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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서울의 지붕

Chicago

2021.11.0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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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

한홍기

한국의 도시 지붕 모습은 대부분 납작하다. 빌딩과 아파트 형태로 되어 있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좁은 곳에 몰려 있고 그 주위는 일부 농지와 울창한 산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한국의 지붕은 초가집으로 둥그러웠으며 기와집의 날렵한 추녀 형태였다. 그리고 집들은 넉넉하게 자리를 잡아 주위의 산림과 여유롭게 잘 어울렸다. 지금의 숨 막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여유로운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은 국가의 생계와 문화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마치 미국의 뉴욕과 스위스의 상공업도시 취리히를 비교하면 가장 이해하기가 쉽다. 만약 서울이 지금과 같지 않고 전원주택으로 직장과 함께 널찍한 공원과 시원한 산속에 묻혀 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못 해서 대답을 못하겠다면 그럼 그렇게 한번 살아보는 것도 꿈을 꿀 수는 없는 것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 국민의 92%가 살고 있는 전국의 도시가 국토를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6% 정도다. 그 16% 안에 70%는 녹지고 상공 지역이 9%, 거주 면적은 15%란다. 거주 지역은 아마 전국토로 따지면 2%도 채 안 될 것이다. 산은 전 국토의 70% 정도다. 그것도 대부분 1000m 아래로 낮은 산이다.
 
비율적으로 보면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우선 그 많은 산야가 왜 놀고 있는지 모르겠다. 목재용으로 쓸 수 있는 삼림이 울창한 것도 아니고 소와 양들이 뛰어다니는 목초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냥 버려진 야산이다. 국토 이용면에서 조망하면 주거지의 땅값이 금밭이 아니 될 수 없다. 요즘은 30층은 보통이고 49층까지 아파트가 올라간다. 그것도 50층이 넘으면 여러 가지 건축 업체에 불리한 요소가 많아서 그럴 바에는 아예 차라리 80층도 구상하고 있다.
 
한국은 땅이 전혀 없으니 하늘로 올라가 공중에 매달려서라도 살아야 한다. 명색이 아파트이지 경비원이 지키는 울타리 쳐진 집단 공동 숙소다. 그렇다고 이웃 간에 각별한 인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래된 아파트는 철거하고 다시 50년짜리 시멘트 건물을 짓고 층간 소음과 주차 전쟁을 겪으며 가끔 사람이 떨어지는 용도로도 쓰인다. 아파트 한 채 값은 이제는 뉴욕을 능가한다.  
 
이 모든 게 땅이 없어서란다. 수도권은 이제 만원이 돼 한 발짝만 내디뎌도 땅값이 절벽인데 그건 땅이 아니라 그린벨트 녹지란다. 산은 아예 사람이 살 데가 아니라고 한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전차가 바닷가에서 산비탈 도심을 뚫고 달려도, 캘리포니아 해변가의 그 넓은 산속 부자 집들이 즐비해도 그건 관광용이지 우리하고는 상관이 없다. 다만 비록 닭장같이 보이나 우리 아파트는 그 부잣집보다는 훨씬 비싸다고 한다.
 
GDP는 세계 9위다. 그러나 부동산 값이 모든 경제 활동의 지표를 다 까먹는다. 당연히 기초 비용이 비싸니 물건값도 비싸고 따라서 노동비도 비싸질 수밖에 없어 경상수지로 따지면 제로섬(zero-sum) 게임을 넘어 GDP 등수는 의미가 없다. 3만 불 시대여도 문화와 삶의 질이 선진국 반열에는 힘들다. 자살률이 세계 최고 이어서는 국가가 아니다. 대선 공약을 보면 잘 살고 잘 먹게 하겠다고만 하지 잘 죽게 해주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한국은 전쟁 때 완전히 헐벗은 강산으로 한때 그린벨트를 잠시 만들고 나무 심기 운동을 하였다. 나무는 벌써 심을 필요는 없을 정도로 울창해졌지만, 그린벨트는 용도변경 벨트로 묶어놔 정치와 토건 세력들이 만년 신성시하고 있다. 작은 땅의 나라. 백 년 후 한국의 후손들이 살 땅이 사라졌다. 어련히 주택 세금은 잘 털리는데 뜬금없이 왜 멀리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email protected])  
 

한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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