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은 봉준호 감독 수하에서 연출 수업을 쌓은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예측 불허의 서스펜스와 충격으로 가득하다. [Dark Star Pictures]
영화 리뷰
‘실종’은 현상수배 중인 연쇄살인마를 목격한 아빠가 갑자기 사라진 후, 딸이 살인마를 추적하며 벌어지는 스릴러이다. 2022년 일본 영화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오른 이 영화를 연출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인연이 깊다. 그는 봉준호 감독 밑에서 연출 수업을 쌓으며 ‘도쿄!’, ‘마더’ 등의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중학생 딸 카에데(이토 아오이)와 단둘이 가난하게 사는 사토시(사토 지로)는 수배 중인 연쇄살인범을 목격한 후 포상금을 탈 생각에 들떠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카에데는 유일한 가족인 아빠를 찾아 나서고 아빠의 직장에서 아빠와 같은 이름의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바로 아빠가 목격했던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마저 연루된 음모가 드러난다. 그러나 카에데는 오로지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둠의 시간 속에서도 끈끈한 부녀의 정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실종’은 단순히 아빠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 없는 가정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엄마의 부재일지 모른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면서 카에데가 목격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는 사회가 금기시하는 불편한 논제들이 숨어 있다.
‘실종’은, 자살을 아름다운 종말로 인식하는 일본인들의 특화된 자살 문화에도 관심을 보인다. 온라인 자살 클럽과 그들에게 죽음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죽을 권리에 대한 논제도 언급된다. 죽음 외에 고통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사람들의 죽을 권리, 그들의 죽음을 도와주는 행위는 범죄가 아니라 ‘구제’라는 킬러의 궤변 그리고 충격적 결말.
일본 영화계의 무서운 신예로 부상한 신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인 ‘실종’은 디테일한 플롯의 구성, 미스터리와 스릴의 적절한 조화, 삶의 은유, 예기치 못한 반전에서 왠지 봉준호가 보인다. 밀도 높은 서스펜스로 가득 찬 영화 ‘실종’은 신조 감독의 아버지가 실제로 살인 용의자를 목격했던 일이 모티브가 됐다. 이후 신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예술성 높은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
아오이는 처음 영화 출연임에도 카에데의 공포와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해냈다. 한마디의 대사 없이 묘한 미소만으로 악마의 섬뜩함을 전하는 시미즈 히로야의 사이코패스 연기는 공포의 축이다. 그가 보이는 연민의 가면 아래 숨겨진 킬러의 진정성은 선인가 아니면 악일까.