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 카톡이 왔다. 내일 그녀의 막내아들이 사돈집 뒷마당에서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양가 가족만 모여 결혼을 한단다. 그동안 아들이 얼마나 컸는지, 뒤뜰 결혼식은 어떤지 꼭 보라고 하면서. 결혼식은 실시간 시청도 가능하다고 했다.
근데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지금 비상이란다. 캐노피도 빌리기는 했다는데 사진이 잘 나와야 하니까 제발 오후 늦게나 비가 오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2살이던 아이가 벌써 장가를 가다니. 가끔 만나서 식사도 나누었는데 이런저런 이유와 코로나로 얼굴 못 본 지가 3년이 지났다. 요즘 한 달간은 카톡도 뜸했다. 결혼 준비로 바빴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흐뭇하다. 축하한다고 카톡을 보냈더니 전화가 왔다. “수고는요… 전도사님께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언제나 늘 곁에 계시는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든든한 느낌요”.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며느리가 착하고 아들한테 잘할 뿐만 아니라 지혜로워서 고맙다고 했다. 신부 어머니도 곱고 사랑이 많은 분이라 모전여전으로 며느리가 잘 자랐다고 좋아했다. 무엇보다 신앙심이 좋으니 금상첨화란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잘 컸는지 내일 동영상을 꼭 보시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긴 세월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눈 후에야 나는 잠이 들었다.
27년 전 가정폭력으로 셸터를 찾아왔던 그 가족을 잊을 수가 없다. 푸른 초장의 집을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찾아온 클라이언트였다. 그때는 모든 게 미약하던 때라 먹는 것도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도 늘 감사하며 아이들을 보석처럼 거두어 오던 젊은 엄마였다.
그녀는 지난 삶의 고난과 절망을 승리로 이끈 믿음의 여인이다. 아픔도 슬픔도 극복하고 자녀 넷을 혼자서 키웠고 이번에 셋째를 장가보내며 지금의 자리에 훌륭하게 서있다. 그녀의 내적 영성으로 인해 그녀의 얼굴은 항상 광채가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누군가를 위해 내가 기도하는 영적 상호작용은 놀랍다. 기도하는 사람에겐 행복도 감사요 불행도 감사가 되는 것이리라.
오늘은 새벽부터 보슬비가 내린다. 결혼식 광경은 시종 감동적이었다. 가랑비 속에서 치러지는 결혼식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비가 올까 봐 노심초사하던 그녀에게 유튜브를 보면서 사진 캡처한 것을 예식이 끝난 후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우산 속 양가 어머니도 곱고 신부도 너무 아름답고 신랑은 더욱 멋지고 어른스러우며 인생의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긴 역사가 엿보였다.
매력이 넘쳤다. 비가 적당히 내려 아주 멋졌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환상적인 결혼식이었다.
잘 살 거야. 가뭄에 오는 비가 최고의 축복 아닌가.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 잠든 씨앗을 깨워 만물을 소생시키니까. 축복해요. 사랑해요. 존경해요. 마음속으로 되뇌이며 기도로 감사를 담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