 사람의 밀회의 예고편이다. 나이틀리의 격식에 찬, 그래서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은 극중 인물인 레이첼의 캐릭터와 맞닿아 있다. 로맨스의 전형적 캐릭터 이상을 기대했던 배우이기에 그녀의 연기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두 남녀 배우의 연기도 따로 노는 듯 조화감이 없다. 굳이 볼거리라면 두 연인이 펼쳐 나가는 농도 짙은 나눔의 현장들이다. 정작 영화에서 부각되는 연기력은 남편 루이스역의 제이슨 클락에게서 발견된다. 아내의 불륜을 감지한 남편의 고뇌와 좌절감이 그의 감정 연기에 설득력 있게 배어 있다. 지나치리 만큼 제어된 감정이 표출되지 못하는 동안 자신의 내면 안에서 쌓여가는 고뇌와 자책이 영화 말미에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감내해야 할 그의 고통에 연민이 느껴지고 안타까움에 동정이 일어난다. 웨일즈 작가 리디언 브룩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제이슨 클리크와 키아라 나이틀리는 '에베레스트' 이후 2년 만에 다시 함께 출연한다. '빅 리틀 라이즈', '트루블러드'로 익숙해진 얼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스웨덴의 명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아들이다. 이렇다할 스펙터클은 존재하지 않지만 전쟁과 사랑, 부부관계와 불륜으로 인한 증오와 적대감, 적개심이 휘감겨 있는 영화다. 김정·영화평론가

2019.03.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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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흑인·성소수자…확 달라진 할리우드 영웅들

개봉 하루 만에 46만 관객, 비수기인 3월 극장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예매점유율은 91.1%까지 올랐다. 지난 6일 개봉한 수퍼 히어로 영화 '캡틴 마블'이 일주일만에 334만 관객을 모았다. 개봉 전 '페미니즘 영화'란 입소문에 반발한 일부 남성들의 평점 테러가 있었지만 흥행엔 지장이 없었다. 북미에선 세계여성의 날인 8일 개봉한 '캡틴마블'이 첫 주말 1억5343만 달러, 중국에선 5억9593만 위안을 벌었다. 불과 사흘 만에 제작비를 회수했다. 지난해 흑인 수퍼 히어로를 내세운 '블랙 팬서'로 전 세계 13억 달러를 벌어들인 영화사 마블의 다양성 전략이 또 적중했다. 수퍼 히어로 영화로 이름난 마블이 여성 단독 주인공을 내세운 건 출범 11년 만에 처음. 연출을 맡은 애너 보든도 마블 시리즈 사상 첫 여성 감독. 오랜 파트너 라이언 플렉과 중·저예산 인권 드라마, 여성 원톱 코미디 등을 만들어왔다. 첫 블록버스터인 이번 영화에서도 공동으로 각본·연출을 맡았다. 영화에는 지난 11년간 마블이 일궈온 수퍼 히어로팀 '어벤져스'의 시초가 담겼다. 기억을 잃고 외계인 크리족 전사로 살아가던 주인공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1995년 지구에 불시착, 미국 공군 파일럿이었던 과거를 되찾고 캡틴 마블로서 우주 전쟁의 위협에 맞선다. 1967년 마블 만화에 첫 등장한 캡틴 마블의 여러 버전 이야기를 미국 복고풍 문화와 우주를 무대로 버무려냈다.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을 강조하면서 대규모 액션신은 부족한 대신 시시콜콜한 재미가 다채롭다. 훗날 어벤져스를 규합하는 쉴드 국장 닉 퓨리(사무엘 L 잭슨)가 두 눈이 모두 멀쩡하던 젊은 모습으로 등장해 유머러스한 활약상을 펼친다. 의외의 신 스틸러는 고양이 '구스'.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가 시나리오 초고를 보자마자 출연분량을 늘리라 주문했을 만큼 매력 넘치는 캐릭터다. 여성 중심 기조도 뚜렷하다. 캐럴이 "여자니까 안 된다"는 차별에 맞서 기어코 조종대를 잡는 투쟁적인 인생사가 그려진다. 한계에 갇히길 거부한 캡틴 마블이 "난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 없다"고 외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영화의 주제다. 어린 딸을 키우는 흑인 싱글맘이 조력자로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주연 배우 브리 라슨은 "여성의 삶, 그 경험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는 작은 끄덕임을 가능한 많이 이끌어내려 했다"고 말했다. 관객층을 넓히려는 할리우드의 지속적 노력으로 수퍼 히어로는 더 다채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흑인·히스패닉 혼혈 소년을 내세우고, 아시아계·여성 등 각양각색 스파이더 히어로가 공존하는 평행우주를 뛰어난 영상미로 펼치며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 마블도 기존 시리즈에서 활약해온 여성 히어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단독 영화, 중국계 수퍼 히어로를 내세운 '샹치'를 제작한다. 케빈 파이기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4월 개봉) 이후 나올 영화에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성소수자 캐릭터를 등장시킬 예정이다.

2019.03.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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