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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내 심장을 훔쳐간

New York

2022.09.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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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을이 슬프다 한다
 
외롭다 한다
 
 
 
시월 하늘 한 줌 꾹 짜면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지는
 
투명하고 바삭바삭한 가을이
 
난 좋다
 
 
 
여윈 햇살이 감질나
 
할 말 많은 푸른 이파리들
 
하나둘 고개 들면
 
찰랑대던 고추바람 붓질을 시작한다
 
빨강 주황 노랑 갈잎
 
고루고루 볼연지 발라주면
 
어느새 세상은 황금빛 잔치
 
입은 벌어지고
 
눈은 춤을 추고
 
가슴은 노래한다
 
출렁대던 색의 여신
 
제 흥에 겨워
 
고인 슬픔 울컥울컥 토한다
 
 
 
깊어진 가을
 
둥글게 몸 말아
 
푹신한 이불이 되고…
 
 
 
산책길에서 돌아오니
 
언제 왔는지
 
책상 위에 시가 와 앉아있다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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